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념논쟁의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민국 정치는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가경제 및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사상 최악인데도 정치권은 진영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대책은 무엇일까? 여야는 물론 전문가들의 종합적 지혜가 모아져야 할 시점에 문제의 핵심은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치꾼들이야 그렇다 한들 경제를 다루는 전문가들 조차 이념에 휩싸여 경제를 정치적 잣대로만 들이대는 작금의 이 상황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권력의 크기는 시간의 흐름 따라 점점더 줄어들고 있다. 과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당 총재를 겸하면서 당까지 지배했다.
대통령은 1호 당원으로 윤석열 대통령도 당을 지배한 기간은 이제 2년이지나 3년차에 들어서고있다. 여당을 통제하려면 상당한 노력에 수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은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의 크기는 시간의 함수다. 임기 전반기 누리던 권력은 후반기 눈에 띄게 약해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임덕(lame duck)'은 권력에 적용되는 엔트로피 법칙이다.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권력 감소 과정에 헌법은 단 한 자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이 있다면 권력에 관한 국민, 지식인, 언론과 여론 주도층의 인식과 태도 들이다.
민주화 이후 삼권분립이 확고해지고 총리가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당정이 분리되고, 권력 분산을 원하는 분권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커지는 정도에 따라 대통령의 힘과 권력은 점차 줄어들것이고 앞으로는 더할것이다.
인간은 권력을 확대하려는 욕망을 가지고있다. 그래서 토머스 홉스는 죽어서야 멈추는 권력욕구는 인간의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했다. 권력의 관점에서 보든 아니든 대통령 또한 인간적이라 그들이 권력을 강화하고 확장하고 남용하려는 욕구를 당연히 갖고있다.
가끔 대통령이 격노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의 감정 변화를 모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현상은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인간 스스로 자기 욕망을 억제하는 게 불가능하단 현실을 민주주의는 인정한다.
미국 민주주의 기초를 닦은 제임스 매디슨은 그런 전제 아래 욕심을 욕심으로, 파벌을 파벌로 제어하는, 상호 견제 원리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는 지도자의 감정 개성 자의성이 국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어장치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기분에 따라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고 변경되는 사건이 일상화된다면 우리는 지도자의 한계만이 아니라, 민주적 제도에 왜 동맥경화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고민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물며 한 국가를 이끄는 일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 한 명만 바라보거나, 대통령 한 사람에게 맡긴 채 손 놓고 있어서는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엘리트들은 자기 직무에서 이룬 성과가 있다면 더 나은 성취를 위해 나아가기보다 그것을 권력과 교환하려고 한다. 그것은 권력만이 진짜 보상이며, 명예회복이고 진정한 출세이기에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 자기 일에 대한 존중따위는 내팽개치고 출세에 눈먼 천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흔들리는것은 정치권력 때문이 아니라, 판사들 자신이 정치권력을 좇기 때문이다. 언론이 진영 대결에 휩쓸리는건 정당이 그렇게 유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 하나의 정당이 되려 하기 때문이다.
직업윤리가 사라진 땅에 남는 것은 쏠림이다. 새로운 권력이 떠오르고 부상한다는 소문이 들리면, 우르르 너나 할것없이 몰려들간다. 권력 중심을 향한 질주는 공공, 민간의 구분이 따로 없다. 이런 쏠림 현상이 대통령 권력의 절대 크기가 줄어도 여전히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4.10 총선이 몰고온 결과라는 외부 충격의 효과로 지금 우리 정치는 몸살을 앓고있다.
지금까지의 검찰은 대통령 임기 전반기엔 권력 지키기를, 후반기엔 자기들이 지킨 권력 무너뜨리기를 해왔다.
권력의 수호나 권력에 대한 도전 어느 것도 직업윤리에 합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회주의에 능한 검찰은 때를 기다렸다가 스스로 권력이 되는 줄을 잡았고 앞으로도 그럴것으로 보는건 하나의 기우이길 바랄뿐이다.
대한민국 다른 영역의 엘리트들도 마찬가지로 기회주의적 처신을 한다.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본분을 다했다면, 권력의 집중과 몰락의 요동도, 그 때문에 국정이 춤추는 일도 줄었을 것이다.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을 다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제왕적 권력이 하루아침에 권력의 거지로 전락해 리어왕처럼 버림받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4.10 총선 민심은 대통령 탄핵도 해보았고 포플리즘에 내로남불의 무능한 권력을 5년 만에 교체도 해봤지만 그닥 변한 것도 해결된 것도 없어서 피부로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여당은 참패했다.
그걸 잘 알다보니 엘리트들이 자기 면책을 위해 생각해낸 것이 대통령 한 명을 지목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무능과 무도함 독선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젠 누구라도 자기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만 이 위기의 정국을 극복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지향하는 정치꾼들의 넘쳐나는 사회에서 경제가 정치에 함몰되는 순간 모든 것은 소멸된다. 그래서 백년대계를 내다 보고 제도를 입안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이념논쟁에 휘말려 좌지우지 끌려 다니는 대한민국 현실은 그야말로 정치후진국이다. 힘으로 쪽수로 밀어 붙이는 정치궤도속에서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면 망망대해에 놓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웃프다.
세계적인 철학자 플라톤은 아테네의 몰락을 예견하면서 그 첫째 원인이 조작된 여론조사에 의한 바보들의 민심정치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대중들에 좌우되는 사회적 병리현상, 개인능력 외면하는 그릇된 평등관, 시민덕목 무시, 엘리트주의 부정 등 불확실한 민중과 우매한 여론이 주범이라는 경고다.
절대다수의 집단이 법 위에 서려 하는 초유의 현상이 엄습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뜨거운 가슴을 향해 묻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대로 괜찮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