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과 법치주의
송 봉 현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 위헌판결>을 내렸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헌재판결에 반대 의견이 높다고 합니다. 회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위헌판결 결과가 우리사회 헝클어진 성문제를 순기능으로 흘러가도록 정부와 국회가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팀을 구성하여 성 자유에 가까운 북 구라파의 실태를 조사하고 법령 교육 등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출산율 향상 문제까지를 포함하여 여성가족부와 국회에 건의문을 제출하고자 하는데 동참 의향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의사 표시 바랍니다. 참고로 2012년 발간한 졸저 << 마음이 위태롭다>>에 수록 된 관련 글을 올립니다. 2015년 3월 3일
죄형법정주의로 운영되는 우리 형법 중엔 간통죄가 있음은 다 알고 있다. 이 죄는 순결에 바탕 한 결혼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가는데 울타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죄목은 우리나라 형법 외에 규정 한 나라가 많지 않단다. 부적절한 관계니 내가하면 낭만이고 남이하면 불륜이니 등 입에 올리며 즐기는 말들이 이와 관련된다.
간통은 이불 속에 은밀히 숨어버리면 짜릿하고 신밀스런 달콤함이 있을 것이다. 들통 나서 이혼으로 이어지고 가정이 파탄 나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당사자의 제소가 있어야 벌할 수 있는 간통 죄목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그러나 간통죄 얼개마저 없으면 어찌될까. 경찰서 형사과에 높은 건수를 유지하며 꾸준히 제기되는 사건이 간통시비란다. 부인들이 엄숙한 신부에게 고해성사한 것 중 외간남자와 간음한 내용이 가장 많다고 한 우스갯소리는 사회 현상을 잘 꼬집는다.
오늘날 도시화된 사회 속에 남녀가 어우러져 우정인지 애정인지 모르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성 문제는 비단 한 가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성문제로 일어난 살인 사건도 만만치 않다. 성문제는 주로 남성이 일으키지만 종종 여성 이 주도적으로 일을 벌이기도 한다. 거시기를 잘라버리는 여성의 매서운 치정도 있었다. 강간을 비롯한 성 폭행은 물론 성희롱까지 처벌하는 삼엄한 법도法刀 를 들이대지만 성문제로 인한 사건은 질주하고 있다.
성범죄는 갈수록 마구잡이요 포악성이 깊어간다. 잠자는 어린 여아를 보듬어 가 성폭행하기에 이르렀다. 세속의 영화를 팽개친 석가모니는 “모든 욕망 가운데 성욕만큼 큰 것은 없다고”고 실토 했다. 성경에도 “간음하지 말라” 계율이 있지만 신도들이 얼마나 실천 하는 지 알 수 없다. 이스라엘 성군聖君으로 호칭되는 다윗. 그는 우리아 장군 아내 밧세바의 미모에 끌려 간음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우리아를 전쟁터 최전선에 세워 적군 손에 죽게 한 뒤 밧세바를 취하여 이승이 끝날 때까지 살지 않았는가. 역사학자 아놀드 J.토인비는 “우리 조상이 의식을 가진 이래 성은 인간본성 중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다”고 힘 빠진 얘기를 한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결혼이란 제도를 창안해 냈지만 성문제는 여전히 남녀 간 서로의 매력에 끌리는 성욕과 규제하는 윤리와 법 사이에 헝클어져 있다. 성문제는 늙음만이 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5월 초 천안함 침몰사건 뒤 백령도를 찾았다. 백령도는 어떤 곳인가 궁금했다. 백령도에 가서 간척으로 두 개의 섬이 하나가 돼 울릉도 보다 섬이 크다는 것. 심청의 전설이 효의 뿌리로 내려 있는 곳. 비행기가 착륙하던 딴딴한 바다모래가 둑을 막은 뒤로 변질된 것. 북한과 지근거리로 최북단의 섬이라는 것들을 확인 했다. 사건이 갓 지난 뒤지만 의연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주민들을 보고 들어갈 때의 긴장이 누그러졌다. 도착한 날 차편과 작은 관광선을 타고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절벽의 아름다운 경관도 가슴에 담았다. 갈매기들이 위태로운 벼랑임에도 드문드문 둥지를 틀어 알을 품고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심청각에 올라 북쪽 땅을 보자 한숨이 나오고 처연했다. 시대착오적인 체제에서 헤매는 저들을 경순왕처럼 평화롭게 찾아오게 하고 품어 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포근한 날씨 걸어서 항구로 오는 길 옆 무논에 꿈틀하며 작은 파문이 일었다. 살펴보니 미꾸라지 한 쌍이 교미를 끝내고 몸통을 흔들며 시치미 떼고 표표히 떠돈다. 턱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쾌락의 극치를 맛본 뒤 평온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선천적이기도 한 성문제. 저처럼 남녀상열의 꿈을 즐기며 가정의 안정 아이들의 행복 등 평화로움으로 채울 수는 없을까. 성문제에 대한 현행 법치주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윤리 강조도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미성년 여성을 범하는 성범죄가 늘어남이다. 여자 아이를 둔 부모는 조바심에 산다. 미성년 소녀를 범한 성범죄는 형량을 엉뚱할 정도로 높여야 하지 않겠는가.
간통죄의 경우 자녀의 안정 성장을 지키는 장치를 만들어 가면서 사회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 기저에 흐르는 윤리관 그리고 간통죄 성폭력범 등 성관련 제도들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성문제를 개방에 가깝게 수용하여 성의 해방이란 칭호까지 나온 나라들의 실태를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긴 미래를 내다보며 행복지수 높은 덴마크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성 관련 제도와 문화를 탐구 할 필요가 있다.
폭력이나 살인문제로까지 번지는 성문제는 우리들 속에 잠재해 있는 본성과 윤리와 현행법 사이에 낀 딜레마다. 모든 것을 다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치는 대통령 후보생으로 뛰는 사람들도 성문제 해답은 내놓지 않는다. 국회나 행정부는 심리학자 법률가 경찰 정치인 기타 전문가들로 성폭력문제 완화 방안 연구팀을 구성하여야 한다. 현재와 미래를 보며 종합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성문제로 혼미에 빠진 우리사회를 건져내야 한다는 화두를 내치지 말기 바란다.
첫댓글 설득력 있고 호소력이 넘치는 글을 보고 더욱 돌아가는 세상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성문제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중 하나로 윤리적 도덕적 종교적 규범으로 푸는 것이 맞는것 같아 헌재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