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 구만산, 남쪽에 건지봉, 곤지봉이 있으며, 가파른 오르막길과 치솟은 바위봉우리, 군데군데 암반과 절벽 으로 절경을 이루지만 산행에는 주의해야 한다. 천년에서 1년이 모자라 용이 못 된 이무기가 밀양 쪽으로 도망 가면서 꼬리로 봉우리를 치고 도망가 산봉우리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주변에 이 전설과 관 련된 기암괴석들이 있다.
산행은 청도군매전면운문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등심바위를 지나 666m봉, 대 비재를 지나 영남 알프스 주능선을 왼쪽으로 밟아 팔풍재를 지나 직진하면 정상에 닿는다. 석골사를 지나 밀양시산내면으로 하산하기 까지 5∼7시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편은 청도읍시외버스정류장에서 운문사행 시외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백과사전] *****************************************************************************************
억산(944m)은 경상도를 남과 북으로 가르는 운문산~가지산 능선의 서쪽 연장선 상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누구 던 명함을 발행한 운문산과 가지산으로 발바닥을 디밀기 때문에 억산은 다행히 낮잠을 잘 시간적 여유가 있었 다. 하지만 짖굿인 산꾼들이 볼팅이를 건드리므로 요즘은 낮잠을 자지못하고 있는 산이다.
이유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때문이다. 사람걸려 걷기가 불편함을 역겨워 남들이 찾지않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 들이 요즘은 늘었기 때문에 팔벼개를 벼고 여유를 부리던 억산도 이제는 헉헉거리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실정이 다. 2003년현재 날좀살려줘요란 비명이 가지산까지 들린다고 하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증거는 산길을 보면 알수있다. 반들거리기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다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니지않 는 길을 가시덤불을 헤치며 미끄러지며 넘어지고, 뒹굴고, 쭈르르 미끄럼도 타며 요긴가 저긴가 새길찾기에 몰두 하며 희미한 산길을 좋아하는 산꾼은 반들거리는 길은 재미가 없다. 대신 고생은 엄청나게 한다. 그래도 산오름 재미는 있다.
종주코스를 횡단하며 산행기를 쓸 때는 그때대로 자부심이 있었지만 요즘은 종주코스산오름으로 산행맛을 남들 과 느끼려 한다면 근세조선시대로 가야할 정도로 산오름도 취향이 바뀌었으므로 현실을 따라 산오름함이 현명하다.
문화재(명승고적) 운문사 : 신라 진흥왕 21년(560년) 신승에 의해 창건, 우리나라 사찰 건물중 가장 크다는 만세루, 석등, 청동호, 원진국사비, 석조여래좌상등 많은 문화재를 간하고 있고, 비구니 교육기관인 조계종운문승가학원이 설치되어 있다.
교통 1) 경부고속도 언양 IC -> 24번국도(밀양방면) 중앙고속도 산외 IC -> 24번국도(언양/울산방면) -> 경남밀양시 산내면 남명리/원서리 석골사앞
대중교통 *밀양 -석골사 입구 또는 남명리(30분 간격 운행) *언양.울산- 석남사행 버스 *청도- 운문사 행[1시간 간격, 90분 소요] [samna]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 <508> 밀양 억산~수리봉
영남알프스 봉우리 다 보이네
가운데 쩍 갈라진 봉우리
용 못된 이무기 전설 전해
우리 국토를 구석구석 훑다 보면 생긴 모양새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봉우리들이 왕왕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진안 마이산과 청송 주왕산.
도립공원인 마이산이 다소 이국적 뉘앙스가 엿보이는 암봉이라면 국립공원 주왕산은 우리 고유의
투박한 자연미를 잘 간직한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둘 모두 기골이 장대하고 이목구비마저 뚜렷해 멀리서도 한눈에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잘 생겼다.
그럴싸한 전설을 간직한 점도 흡사하다.
마이산은 승천에 실패한 산신부부의 전설이 전하고,
주왕산은 군사를 일으켜 실패한 당나라 주왕의 한이 서려 있다.
영남알프스에도 마이산과 주왕산에 필적할 만한 암봉이 하나 있다.
깨진 바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억산(億山)이 바로 그것이다.
억산은 그 자체가 영남알프스 전망대다. 억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관으로 건너편 맨 왼쪽이 깨진바위의 일부분이고, 정면이 범봉, 그 오른쪽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운문산, 맨 뒤 능선 중 한 가운데 뾰족봉이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그 왼쪽 끝이 상운산이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영남알프스의 야전사령부 격인 석골사 뒷산으로 불리는 억산은 생긴 모양이 독특해 10여 개의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 중 멀리서도 가장 식별이 쉬운 암봉"이라고 말했다.
억산 정상부는 마치 북한산 인수봉을 연상시키듯 거대한 하나의 바위 덩어리로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면 신기하게도 가운데 부분이 두 갈래로 쩌억 갈라져 있다. 그 사연이 기가 막힌 전설로 전해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용으로 승천 못한 인근 대비사 동자승이 이무기로 변해 날아가면서 그 꼬리로 산 정상부인 암봉을 내리쳐 바위가 두 동강 났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주 내용이다.
팔풍재로 이어지는 대비골과 봉의저수지와 만나는 가인계곡 사이에 위치한 억산은 산세로 봐서 가지산 운문산 범봉으로 연결되는 영남알프스의 서편 맨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는 문바위봉 농바위 수리봉 사자봉 등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져 전망뿐 아니라 경관이 빼어나 지명도에 비해 비교적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산행은 석골사~대비골~팔풍재~깨진바위~억산(954m)~헬기장~석골사 갈림길~사자봉(924m)~문바위봉(875m) 갈림길~운곡마을 갈림길~수리봉(765m)~석골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이번 코스는 대체로 무난해 초보자도 별 어려움 없이 손쉽게 다녀올 수 있다. 역순으로 돌면 무척 힘들다.
석골사 입구 원서리 버스정류장에서 석골사까지는 대략 20분. 경내 극락전 왼쪽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이 수리봉이다.
낙엽융단길은 이번 산행의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다.
산행은 절 오른쪽으로 열린 낙엽길을 걸으며 시작된다. 등로 우측은 상운암 계곡이지만 겨울 가뭄 탓에 물이 거의 없다. 3분 뒤 첫 돌탑 앞 갈림길. 억산 가는 길이지만 무시하고 8분 뒤 우스꽝스런 표정의 목장승에 걸려있는 이정표 앞에서 왼쪽 억산(3.5㎞) 방향으로 향한다. 지절대는 산새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면 이내 시야가 트인다. 발 아랜 계곡 합수점, 그 위로 치마바위가 서 있고 정면 저 멀리 함화산이 보인다.
이제부터 대비골. 바로 옆 우측 능선은 팔풍재와 딱밭재 사이의 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여기서부터 팔풍재까지의 55분은 물마른 계곡을 모두 7번 좌우로 건너면서 여유있게 완만한 경사의 겨울산을 만끽할 수 있다.
산자락을 순식간에 불태울 것 같은 만산홍엽의 흔적은 오간데 없지만 늘푸른 산죽의 호위가 신이 나고 서걱이는 낙엽길도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30여 분 뒤엔 나목 사이로 둥그스름한 암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깨진바위다.
다시 15분 뒤 마지막 계곡을 건너 지그재그길을 오르면 팔풍재 사거리. 직진하면 깨진바위의 전설이 서린 청도 운문면 대비사, 오른쪽은 운문산 방향, 산행팀은 왼쪽 억산 방향으로 간다.
깨진바위의 위협에 기가 죽지만 등로는 절벽 왼쪽 사면으로 비켜나 있다. 비록 500m 거리를 에돌아 오르지만 깨진바위까진 20분이나 걸릴 정도로 용깨나 써야 된다. 깨진바위 끄트머리에 서면 두 동강이 난 모양새가 신기하리만치 전설 그대로다. 정상석이 서 있는 억산 상봉은 좌측 바로 코 앞이다.
억산(깨진바위)은 또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불러도 될 만큼 전망이 탁월하다. 바로 앞 범봉, 그 오른쪽 뒤 둥그스런 운문산, 제일 뒤 뾰족봉이 가지산이다. 운문산 8부 능선쯤엔 상운암도 보인다. 건너편 깨진바위 왼쪽으로 문복산 옹강산, 그 앞으로 지룡산, 광산 뒤 흰색 암봉은 등심바위라 불리는 호거대다. 운문산 우측으로 천황산 향로산 정승봉 구천산 정각산이 확인된다. 북쪽 청도 쪽의 저수지와 조그만 절이 전설에 나오는 대비지와 대비사다.
하산은 정상석 앞 이정표에서 왼쪽 산내면 방향으로 간다. 참고로 오른쪽 오봉리 방향은 구만산, 가인계곡으로 이어진다. 곧 만나는 등로 왼쪽의 잇단 전망대에선 깨진바위의 위용을 제3의 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헬기장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은 석골사에서 출발해 처음 만나는 돌탑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간다. 이번 산행 중 첫 내리막으로 이후 황금 낙엽길이 이어진다. 왼쪽 10시 방향 쌍봉이 사자봉, 9시 방향은 수리봉이다.
이렇게 능선길로 30분,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사자봉을 안 거치고 산허리길로 수리봉 가는 길이어서 계속 직진한다. 이내 사자봉 갈림길. 4분 쯤 걸리는 우측 사자봉을 다녀온다. 돌탑이 위치한 사자봉 정상에는 전망이 없지만 돌탑 뒤 절벽 끄트머리에 서면 괜찮다. 발아래 기도원 뒤가 복점산, 정면 구만산 뒤로 육화산 화악산 남산이, 우측 저 멀리 통신탑 뒤로 통내산 학일산 선의산 용각산 효양산이, 왼쪽엔 문바위 북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5분 뒤 문바위 갈림길. 자세히 보면 소나무 뒤로 문바위(봉) 정상석이 확인된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제 솔가리와 낙엽이 뒤섞인 내리막길. 5분 뒤 우측에 전망대. 사자봉에선 크게 눈에 안띄었지만 이곳에서 올려다본 문바위와 그 우측 농바위는 기대 이상으로 웅장하다. 문바위 왼쪽은 북암산이다.
산내면 운곡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면 암릉길이 기다린다. 수리봉 가는 길이다. 암릉 그 자체가 전망대인 데다 주변 경관이 무척 빼어나다. 뒤돌아보면 문바위와 농바위의 위용을 또 다시 느낄 수 있다.
돌탑이 서 있는 수리봉은 운곡마을 갈림길에서 대략 18분 거리. 조망이 없어 아쉽지만 이전에 이미 훑었기에 개의치 말자.
하산은 직진하며 내려선다. 밀양 산내면을 보고 카키색 낙엽길을 걷는다. 곧게 뻗은 송림길도 지난다. 20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 석골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 뒤 30분쯤 더 내려서면 절 못미친 일방통행 갈림길. 여기서 주차장은 2분 거리이다.
# 떠나기전에
-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억산 위치 잘못 표기
들머리 석골사 경내.
억산(億山)이란 이름은 '수많은 하늘과 땅 그리고 우주'라는 의미의 억만건곤(億萬乾坤)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온다. 즉 하늘과 땅 사이의 수많은 명산 가운데 명산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들머리 석골사는 신라 진흥왕 때 비허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었지만 한국전쟁 때 소실된 후 20여 년 전 불사, 지금은 내세울 만한 문화재가 딱히 없다. 여름철 천둥처럼 굉음을 쏟아내는 폭포가 일품이지만 지금은 이마저 겨울 가뭄으로 물이 말랐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 억산 위치가 잘못 표기돼 있음을 지적해 둔다. 바로 이웃한 범봉 자리에 억산이라 오기돼 있고, 억산 자리에는 그냥 깨진바위라고 적혀 있다. 또 한 가지. 오래전 사자봉과 수리봉에는 조그만 돌탑 하나만 달랑 서 있어, 초행길 산꾼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에 오른 사자봉과 수리봉에는 흰 나무판자에 각각 '사자바위봉 924m' '수리봉 765m'으로 적혀 있다. 지금까지 사자봉은 927m, 수리봉은 767m, 776m로 혼용됐지만 국제신문 제2대 산행대장 최남준 씨가 교통정리를 해 나무에 걸어 놓았다. 고마운 일이다.
# 교통편
- 서부터미널 출발, 밀양행 고속버스 최근 생겨
부산역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린다. 무궁화호(3700원) 오전 7시25분, 7시50분, 9시5분, KTX(7600원) 오전 7시15분, 8시30분, 9시45분 출발.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밀양역 앞에서 1-1번 등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900원. 밀양터미널에서 얼음골 또는 석남사행 버스를 타고 석골사 입구 원서리 정류장에서 하차. 오전 8시, 8시30분, 9시5분, 9시45분, 10시40분. 2700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 곧바로 밀양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가 최근에 생겼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3800원. 날머리 원서리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45분, 4시15분, 4시50분, 5시45분, 6시15분, 6시55분, 7시45분에 있다. 2700원. 밀양터미널에서 부산행 고속버스는 매시 정시에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이 차를 놓칠 경우 밀양역으로 이동, 부산행 경부선 열차를 타면 된다. 수시로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을 이용할 경우, 언양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석남사행 버스로 갈아탄 후, 석남사 정류장에서 다시 밀양행 시외버스를 바꿔타야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경주 봉계 직진~밀양 상북~밀양 석남사 24번 우회전~석남사~얼음골 입구 지나~남명초등학교 지나~석골(대경노래가든 입간판) 우회전~석골교~석골사 주차장 순.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부산일보
[산&산] <321> 밀양 억산
처음엔 험준한 산세에 "억"… 정상에선 기막힌 절경에 "억"
▲ 용을 꿈꾸던 이무기가 도망치다가 꼬리로 내려쳤다는 억산 깨진바위에 섰다. 이무기가 멱을 감았다는 대비지가 가운데 아래에 보인다. 그 뒤로 북 영남알프스와 비슬지맥의 산들이 산 너울을 이룬다.
'부산·울산·경남 산꾼들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한강 이남의 가장 아름다운 산군(山群)'. 바로 영남알프스입니다. 억산(億山·954m)은 영남알프스의 두 번째 고산인 운문산(雲門山·1,195m) 왼쪽에 있습니다. 이 산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산입니다. 산 이름은 '억만건곤(億萬乾坤)'에서 나왔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수많은 산 중에 최고의 산이라네요. 당찬 자부심만큼 멀리서 보면 산세가 험준해 산행 초입부터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산입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산그리메에 '억!'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산이기도 합니다. 일부 산꾼은 억산이 '억(화폐 단위)을 벌게 해 준다'며 새해에 표석을 붙잡고 부귀와 사업번창을 빌기도 한답니다. 유명세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이 가득한 억산에 다녀왔습니다.
영남알프스 운문산 왼쪽 위치 '억만건곤'에서 산 이름 유래
산행 초입 신라말 창건 석골사 이무기 전설 담은 깨진 바위도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에서 불거진 운문산은 운문지맥의 두꺼운 산 주름을 긋는다. 지맥 출발선에 있는 억산은 바통을 구만산으로 잇는다. 운문산~구만산 환종주의 중심 산이다. 산행코스는 석골사에서 올라 억산 남릉으로 붙는다. 남릉에 오르면 운문산을 오른쪽에 두고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팔풍재 구간은 수월하다. 팔풍재에서 범봉(962m)까지는 힘깨나 쓴다. 범봉~딱밭재 사이는 넉넉한 내리막이다. 하산길은 운문산 기암과 상운암 계곡의 물소리로 신난다. 대비골과 상운암 계곡이 만나는 합수점부터 석골사까지는 온통 '명품 탁족처'다. 들머리 날머리는 계곡이지만 막상 산에서는 물을 보충할 데가 없다. 식수를 넉넉히 준비하자. 산행 거리 8.8㎞. 충분히 쉬어도 5시간 정도면 끝난다.
석골사(石骨寺) 입구 석등을 지나면 길 오른쪽 아래에 높이 10m의 석골폭포가 보인다. 억산과 운문산의 자잘한 골이 품어낸 물이 흐른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옥수다. 바라만 봐도 시원하다.
등산로는 석골사를 통과하거나 우회해도 된다. 일단 절 안으로 들어갔다. 절은 극락전과 칠성각, 요사채 2곳이 있다. 아담하다. 본래 절 이름은 석굴사(石窟寺). 신라 말 비허 조사가 지은 암자로 추정된다. 비허는 도반인 보양 선사와 함께 태조 왕건의 고려 건국을 도왔다. 그 덕에 고려 때는 9개의 말사를 거느렸다. 조선 건국으로 절은 쇠퇴를 거듭하다가 조선후기 영조 11년에 승려 의청이 중창했다. 절은 임진왜란 때 왜적의 화를 입지 않아, 의병과 피란민들이 모이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전쟁 즈음에 빨치산의 소굴이 된다며 관공서에서 절을 불태웠다. 현재의 절은 1962년 신도와 주민들이 다시 지은 것이다.
절 뒷문으로 나와 숲길을 7분 정도 오르면 억산·운문산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 비탈로 올라 자잘한 너덜을 밟고 10분 남짓 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을 택한다. 여기서 묘까지는 15분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고도가 380m에서 490m대로 오르기에 조금 버겁다.
묘부터는 억산 남릉이다. 외길이라 이정표를 따르면 무리가 없다. 솔과 참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던 운문산이 쉼터에 앉으니 어엿하게 드러난다. 영남알프스 제2의 고봉답게 마루금이 두텁고 뚜렷하다.
쉼터를 지나면서 산등성이 군데군데 전망대가 있다. 억산 정상이 멀리 보인다. 남릉에서 보면 툭 튀어나온 바위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다. 억산의 대표 브랜드인 '깨진바위'는 남릉보다는 억산 북릉 쪽인 경북 청도 땅에서 봐야 오묘한 맛이 살아난다.
가풀막과 씨름하다 보면 북암산 방면 이정표가 나온다. 우회전해 다시 나무터널로 들어간다. 바람이 시원하고 그늘이 넓어 밥 먹기 알맞은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정상까지는 5분 정도. 그늘이 없어 햇볕을 그대로 받는다. 화강암 너덜로 포장한 듯 돌길이다. 정상은 화강암 암반이다. 청도산악회가 세운 표석은 정상 높이를 944m로 표기했다. 반면 국토지리정보원(이하 지리정보원) 2만 5천 분의 1 지도는 954m이다. 산행팀은 지리정보원의 높이를 따랐다. 문제는 억산의 위치다. 지리정보원의 지도는 억산을 동쪽으로 1.5㎞쯤 떨어진 범봉에 표시했다. 명백한 오류다. 수정이 필요하다.
정상 조망은 탁월했다. 영남알프스의 운문산, 그 뒤로 가지산의 산 너울이 늠름하게 다가온다. 북쪽을 대하니 비슬지맥의 대왕산, 발백산이 운문호 뒤에서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운문호 오른쪽으로 낙동정맥의 단석산, 백운산이 빗장을 친 듯 막고 섰다. 산들은 겁을 주거나 위협하지 않고, 넉넉한 산세와 올곧은 마루금으로 산꾼의 눈을 보듬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50m가량 비스듬히 내려서면 깨진바위가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억산 북릉 자락에 있는 대비사에서 주지 스님과 상좌가 수양했다. 상좌는 밤마다 뭣에 홀린 듯 밖으로 나갔고, 이를 이상해 여긴 주지 스님이 뒤를 밟았다. 상좌가 대비사 앞에서 옷을 벗고 못으로 뛰어들자 이내 몸이 이무기로 변했다. 놀란 주지 스님이 "거기서 무얼하느냐?"라고 호통 치자, 상좌는 "1년만 있으면 천 년을 채워 용이 되는데…"라며 억산으로 울면서 도망쳤다. 이때 이무기가 꼬리로 산봉우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꼭대기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고 한다.
바위는 이무기의 한을 반영한 듯 V자 모양으로 날카롭게 갈라졌다. 깨진바위의 길이는 130여m 갈라진 틈은 20m가량이다. 벼랑에 서서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니 천인단애 그 자체다. 까마득한 낭떠러지에서 골바람이 위로 솟구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절벽에서 돌아서서 오른쪽 진달래 군락지로 난 등로로 다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예전엔 이곳을 내려올 때 밧줄을 이용했는데, 요즘엔 나무계단이 설치돼 한결 수월하다.
7분 정도 가면 팔풍재다. 청도 금천면 사람들이 밀양 산내면 송백리 팔풍 장에 갈 때 넘었던 고개였다. 청도 사람들은 '억산 아랫재'로 부른다. 여기서 대비사, 운문산, 상운암 계곡으로 길이 갈린다. 운문산 쪽으로 간다.
팔풍재부터 제법 길이 가파르다. 정상을 밟은 뒤 이런 된비알을 접하면 산행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15분쯤 오르면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호거대, 운문사로 갈 수 있다.
갈림길에서 범봉까지는 15분 남짓. 범봉(962m)은 억산보다 높지만 산세나 조망은 억산의 기세에 눌렸는지 평범하다. 범봉 표석에 누군가가 유성펜으로 '자강불식(自彊不息:스스로 힘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함)'이라 써놓았다. 좋은 글귀지만 표석을 훼손한 것 같아 안타깝다.
범봉에서 딱밭재까지는 무난한 내리막이다. 15분 정도면 닿는다. 딱밭재의 유래는 '전에 닥나무가 여기 많이 있었다'는 설과 이 고개부터 운문산이 시작돼 '딱 기가 막힌다'는 설로 나뉜다.
딱밭재부터 다시 숲길로 내려선다. 울퉁불퉁한 너덜이 이어진다. 30분 정도 느긋하게 걷는다. 계곡 물소리가 조금씩 커질 무렵 왼쪽 언덕 사면에 동굴이 있다. 올라가 봤더니 동굴이 비닐로 막혔다. 사람은 없고, 초·향냄새가 가득했다. 기도터이지 싶다.
기도터에서 이정표를 잇달아 지나친다. 상운암 계곡의 기암들이 하산 길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전망대에서 치마바위를 바라봤다. 돌로 주름을 만든 듯 신기하다. 졸졸대던 물줄기가 시원한 소리를 낸다.
올라올 때 만났던 등산 안내판을 지나니 석골사다. 전망대에서 석골사까지 30분 정도. 석골사 옆 석골폭포에서 발을 담그며 산행을 마무리했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