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7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예전에 해외로 성지순례 갔다가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신자들과 함께 해외 성지순례 중이었는데, 가이드가 신자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순례지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은 분명히 확인했는데, 워낙 사람이 많은 곳이어서 다른 순례팀에 휩쓸려 가신 것 같다고 합니다. 연세가 꽤 있으신 분이어서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와 저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그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너무 쉽게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분께서 보여주신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요?
어느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있는 것입니다. 이분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일행을 잃어서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 마침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십니다.
현명하신 분이었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당황해서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시거든요. 그래서 서로 길을 엇갈려서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를 찾으러 오겠지.’라는 믿음에 자리를 지켜 주시니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살면서 길을 잃었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시 멈춰야 합니다. 그래야 엉뚱한 곳에 가지 않고 제대로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게 됩니다. 멈춰서 우리의 안내자이신 주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문제는 주님보다 다른 것에 믿음을 둔다는 것이지요.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루카 12,1.2)
예수님께서는 이제 잘못된 종교 지도자를 따라서는 안 됨을 이야기하십니다. 먼저 누룩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반죽 전체를 부풀어 오르게 하고 그 성질을 변화시킵니다. 예수님께서는 ‘위선’이 바로 이 누룩과 같다는 것입니다. 위선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작은 생각이나 행동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그 사람의 신앙과 삶 전체를 부패시키고 본질을 잃게 만드는 무서운 힘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12,4.5)
세상의 권력자들은 기껏해야 우리의 육체적 생명을 앗아갈 뿐, 우리의 영원한 운명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창조주이자 심판자이신 하느님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두 알고 계시며 깊은 사랑으로 돌보고 계십니다.
위선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의 사랑에 신뢰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길을 잃어도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만나서 참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자부심은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스티브 룬드퀴스트).
첫댓글 빠다킹(조명연 마태오)신부님 강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