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 화석이 돼버린 연인들
2007년 2월,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인근 발다로(Valdaro)에서 6000년 전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사람 유골이 발견됐다. 놀랍게도 유골은 얼굴을 마주 보고 팔과 다리가 뒤엉킨 남녀였다. 연인들이 포옹을 한 채 함께 죽음을 맞이한 듯한 모습이었다. 유골은 조사결과 18~20세 사이의 남녀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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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hisoryblog.com 2009년 이탈리아 만토바 근처 발다로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남녀의 유골. 왼쪽이 남자이고 오른쪽이 여자이다.
만토바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결투 도중 줄리엣의 사촌을 죽이고 피신한 곳이다. 로미오는 이곳에서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19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리골레토’의 배경도 만토바다. 비극적 사랑의 고향에서 발굴된 이 유골은 ‘발다로의 연인(the lovers of Valdaro)’으로 불렸다.최근 과학계에서 또 다른 ‘발다로의 연인’이 화제가 됐다. 이번엔 사람이 아니지만 안타까움은 더 하다. 사랑의 절정에서 그대로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중국 수도 사범대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짝짓기 순간이 간직된 1억6500만년 전 좀매밋과(科) 곤충의 화석을 중국 북동부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에도 낭만이 가득하다. ‘영원한 사랑: 중국 중기 쥐라기 지층에서 나온 가장 오래된 곤충 교미의 기록‘이다. 쥐라기는 지금으로부터 2억100만년 전에서 1억4500만년 전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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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oS ONE 제공 중국에서 발견된 1억6500만년 전 좀매밋과 곤충의 화석. 짝짓기 순간에 굳어버린 모습으로 오른쪽이 수컷이고 왼쪽이 암컷이다.
짝짓기를 하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곤충이 발견된 것은 이번에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오래되고 큰 곤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레바논에서 발견된 1억3500만년 전의 호박(湖泊)이 가장 오래된 교미 곤충의 화석이었다. 호박은 송진이 굳은 것으로 그 안에 짝짓기를 하는 각다귀나 모기들이 가끔 발견된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의 고생물학자인 조지 포이나르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좀매미는 호박에 갇히기엔 덩치가 큰 곤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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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에 갇힌 짝짓기하는 곤충들. 대부분 모기나 각다귀처럼 송진에 파묻힐만큼 작은 곤충들이다.
연구진은 좀매미들이 호수나 늪 근처에서 짝짓기하던 도중에 화산폭발이 일어나 재에 파묻혔다가 오랜 세월에 그대로 돌이 돼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발다로의 연인이 발견된 만토바 역시 신석기 시대 당시는 늪지대여서 유골 보존에 적합한 환경이었다.곤충 판 발다로의 연인은 생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진화생물학자인 마를렌 주크 교수는 “행동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며 “이번처럼 명백한 행동이 그대로 보존된 것은 아주 드문 경우”라고 밝혔다.좀매미는 지금도 볼 수 있는 곤충으로 풀 사이를 개구리처럼 뛰어다닌다고 해서 영어로 ’개구리벌레(froghopper)‘로 불린다. 화석에서 두 마리 좀매미는 배를 맞대고 짝짓기를 하는 모습이다. 놀랍게도 이 모습은 지금과 똑같다. 연구진에 따르면 좀매미는 평평한 땅에서는 어깨와 어깨를 맞붙인 채 교미를 하지만, 나뭇잎처럼 불안한 곳에 있을 때는 서로 마주 보고 교미를 한다. 연구진은 “짝짓기 방법이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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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oS ONE 제공 화석을 바탕으로 만든 쥐라기 시대 좀매미의 짝짓기 행동의 3D 복원도.
참고로 발다로의 연인은 지금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있다. 발다로의 연인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연구를 위해 유골을 해체하는 것을 반대했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을 그대로 두자는 것. 2011년 9월 발다로의 연인은 만토바 고고학박물관에 옮겨졌다. 당시 발굴팀은 두 연인의 포옹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유골이 발견된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박물관에 옮겼다고 한다.
카페 /일촌 佛
첫댓글 이탈리아에는 베르디 오페라가 유명하다는데....ㅇ년의 사랑도 변함이 없군요
남 여의 사랑도 6
배우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운걸음 감사드려요
추운날씨 건강에 유의하시구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