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 길샘 김동환 칼럼
아프리카 탄소 저감 열풍, 한국서 적정기술을 찾는다
최근 들어 아프리카 국가인 라오스, 르완다, 앙골라, 카타르, 콩고, 잠비아, 수단 등 각국의 대통령과 대사들이 국내 조그마한 강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앙골라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고 21대 국회가 마감되는 한 달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관심은 한국의 강소기업들을 신라영빈관으로 초대하여 수출, 기술 교류, 자국의 인적자원 활용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적극적 경제외교를 펼쳤다.
잠비아는 대사를 비롯하여 1, 2등 서기관을 파견하여 제조공장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으며 라오스는 국내 강소기업을 자국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탄소 중립을 위한 대응 방안과 에너지 저감 및 물 산업 분야이다.
그중에 탄소 저감과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자동차 매연감소 장치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아프리카는 운행 수단이 대부분 중고 자동차이다. 오토바이를 비롯하여 톡톡이 등에 저렴한 가격의 EID 제품을 손쉽게 부착함으로써 탄소 중립으로 가는 사회적 실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국민 친화적 국가적 판단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대통령과 대사들이 총출동하여 탄소 중립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응용하고 접목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국제사회는 탄소 중립 사회에 목표를 두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22년 10월 27일 유엔은 환경보고서를 통해 기후 붕괴 마지노선인 1.5℃ 상승을 넘어 2.8℃ 상승을 강력히 경고하면서 탄소 중립 사회로서 전환을 촉구했다. 유럽연합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 목표를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결정했다. 탄소국경세로 탄소의 이동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허술하거나 관련분야에 적용하지 못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다. 수입품을 대상으로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추가 관세이다.
수출 위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는 가장 중요한 국제적 협약에 의한 제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부, 정치, 사회적 환경에서는 어떠한 노력이나 단계적이고 세부적인 전략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만 명시적이고 포괄적인 선언형식의 정부 합동 정책만 발표되었을 뿐이다. 22대 총선에서도 지구 위기 대응에 대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공약을 내세운 후보자들은 없었다.
물론 일부 후보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탄소 중립 실행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독립적인 기후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 Watch)와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지구촌 온실가스 90%에 책임이 있는 61개국의 온실가스 배출과 탈탄소 이행 노력을 종합해 매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산출하는데 한국은 2021년 기준 100점 만점에 26점을 받아 60위로 이는 중국(38위)보다 형편없이 낮은 성적이다.
2022년 9월 국회 미래연구원은 203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탄소국경세 부담액이 8조 2,456억 원으로 수출 예상액의 11.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수출액 대비 탄소국경세 부담 비율은 석유정제 36.4%, 철강 23.8%, 운송장비 8.8% 등이다.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 전자 등도 부담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0월 26일 2050 탄소 중립 추진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가 기후 대응 선도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전과는 다르게 원료 수급 제한, 기술개발 지연 등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특성과 수출 경쟁력을 고려해 탄소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하향 조정했다.
탄소 중립을 이루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한 대책은 더더욱 전혀 없는 현실이다. 이래서 우리나라를 EU는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023년 기후 대응보증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연간 454,000t CO2 eq이다. 이는 약 360,000대의 휘발유 승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전기차 구매 시 최대보조금(니로, 아이오닉 5,700만 원)으로 환산하면 정부예산 액 2조5 천억 원과 맞먹는 규모의 지원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된 적정기술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산업단지에 입주하고 있는 S 중소기업이다.
자동차 후단 마후라에 간단하게 장착함으로써 원심분리형으로 공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완전 연소화를 통해 에너지 절약과 탄소배출도 줄이는 기능을 지닌 적정기술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설치하기도 간편하며 사후관리도 필요 없는 기술이기에 대부분 중고 차량으로 운행되고 있는 아프리카 전 지역이 깊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기술에 대한 인증기관도 없으며 정부의 지원도 틀 속에 박혀 전혀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서류에 3년간 재무제표와 4대 보험, 담보 등의 통상적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이 전부이다.
서울시도 2025년까지 4등급 차량의 녹색교통지역 운행 제한과 서울 전역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030년까지 4등급 차량의 서울 전역 운행 제한, 2050년부터 내연기관차 운행 제한의 서울 전역 확대 등이 서울시의 중장기 계획이다.
4, 5등급 차량을 운행하면서 근근이 사업을 유지하는 영세상인들에 대한 대책 방향은 없이 행정 일변도의 사업이며 소상공인들에게는 희망보다 좌절을 주는 시책발표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DPF 장착 차량 지원사업도 2025년에는 사실상 막을 내린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기 전 단계로 이 같은 적정기술을 찾아 운행은 지속하되 에너지 및 매연 저감을 통한 국제협약에 순응하는 국가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수출이라는 숙제로 대규모 건설환경 시스템에 함몰되지 말고 소소한 적정기술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인증체계의 개혁과 이에 맞는 세계시장의 판로확보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단계적으로 서민층과 국민참여형 탄소 중립의 적정기술을 도입하여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이 열린 행정이며 국민과 함께하는 기후 대응 전략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