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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는 파랑과 빨강이 보고싶다면, 겨울 울진 컬러풀 동해여행 by스포츠서울
먼셀 표색계에 있는 모든 파랑을 표현하고 있는 울진 앞바다. |
한없이 푸른 색이 보고싶다면, 겨울 울진 동해여행.‘찬바람 비껴불어 휘도는 곳에 미련을 두고 온 것도 아니라오’. 아득히 먼 곳이란 노래의 시작이다. 얼마나 멀었으면 아득하다기까지 할까. 아무튼 경북 울진을 갈 때면 늘상 이 노래가 떠올랐다.
울진이 가까워졌다. |
그런 ‘아득히 먼 곳’ 울진이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5년 전만해도 5시간은 족히 걸렸다. 봉화를 거쳐 불영사 계곡을 휘감아도는 길은 멋지지만 느리기 짝이 없다. 특히 남쪽 후포까지 가려면 무조건 6시간 가까이 잡아야 했다. 제 아무리 슈마허에 필적하는 운전솜씨를 지녔대도 그랬다. 일단 차량도 F1 머신이 아니고, 고정식 씨니 이동식 씨니 질주하는 차를 지켜보는 단속의 눈은 어찌할 것인가.(1시간 아끼려다 12시간 일을 해야 벌금을 낼 수 있다.)
그래도 꾸준히 울진을 갔다. 6시간 걸리던 것이 4~5시간으로 줄더니 이젠 거의 3시간 대(그래봤자 거의 3시간40분 정도지만)에 진입했다. 양산업체의 차량 성능 개발 속도가 파격적으로 늘어난 덕도 있지만 사실은 길이 좋아진 이유가 가장 크다. 덕분에 파란 물, 그 새파란 물을 자주 볼 수 있어 좋다. 기분이 썩 좋아진다. 특히 겨울엔 더욱.
울진의 바다는 더없이 파란색을 자랑한다. |
맑은 날엔 춥다.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대륙성 한대 고기압(시베리아 고기압) 때문이다. 북서 계절풍까지 불어닥치면 슈퍼맨 입김처럼 모든 것을 얼려버리려는 듯하다.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파랗고 볕도 노랗지만, 막상 나가보면 바로 신음소리가 새나온다.
맑은 겨울, 눈이 시린 울진의 풍광. |
얼마 전 울진에 간 날이 딱 그랬다. 청아하고 화창한 햇살에 속으면 안되는 것을 알았지만, 눈 뜨고 당했다. 강원도 삼척과 붙은 나곡해양낚시공원에서 낚인 것은 그때까지 나 뿐이었다. 둔할까봐 ‘돕바’를 벗어놓고 나선 것이 잘못이다. 잔교를 따라 걸어가다 정신이 바싹 들었다. 불어온 칼바람이 고어텍스와 오리 가슴털을 뚫고 피부에 꽂혔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빙과류와 비슷한 온도(체감온도 영하 12도) 속에 돌아다녔음을 깨달았다.
울진 나곡바다낚시공원. |
하지만 눈이 시린 이유는 온도 때문 만이 아니었다. 블루 중 블루. 파랑 속 파랑이 바로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시광선 중 유일하게 반사된 세룰리안(산화코발트) 블루와 터키 블루, 코발트 블루 광선은 내 안경은 물론 수정체을 투과해 단숨에 망막에 꽂혔다. 시리도록.
이 아름다운 울진의 바다는 실로 먼셀 표색계에 있는 모든 파란색 계열을 나타내며 남쪽 후포항까지 이어지게 된다.
울진 죽변 폭풍속으로 세트장. |
죽변항 ‘폭풍 속으로’ 세트장을 올랐다. 그저 드라마 세트장이라 부르기엔 호사스러운 풍광이다. 역시 푸른 바다가 밀려드는 오목한 해안 언덕에 예쁜 붉은 지붕 집이 수평선을 마주하고 들어앉았다.
울진 죽변 등대. |
예전에 함께 있던 교회당은 철거됐지만(종교적이 아니라 안전상의 이유로) 색상대비가 도드라지는 이층집이다. 산죽이 우거진 뒷 동산에는 새하얀 등대가 섰다. 바다와 집, 등대 그리고 파도와 댓잎소리. 이건 반칙이다. 너무 예쁘지 않은가.
울진 죽변 폭풍속으로 세트장. |
차가운 하늘도 파랗다. 파워에이드에서 청크린(변기세정제)으로 이어지는 푸른 색의 변화는 어느 계절에도 볼 수 없는 것. 매우 낮은 온도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문을 열면 울진의 파란색이 비집고 들어올 듯 하다. |
덕분에 360도 상하좌우로 펼쳐진 푸른 세상을 질주할 수 있다. 구불한 기성망양 해안도로를 달렸다. 하얀 포말이 이끄는 블루가 멀리서 해안으로 밀려든다. 향기를 맡으려 차를 잠깐 세웠다. 푸른색이 비집고 들어올까봐 차문도 조심스레 열었다 얼른 닫아야한다.
잠시 뻗은 손에도 묻어나고 결국 마음에도 묻혀 서울까지 왔다. 잠시전 열어본 주식 포트폴리오 역시 파랗기만 하다.
울진 해안도로 역시 근사하다. |
울진이 푸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그럼 청진이게?) 붉기도 하다. 매일 아침 이글이글 떠오르는 해가 붉고 비친 바다도 붉다. 바닷속에 사는 게가 특히 붉다. 새빨간 홍게(붉은대게)와 좀 덜 붉은 대게가 스멀스멀 기어다닌다.
이 푸른 물 속에 붉은 게가 산다. |
울진 겨울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게’다. 금어기가 끝나는 12월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대게는 봄을 향해 점차 살이 차오는데 지금부터는 꽤 먹을게 많다. 붉은대게가 먼저 살이 차오른다. 예전 아파트 앞 트럭에서 팔던 ‘빨간색 빨대’같은 텅빈 게를 연상하면 안된다.
겨울 울진여행의 백미, 바로 대게다. 후포 왕돌회수산. |
울진 문어도 빼놓을 수 없다. 왕돌회수산. |
후포항 대게집 왕돌수산에서 뻘건 놈들과 마주 앉았다. 두툼한 다리를 쭉 펴고 쟁반 위에 앉았다. 다리를 집어 뜯으면 맛살같은 것이 단번에 쑥 빠지듯이 주욱 나오는데 대나무 장대처럼 탄성이 좋다. 바로 입에 넣고 앞니를 다물고 뽑으면 달달한 살만 입안에 남는다. 달달한 향에 부드러운 맛, 씹는 느낌은 탱글탱글하다. 쪄먹는 것만 맛있는데 아니다. 통째 냄비에 넣고 탕을 끓여도 시원한 국물맛이 좋다. 게딱지는 장과 함께 밥을 비빈다.
울진 후포 스카이워크. |
이상도 하다. 배가 부르니 다른 색도 보인다. 안압이 올랐나보다. 후포항 뒷편 등기산에는 하얀 등대가 있다. 전광판에는 총천연색 화면이 흐른다. 그 위엔 바다 위로 이어지는 스카이워크가 생겼다. 총연장 135m의 스카이워크는 해발 50m 높이에서 글자 그대로 ‘하늘을 걸어볼’ 수 있는 시설이다.
겨울 울진에서 만난 풍경은 그림같다. |
눈앞엔 시원한 풍경이, 발밑엔 아찔한 광경이 펼쳐진다. 울진군은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기간(3월1~4일)에 맞춰 개장할 예정이다.
울진 매화리 작은 마을에 벽화거리가 생겼다. 이현세 선생 작품을 테마로 했다. |
울긋불긋한 것이 또 생겨났다. 이름도 고운 울진군 매화면 매화리에 벽화마을이 생겨났다. 전국 곳곳에 있는 여느 벽화마을이 아니다. 모두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으로 꾸몄다. 담벼락엔 명작 ‘공포의 외인구단’의 오혜성과 백두산, 최관, 하국상이 그려졌고, 맞은 편엔 블루엔젤의 하지란 형사가 트렌치코트를 펄럭이며 다가오고 있다. 몇 발짝 더 걸어가면 아마게돈의 한 장면이다.
벽화마을에서 만난 하지란 형사(블루엔젤). |
울진 출신인 이현세 작가의 작품들이 마을 어귀부터 골목 담장까지 모두 덮었는데 어찌 그렸는지 ‘디테일’이 아주 좋다. 만화책을 보는 듯하다. 어린시절 주전자가 끓고 있는 난로 옆에서 보던 만화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만화계의 거장 이현세 선생은 본지에 개미지옥, 버디 등 다양한 작품을 연재했던 터라, 개인적으로 특히 친근감이 든다.
울진 매화리 벽화마을. |
목욕탕 건물 앞 매화작은도서관은 ‘매화만화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고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도서관에선 지옥의 링,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등 이현세 유명작품집을 비롯한 만화책 500여 권과 일반도서 500여 권 등 1000여 권의 읽을거리를 마련해 놓았다.
울진 해안도로 역시 근사하다. |
잠시 앉아 ‘공포의 외인구단’ 1권을 읽었다. 이 책은 예전에도 화제작이었다. 망원동 작은 만화방에서 다음권의 출간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달려가 찾아 본 기억이 살아났다. 아!…, 동해안 울진의 작은 마을에서 잃어버린 어린 시절 기억의 한 페이지를 찾았다. 어느 쪽에서 어린 까치가 엄지에게 말하고 있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
2018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
대게 줄다리기 행사. |
축제 중 특별경매도 열린다. |
산지의 싱싱한 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
여행정보
- 들러볼만한 곳=매화 벽화거리는 매화면사무소를 중심으로 매화4길을 따라가면 된다. 나곡 바다낚시공원은 바다 위에 인공 낚시잔교(130m)를 만들어 놓았다. 미끌한 갯바위보다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고 그냥 풍경을 보러도 많이 찾는 곳이다. 낚시를 하면 5000원, 관광객은 1000원 만 내면 된다.(054)781-8037~8
- 먹거리=임금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대게는 5월까지 제철이다. 2월부터 살이 찬다. 울진군은 연안대게 생산량 국내 1위다. 후포항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인데 이곳 대게가 맛있기로 소문났다. 후포항 여객터미널 옆 왕돌회수산은 가마솥에 삶는 대게로 유명하다. 속이 꽉찬 대게를 잘 골라 맛있게 쪄 상에 올린다. 후포 토박이 주인이 게를 찌고 회를 뜨면, 여수 출신 안주인이 맛깔나는 찬을 만들어 영호남 복합 밥상을 차려낸다. 물론 제철 대게야 당연히 맛있는 것이고 우럭탕과 횟감, 문어찜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 축제=2018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3월1~4일 열린다.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한마음·부두 광장 일원에서 펼쳐지는 축제에는 맛좋고 영양가 높은 울진대게와 붉은대게가 대거 ‘출동’한다. 대게 특가 경매와 요리 시식 등 먹거리 관련 이벤트는 물론, 월송 큰줄 당기기 등 전통 민속놀이,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펼쳐진다. 이 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울진=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