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 클럽의 해산
노은파워클럽의 전신인 노은클럽은 유성구 장애인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회원이 많아지자 분가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듣기로는 지역색을 바탕으로 갈렸다. 나는 직장에서 4년 정도 레슨없이 배드민튼을 하다가 참여하는 인원이 너무 적어져서 운동을 못하게 되었다. 예전에 오랫동안 했던 테니스를 다시 할까 망설이던 중에 마누라도 운동에 관심이 생겨 여자도 같이 할 수 있는 배드민튼 클럽을 찾게 된 것이다.
다행이 집과 가까이에 있어 걸어 다닐수 있는 노은초교에 클럽이 있어 5만원씩 가입비와 4만원씩에 클럽티 구매 비용까지 한꺼번에 지불하고 가입을 했다. 마누라는 일주일에 3일씩 레슨을 받기로 하고 즉시 10만원의 레슨비도 내고 레슨을 받았다. 클럽의 김회장은 날마다 부인과 함께 체육관에 나와 항상 초보자들 난타를 쳐주기도 하고 인사 잘하고 친절하기가 그지 없어 클럽 분위기는 더 이상 좋을 수 없어 고마울 정도였다.
그런데 가입 3개월째 어느날 임시 총회를 한다고 해서 가보니 분위기가 아주 침통하고 어떤 젊은 사람이 김회장과 재무담당(회장의 부인)에게 회칙에 적립하게 되어 있는 500여 만원의 행방을 추궁했다. 회장은 그 돈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면 클럽을 해산하고 체육관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임원진 몇명은 회장편을 들어 적당히 무마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편이 갈라지니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몇일 후에 체육관은 폐쇄되고 클럽은 해산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회장에게 전화로 가입비를 반환하라는 요구를 했다. 못하겠다는 답변을 하기에 그러면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회장은 즉시 꼬리를 내리고 가입비를 돌려 주겠다고 하고 다음날 통장에 입금이 되었다. 매월초에 선불로 낸 레슨비은 단 1회만 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코치도 졸지에 직장을 잃은 판국이라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지 못했다.
클럽 해산을 받아 들릴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10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나도 참여 함)를 꾸리고 클럽을 살리기 위하여 체육관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 측과 대화를 하면서 김회장과도 계속 접촉을 시도했다.
나는 김회장이 회칙에 의하여 적립해야 하는 돈을 뚜렸한 명목도 없이 사용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할 것이니 고소를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방법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김회장과 학교측과 접촉하면서 클럽을 되살리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교장이 고집을 부리면 교육청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연락이 오면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마누라(레슨을 계속 받기 위해서)와 함께 유성구 장애인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다. 그 체육관은 장애인 전용코트와 레슨전용코트가 있어서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코트가 2개 뿐이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클럽을 만들 수가 없게 되어 있으나 그곳의 터줏대감들은 얼마나 텃세가 심하고 매너가 지저분한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예를 들자면 경기 들어가기 전에 2개의 코트에 콕을 4개씩 놓고는 이 코트에서 끝나면 즉시 다음 코트에서 경기하는 식이니 자신들이 지쳐서 더이상 운동할 수 없을 때까지 개인적으로 간 사람들은 거의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왕초보인 마누라는 레슨이 끝나면 마루 바닥에 앉아서 하는 장애인들과 배드민튼을 함께 하여 그분들에게는 대환영을 받았다.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 다들 포기한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체육관 대관에 성공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현충원 앞에 있는 덕송초교에 만들어진 덕송 클럽은 몇년 후에 덕송클럽에서 밀려나 탈퇴하고 노은초교에 노은파워클럽을 창립한 사람과 동일 인물인 김00씨다. 젊고 수완이 좋다보니 사업에 바빠 체육관에는 별로 나오지 못하지만 학교 측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회장으로써의 역할은 충분히 잘하기 때문에 김00씨가 회장일 때는 클럽의 분위기가 좋았다. 한 때 회원이 100명이 넘어 더 이상 신입회원을 받을 건가 말건가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00씨는 자신이 창립한 두개의 클럽에서 소모임을 만들어 힘을 키운 사람들에 의해 밀려 났다. 그 때마다 나 역시 그 사람들에게 갑질을 당하는 일이 반복 된 것이다. 클럽 창립자인 김00씨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속마음을 알 길이 없지만 갑질만 당해도 속이 터질 것 같은 나와는 다른 대인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