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작은 소망을 품고 삽시다….
두 마리의 염소가 좁은 산길을 가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위로 오르려 하고, 다른 한 마리는 내려오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길이 너무 좁아서 염소 한 마리가 겨우 지나갈 자리가 있을 뿐이었고, 길옆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였습니다.
결국, 두 마리는 도중에서 만나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두 마리는 서로 바라보다가 꼿꼿이 서서, 마치 한판 싸움이라도 벌일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아래쪽에서 올라가던 염소가 길 위에 엎드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래로 내려가던 염소는 그 등을 딛고 내려갔고, 그제야 엎드렸던 염소는 일어나서 제 길로 올라갔습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외아드님께서 모세의 율법에 따라 인간들이 만든 정결례를 따르는 모습까지 나옵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습니다.
그런데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아기를 보고는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안고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주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라고 하였습니다.
저희는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으로 오셨고, 모든 사람을 위한 구원자로 오셨음을 믿습니다. 그런데 시메온은 아기 부모를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에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 말씀은 십자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요한복음 19장 26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십자가 아래에 있는 어머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십자가에 달려서 죽어가는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그야말로 칼로 찌르는 듯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구세주의 성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과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던 방법은 딱 한 가지 ‘하느님의 사랑’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기 예수님을 안은 시메온은 그 아기로 말미암아 세상이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스스로 무너질 것이고,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열릴 것을 말하였던 것입니다.
시메온에게 이 모든 것을 알게 하신 지혜는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기에 성령께서 깨닫게 하신 은총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구세주의 성탄’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십자가를 거쳐야 하고, 십자가로 나아가게 합니다.
오늘 성무일도 제2 독서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강론에서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 구세주 하느님의 자비가 인간의 모습을 취하여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언젠가 성탄 전에 어느 본당에 합동 성탄 판공성사에 갔다가, 성사 후에 사제들끼리 차 한잔하면서 농담으로 들리는 쓰디쓴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날씨가 춥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판공 성사를 빨리 끝내야 하는데, 저는 총 고해처럼 면담하는 판공성사를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판공성사 시간이 길어져서 민폐 아닌 민폐를 끼쳤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 저 두레박 사제는 신자들의 말을 들어주고 싶은 작은 소망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피정을 하거나 본당을 방문하는 고운님들이 원하면 몇 시간 동안이 걸리더라도,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던 고운님들의 삶을 고해성사로 치유 받고 회복시켜 주님의 사랑을 깊숙이 내려 주고 싶습니다.
지금 사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면 기도하면서 조금만 더 참고, 더 기다려주시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고운님들이 총 고해를 통해 십자가 삶을 치유 받고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고운님들은 작은 소망을 품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반드시 주님께서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는 작은 소망을 품고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도 주님의 치유와 회복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작고 적은 일에 충실하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면서 살아가고자 애쓰는 고운님들이 성령 안에 항상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으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첫댓글
“우리 구세주 하느님의 자비가 인간의 모습을 취하여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