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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52
S#1. 대궐 후원 일각 (경회루 풀밭)
난정, 윤비 발 앞에 고개를 조아린채 엎드려있다.
윤비 : 난정아, 내가 너를 버리다니 그 무슨 말이더냐?
난정 : (눈물 글썽글썽하여 얼굴을 들며)...중전마마..
윤비 : (엄상궁을 보며) 자네들은 잠시 물러서 있게.
엄상궁 : (조아리며) 예..물러나랍신다. (오상궁과 상궁나인들을 데리고 물러선다)
윤비 : 난정아, 내 회임한 사실을 네게 말하지 않은 것이 그리 섭섭하였느냐?
난정 :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윤비 : ..허면?
난정 : ..마마께오선 이년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보시옵고.. 이년의 머리와 발걸음을 미리 꿰뚫어 보고 계시오니
이년은 중전마마가 두렵고도 두려울 뿐이옵니다.
윤비 : (스치는 미소)..
난정 : 중전마마, 이년은 중전마마에 비하면 미천하고 미천한 한낱 버러지에 불과하옵니다.
(흐느낌이 터지며).. 중전마마께오서 언제 이년을 밟아버리시지 않을까 이년은 너무도 두렵사옵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운다) 흐흑..
윤비 : (난정 앞에 앉으며) 난정아, 그만 눈물을 그치거라.
난정 : (조아린채 더욱 흐느끼는)..흐흑..
윤비 : 난정아, 내 평생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야.
난정 : (고개들고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보며) ..마마..그 말씀..참이시옵니까?..
윤비 : (미소로 끄덕이며)..오냐, 내 약조하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며) 허니 눈물을 그치거라.. 네 고운 얼굴이 상하겠구나..
난정 : (감격)..이년, 믿겠사옵니다! 믿겠사옵니다!! 믿겠사옵니다!!
난정, 윤비의 발치에 깊이 조아리며 감격의 울음을 토해낸다.
S#2. 동 후원 일각이 멀리 보이는 곳
금이, 나무기둥에 바짝 붙어 저 멀리 난정이 윤비의 발치에 엎드려 우는 모습을 보고 섰다.
금이 : ...!
금이, 재빨리 몸을 돌려 어디론가 뛰어간다.
S#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초조함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안절부절하고 있다.
경빈 : (E) 중전이 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음이야.. 분명, 회임한 기세를 몰아 나와 복성군에게 위해를 가하려 들 것이야!
이 일을 어쩐다? 어쩐다? (날카롭게 휙-노려보며) 아니야! 이리 약한 마음을 먹어서는 아니돼! 암!!
내 가만히 앉아서는 당하지 않을것이야.. (주먹을 움켜쥐며)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살아남고야 말것이야!!
입술을 깨무는 경빈의 얼굴위로 문득 떠오르는.
S#4. 후레쉬 백(46회 S#4의)
경빈 : 난정아, 만일 내가 네 아비를 구명해 준다면 너는 내게 무엇을 내놓겠느냐?
난정 : 그런 날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사오나, 마마께오서 화급한 처지에 놓이시는 날이 온다면
이년, 신명을 다 바쳐 마마를 구해드릴 것이옵니다!
S#5.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되씹으며)..신명을 다바쳐 나를 구해줄 것이다?
금이 : (E) (방밖에서) 마마, 금이옵니다.
경빈 : 들어오너라.
금이 :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며) 마마, 지금 난정이가 중전마마와 함께 있사옵니다.
경빈 : 그래?..(생각하다가) 내 안그래도 난정이를 불러들이려던 참이었느니...
금아, 난정이가 중궁전에서 나오는 즉시 데려오너라.
금이 : 예. 마마.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E) ..나와 복성군의 구명줄은 난정이 그애 밖에 없음이야.. (휙-돌아보는)
S#6.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가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난정 : 마마, 이년 궁금한 것이 있사옵니다.
윤비 : 말해보거라.
난정 : 이년이 중전마마께 회임을 하시지 않으시겠다는 천명을 하시라 진언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윤비 : 그리했지.. 헌데?
난정 : 그때 마마께오선 회임하신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것이옵니까?
윤비 : (긍정하는 미소)..
난정 : ('그랬구나!')..그랬었군요.. 하오면 마마께오선 처음부터 이년을 믿지 않으셨던 것이었사옵니까?
윤비 : 난정아,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 또 어디있겠느냐?
더구나 하루하루를 천길 벼랑위에서 살얼음판 걷듯이 살아야 하는 궁궐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느니라.
난정 : ...!
윤비 : 특히 너같이 총기가 넘치고 가슴속엔 세상에 대한 야심으로 가득차 있어
장차 약으로 쓰일지 독으로 쓰일지 모르는 사람을 어찌 쉽게 믿을수 있었겠느냐?
난정 : 마마, 하온데 지금은 어찌 이년을 믿으신다 하시옵니까?
윤비 : (미소) 내 실은 고육책으로 네가 회초리를 맞을때까지도 너를 믿지는 못하였느니라.
네가 나와 경빈사이에서 두길보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느니.
난정 :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윤비 : 허나 궐내에 거짓회임의 소문이 퍼지고 내가 폐서인이 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는데도
내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면 한번쯤 너를 믿어볼 만하지 않겠느냐?
난정 : 황감, 또 황감하옵니다! (일어나서 윤비에게 큰 절을 올리고 조아린채) 마마께오선 이년 같은것이 감히 올려다보지 못할
높은 곳에 계시다는 것을 뼛속이 저리도록 깨우쳐주셨사옵니다.
이년, 평생 중전마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미소) 차를 들거라. (찻잔을 드는데)
난정 : 마마, 경빈은 어찌 하실 작정이시옵니까?
윤비 : (문득 인상이 무섭게 굳는)...!
난정 : (돌변한 표정에 당황한듯)..마마..
윤비 : (찻잔을 내려놓으며) 내 경빈을 제 스스로 손으로 판 무덤 속에 쳐넣을 것이야!
난정 : (섬찟)..!
윤비 : 내 경빈에 대한 사사로운 원한을 갚고자 함이 아니라 내 복중의 용종에게 걸림돌이 되는 자를 찍어내기 위함이니라!
난정 : ..마마, 이년도 경빈이 중전마마를 음해하고 핍박하던 일을 생각하오면
치가 떨리고 경빈의 간을 내어 씹어도 분이 풀리지 않사옵니다.
윤비 : ..음!
난정 : 하오나 장차의 일을 생각하시온다면 당분간, 당분간만이라도 경빈을 잡아두심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비 : 장차의 일?! 장차의 일이라니?!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빈과 복성군이 아니오라 원자아기씨이옵니다!
윤비 : 뭐라? 난정아! 네 그 무슨?!
난정 : 마마, 경빈을 응징하시되 원자아기씨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궐밖으로 내치셔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윤비 : 아니 돼, 아니 돼! 내 경빈만큼은 목숨을 부지하게 내버려두지 않을것이야!
난정 : 마마! 경빈을 응징하는 일은 이년을 믿고 맡겨주시옵소서!
윤비 : ...!
S#7. 백치수 사랑채 외경
곽서방이 연못쪽을 둘러보는 모습위로.
백치수 : (E) 허허, 이사람, 조선땅은 몇 년만에 밟아보는 것인가?
곽서방 : (방쪽을 휙-돌아본다)...!
S#8.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와 장씨가 반가운 표정으로 마주 앉아있다.
능금, 한 옆에 앉아 장씨를 힐끔거리며 살펴본다.
장씨 : 지난 갑술년에 잠시 다녀 갔으니 얼추 다섯해가 더 지난 듯 싶소이다.
백치수 : 자네가 한양에 이리 일찍 당도할 줄은 몰랐네. 진즉 기별을 넣어줬으면 내 임진나루까지 마중이라도 나갔을 것을?!
장씨 : 조선의 상권을 쥐고 흔드시느라 바쁘신 백도주를 번거롭게 해드릴수야 있나요?
백치수 : 예끼, 나이든 사람을 놀리시는구먼? 나야 자네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을!
능금 : ('입속으로')..조족지혈?
장씨 : (능금쪽 힐끔보며) 헌데 저 아인 누구요? 마치 월희가 살아돌아온 듯 합니다.
능금 : (발끈) 난 월희가 아니라 능금이요! 능금이!
장씨 : (미소) 네 성정이 꼭 고삐 풀린 망아지 새끼 같구나!
능금 : 뭐요?! 망아지?!
백치수 : 허허, 잘 보았네. 아직 임자를 못만나 길이 안 든 들마지!
능금 : (궁시렁) 넨장맞을! 맨날 그놈의 들마타령은?!
백치수 : 능금아, 인사올리거라. 이분이 일전에 내가 말한 네 독선생이시다.
능금 : (놀라) 독선생?
장씨 : (의외라는 듯) 독선생이라니요?
백치수 : 내 자네가 조선에 온다는 기별을 받고 내 마음대로 정한 것일세.
조선땅에 머무는 동안 저 들마를 길들여줄 의향이 없는가?
장씨 : (능금을 유심히 보는)...
능금 : (장씨를 보는)...
장씨 : (보는)...
능금 : ('사내'의 시선에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S#9. 교태전 근처 일각
금이, 합문 너머로 교태전쪽을 기웃거리고 있다.
금이의 시선으로 교태전 밖으로 나오는 난정의 모습이 보인다.
금이 : ...!
S#10. 대궐 또 다른 일각
난정,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새 금이가 나타나 길을 막아선다.
금이 : 난정아. 우리 마마께오서 널 찾으신다.
난정 : (예상했다는 미소)..그래? 마마께오서 부르시면 가야지. (종년 부리듯) 따르거라. (앞장서서 간다)
금이 : 저, 저게.. (못마땅하게 보며 난정의 뒤를 따라간다)
S#11. 대궐 후원 연못가 일각
난정, 앞장서서 걸어오다가 멈춰선다.
금이 : (그 뒤를 쫓으며) 난정아, 우리 마마 처소를 잊은것이냐?!
난정 : (돌아보며 쌩끗) 잊기는?
금이 : 예가 어딘줄 알고 온게야! 누구 눈에 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난정 : 누가 본들 대수겠느냐? 천하의 경빈마마께오서 내 뒷배를 보아주고 계시는데?
금이 : 얼른 돌아가자.
난정 : 금아, 실은 네게 용궁구경 시켜주러 온게야.
금이 : (의아) 용궁구경?!
난정 : 그래! (금이를 연못쪽으로 벌컥 밀쳐버린다 -혹은 발길로 차버린다-)
금이, 연못속으로 풍덩 빠진다.
금이 : (허우적대며) ..나, 난정아..사,살려줘.
난정 : 호호호, 네 꼬락서니가 보기 좋구나! (갑자기 웃음 뚝 그치고 매섭게 노려보며) 다시한번 내 뒤를 밟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명줄을 따버릴 것이야! 내 말 명심해! (그대로 가버린다)
금이 : (위급하게 허우적대는) ...사람살려, 사람살려!
S#12. 경빈 처소 마당
경빈, 처소 댓돌 위를 초조한 듯 서성거리고 있다.
난정,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쌩끗 웃으며) 마마, 이년을 기다리고 계셨사옵니까?
경빈 : 기다리긴? 내 바람을 쐬러 나왔느니라.. 헌데 네가 늦었구나.
난정 : 예,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을 붙잡고 놓아주시질 않으시오니 담소가 길어졌사옵니다.
경빈 : 그래?..(일각문쪽을 보며) 헌데 금이는 어찌 보이지 않는게냐?
난정 : 날씨가 덥다고 연못에 뛰어들어 목물을 하고 있사옵니다.
경빈 : (의아) 목물?!
난정 : 예. 드시지요.
경빈 : ...?
경빈, 먼저 처소쪽으로 들어가면 난정이 그 뒤를 따른다.
S#13. 동 경빈 처소 방 안
난정과 경빈,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경빈 : 난정아, 중전마마의 심기가 어떠하시더냐?
난정 :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마마, 어쩌자고 이년의 말씀을 허투루 들으셨사옵니까?
경빈 : 허투루 듣다니?
난정 : 이년이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사옴을 말씀드리옵고 누차 되새겨 드리기까지 했사온데
어쩌자고 이년의 말씀을 듣지 않으시고 중전마마를 음해하고 핍박하시었느냐 이 말씀이옵니다.
경빈 : 음해하고 핍박하다니?! 네 그 무슨 말이더냐?! 내 어찌 감히 함부로 말을 지어내는 것이더냐!
난정 : 호호호, 마마! 이제 와서 꼬리를 빼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뭬야?! 꼬리를 빼?!
난정 : 이년 조금전 중궁전에서 경빈마마께오서 중전마마께 얼마나 불경한 짓거리를 저질르셨는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사옵니다.
경빈 : ...!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말씀을 하시면서 어찌나 분기탱천하시는지.. 이년 오금이 다 오그라붙는줄 알았사옵니다.
경빈 : ...
난정 : (슬쩍 보며 놀리듯) 마마, 어쩌자고 용종을 잉태하시어 천하에 거칠것이 없으신 중전마마의 심기를 거스르셨사옵니까?
경빈 : (연상 쾅)
난정 : (움찔)..!
경빈 : (버럭) 중전마마께서 이사람을 어찌 해보시려는 모양이신데 해볼테면 해보시라고 해라!
회임을 하셨다고 천하를 움켜쥐셨다고 생각하셨다면 크게 잘 못 생각하셨음이야!
난정 : (미소) 마마, 이년 앞에서 허세를 부려보신들 무슨 소용이 있사옵니까?
경빈 : 뭬야, 허세?!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은 칼자루를 손에 쥐신 것이옵고, 만일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시오면
중전마마의 말씀 한마디에 누구든 추풍낙엽이 된다는 것을 마마께오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시옵니까?
경빈 : ('그건 그렇다')..음!
난정 : (진지하게) 이년 생각에 이번에 경빈마마와 복성군께오서 살아남으시기는 힘드실것이옵니다.
경빈 : (휙-노려보며) 이런 발칙한 년! 네 어찌 안하무인격으로 말지꺼리를 내뱉는 것이더냐?!
난정 : 마마, 그 큰 목소리 아직도이시옵니까?
경빈 : 닥치거라! 참고 듣자니 들어줄 수가 없구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고 하여 세상이 뒤집어 진 것도 아니거늘!
네 어찌 이리 무엄한 혓바닥을 놀리는게냐?!
난정 : (마주 쏘아보며) 마마, 이년을 마마와 복성군마마를 구명해드리고자 하는 것이옵니다!
이번에도 이년 말을 허투루 들으시어 참으로 사가로 내쫓기시고 사약까지 받으시고자 하시옵니까?!
경빈 : (난정의 눈빛에 물러서는) ..뭬,뭬야..사약?!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천하의 경빈마마를 무덤속에 처 넣으실 무서운 분이시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마음만 잡수신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시겠사옵니까?
경빈 : (섬찟)..!
난정 : 허나, 이년 일전에 경빈마마께 약조드린대로 마마의 목숨을 구해드릴것이옵니다!
경빈 : ...!
난정 : 중전마마의 진노가 크시니 이년 힘만으로는 미약할 지도 모르옵니다.
하오니 마마께오서 먼저 중전마마께 애원이라도 하시어야 하옵니다.
경빈 : 뭐라?! 허면 나보고 중전마마의 발목에 매달려 목숨을 구걸하란 말이더냐?
난정 : 마마, 목숨은 부지하셔야지요!
경빈 : ..!
난정 : 마마께오서 지금 받으시는 수모는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가 아니오라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그때가서 수백, 수천배로 되갚아 주실 수 있사옵니다.
경빈 : (생각하는)...후일을 기약하라..?
난정 : 예! 마마, 이년의 충정을 어찌 내치시려 하시옵니까?
경빈 : (가늘게 보다가) 난정아, 헌데 네가 내 목숨을 구명해주려는 까닭이 무엇이냐?
금부 옥사에 갇힌 도총관을 살리기 위함이더냐?
난정 : (미소) 경빈마마께오서 약조를 하셨사오니 이년이 발걸음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년의 아비를 방면해 주실것이라 믿사옵니다.
경빈 : 허면?
난정 : 마마, 지금 당장 누구의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해도 결국엔 어느분 소생의 왕자께오서 대통을 이으시는가에 의해
승패가 나뉘는 법 아니겠사옵니까?
경빈 : (움찔)...!
난정 : 이년, 그분께 모든 것을 의탁할 것이옵니다. 경빈마마께오서 이년 덕을 보시어 구명하시옵고,
복성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신다면 이년에게도 은혜를 내려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경빈 : 후일을 기약하겠다는 말이더냐?
난정 : 예, 마마.
경빈 : 음!..난정아, 내 정녕 너를 믿어도 좋은 것이냐?
난정 : (강렬한 눈빛) 이년 맹세코 경빈마마께 단 한마디도 거짓말을 내뱉은 적이 없었사옵니다! 이년을 믿으시옵소서!
경빈 : (속내를 꿰뚫듯이 보는)...!
난정 : (맞받아 보는)...!
경빈 : 오냐, 내 너를 믿어보마... 도총관대감 일은 걱정 말거라. 조만간 방면이 될 것이야.
난정 : 마마, 이년 그전에 도총관대감을 만나 뵈올 수는 없겠는지요?
경빈 : ...
S#14. 경빈 처소 마당
난정, 처소에서 나와 일각문 쪽으로 가는데 금이, 물에 빠진 생쥐꼴로 일각문쪽으로 들어오다가 마주친다.
난정 : (놀리는 웃음) 호호호, 꼬락서니 한번 보기 좋구나! 꼭 물에 빠진 생쥐 꼴이로구나! 호호호.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금이 :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울상)...!
S#15. 자운아 기방 후원 정자위
옥매향, 슬픈 가야금 가락을 연주하고 있다.
심퉁 : (정자쪽으로 다가오며) 매향아씨!
옥매향 : (연주를 멈추고 돌아보며) 와? 심퉁아.
심퉁 : 마님께서 찾으셔유.
옥매향 : 오마니가? (가야금을 놓고 일어선다)
S#16.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자운아, 뭔가 결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옥매향 : (E) (방밖에서) 오마니! 내레 매향이야요.
자운아 : 들어오라우.
옥매향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짐짓 밝은 표정으로 앉으며) 오마니, 일어나 앉아 있으신걸 보니 니뎨 둄 견딜만 하신거야요?
자운아 : 매향아.
옥매향 : 와요, 오마니.
자운아 : 니가 니 기방 맡으라우.
옥매향 : 예에? 오마니 고거이 무슨 말씀이시야요?
자운아 : 언뎨까디 기방문을 닫아놓고 있을수도 없는 노릇아니네?
옥매향 : 오마닌 어뗘구요?
자운아 : 이 에미는 니뎨 기방 뒷티닥거리 하는거이 디긋디긋해뎠으니끼니 니가 맡으라 니말이야!
옥매향 : 싫어요, 내레 길케는 못하갔시오! 머리도 못 올린 동기년이 어케 기방 안듀인 노릇을 하갔시오?
자운아 : 니가 싫음 어떨수 없디! 내레 니 기방에 불 싹 딜려버리고 갈 수 밖에!
옥매향 : 오마니, 가시긴 오딜 가신다는거야요?
자운아 : 니 에민 파릉군 나으리를 뵈러 뎨듀도로 내려가기로 댝심했으니 기렇케 알라우.
옥매향 : 오마니, 뎡신 탸리시라요! 뎨듀땅이 오디라고 가신다는거야요?! 내레 오마닐 보내드릴수가 없시오!
자운아 : (가슴속의 한을 도려내듯 우는) 니 에미도 어뗠수가 없어, 내레 나으리가 눈에 밟혀서 가슴이 터딜 것 같은데
어뗘란 말이네?! (고개 떨구며) 흐흑.
옥매향 : (눈물 글썽하여 자운아를 안아주며) 오마니, 됴금만 더 기다리시라요,
내레 권세 높은 대감님한테 니 몸뚱이를 팔아서라도 아바디 귀양을 풀리게 해드릴테니끼니 기다리시오, 기다리시라요!
S#17. 의금부 옥사 앞 마당
난정, 금부도사의 인도를 받으며 옥사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금부도사 : 도총관 자제분들께서는 재주들도 좋으시구만, 각기 다른 윗분들 청편지를 가지고 오니 말이오?
난정 : 예에?
금부도사 : 아니오, 들어가보시오.
난정 : (조아리고 옥사 안으로 들어간다)
S#18. 동 옥사 안
난정, 정윤겸이 갇혀있는 옥창살 앞쪽으로 걸어온다.
난정 : (정윤겸의 추레해진 몰골에 찡하다)...!
정윤겸 : (인기척에 눈을 뜨고 보다가 난정임을 알아보고 흠짓)...
난정 : 대감마님..
정윤겸 : 당장 물러가거라!
난정 : 이년이 대감마님을 구해드려도 이리 박정하게 대하실것이옵니까?
정윤겸 : (등을 휙 돌려 벽쪽을 보고 앉는다)..
난정 : 대감마님께서 이년을 여식으로 봐주시지 않으셔도 좋사옵니다.
이년 역시 대감마님을 더 이상 아비라 생각하지 않사옵니다!
정윤겸 : ...!
난정 : (이를 물며) 하오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이년 손으로 대감마님을 방면시켜 드릴 것이옵니다.
정윤겸 : (휙-돌아보며)...뭣이라?!
난정 : (노려보며) 대감마님 걱정에 눈물을 흘리시는 이년 어미를 위해서 이옵니다! 대감마님의 마음이 떠나신 줄도 모르고
아직도 대감마님만을 하늘처럼 떠받치고 있는 이년 어미를 위해서요! (휙-돌아서서 옥사밖으로 나가버린다)
정윤겸 : (난정모 생각에)...!!
S#19.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 쌓여있는 짐앞에서 물목을 맞추고 있다.
능금, 대문안으로 들어와 평상에 앉으며 갸웃거리고 있다.
능금 : (혼잣말) 차림새는 사낸데.. 생김새는 꼭 여인네 같단 말씀이야.. 목소리도 그렇구...?
송서방 : (보고) 능금아, 저기 저 하늘이 왜 퍼런지 궁금한겨?
능금 : (일어서서 다가오며) 아저씨, 지금 백도주 아저씨 사랑채에 대국에서 온 장사치가 들었는데 말이오...
송서방 : 대국에서?
능금 : 예, 헌데 도통 사낸지 계집인지 종잡을수 없습디다!
송서방 : 오라, 허면 장대인께서 오신 모양이로구나.
능금 : 장대인이요?
송서방 : 그래, 능금아, 너 그분 잘 뫼셔라.
능금 : 왜요?
송서방 : 왜라니? 그 분으로 말씀드리면 이 나라 임금님이 부럽지 않으신 분이야!
능금 : 예에?!
S#20.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와 장씨, 조촐한 술상을 놓고 앉아있다.
장씨 : 내가 능금이란 아이의 독선생노릇을 하면 백도주께선 내게 뭘 주시겠소?
백치수 : 셈이 철저한 것은 여전하구먼?
장씨 : 장사꾼이 거래하는데 손해볼 수는 없지요.
백치수 : 조정에 계신 대감님들을 소개시켜 주지.
장씨 : (피식 웃으며) 그 따위 조무래기들을 알아서 어디다 쓰겠소?
백치수 : ...허면 원하는걸 말해보게.
장씨 : 이사람이 당분간 머물 집이나 한 채 마련해주시오!
백치수 : 이번엔 오래 머무실 참이시던가?
장씨 : (한잔 마시고) 내 뒷배를 봐주던 명조의 환관어른께서 모함에 걸려 내 당분간 대국을 떠나 있어야 하는 처지요.
백치수 : 허허, 황제가 계신 대국의 조정이나 이 나라 조정이나 모리배들이 판을 치는건 닮았구먼.
장씨 : 우리같은 장사치들이 그 모리배들에게 뇌물을 써야 더 큰 재물을 모을 수 있는 것까지도 빼다 박았지요! (한잔 마신다)
백치수 : 떠나올 때 황제는 알현하고 오셨는가?
장씨 : 도망치듯 왔으니 알현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백치수 : ...
S#21. 대비전 외경
S#22.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는 윤비를 보고 말한다.
자순대비 : 중전, 재진맥을 받게한 이 늙은이의 처사에 대해 너무 상심 하지는 마세요.
윤비 : 마마, 신첩은 유언비어를 불식시켜주오신 대비마마께 감사하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중전께서 이리 넓은 아량으로 이 늙은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윤비 : 망극하옵니다. 마마.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가 정업원에 도력 높은 비구니스님을 불러 궐내에서 불사를 벌리고자 합니다.
윤비 : 불사라니요?
자순대비 : (미소) 중전의 무탈하신 출산과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라는 축수발원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윤비 : 마마, 신첩 원자를 위해 회임을 하지않겠다고 천명한 연후에 회임을 한 것만으로도 민망한 일이온데
어찌 신첩을 위해 왕실의 재정을 소모하면서까지 불사를 열어주시려 하시옵니까?
자순대비 : 중전, 대군아기씨만 얻을 수 있다면 왕실이 재정이 바닥이 난들 무슨 대수겠습니까? 허니..
윤비 : 마마, 궐내에서 성대한 불사를 여시오면 신첩의 마음이 편치가 않을 듯 싶사옵니다.
그리되면 복중의 태아에게도 좋지 못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하오니 불사를 여시겠다는 말씀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
윤비 : ...
자순대비 : (생각하다가) 중전이 뜻이 정 그렇다면 할수없지요. 이 늙은이가 팔도의 명산대찰에 사람을 보내
불공을 드리도록 하리다. 중전께서도 태교에 정성을 다하셔야 할 것입니다.
윤비 : 깊이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의 마음이 이리도 어지시니 부처님께오서도 대군을 점지해 주실 것이오.
윤비 : (E) ...대군, 대군이라...!
S#23. 대비전 마당
윤비, 대비전에서 나와 엄상궁과 상궁나인들을 기다리고 선 마당으로 내려선다.
오상궁 : (윤비 앞으로 급히오며) 중전마마, 윤승후관께오서 들어계시옵니다.
윤비 : 알았느니.. 가세.
윤비, 앞장서서가면 엄상궁과 오상궁, 상궁나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S#24. 중궁전 방 안
윤원형, 부채를 접었다 폈다하며 앉아있는데.
엄상궁 : (E) (방밖에서) 중전마마, 납시었사옵니다.
윤원형 : (고개를 돌리며 일어서는데)
윤비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앉으며) 오라버니,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윤원형 : (따라 앉으며 떨떠름한) ..아,아니옵니다.
윤비 : (보며) 오라버니, 얼굴을 뵈니 이 사람에게 하실 말씀이 많으신 듯 합니다.
윤원형 : (원망섞인 투정) 마마, 어찌 시생까지 그리 감쪽같이 속이실수가 있사옵니까?
이젠 피를 나눈 동기간까지도 믿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미소) 오라버니, 그 일을 따지러 발걸음을 하신겝니까?
윤원형 : 그,그게 아니오라.. 이놈 속이 아궁이마냥 얼마나 시커멓게 그을렀는지를 아시옵니까?
윤비 : 오라버니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윤원형 : (금새 풀어지며 조아리며) 마마, 다시 한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 (미소) 고맙습니다.. (방밖을 보며) 다과상을 들이게.
엄상궁 : (E) (방밖에서) 예-
S#2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바짝 붙어 앉아있다.
심정 : (흠짓) 예에? 도총관을 방면하라는 주청을 올리라니요?
경빈 : 화천군대감,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이사람의 뜻에 따라주세요.
심정 : 하오나..
경빈 : (결연한) 중전마마께서 내치시는 철퇴를 피해 이 사람이 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복성군이 무탈하게 장성하여 보위에 오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허니 이 사람의 뜻대로 하세요.
심정 : 예, 그리하겠습니다.
경빈 : 고맙습니다... 그만 나가보세요.
심정 : 예.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
S#26. 중궁전 방 안
윤비와 윤원형 앞에 다과상이 놓여있다.
윤비 : 오라버니, 안으서와 합방날을 택일하셨다지요?
윤원형 : (차를 마시려다 멈추며) ..예. 부끄럽사옵니다.
윤비 : (미소로 농조) 난정이와 신방까지 차리실 것이니 오라버니께서 여복이 터지셨습니다.
윤원형 : (찻잔 내려놓으며 한숨) ..하오나 그리 좋은일만은 아니옵니다.
윤비 : 좋지가 않다니요?
윤원형 : 마누라와 합방을 하는 일자와 난정이와 신방을 차리는 날이 이달 스무여샛날로 같은 날이옵니다..
윤비 : (의외라는 듯) 그래요? 이 일을 어쩐다?
윤원형 : 예, 시생 어느쪽으로 발걸음을 해야할지 난감하여 가득이나 아둔한 머릿속이 터질 것 같사옵니다.
윤비 : (빙그레 미소) 이사람 생각엔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먼저 합궁택일을 잡으셨고,
난정이가 그 일시를 알고 같은 날로 정했을 것 같은데.. 이 사람 짐작이 맞습니까?
윤원형 : 예, 마마의 말씀대로이시옵니다.
윤비 : 호호..난정이 그애의 총기가 놀라워도 계집은 계집입니다.. 호호..
윤원형 : 마마, 그리 웃으실 일이 아니옵니다. 이놈은 둘중 한 사람한테 버림을 받게 생겼다 이 말씀이옵니다.
윤비 : 그래, 오라버니께서는 어느쪽으로 발걸음을 하실작정이십니까?
윤원형 : 시생, 도통 뾰족한 실마리가 떠오르지 않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이 사람이 답을 드리지요.
윤원형 : (솔깃하여) 마마께오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겠사옵니까?
윤비 : (진지하게) 오라버니께오서 평생을 무탈하시고 안일하게 사실 작정이시라면 조강지처와 합궁을 하세요.
윤원형 : 예..
윤비 : 허나!
윤원형 : (보는) 예에?
윤비 : 대장부로 태어나 세상에 포부를 펼쳐보고 싶으신 큰 뜻이 있으시다면 난정이와 신방을 차리세요.
윤원형 : ...!
윤비 : 오라버니가 누구를 택하시던 오라버니 뜻에 따라 정하세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으실겝니다.
윤원형 : 예, 마마! 그리 하겠사옵니다.
S#27. 어느 길
관복을 입은 윤원형,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걸어온다.
윤원형 : (E) 무탈하고 안일하게 살 작정이면 조강지처와 합방을 하고, 세상에 포부를 펼치고 싶으면 난정이와 신방을 차리라..
참으로 명안이시구먼! 헌데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할꼬?..
S#28.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작업대 위에서 가죽신에 바느질을 하고 있다.
방백인, 햇볕드는 툇마루에 앉아 윗통을 벗고 벼룩을 잡느라 열심이다.
당추, 뒷곁에서 나와 방백인 쪽으로 다가오더니 죽장으로 방백인의 뒷통수를 툭 친다.
방백인 : (뒷통수 움켜쥐며) 아이구, 형님! 왜 멀쩡한 남의 뒷통수는 핍박하시오?
당추 : 예끼 이사람, 불제자된 자가 살생을 하는 것을 보고도 모른척하란 말인가?
방백인 : 살생도 살생나름이지요. 이렇듯 남의 고혈을 빨아먹는 빈대같은 놈들은
요렇게 뱃대기를 툭툭- 터쳐버려도 시원치 않소.
당골네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소문들 들으시었소?
당추 : 소문이라니?
당골네 : 중전마마께서 회임을 하셨대요, 회임을!
갖바치 : ...
당추 : 그게 아주머니와 무슨 상관이요?
당골네 : 아니, 무슨 상관이라니요? 난정이가 승후관나으리한테 시집을 간다지 않아요?
허니 난정이 팔자가 활짝 피게 생겼다는 말이지요! 혹시 알아요? 우리들한테까지 떡고물이 떨어질지?
방백인 : 임자, 떡고물 같은 소리 말고 밥이나 차려와.
당골네 : (삐죽) 알았소. (부엌쪽으로 들어간다)
당추 : (하품하며) 밥될 때 까지 잠이나 한숨 자야겠다. (방안으로 들어간다)
갖바치 : (뭔가 심각한듯) 아우님, 나좀 보시게.
방백인 : 예에? (옷을 걸치고 갖바치쪽으로 선다)
갖바치 : (방백인의 귀에다 뭐라고 소곤소곤)...
방백인 : (흠짓 놀라 떨어지며) 하지만 형님?!
갖바치 : 이번만큼은 토를 달지말고 내 말대로 하게나.
방백인 : 형님이 그리하라시면 그리합죠... 허지만..
갖바치 : 허면 자네를 믿겠네. (다시 가죽신에 바느질을 한다)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갖바치 아저씨.
갖바치 : 오, 난정이 왔구나?
방백인 : ..난정이 왔느냐?
당골네 : (부엌에서 얼굴 내밀며) 난정아! 혼례준비는 잘 되어가는게냐?
난정 : 예..방백인 아저씨, 저 좀 보세요.
방백인 : (당황한듯)..으,응? 들어가자.
난정과 방백인 아랫방 안으로 들어간다.
갖바치 : (그 뒷모습을 보며)...!
S#29.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방백인, 윤비의 사주를 적은 종이(*)를 보며 육갑을 짚으며 주문을 외운다.
난정, 방백인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데 방백인, 긴 한숨을 토해내며 종이를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난정 : (조심스럽게) 아저씨, 어때요?
방백인 : 글쎄다..
난정 : 글쎄라니요? 아저씨같은 명복(名卜)께서 어찌 말씀을 흐리세요?
방백인 : 아들이여, 아들!
난정 : 아들이요? 분명이어요?!
방백인 : (끄덕) 암!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게야! 내 이름을 걸고 확신한다!
난정 : (활짝 펴지는)...!!
S#30. 동 갖바치 대문 앞
난정,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있다.
갖바치와 방백인, 당골네가 배웅하고 있다.
난정 : 아저씨, 제 혼례에 모두들 와주셔야 해요.
당골네 : 암, 가고말고.
갖바치 : 그래, 그날 보자구나.
난정 : 예. (기뻐서 뛸 듯이 가는)
당골네 : 에휴, 좋겠다, 좋겠어..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갖바치 : (방백인을 보며) 내 말대로 했는가?
방백인 : 예, 형님 말씀대로 아들이라고 했소.
갖바치 : 잘했네.. 들어가세나.
방백인 : 형님, 헌데 어찌 난정이에게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할것이라 말하라 하신게요?
갖바치 : 난정이를 위해서나 이 나라 조정을 위해서나 난정이가 그리 알고 있는게 모두를 위해서 좋을게야.
방백인 : 헌데 좀 께름직하오.
갖바치 : 대안, 대안해야 돼.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 (갸웃하다가)...? (따라들어간다)
S#31. 남곤 사랑채 외경
방문앞에 중치막이 서성거리고 있다.
남곤 : (E) 도총관을 방면하라는 주청을요?
S#32.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의아하게 심정을 본다.
심정 : 예, 경빈마마께오서 분명 그리 말씀하셨사옵니다.
남곤 : 음...지난번에 전하께오서 도총관을 편전에까지 불러들이시어 대작을 하셨던 일이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는데..
그리 추진해 보십시다.
심정 : 하온데 대감을 노리던 자객놈은 어찌되었사옵니까?
남곤 : 흥! 남소문 백도주란 놈이 이사람을 기망하려는게요.
심정 : 기망이라니요?
남곤 : 어린 계집을 보내 몸뚱이로 이사람의 마음을 돌려보려 합디다.
심정 : 그래서요?
남곤 : 폐일언하고 돌려보냈소이다. 내 백도주란 놈과 남소문 객주를 박살을 내버릴 참이외다!
심정 : ..하오나 그리되면 이제껏 우리에게 흘러들어오던 돈줄이 끊기게 되는 것 아니옵니까?
남곤 :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백도주대신에 다른 장사치를 앉혀두면 잘 해결될 것이외다.
심정 : (끄덕이는데)...
중치막 : (E) (방밖에서) 대감마님.
S#33. 동 방 밖 마당
중치막 옆에 황서방이 서있다.
중치막 : (방쪽에다) 희락당대감댁에서 사람이 왔사옵니다.
남곤 : (잠시후 방문열고 나오며) 무슨일인가?
황서방 : 저희 대감님께서 좌의정대감을 청하셨사옵니다.
남곤 : 나를?
S#34.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와 윤원로가 마주보고 앉아있다.
홍경주 : 자네도 출사를 해야되지 않겠는가?
윤원로 : 허허, 남양군대감께오서 시생을 위해 한팔 힘을 써주시온다면 백골난망이겠사옵니다.
홍경주 : 암, 이 늙은이가 힘을 써야하구말구. 그래 어떤 자리를 원하는가?
윤원로 : 예. 시생은 주상전하를 곁에서 보필할 수 있는 승정원이 어떨까하옵니다만..
홍경주 : 승정원?
윤원로 : 예.
홍경주 : 허허허허! 자네 농이 심하구먼. 어찌 백두에서 단박에 당상관자리를 노린단 말인가? 허허 참으로 배포도 크시구먼.
윤원로 : (진지하게) 왜요? 안 되는 것이옵니까?
홍경주 : 황해도 배천에 수령자리가 비었으니 그리 추천함세. 자고로 외직을 나갔다와야 내직의 승차도 빠른 법이거든.
윤원로 : (굳는) 시생 사양하겠사옵니다.
홍경주 : (당황하여) 뭬,뭬야, 사양?!
윤원로 : 시생 듣기로 배천 수령자리는 은자 이만냥에 팔리옵고 승지는 은자 십만량에 팔린다고 들었사옵니다.
대감께오서 어찌 시생을 이만량짜리로 보시는 것이옵니까?! 시생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홍경주 : 이,이보게!
S#35. 동 홍경주 사랑채 방 밖
윤원로, 방밖으로 나와 가다가 방쪽을 휙-돌아보며 말한다.
윤원로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판국에 나보고 촌고을 수령노릇을 하라고?!
이 윤원로를 잘못봐도 한참 잘못 보시었소! 허험! (대문쪽으로 간다)
윤원로와 스치듯 홍경주 집사가 황서방을 데리고 사랑채 방문쪽으로간다.
S#36.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 여전히 물목을 맞추고 있다.
능금, 생각에 잠겨 툇마루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선다.
능금 : 더는 못기다리겠소!!
송서방 : 뭘?
능금 : 오늘까지 좌의정대감과 단판을 짓지 못하면 길상이 목숨하고 이 객주가 날아갈 판인데
백도주아저씬 술이나 푸고 있으니!
송서방 : 도주어르신께서도 생각이 있으신게지.
능금 : 생각은 무슨 생각?!
백도주가 장씨를 데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그 뒤를 따르는 곽서방.
송서방 : 도주어르신, (깊숙히 숙이며) 아이구, 장대인 오셨사옵니까?
장씨 : 오랜만일세.
송서방 : 참으로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곽서방과도 반가운 눈인사를 주고 받는데)
능금 : (버럭) 백도주어른! 증말 길상일 죽게 내버려둘거요?! 어른이 못하시겠다면 나라도 오늘밤 월담을 해서
좌의정 모가지를 오이꼭지 도리듯 도려내겠소!
백치수 : (장씨보며) 허허, 자네가 이런 천방지축을 감당하실 수 있겠나?
장씨 : (미소)...잘만 손보면 큰 물건이 될 수도 있을 듯 싶소.
능금 : (씩씩대며) 뭐요?! 물건?!
백치수 : 능금아, 서둘지 말거라. 내 일전에 말했듯이 장대인이 네 독선생을 맡아주신다면 길상이의 목숨까지도 구해주실게다.
능금 : (장씨보며) 증말이요?
장씨 : 네 영특한 재주가 있다지?
능금 : 재주요?
장씨 : 주머닐 따는 손재주말이다.
능금 : ...
장씨 : (도포자락을 젖히고 매달린 염낭을 보이며) 어디 이걸 따봐라. 잘만하면 제자로 받아주지.
능금 : 약조하신거요.
장씨 : (미소로 끄덕끄덕)...
능금 : 백도주 어른, 지난번 맡긴 내 칼좀 빌려주시오.
백치수 : (품에서 쪽칼을 꺼내 건네며) 옛다.
능금 : (쪽칼을 받고 몇 번 손가락으로 돌리며 손가락을 푸는)...
장씨 : (보는)..
능금 : (보다가 순간적으로 장씨의 도포를 헤집고 쪽칼로 염낭을 따낸다)
일동 : (감탄)...!
능금 : (잘라낸 염낭을 장씨에게 내밀며) 잘보셨소?
장씨 : 네 솜씨가 놀랍구나.
능금 : 허면 내 독선생이 되주시는거요?
장씨 : (불쑥 능금의 뺨을 매섭게 갈긴다)
능금 : (고개가 휙-돌아가는)...!
일동 : (당황하여 보는데)...
장씨 : (여유있는 표정)...
능금 : (장씨를 휙-노려보며) 지금 뭐하는거요?! 기껏 재주 보여달래서..
장씨 : (다시 능금의 뺨이 돌아가도록 찰싹 갈긴다)..!
능금 : (이번엔 장씨에게 달려들 듯이) 이런 넨장맞을!
장씨 : (서슬 퍼런) 네 이년!
능금 : (그 눈빛에 움찔 질리는)...!
장씨 : 도둑질 재주를 몸에서 씻어내지 못한 년이 어찌 장사를 배울까?!
(백치수를 보며) 백도주, 어찌 이런 도둑년에게 장사를 가르치라는게요?
백치수 : (당황하여) 장대인..
장씨 : (능금을 보며) 네년이 손가락을 잘라 도둑질 재주를 버리기전엔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터이니 그리 알아!
(휙-돌아서 대문밖으로 가면 곽서방이 따른다)
능금 : ...!
S#37. 중궁전 마당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 앞으로 온다.
경빈 : (금이를 보며) 금아, 이리 내거라.
금이 : 예, 마마. (손에 든 비단으로 감싼 함을 건네준다)
경빈 : (함을 건네받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38. 동 중궁전 복도
경빈, 방문쪽으로 온다.
엄상궁, 경빈을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경빈 : (불쾌한 듯) 엄상궁, 지금 나를 보고 웃었는가?
엄상궁 :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늙은 상궁이 어찌 일품명부의 면전에 웃음을 흘릴수가 있겠사옵니까?
경빈 : (눌러 참으며) 음!..고하여주시게.
엄상궁 :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 : (E) (방안에서) 들라 하게.
엄상궁 : 예.. 드시지요.
S#39. 동 중궁전 방 안
경빈, 비단에 쌓인 함을 받쳐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다가 흠짓 선다.
윤비 앞에 희빈과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다.
윤비 : 경빈, 이리 내려와 앉으시오.
경빈 : 예.. (윤비 앞에 다소곳하게 앉는다)
희빈 : (E) (경빈을 힐끗보며)..경빈, 그 알량한 자존심은 다 어딜 가신게요?
창빈 : (E) (경빈을 못마땅하게 보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교태전에 앉은 듯이 기고만장을 하시더니 꼬리사린 여우꼴이시구려.
윤비 : 경빈은 어인 연유로 중궁전에 드시었소?
경빈 : 마마, 신첩은...
윤비 : 오라, 손에 패물함을 드신 것을 보니 이사람의 회임을 경하하러 발걸음을 하신게구려.
경빈 : 예, 마마! 회임을 진심으로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 (뼈있는) 호호호, 참으로 오래살고 볼 일이구먼. 경빈이 내게 경하 인사를 드리시러 오다니요?!
내 앞에 앉아계신 분이 이 사람이 예전에 알던 그 경빈이 맞소?
경빈 : ..!
윤비 : (앞에 놓인 패물함과 비단필을 가르키며) 희빈께서는 패물을.. 창빈께서는 비단을 가져오셨는데
경빈께서는 하례물로 무엇을 가져 오셨소?
경빈 : 대국서 들어온 고귀한 패물들이옵니다. (두손으로 받치며) 중전마마께오서 이 패물들을 갖추시오면
고귀하오신 품절이 더욱 빛날것으로 생각하옵니다.
윤비 : (연상위에 놓인 경빈의 패물함을 보다가 앞에 앉은 세빈을 노려본다)..
경,희,창빈 : (그 눈빛에 움찔하는)...!
윤비 : 지금 세분 빈들께서 정신이 있으신것인가?
경,희,창빈 : (긴장하여) 예에?
윤비 :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고 있는데 이나라 국모인 내게 이렇게 으리번쩍한 패물들을 두르고 다니라는게
말이 되느냐, 이 말이야?!
경,희,창빈 : ...!
윤비 : 내명부의 품절은 겉치레가 아니라 그 마음 씀씀이에 달렸다고 내 누누이 일렀거늘
이따위 패물따위로 내 환심을 사기를 바랬단 말인가?!
경,희,창빈 : (조아리며) 화, 황공하옵니다. 마마.
윤비 : 창빈, 내 이제껏 쇠귀에 경을 읽은 것인가?
창빈 : 마마, 신첩의 불찰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희빈! 어찌 이리도 아둔하단 말인가?!
희빈 : (납짝 엎드리며) 마마, 신첩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쳐주시옵소서.
윤비 : 경빈, 참으로 경빈의 마음속에 내 회임을 경하하는 마음이 들어있는가?!
경빈 : ...!..(엎드리며) 망극하옵니다..
윤비, 연상위에 놓인 패물함을 확 밀쳐버린다. 바닥에 떨어지는 패물함.
윤비 : 지금은 빈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니 이 하례물들을 가지고 물러들가시오!
경,희,창빈 : 마마!
윤비 : (버럭) 물러가라고 했다!!
경,희,창빈 : (하얗게 질려 일어나 패물함과 비단필등을 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
S#40. 동 중궁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이 하얗게 질린채 밖으로 나온다.
희빈 : (긴 한숨을 내쉬며)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저리 진노하시는게요?
창빈 : (걱정되는) 지난번 재진맥 받으셨던 일로 우리들에게 역정이 나셨던게지요.
희빈 : 어유, 어찌나 서릿발같으신지 내 서지도 않은 애를 떨굴뻔 했소이다.
경빈 : (E) 분명 무슨 수를 내야 함이야.. 무슨 수를... (금이에게 패물함을 던지듯 주고는 휙-가버린다)
희빈,창빈 : (그 뒷모습 보며)...?!
S#41. 김안로 사랑채 외경
한쪽에 황서방, 박서방, 중치막, 홍경주집사등이 몰려서서 수군거리고 있다.
김안로 : (E) 시생이 대감들을 뵙자고 청한 뜻은..
S#42.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상석의 김전을 중심으로 홍경주, 남곤, 윤임, 그리고 김안로가 둘러 앉아있다.
김안로 : 이번 중전마마의 회임에 대해 대감들의 뜻을 묻고자 함이옵니다.
홍경주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했으면 경하드릴 일이지 새삼스럽게 뜻을 묻다니요?
김안로 : 남양군대감 말씀이 백번 맞는 말씀이오나 만약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장차 이나라 왕실과 조정은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될것이 자명하옵니다.
남곤 : 혼란이라니, 그 무슨 말씀이요?
김안로 :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다음번 대통을 누가 이을것인가에 촉각을 곤두 세우시는 분들 아니옵니까?
홍경주 : 허어, 거 듣자듣자 하니..
김전 : 남양군대감, 이사람의 조카가 다른 뜻이 있어 하는 말은 아닐테니 들어보십시다.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전하와 대비전의 총애는 중궁전으로 쏠릴것이올 뿐만 아니오라
조정의 신료들중 다수가 중전마마를 떠받드는 정치세력이 될 것이옵니다. 그리된다면!
남곤 : 그리 된다면요?!
윤임 : 다음번 보위자리를 놓고 원자아기씨는 물론이고 왕실의 배다른 형제분들간에 골육상쟁이 벌어질 것은 물론이옵고
조정까지도 사분오열되어 이 나라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 이 말씀이옵니다.
일동 : 음!
홍경주 : 허면 어쩌잔 말씀이오?
김안로 : 대감들의 약조를 받고자 하옵니다.
남곤 : 약조라니요?
김안로 : 만약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대감들께오선 한뜻으로 뭉쳐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추대해달라는 약조말이옵니다.
홍,남,김 : 음!!
김안로 : 이나라 조정과 왕실의 안위를 위해 대감들께오서 대의에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드리는 것이옵니다!
남곤 : 허면 이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요?
김안로 : 대감들의 노후가 보장될 것이옵니다.
홍경주 : (가늘게 보며) 그걸 어찌 믿을수 있겠소? 하루 아침에 충역이 갈리는 세상인데..
윤임 : 이사람, 원자의 외숙부로서 대감들게 약조 드리겠사옵니다.
일동 : 음!!
S#43. 난정모 집 외경 (밤)
S#44.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의 손에서 난정의 손으로 옮겨지는 반쪽짜리 옥패.
난정 : (옥패를 보며) 어머니, 이 옥패는 잃어버리셨다고 하셨잖아요?
난정모 : 그래.. 당추스님께서 찾아주셨구나..
난정 : ...
난정모 : 언젠가 네가 어른이 되면 이 옥패를 네게 주기로 약조했지?.. 그 약조를 지킬때가 된 것 같구나.
난정 : (울컥)..어머니.. (품에 안기며 우는) 어머니..흐흑..
난정모 :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래, 난정아.. 네 어느새 에미 품을 떠날때가 됐구나... (눈물이 주르르)
S#45. 윤원형 아랫 사랑채 방 안 (밤)
윤원형, 안절부절 하고 있다.
윤원형 : (E) 허어, 어쩐다? 어쩐다?...
S#46. 어느 정자 위 (밤)
길상, 정자위에 처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S#47.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옥패를 깊이 들여다 보고 앉았다.
난정모, 그 옆에서 잠들어있다.
난정 : (다짐하듯) 어머니, 소녀 이 옥패가 반으로 잘리기전의 신분을 찾을거에요! 반드시, 반드시 되찾을거에요!
난정의 결연한 얼굴에서 깊은 F.O.
S#48. 편전 외경 (F.I)
중종 : (E) 뭣이라? 허면 도총관을 방면하란 말씀이오?
S#49.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과 남곤, 홍경주, 이유청(*), 김안로와 대신들(*), 그리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김전 : 예, 전하! 의정부신료들 뿐만 아니오라 삼사의 공론도 도총관의 무죄방면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과인도 경들의 뜻과 같소.. 허허, 오랜만에 과인과 조정의 뜻이 일치하니 참으로 기쁜일이구려!
일동 : (서로의 얼굴을 보며 끄덕인다)...!
중종 : 승지는 전교를 받들라.
김승지 : 예, 전하.
중종 : 의금부에 구금되어있는 정윤겸을 방면하고 도총관을 복작시키도록 하라!
S#50. 정윤겸 대문 앞 길
대문이 활짝 열려있고 정렴과 옥련, 그리고 양평댁을 비롯한 하인들이 도열해 섰다.
초췌한 정윤겸이 탄 사인교가 배서방의 인도로 대문앞에 멈춰선다.
정윤겸, 사인교에서 내려선다.
정렴 : (목이 메어) 아버님..
옥련 : (글썽이며) 아버님..
정윤겸 : 오냐..들어가자.. (대문쪽으로 가다가 멈춰선다)
박희량 : (하인들 뒤에서 나서며) 대감마님, 그간 고생이 얼마나 심하셨사옵니까?
정윤겸 : 렴아, 어찌 저놈이 내 집 앞에 있는 것이냐?!
정렴 : 아버님! 이번 아버님께오서 방면되시온 것은 희량이의 공이 컸사옵니다.
옥련 : 아버님, 희량도련님을 용서해주시옵소서.
정윤겸 : 배서방, 뭣하는가? 저놈을 당장 내치게! (대문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박희량 : ...!
S#51. 난정의 몽타쥬
1) 부엌 안
난정, 욕통속에 들어가 있다. 난정모와 매향이 난정을 목욕시켜주고 있다.
2) 난정 초가 방안
-난정모와 매향이 난정의 머리를 올려주고 있다.
-매향, 난정에게 연지,곤지등의 신부화장을 해주고 있다.
-원삼 저고리와 족두리를 입혀주고 씌워주고 있다.
-고운 자태의 난정의 모습에서.
S#52. 윤원형 집 초당 마당
김씨 : (E) (방안에서) 배천댁! 배천댁!
김씨, 방문을 열고 나온다.
배천댁 : (달려오며) 예, 아씨!
김씨 : 서방님께오선 출타를 하셨는가?
배천댁 : 예, 관복을 입고 나가신 것으로 보아 입궐을 하신 듯 하옵니다.
김씨 : 입궐을 하시었다?
배천댁 : 예. 아씨.
김씨 : (E) (뭔가 생각하는 얼굴위로) 설마 서방님께오서 오늘밤이 합궁날이란 것을 잊으시진 않으셨을테지.
(돌아서 방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임서방 : (초당쪽으로 급히오며) 초당아씨!
김씨 :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임서방.
임서방 : 궐안에서 기별이 왔사온데 입궐하여 중궁전으로 드시랍니다요.
김씨 : 그래?!
S#53. 중궁전 마당
김씨, 당의를 입고 중궁전 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엄상궁 : (E) 중전마마, 윤승후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S#54. 동 중궁전 방 안
김씨,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 앞에 예를 갖추고 앉는다.
윤비 : 어서오세요.
김씨 : 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오늘밤이 오라버니와 합궁하시는 날이시라 들었습니다.
김씨 :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
윤비 : 내외간에 일에 관여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닐것이나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알아두시는게 좋을 듯 싶어 불렀습니다.
김씨 : (보는) 무슨 말씀이시온지..?
윤비 : 오늘밤 두 내외분께서는 합궁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김씨 : (놀라) 예에?
윤비 : 오라버니께서는 지금 난정이와 혼례를 올리고 계실것입니다.
김씨 : (경악하는)...!!
S#55. 난정 초가 마당
마당 한가운데 초례청이 차려져 있다.
갖바치가 혼례를 관장하듯 초례청 가운데 의관을 갖춘채 서있다.
난정모, 당골네, 방백인, 당추와 동네 사내, 아낙, 조무래기들이 지켜보고 섰다.
관복을 입은 윤원형, 목안을 들고 초례청앞에 다가와 선다. (*이하 전통혼례 식순에 따른 진행)
'신랑이 참 잘도 생겼구먼' '헌헌장부일세' 등등의 수근거림이 이어진다.
곧이어 방문이 열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족두리에 원삼저고리(*혼례복)를 입은 난정이 매향의 부축을 받으며 방문을 나온다.
난정의 미모에 터지는 감탄사.
난정, 초례청 앞에 다가와 선다.
갖바치의 소리에 맞춰 윤원형과 난정이 맞절을 올린다.
윤원형과 난정, 합환주를 교환한다.
윤원형, 희희낙락한 표정..
난정, 각각의 순서를 치러내며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난정모, 눈물을 찍어내고 당추, 감회깊은 눈으로 난정을 보고
매향, 동무가 시집가는 기쁨과 섭섭함으로 웃다가.. 눈물을 찍어내기도하고..
당골네, 헤벌쭉하여 자기 일인냥 싱글벙글하고 방백인, 흐뭇해하고...
대문쪽 구경꾼들 틈에서 길상의 모습이 보인다.
길상, 난정과 슬쩍 눈길이 부딪치는 듯 보인다.
난정, 시선을 피해버린다.
길상 : (속울음이 터질 듯)...!
길상, 어디론가 가버린다.
혼례의 마지막 순서가 진행된다.
어느순간 난정의 감격에 겨운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