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이 슬슬 휴전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러우전쟁 휴전을 위한 특사를 지명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읽혀집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키스 켈로그 미국 우선주의 연구소 안보센터장을 러우 특사로 지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우전쟁 특사라는 자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유세때부터 자신이 취임하면 하루만에 종전을 이루겠다고 확언한 바를 실천하는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 트럼프 당선인이 구상하는 휴전안은 이른바 한국식 종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추론은 러우전쟁 특사로 지명된 켈로그가 이미 지난 4월 만든 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따른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래전에 미국 우선주의 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만들고 이미 해결책을 도출해 놓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에게 빼앗은 영토를 돌려주고 우크라는 나토의 가입을 포기하는 조건이 담겨져 있습니다. 또한 양국의 경계선에서 수 km 완충지대를 만들어 나토의 유럽 동맹국 병력이 지키게 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이른바 1953년 한국식 종전의 양상을 띠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계선은 평화 협상이 끝나는 시점의 전선으로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안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양 모두의 반발을 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동맹국 병력이 평화유지군 명분으로 우크라에 10만 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방측에서 러우전쟁의 전세가 역전될 가능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서방측이 현재 전선을 동결한 상태로 휴전한 뒤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킬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의 영토를 서부는 폴란드, 중부와 동부는 독일이,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북부는 영국이, 흑해 연안은 루마니아가 각각 관할하려 한데는 것이 러시아 측의 주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의 점령지를 즉각 찾지 못한다해도 휴전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빼앗긴 영토와 나토가입과 바꾸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서방언론들은 젤렌스키가 우크라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게 빼앗긴 상황에서 휴전 협상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전쟁이 일어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입장에서 무엇보다 나토가입이 최우선이라는 조건을 내건 셈입니다.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나토가입만은 챙겨야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젤렌스키의 이같은 희망에 대해 러시아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당초 전쟁이 일어난 가장 핵심 요인이 바로 우크라의 나토가입 문제였는데 그것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켈로그 특사의 구상과도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그렇다면 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가입에 목을 매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우크라에 존재하는 우크라 민족주의 세력이 주된 이유입니다. 우크라에는 반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 국민들과 친러시아계 국민들이 있습니다. 친 러시아계 국민들은 아무래도 러시아와 유대관계를 맺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우크라계 국민들은 러시아라면 치를 떨만큼 반러시아정서가 강합니다.오랫동안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사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무명의 코미디언에서 일약 일국의 대통령이 된 배경에는 우크라 민족주의 성향의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젤렌스키 후보는 반 러시아와 친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표를 대거 획득했지만 그의 심중에는 반러시아 정서가 훨씬 강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반러시아적 성향을 노골화했습니다. 지금도 젤렌스키 배후에서 상황을 조종하는 세력은 우크라 민족진영세력들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나토에 가입하라는 입장입니다. 나토에 가입하는 것만이 러시아로부터 우크라를 지킨다는 확고한 믿음때문입니다.
일단 나토국들로부터 가입해주겠다는 확답을 얻은 뒤에 휴전협상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휴전을 한 뒤 나토 평화군이 우크라에 들어와 우크라를 지켜주는 사이 우크라는 자체적으로 힘을 기르고 어떻게 해서든지 핵무기를 개발해 러시아가 감히 도발을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우크라 민족주의 진영의 생각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체인 우크라입장에서 판세를 뒤집지 못할 전세를 유지하기 보다는 일단 휴전에 임하되 나토가입을 확답받고 후사를 도모하자는 쪽으로 방향 설정을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젤렌스키입장에서는 이들 민족주의 진영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대선에서 재선은 커녕 이런 저런 사건에 연루돼 법정에 서야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또한 일단 나토에 가입 확답을 얻는다면 자신이 반러시아 우크라인들의 염원인 나토가입을 이룬 업적을 내세울 수 있고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해 재선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젤렌스키가 나토가입에 목을 매는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우크라의 나토가입만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특사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측과 만나 협상을 해도 그다지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젤렌스키가 죽어도 양보못하겠다는 나토 가입건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지 않고서는 협상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나토가입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우크라와 나토가입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러시아측의 주장이 양국의 입장에서는 둘 다 설득력을 갖기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휴전을 놓고 더욱 진흙탕 전쟁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를 매우 정확하고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러우전쟁이라고 하겠습니다.
2024년 11월 3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