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팀 경기를 보면서 <공격이 좀 답답하다>는 느낌 많이 받으셨을겁니다.
물론, 우리 공격력이야 최근 몇 년 동안 늘 답답했으니 새로울 게 없고
팬들 입장에서야 점수가 아무리 잘 나도
"우리 타격은 대박이야, 맨날 시원하게 터져!" 이런 만족감을 느낄수는 없습니다.
SK나 두산 팬들도 응원팀 중계 매일 보면 공격이 답답하겠죠
그리고, 실제로 (개막 시리즈에 벌어둔 게 좀 있어서 그렇지만) 팀WAR이나 팀타율 출루율 등은 아직 최상위권입니다
그런데, 왜 공격이 잘 안 풀린다는 느낌이 들까요?
문제는 이겁니다
김태균이 매경기 뭔가 하나씩은 해주면서 꾸역꾸역 버티고는 있는데
정근우가 개막전 첫 경기 이후 좀 아쉽고
호잉은 역시 호잉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타격 성적이 많이 내려왔고
송광민이 홈런이랑 타점은 좀 해줬는데 타율.224 / 출루율.269에 머물러있고
이성열이 뭔가 커리어하이 느낌이었는데 부상으로 빠졌죠
최재훈이 잘 해줬지만 이성열-김태균 라인과는 타순이 두 칸 정도 떨어져 있어서 시너지가 잘 안 났고
정은원이 기특하지만 아직 타선 전체를 멱살 잡고 혼자 끌어갈만큼 파괴력이 있지는 않으며
변우혁 노시환이 팬들을 설레게 하지만, 그건 아직 팬심과 기대치의 영역에 머물러있죠
그래서 최소한 올해와 내년에는
하주석 정은원과 변노유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베테랑과 외국인이 좀 더 끌고 나가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좀 안되고 있죠.
이 글에서 제가 얘기하고 싶은 선수는 호잉입니다.
솔직히, 요즘 좀 아쉬웠죠.
물론, 아직 13경기 밖에 안 했으니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시즌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호잉은 개막 후 3경기에서는 12타수 6안타에 2루타 3개 + 볼넷 3개라는 파괴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개막전에 비록 단타였지만 안타 3개 몰아치며 타격감 조율했고 이어진 2경기에서는 장타를 3개 날렸네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뭘 뜻하냐면 말이죠
그 3경기 이후 어제까지 최근 10경기의 페이스만 본다면
호잉은 37타수 7안타(.189)에 장타는 없고 볼넷5개 얻는 동안 삼진은 12개를 당한 타자입니다.
아, 물론 호잉은 아주 좋은 선수입니다
부진(?)한 기간 동안 타격 생산능력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10경기에서 타점 5개를 만들며 어떻게든 팀에 도움을 줬죠
외야수로서 팀에 공헌한 부분이 매우 큰 선수고
빠른 발을 앞세워 도루도 3개나 기록했습니다
한화이글스 외야에서, 특히 이용규가 사라진 지금 상황에서 호잉의 존재는 매우 절대적입니다.
다만 문제는
절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에게 더 높은 공격생산력을 기대한다는거죠.
"호잉이 해준 게 얼마인데, 클래스가 있는 선수인데 10경기 못했다고 구박하냐?" 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100% 동의합니다.
아니, 아니요 수정합니다. 95% 동의하겠습니다.
제게는 5%의 우려가 있습니다
왜 그런 우려를 갖고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호잉의 부진(?)은 10경기, 그러니까 2주 동안만 이어진 게 아니라 작년 후반기부터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AG 휴식기 때문에 흐름이 흩어져서 그랬을거라고 예상합니다.
생각지 못한 긴 휴식에 뭔가 리듬이 깨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휴식은 한화이글스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고 KBO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주어진 변수였죠
각 구단별 1군급 주전타자 중 국대를 뺀 선수 모두, 그러니까 적어도 100명 넘는 타자가 똑같은 조건에서 시합했고
그 선수들 모두 (호잉과 똑같이) 그런 긴 휴식은 처음 가져봤습니다.
(물론 10년 전 베이징때 쉬어본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죠. 최근 경험도 아니고요)
전체 외야수 중 WAR 12위
전체 외야수 중 OPS 8위
전체 외국인 타자 중 OPS 4위
작년 호잉의 최종 성적표입니다
전반기에는 리그 최고 타자였으나 후반기에는 그렇지 않았고
그래서 전체 평균을 내면 외국인 10명 중 '빠따' 4위
10개 구단 주전 외야수 30명 중 9-10위로 시즌을 마친겁니다.
우리는 후반기의 우려보다는 전반기의 모습에서 기대감을 이어갔고
방망이도 괜찮지만 외야수로서, 주자로서 팀에 공헌할 확률도 높아서 돈을 2배 더 주고 호잉과 재계약했죠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필드에서나 누상에서는 여전한 모습을 보여줬고
작년 전반기의 폭발력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합니다만
최근 경기에서는 자꾸 후반기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네요
호잉은 여전히 우익수쪽 좋은 코스로 타구를 많이 보내지만
그 타구가 빠르게 날아가거나 멀리 날아가는 경우가 최근에는 별로 없었으니까요.
해법이 뭔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스타일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그거야 사실 잘 칠때도 그랬고
잠시 쉬어가면서 마음을 좀 추스르면 어떨까 하는 기분도 들지만 그러기에는 외야 사정이 너무 안 좋고
타순을 내려보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봅니다만, 클린업 타순을 막 바꾸는 게 또 정답은 아니죠
<클린업에서는 부담감 때문에 잘 못 쳤는데 하위타순 가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페이스가 좋아졌다> 이런 얘기를
저는 실체 없는 미신(?)에 가깝다고 믿거든요
한 가지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타자가 2~3주 정도 타격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 일상적인,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늘 찾아오는 일입니다.
박건우 서건창 손아섭 같은 교타자들도 가끔 한달 가까이 1할대를 찍으며 부진하곤 하죠
4할에 도전하던 94이종범이나 12김태균도, 10경기 넘게 삽질(?)하면서 타율이 2~3푼씩 푹푹 떨어지기도 했고요
당장 올 시즌만 해도, 김현수가 최근까지 타율 1할도 안 됐었죠.
그런다고 그 선수들이 "야, 너 쉬어!" 하고 경기에 한동안 빠지거나 타순이 8-9번으로 쭉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야잘잘 / 올놈올 / 내팀내(?) 니까요
다만, 정근우 송광민 이성열이 모두 없거나 조금씩 아쉬운 상태에서 호잉의 타격감이 가라 앉았다는 점
"4번타자가 도루도 해" "수비가 끝내줘" "인성도 너무너무 좋아" 이런 여러 장점이 있지만,
작년 전반기와 후반기가 너무 달랐고, 올해 개막 3경기와 그 후 10경기도 너무 다른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는 점
국내 선발이 작년보다 나아진다는 보장, 튼튼했던 불펜이 올해도 절대 안 무너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 쪽에서까지 변수가 자꾸 생기면 올 시즌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는 점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호잉 옆에 찍힌 숫자들이 자꾸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쟤는 놔두면 알아서 잘 해, 못하는 거 같아도 시즌 끝나고 보면 늘 제 몫은 했어"라는 클래스를 증명했다고 믿기에는
호잉의 KBO커리어가 그렇게 길지는 않았어서 말입니다.
김태균 이성열 정근우 송광민 그리고 호잉
이 선수들이 몇 경기 출전해서 어느 정도 방망이를 돌릴 것인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가 올 시즌 공격력의 키인데
시즌 개막 3주도 안 되어서 너무 많은 변수들이 몰려 왔네요
일단, 아픈 선수는 푹 쉬는게 먼저고
안 아픈 선수라면 본인의 연차나 이름값 또는 기대치에 맞는 페이스를 최대한 길게 유지해줘야 할 숙제가 있는데
호잉이 그 기대치에 맞는 페이스를 빨리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쟤는 놔두면 알아서 잘 해, 못하는 거 같아도 시즌 끝나고 보면 늘 제 몫은 했어"라는 클래스를 증명했다고 믿기에는
호잉의 KBO커리어가 그렇게 길지는 않았어서 말입니다.)
이 부분때매 역시 다들걱정하는거같아요
많은 야구팬들이 현재 김현수가 ops0.7도 안되는데 크게 걱정하지않는것
호잉과 로하스가 부진하자 크게 동요하는건 표본이 부족해서죠.
호잉을 보면서 다시한번 남연형님이 얼마나 대단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호잉이 힘차게 도약하길 기대해야죠.아니 반드시 해야 합니다.팀을 위해서라도요~^^
호잉은 화이팅이 좋지만, 잘 안될 때는 자책하거나 감정적인 혼잣말로 화를 내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 감정들이 타석에서 조급함으로 보여져 유인구에 스윙을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멘탈을 잡아줄 수 있는 면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랑 같은 생각이시네요
볼넷과 시원한 장타가 나왔네요. 오늘 경기가 하나의 계기가 되면 좋겠네요
오늘을 계기로 살아났으면 좋겠네요 호잉을 버리기에는 인성 경기에 임하는 태도 등 부가적인 장점이 너무 많은 선수라서요
이제 호잉에게 상대방에서 떨어지는공과 더불어 하이패스트볼을 대놓고 던지는거같네요...
그것도 약간바깥쪽으로요..
본인도 잘 알고 대처하고
오늘 홈런을 마수걸이로 다시 호잉의 모습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