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권은 인권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 |||||||||||||
노무현 대통령, 천정배 장관, 문희상 의장 모두 솔직해져야 한다 | |||||||||||||
'강정구 일병 구하기'인가? 아니면 '검찰권 남용 방지'인가? 천정배 법무장관은 사퇴한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보낸 '수사지휘'라는 제목의 서면 지휘서에서 "우리 헌법에서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해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는 헌법 정신을 이어받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피의자를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원칙은 공안사건에 대해서도 달리 적용되어야 할 이유가 없고, 여론 등의 영향을 받아서도 안된다. 검찰은 인권옹호 기관으로서 이같은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구현함으로써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헌정사상 초유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유로는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합한 지난 8년간 검찰이 아무런 흠결없이 인권옹호기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구현해온 것일까? 여기에 동의할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박주선 전 의원은 오늘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3년 12월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해 도주 우려가 전혀 없는 나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바로 현 정부의 법무부였다"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은 "무죄 판결이 난 뒤에 수사 책임자를 문책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이 당연한 것처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일관성 없는 행보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세번 구속되었다가 세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천정배 법무장관이 정말 그토록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면 왜 박주선 전 의원에 대해서는 침묵했을 뿐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안한 것일까? 자신들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면 교수 보다 국회의원이 도주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일까? 오늘 문희상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는 냉소적인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작년 여름의 김선일씨 참수사건 당시에 무책임함과 무사안일함으로 일관한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온 몸으로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김선일씨를 향해 이들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었다. 법무장관이 진정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할 대상은 강정구 교수가 아닌 바로 '이름도 빽도 없는' 서민들이다. 그동안 검찰권 남용으로 인해 수많은 고초를 당한 서민들을 향해서는 눈길 한번 주지 않더니 나름대로 사회적 위치가 탄탄한 강 교수를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온 몸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서민들은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의 '발빼기'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단행해야 할 만큼 검찰의 인권수호가 엉망이라면 당연히 그러한 검찰 개혁을 향한 수순을 밟아야하는데, 문희상 의장은 "지금은 검찰의 개혁 보다는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검찰의 개혁은 미룬 채 검찰권 남용으로 인권이 유린되는 순간마다 매번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수천, 수만명의 억울한 민초들을 위해서? 바로 이와같은 일관성 없는 논리와 행보로 인해 국민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이 오로지 '강정구 살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의 사안 확대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검찰권 남용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강도 높은 검찰개혁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분명, 천정배 장관이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직후의 여권의 움직임은 후자 쪽에 쏠렸었다. 그러나, 곧바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전자 쪽으로 확 돌아서버렸다. 과연 수사지휘권 발동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강정구 살리기'였는가? 아니면 '검찰권 남용의 개선'이었는가? 바로 그 부분에서 현재 여권은 서로 엇박자를 내고있다. 중대한 의문의 시작, 왜 하필 강정구 교수인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국보법폐지 등 4대입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여당을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당시 원내대표였던 천정배 현 법무장관이다. 천 장관은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온 몸을 던졌으며, 결과적으로 폐지안 처리가 무산되자 그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났었다. 그런 그를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고, 천 장관의 취임 일성 역시 검찰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고치기 위해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 발동을 필요하면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천정배 장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검찰의 권력행사가 정당하고 흠결없이 진행되어왔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피해자인 박주선 전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왜 하필 강정구 교수 사건에 와서야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는지에 대해 지금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대로 현재 여권은 움직이고 있다. 즉, 국가보안법 폐지를 물리적으로 저지당한 만큼 이제는 방향을 틀어 법적용 실무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을 무력화하고 사문화하는 쪽으로 일제히 움직였다는 점이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굳이 반박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야당인 한나라당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에만 반대했을 뿐 대체입법이나 큰 폭의 개정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야당과의 합리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텐데 왜 이와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바로 그 점에 대해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무력화하는 수단이 검찰의 행정부 예속과 삼권분립 및 법치주의 훼손이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그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이 무너지면 대통령의 권력도 무너지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이 결코 현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히 '부적절'한 것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토록 국가보안법이 불편했다면 최소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에게만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개혁 및 국가보안법 폐지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논리적으로 '갈팡질팡'하는 것이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이번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궁극적으로 '강정구 구하기'가 목표였는지 혹은 '국가보안법 폐지'였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권수호'와 '검찰개혁'인 것은 아닌 것으로 그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말'을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믿게 되어있다. '강정구 구하기' 혹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목표였다면 그 진정성을 믿어줄 수 있겠지만 '인권수호'와 '검찰개혁'이었다면 이는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국민들이 현재의 열린우리당에게 '인권수호'와 '검찰개혁'의 의지 및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2년반의 노무현 집권기간을 통해 민초들이 몸으로 깨달은 현실이자 진리이다.
| |||||||||||||
2005/10/18 [05:42] ⓒ브레이크뉴스 |
http://www.breaknews.com/new/sub_read.html?uid=27611§ion=sectio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