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맘 때 쯤이 되면 언제나 온라인상에 나타나는 글이 있다.
바로 ‘며느리를 위한 시’라는 제목의 글.
이른바 '4언 절구'형태로 된 이 시는 제사와 명절 등 가사 일에 치여 힘들어 하는 며느리의 심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재미있게 꾸며 놓아 몇 년 전부터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게시판에 등장하고 있다.
비록 정확한 출처와 글을 쓴 사람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마이클럽(http://miclub.com)과 아줌마닷컴(http://azoomma.com) 등 여성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대형 사이트에는 어김없이 올라오곤 했다.
올해는 스노우보드 마니아 커뮤니티인 헝그리보더닷컴(http://hungryboarder.com) 등 마니아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좀 더 다양한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은 올라올 때마다 내용에 공감한다는 수많은 리플이 붙는다.
‘이제부턴 가부좌네/ 다섯시간 전 부치네’ ‘허리한번 펴고싶네 / 한시간만 눕고싶네’ 명절에 쉬지 않고 일해야만 하는 며느리들. 그리고 이에 무관심한 남편과 얄미운 동서에 대한 서운함. 이처럼 ‘며느리를 위한 시’는 결혼한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글픈 웃음이 나네요. 6개월 된 딸을 보니 벌써 눈물이 찡합니다. 딸 아이 때는 제발 명절스트레스로 걱정 안 하는 세상이길…” “딱! 제 얘기네요. 정말 명절이 오는 게 너무 싫습니다.”
댓글로 올라오는 주부들의 글들을 살펴보면 아직도 명절에 겪을 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 흔히 ‘주부명절증후군’을 겪는 며느리들이 많은 듯 하다.
이글에는 남녀불문하고 공감하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몇몇 남성 네티즌들은 "일방적인 지지는 곤란하다, 이런 식의 논쟁도 만들수 없진않다"며 남자들도 명절이 피곤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또 “일년에 몇 번이나 한다고, 그냥 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등의 리플을 남기기도 해 논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헝그리보더닷컴에 ‘며느리들의 위한 시’가 올라온 뒤 이 글로 인해 남성과 여성네티즌들 사이에서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는 느낌을 주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 헝그리보더 닷컴에 올라온 게시물 보기
“고향가는 17시간 동안 남자들도 운전하느라 피곤합니다.” “벌초가 얼마나 힘든 줄 아십니까? 밥먹을 때 팔이 떨릴 정도에요. 예초기, 갈퀴질, 낫질, 이산 저산 오르락 내리락. 남자들도 명절 증후군이 있습니다.”
이처럼 남성 네티즌들 역시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그러자 한 네티즌은 즉석에서 “사위들도 똑같다네 서로 조금 이해하세”라는 재치있는 4언절구 댓글을 올려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명절은 모두에게 즐거워야죠. 여자분들 전부치실 때 도와서 같이 부치시면 빨리 끝나서 좋고 문중 벌초할 때 여자분들도 같이 같이 가세요. 오랜만에 산에서 바람도 쐬고 여자들도 깎은 풀 정리쯤은 얼마든지 합니다. 누가 더 힘드니 덜 힘드니 결론도 안날 문제로 싸우지들 맙시다!”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쓸쓸히 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에겐 벌초하는 것도 전부치는 것도 부러울 따름이다”라며 “모든 네티즌들이 올해에는 즐거운 명절을 보내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글을 남겨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다음은 ‘며느리를 위한 시’전문이다.
저번제사 지나갔네 두달만에 또제사네 내눈내가 찔렀다네 어디가서 말못하네 할수없이 그냥하네 쉬바쉬바 욕나오네 지갑열어 돈냈다네 중노동도 필수라네
제일먼저 두부굽네 이것쯤은 가비얍네 이번에는 나물볶네 네가지나 볶았다네 냄비꺼내 탕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 이제부턴 가부좌네 다섯시간 전부치네
부추전은 쉬운거네 스물댓장 구워냈네 배추전은 만만찮네 이것역시 구웠다네 동그랑때 차례라네 돼지고기 두근이네 김치전도 굽는다네 조카넘이 먹는다네
기름냄새 진동하네 머리카락 뻑뻑하네 허리한번 펴고싶네 한시간만 눕고싶네 그래봤자 얄짤없네 입다물고 찌짐굽네 남자들은 티비보네 뒤통수를 째려봤네
주방에다 소리치네 물떠달라 지랄떠네 속으로만 꿍얼대네 같이앉아 놀고싶네 다시한번 가부좌네 음식할게 태산이네 꼬지꿰다 손찔렸네 대일밴드 꼴랑이네
내색않고 음식하네 말했다간 구박이네 꼬치굽고 조기굽네 이거제일 비싸다네 맛대가리 하나없네 씰데없이 비싸다네 남은것은 장난이네 후다다닥 해치우네
제삿상이 펼쳐지네 상다리가 부러지네 밥떠주고 한숨쉬네 폼빨역시 안난다네 음식장만 내가했네 지네들은 놀았다네 절하는건 지들이네 이내몸은 부엌있네
제사종료 식사하네 다시한번 바쁘다네 이내손은 두개라네 지들손은 졸라많네 그래봤자 내가하네 지들끼리 먹는다네 부침개를 썰어놓네 과일까지 깍아놓네
이제서야 동서오네 낯짝보니 패고싶네 윗사람이 참는다네 안참으면 어쩔거네 손님들이 일어나네 이제서야 간다하네 바리바리 싸준다네 내가한거 다준다네
아까와도 줘야하네 그래야만 착하다네 남자들도 일한다네 병풍걷고 상접었네 무지막지 힘들다네 애라나쁜 놈들이네 손님가고 방닦았네 기름천지 안닦이네
시계보니 새벽두시 오늘아침 출근이네 피곤해서 누웠다네 허리아파 잠안오네 뒤척이다 일어났네 욕할라고 일어났네 컴터켜고 글쓴다네 그래봤자 변함없네
다음제사 또온다네 그때역시 똑같다네 짐싸갖고 도망가네 어딜가도 살수있네 아들놈이 엄마찾네 그거보니 못가겠네 망할놈의 제사라네 조상들이 욕하겠네
그렇지만 힘들다네 이거정말 하기싫네 명절되면 죽고싶네 일주일만 죽고싶네 이십년을 이짓했네 사십년은 더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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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쿠~ 진짜...저역시 어릴때부터 해왔지만...여자는 일하고 남자는 가만 앉아서 놀고...이게이게 어케된일인지...평소엔 안그런데...명절이나 제사때보면...가끔은 기독교가 부럽다는^^; 일하기 싫다는게 아니라 조금만 도와주면 서로 행복할것을...정말 가슴찢어집니다^^ 한국의 며느리들이여 화이팅!*^^*
정말동감입니다.^^ _()_
서로 손이 되고 발이 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힘들고 지겹다고 인상찌푸리는 명절이 아니라 입가에 환한 미소가 가득한 그런 명절이라면... 그런 세상이 이젠 그렇게만 멀진 않았다고 봐요~~~^^
명절날 복을 지을 기회는 며느리 차지인데 ......가족을 위해 배푸는 마음 흐믓하지여....나무아미타불
힘들어도 기쁜 노동이지요. 늘 이 한가위같으면 좋겠어요. 저는 장보는 담당. 그리고 그야말로 시다바리지만서두.... 덕분에 노동시간은 제일 길어요. 다듬고 씻고 ㅋㅋㅋ 저두 언젠가 요리란걸 제대로 할 날이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