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 정부 성공 초석 놓겠다”… 경기 분당갑 보선 출마 공식선언
이재명 겨냥 “시민 심판 피해 떠나
참담한 배신이자 무책임의 극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6·1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8일 “분당뿐 아니라 성남시와 경기도, 나아가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통해,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라며 6·1국회의원 보궐선거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올해 3·9대선에서 연이은 야권 단일화로 국민의힘에 후보 자리를 내줬던 안 위원장이 대선 두 달 만에 열리는 보궐선거에 다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12년 장기집권이 이어진 성남시는 ‘조커가 판치는 고담시’로 전락했다”라고 했다. 이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행위이자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분당갑을 ‘제2의 고향’이라고 언급하며 지역 연고를 강조했다. 안 위원장이 과거 기존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 선거를 치를 때 “상계동을 떠나지 않겠다”라고 수차례 밝혔던 만큼, 이번 출마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이어져 왔기 때문. 분당갑은 20대 총선을 제외하면 보수정당이 줄곧 독점해 온 ‘텃밭’이기도 하다. 안 위원장은 “새로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떠나는 마음이 아쉽다”면서도 “(분당은) 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안랩’이 있는 곳”이라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때, 저는 이곳의 발전 가능성을 예상하고 안랩 사옥을 누구보다 먼저 세웠다”고 주장했다. 분당갑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병관 전 의원에 대해 “저는 제 기술로 창업한 사람이고 (벤처기업인 출신인) 김 후보는 투자자였다”라며 차별화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에서 열릴 대통령 취임식 준비 현장을 둘러보며 인수위원장으로서 사실상 마지막 행보를 마쳤다.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한 안 후보는 9일 후보자 추가공모에 신청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안 위원장이 분당갑에 공식 도전장을 내면서 그가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당갑 지역의 전략공천 또는 경선 가능성에 대해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박민식 전 의원과 장영하 변호사 등이 분당갑 지역에 공모를 신청한 가운데, 당 지도부는 경선과 단수공천 모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당초 3일까지였던 인천 계양을과 경기 분당갑 지역 공천 신청자 마감 일시를 9일까지 늦춘 것을 두고도 사실상 안 위원장을 위해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경선을 진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전략공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안 위원장이 후보로 선출된다면 차기 당권과 대권에 연달아 도전하겠다는 계획에 일단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며 “원내 재진입에 성공할 경우 당내 기반을 확대할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정수 기자
이재명 “위험한 정면돌파 결심”… 국힘선 대항마 윤희숙 부상
李, 인천 계양을 보선출마 선언… 대선패배 59일만에 정계 복귀
‘책임’ 11번 꺼내며 “전국 과반승리”
윤희숙 “후안무치 피의자 도주계획”… 국힘, 여론조사뒤 전략공천 논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제 정치적 손실 위기, 위험을 다 감수하고 행동으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위기의 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3월 10일 대선 선대위 해단식 이후 59일 만의 초고속 복귀다.
이 전 지사는 자신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이어져 온 ‘대선 패장의 방탄용 출마’라는 비판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6·1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전 지사는 이날 등판 첫 무대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향해 날을 세우며 ‘대선 2라운드’를 예고했다.
○ 기자회견서 ‘책임’ 11차례 언급
이 전 지사는 이날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출마가 당을 위한 ‘선당후사’의 출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저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책임’이란 단어도 11차례 언급했다. 그는 “어제 새벽 3시까지 열심히 쓴 제 회견문의 핵심 키워드는 ‘책임’”이라며 “제 정치적 손실 위기, 위험 다 감수하고 행동으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결과의 책임은 제게 있다”며 “책임지는 길은 어려움에 처한 당과 후보들에게 조금이나마 활로를 열어주고 여전히 TV를 못 켜시는 많은 국민께 옅은 희망이나마 만들어 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제가 사실 (대선 패배의) 죄인 아니겠는가. 문 밖에 나가기가 힘들었다”면서도 “문 대통령께서 고생했다고 술 한잔 주시겠다고 해서 갔다 왔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 첫날부터 ‘대선 2라운드’ 예고
이 전 지사는 복귀 첫 무대부터 국민의힘을 직접 거론하며 거침없는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저의 출마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결단의 한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1기 내각’을 겨냥해 “(경기) 대장동에서 해먹고, (제주) 오등봉에서 해먹고, (부산) 엘시티에서 해먹고, 오물이 덕지덕지한 사람이 도둑을 막아보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정치 철새처럼 민주당 양지인 지역으로 떠나놓고, 출마 결심을 밝히는 선언문부터 국민의힘 핑계를 대고 있다”며 “진정으로 책임의 길에 나서고 싶다면, 선거에 나갈 것이 아니라 성실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이 전 지사의 대항마로 윤희숙 전 의원의 등판론이 부상하고 있다. 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한 피의자 도주 계획”이라고 이 전 지사의 출마 선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자체 여론조사를 거쳐 인천 계양을 전략공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 이날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동일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확답해야 한다”는 것을 공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지역구에 별다른 기반이 없는 윤 전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권오혁 기자, 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