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꺄,꺄아아아아아아악!!!!!!!!!!!!!!!!! "
한국 병원 2층의 병실.
작은 병실 안을 울려퍼지는 여자의 고함소리.
..
.........
" 다,당신들 뭐에요!!뭔데 남의 병실에..!! "
분홍색 환자복을 입은 여자가 자신의 병실에 서 있는 낯선 두 남자를 보며 말한다.
두 남자는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여자의 고함 소리에 당황한 듯 하다.
" 아.저,저기 그러니깐 오해 하지말고!!.. "
" 우리 그런 나쁜 사람 아니다 "
붉은 머리와 노란 머리의 두 남자는 여자의 반응에 당황한 듯
손을 내저으면서 까지 부정한다.두 남자 역시 병원복을 입고 있다.
" 다,당장 나가세요!! "
여자의 말에 오히려 더 당황한 듯 여자에게로 다가서는 두 남자.
하지만 여자는 손에 들린 비개를 남자들에게로 던진다.
" 나가,나가!!!!!!!! "
그러자 혹시라도 의사들이 올까 당황했는지 붉은 머리의 남자가
여자의 입을 손으로 막는다.그러자 읍읍 소리를 내는 여자.
그리고 노란 머리 남자가 다급히 문을 잠근다.여자는 발버둥을 치지만
남자들은 그제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쉰다.그리고 여자의 손을 막던 입을 놓는다.
" 당신들 뭐에요!!이 병실은 출입 금지라고요!! "
" 알아,하지만 일단 진정해 봐 "
" 우린 그냥 여기 누가 병실을 쓰나 궁금해서 들어온거야.
니가 그렇게 반응하면 우리가 꼭 나쁜 놈 같잖아- "
노란 머리 남자의 말에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됬는지
입술을 꾹 깨물며 자리에 앉는 여자.남자들도 여자의 옆에 앉는다,아니 앉으려
했지만 무섭게 자신들을 노려보는 여자의 눈빛에 보호자 침대에 털썩 앉는다.
" 쳇,손님 대접이 엉망이군. "
노란 머리남자가 툴툴 거리며 의자에 앉는다.그러자 붉은 머리 남자가
그의 뒤통수를 내려친다.퍽 소리가 나고 노란 머리의 남자가 붉은 머리의 남자를
노려보며 소리를 지른다.
" 왜 때려!!니가 내 머리에 전세 냈냐!!! "
" 시끄러,맘대로 쳐들어온건 우리다.손님이 뭐니하는 거 굉장히 웃긴지 않나? "
" 재수없어.너 잘난 척 할 때마다 짜증 팍팍 나는 거 알아? "
" 나도 너 재수없다. "
남자의 말투가 기분이 나빴는지 입술을 내민 채
툴툴되는 노란머리의 남자.여자는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묻는다.
" 그런데 두 사람 내 병실에는 왜 들어온거야 "
" 말했잖아-우리는 그냥 이 병실이 누가 쓰나 해서 들어온거야 "
" 그걸로는 설명이… "
" 조금 부족한 것 같군,하긴 진해찬 머리에 든게 없으니 설명할 수 있는게 없겠군. "
붉은 머리 남자의 말에 노란머리 남자,아니 해찬이
그를 노려본다.하지만 반박할 수는 없나보다.여자는 붉은 머리의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 우선 간단히 소개부터 해야겠군,난 대영고등학교 장설효다.19살이고,
이 녀석은 인현고등학교 진해찬이다.역시 나랑 나이는 같다.
이 녀석의 학교와 우리 학교는 평소에 사이도 안 좋고 나와 이 녀석도 사이가 안 좋다.
서로 만나면 무시하는 일이 많고,이왕이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하지만,학교
사이에 싸움까지 서로 피해가지는 못 하지.나와 이 녀석의 학교가 오늘 싸움이 났고
이 녀석과 나는 싸우다가 결국 누구도 승리하지 못 하고 서로만 다쳐서 이 병원으로 왔지.
하지만,재수없게도 의사는 이 녀석과 같은 병실을 주더군. "
" 뭐가 재수없단거야!!나도 너랑 같은 병실 싫다고!! "
해찬이 설효의 설명을 잘라먹으며 소리 지르고
설효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해찬을 노려본다.그 모습은 상당히 위협적이였고
결국 해찬은 여자의 눈치를 한 번 보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제서야 다시 말을 이어나가는 설효.
" 깨니깐 이 녀석과 같은 병실이더군.녀석과 나는 간단히 타협했지.
병실에 앞으로 몇 주 간 같이 있어야 할텐데 서로 무시하고 싸우고만 있을 수 없으니깐
병실에 입원해 있는 기간만이라도 타협하자고 말이다.그렇지만,너의 병실과 다르게
우리 병실에는 냉장고도 TV도 없다,더군다나 우리는 노트북 같은 것도 없지.
결국 우리 둘이서 할 건 아무 것도 없단 말이지.그러다 이 녀석이 밖을 좀 돌아다니자고
해서 나온건데 니 병실 앞에 출입 금지라는게 이 녀석의 쓸데없는 호기심을 키운거지.
그래서 우린 니 병실에 들어왔고 우리 또래의 여자아이가 있고,너의 병실에는 우리의
병실에 없는 것들이 있으니 잠시 구경하고 있었던 것 뿐이다.별 다른 의도는 없었다. "
그렇게 말하는 설효의 뺨이 알게모르게 살짝 붉게 물들어있다.
설명을 듣고 아까까지 굳어 있던,웃을 줄 몰랐던 것만 같았던 여자의 표정이
펴진다.빙그레 웃는 여자.그 미소에 표가 날 정도로 빨갛게 물드는 설효의 얼굴.
해찬의 볼 역시 만만치 않게 붉게 물들어 있다.
" 너희 둘 되게 재밌다.거기다가 나랑 또래라니,난 이 병원에 몇달 있었지만
내 또래 아이는 처음 봐!이 앞 병실이라구?그럼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네- "
" 당연하지.우리도 너처럼 심심하니깐 자주 놀자고!!니 병실에는 맛있는 것도 많은데!!
혼자 다 먹을 수는 없으니깐 나눠 먹자고!! "
해찬이 웃으며 얘기하고 여자 역시 웃으며 대답한다.
그리고 설효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그리고 해찬에게 손짓하고,
해찬 역시 창 밖이 어두컴컴해지려는 걸 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 잠깐! "
여자의 부름에 설효가 살짝 고개를 돌리고 해찬도
문 손잡이를 돌리려다 고개를 돌린다.
" 니들 병실 이 앞이라고 그랬지? "
" 응!!바로앞이야!!놀러와도되!!뭐 먹을 건 없지만 말이야!! "
" 난 김한비야,김한비.너희랑 나이도 같고 "
" 한비?!이름 이쁘네-진짜 이쁘다.그럼 우리 내일 또 올께- "
쾅.문이 닫히고 한비는 한참을 두 사람이 간 자리를 본다.
그리고 그녀의 조그만 입술이 달싹이며 그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 장설효…진해찬. "
그리고 문을 닫고 복도에 나온 설효 역시
조그맣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 김한비,한비라…. "
" 야야,한비 예쁘지 않아?난 진짜 걔 처럼 예쁜 애는 처음 봐- "
해찬 역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은 채 설효에게 묻는다.
아주 잠시 설효가 인상을 찌푸리지만 곧 해찬을 앞 질러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해찬도 잠시 한비의 병실을 돌아보다가 싱글벙글 웃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
.........
..
..
......
부시시한 머리로 자리에서 일어난 해찬
일어나자 마자 눈을 비비더니,슬리퍼를 끌며 어디론가 가 버리는 해찬.
잠시 후 설효도 눈을 비비며 일어선다.그 때 해찬은 이미 병실 안에 들어오고 있었다.
" 화장실 복도 끝에 있어- "
" 안 물어봤다 "
그 말과 함께 슬리퍼를 끌고 나가는 설효.
설효의 뒷모습을 보고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스럽게 말하는 해찬.
" 싸아가지 없는 놈- "
하지만 곧 그 일을 잊은 듯 싱글벙글 어제와 같이 웃음을 달고
병실을 나오는 해찬.그리고 두리번 주위를 살피다가 한비의 병실 문을 연다.
문이 열리고 병실에 들어온 해찬은 신나는 발걸음으로 보호자 침대에 앉는다.
" 아침부터 왔어? "
" 어라-자고 있는거 아니였어? "
한비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묻는 해찬.
그러자 빙긋 또 다시 미소를 짓는 한비.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이 여자의 미소는 참 예쁘다
라고 생각하는 해찬이였다.
" 누가 이 시간까지 잠을 자니,한참 전에 깼어 "
" 그런데 안 일어나고 왜 침대에 누워있어? "
" 힘들어서.일어나면 움직여야되고 움직이면 힘이 들거든 "
그 말에 갑자기 한비의 뺨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해찬.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빨개지는 한비의 뺨이였다.
그리고 해찬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문이 열리고 설효가 보인다.
해찬이 황급히 손을 내리고 설효는 그 장면을 못 봤는지 터덜터덜 냉장고 쪽으로 향한다.
" 음료수 있냐 "
" 으..응?음료수,있어. "
" 좀 마신다 "
" 아.그래. "
어색한 듯 고개를 벽 쪽으로 돌리는 한비.그리고 설효가 해찬의 옆에 앉으며
해찬의 귀에 조용히 속삭인다.
" 무슨 짓 할려고 했냐 "
" ..무,무슨 짓은!!!아무 짓도 안 했어!!웃깄고 있어-아씨.갑자기 찾아와서!!
난 밥 먹으러 갈꺼야!!!이쁜 누나가 밥 준단 말이야!!넌 여기서 평생 있던가!!!! "
쾅-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힌 채
병실 밖으로 나가는 해찬.그런 해찬을 보며 피식 웃고 마는 설효였다.
한비가 고개를 돌리고 설효를 향해 궁금한 듯 묻는다.
" 뭐라고 했길래 저렇게 당황해? "
" 아무것도 아니다.뭐,녀석도 찔리는게 있으니깐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 "
재밌다는 듯 빙그레 웃는 설효의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딱딱해 보인다고 착각한 한비였다.
한비는 몸을 조금 일으킨다.그러자 설효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며 묻는다.
" 넌 어디가 아프냐 "
" 어? "
" 어디가 많이 아프니깐 특실을 쓰는거 아니냐? "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묻는 설효의 말에 잠시 아무말 못 하는 한비 .
한비의 곤란한 표정을 보고 음료수를 한 모금 더 마시며 말하는 설효.
" 부담 갖지 마라.말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
" 아,아직은.나중에 얘기해줄께 "
그러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료수를 마저 마시는 설효.
아무래도 두 사람만 나란히 병실에 있기에는 아직 사이가 조금 서먹서먹하다.
거기다가 사교성 좋은 해찬은 아까 전에 당황해서 병실로 가 버렸으니 말이다.
한비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였지만 설효가 조금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잠시후,병실 문이 열리고 해찬이 고개를 빠꼼히 내민다.
" 장설효.밥 먹어-이쁜 누나 밥 주고 갔어. "
" 알았다. "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서며 보호자침대를 침대 아래로 밀어넣는 설효.
그리고 음료수병을 쓰레기통에 넣는다.해찬은 설효가 나오기도 전에 쾅 문을
닫고 다시 병실로 쏙 들어가버린다.벽에 걸린 자켓을 한 번 보더니.
" 이제 한겨울이다.저런 옷 입으면 안되니깐 가족한테 따뜻한 걸로 갔다 달라고해라.
심심하면 얘기하고.밥 먹고 해찬녀석 데리고 다시 올테니깐. "
" 아,고마워. "
" 별 거 아니다 "
설효가 문을 열고 나가고 잠시 벽에 걸린 자켓을 만지작거리다
달력을 보는 한비다.
" 벌써 12월달이네…. "
..
........
...
잠시후.
밥이 조금 늦게 오는 한비도 밥을 다 먹었는데,이상하게도
다시 온다던 설효와 해찬은 머리카락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 핏 "
왠지 서운함을 느끼는 한비였다.
항상 혼자 병실에 있어서 그런지 쓸쓸함을 느끼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아주 잠깐씩이라도 딱 두 번이였지만 왠지 그 애들과 있으면 즐겁다.
동갑인 아이라서 그런가?
그때.
콰앙-문이 요란하게 열리고 병원 복을 입고 코 끝이 빨개진 두 사람이보인다.
한비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핌을 느낀다.
두 사람의 손에는 조그마한 눈사람이 들려있다
" 지금 밖에 눈 온다,한비야!!우리 옥상에 올라가자!! "
"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쌓여간다.옥상에 아무도 없으니깐 가도 될거다.
하지만 넌 옷이 없는데….가도 되냐 "
" 응,괜찮아.감기는 잘 안 걸리거든!! "
실은 감기는 잘 걸리지만,왠지 지금 눈을 맞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한비는 얼른 걸려 있는 옷을 입었다.
그러자 해찬이 창가에 눈사람을 올려놓고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한비의 머리
위에 푹 눌러 씌어준다.
" 가자- "
..
...
끼이이이익-
듣기 싫은 소음과 함께 그 세 사람은 옥상 위로 올라왔다.
해찬과 설효의 말 처럼 눈이 조금씩 오고 있었다.
바닥에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눈을 보며 빙그레 웃음을 짓는 한비.
아까부터 한비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설효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그건 한비의 손을 꽉 잡은 채 한비의 표정을 일일이 주시하던 해찬도 마찬가지다.
" 정말 눈 온다 "
" 그럼 우리가 거짓말 할 줄 알았어?칫. "
" 녹기 전에 실컷 즐기는게 좋을거다 "
설효가 난간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말하고,
한비도 천천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다.비틀비틀 조금 위험해 보이는 발걸음.
아마 오랫동안 잘 걷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 괜찮아-?옆에서 잡아줄까? "
" 아니.괜찮아!!우리 눈 싸움할까? "
한비가 눈을 손으로 잡으며 말하고 해찬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재빨리 상자 위로 쌓인 눈을 손에 담아 뭉친다.
한비 역시 바닥에 쌓인 눈을 모아 동그랗게 뭉친다.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싱긋 서로를 보고 웃고는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설효에게로 눈을 던지는 한비와 해찬
파악-
눈 뭉치 두 개가 설효의 등에 맞고 떨어지고 설효는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돈다.그러자,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눈을 뭉치기 시작한다.
그러자,설효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여 눈을 뭉친다.
" 너희 오늘 살아서 못 간다 "
" 우와우와-그거 진짜 겁나게 무섭네- "
" 헤헤- "
두 사람은 웃고 있지만 실은 무서운가 보다.
웃는게 별로 자연스러워보이지 않으니깐 말이다.잠시 후,
설효가 똘똘 뭉친 꽤나 단단해 보이는 눈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해찬을 향해
날라간다.듣기에도 무서운 퍽-소리가 (파악-도 아니였다) 들리고 해찬이 울쌍을 짓는다.
" 뭐야!!!난 이렇게 세게 안 때렸단 말이야!!!! "
" 여자는 못 때리니깐 한비꺼 까지 니가 맞는거다.
왜 싫나?기사도 정신이 그렇게 없으면 안되지. "
픽-한비는 설효의 말에 픽 웃어버리고 해찬은 설효의
말에 반박조차 하지 못 한 채 울쌍을 짓고 해찬을 본다.
그러자 한비가 눈을 똘똘 뭉쳐서 설효의 얼굴로 던진다.다시 한 번 파악 소리가 나고.
설효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 괜찮아-난 맞아도 안 아파!!나도 때려 "
" 후회 안 할 자신 있나? "
" ..응!!! "
그리고 해찬도 설효도 한비도,누가 먼저랄 거 없이
서로 자신의 아래에 있던 눈을 뭉친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그들에게로 내린다.
..
.......
.............
....
" 에,에취!!! "
" 바보같이 감기 이렇게 쉽게 걸릴거면서 "
어제 하루 사이 이미 몇년을 만난 친구처럼 친해진 세사람.
어제 실컷 즐겁게 놀고 난 후 감기에 걸려버린 한비를 투덜되며 간호하는 해찬.
하지만 말만 투덜이지 그의 모습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그런데 이 새낀 어디 간거야.폼은 있는대로 다 잡고 병원복만 입고…. "
" 미안하다.폼만 있는대로 잡아서 말이지. "
" 어-어라,왔네.설효야!! "
" 뒤에서 욕하는 거 좋은 버릇 아니다 "
순식간에 나쁜 놈이 되버린 해찬은 실실 웃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한비가 자신의 눈 앞을 가리는 물수건을 이마 위로 살짝 올리며 설효를 본다.
그러자 무언가가 한비의 쪽으로 떨어지고 한비는 자기가 맞는가 싶어 살짝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뜨자 자신의 얼굴 바로 옆에 있는 약봉지.
" 감기 하나 걸려서 끙끙되는 꼴이라니,넌 역시 여자군. "
" 그럼 내가 남잔 줄 알았어? "
설효의 무뚝뚝한 말에 입술을 빼죽 내밀며
한쪽 손을 뻗어 약 봉지를 쥐는 한비.해찬은 두 사람을 보며 잠깐 표정을 굳힌다.
하지만 곧 한비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웃으며 다른 수건을 차가운 물에 담근다.
" 음료수 좀 마신다 "
" 응,실컷 마셔.어차피 난 음료수 별로 안 좋아하니깐-거기다 감기라서 "
" 나도 음료수 줘,장설효- "
" 싫다.니가 직접 움직여라. "
그 말에 울컥 했는지 해찬이 손에 쥐고 있던 수건을
설효의 얼굴로 던진다.그리고 정통으로 얼굴에 수건을 맞은 설효.
그리고 설효의 얼굴에 붙은 수건이 주르륵 떨어지고 설효는 손에 들고 있던
캔을 콰악 힘을 주어 쥔다.그러자 안에 들어있던 음료수가 튀고 캔은 찌그러진다.
그 상황을 보는 한비는 움찔해서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 잠시 후 쾅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설효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해찬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후였다.
" 으으.....진해찬!!!!!!!!!!!!!!!!!!!!!!!!!!!!!!! "
...
.............
" 괜찮냐.혼자 있어도 되겠냐 "
" 응,난 괜찮아.감기 자주 걸리거든- "
" 그러게 어제 그냥 있으라고.. "
그러자 강하게 고개를 젓는 한비.
설효는 한숨을 쉬고 걱정스럽게 한비의 이마에 손을 짚는다.
그러다가 조용히 자신의 이마를 한비의 이마로 가져간다.
설효의 갑작스런 행동에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는 한비.
" 아직도 열이 심하군.하지만 아침보다는 많이 나아진것 같으니깐
수건 조금만 더 열심히 갈고 푹 쉬어라. "
" 알았어. "
" ..휴,둔하게 어제 그렇게 오래 놀았으니. "
" 그래도 후회는 없어 "
계속 어제의 일을 들먹이는 설효를 보며 한비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한다.
설효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 그래.나도 어제 일은 즐거웠다.덕분에 우리가 조금 가까워졌으니깐.
하지만,지금은 좀 배가 고프군.진해찬 녀석 손도 좀 봐줄 겸 점심 먹고 올테니깐
역시서 기다려라.간호사가 오기 전에 온다. "
" 알았어.대신 빨리 와야되-나 배고픈건 진짜 못 참아 "
" 알았다 "
살짝 웃어주고 문을 닫고 나가는 설효.
설효가 웃는 걸 처음 봤다.원래 학교에서도 냉혈인간으로 유명한 설효의
웃음은 한비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
......................
..
달칵-
" 어,왔어?근데-설효는? "
" 설효자식?간호사누나랑 무슨 얘기한다고 갔어.이거 보여? "
불쑥 자신의 이마를 내보이는 해찬.
혹이 약간 튀어나와있다.한비는 아프겠다는 듯 불쌍히 해찬을 쳐다본다.
해찬이 울쌍을 지으며 보호자 침대에 앉아 수건을 짠다.
" 어쩌다 그렇게 됬어?설효가 뭘로 때렸는데? "
" 그 미친놈이..!!아씨,아까 그 캔을 그냥 던지는거야-난 그래도 수건이였잖아!!
아파 죽는 줄 알았다니깐!!하여튼 성질은 뭐 같아서!! "
딸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아무 말 없이
수건을 갈아주는 해찬.피식 해찬의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웃음을 터뜨리는 한비다.
" 뭐냐.저 녀석 또 내 욕 했냐 "
" 어?풋,아니야.아니야.그냥-그냥,너무 귀여워서 "
" 저 자식이?한비 너 눈이 좀 안 좋군.저 자식이 귀엽다니. "
" 뭐??야,니가 안 인정해서 그렇지 나 이래뵈도 학교에서 큐트보이라고!!! "
피식.그 말에 피식 웃어버리는 설효.
설효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소리를 지르는 해찬.
" 야!!!!너 계속 웃는데!!!진짜라니깐!!!!!나 우리학교에서 제일 귀여운놈이야!!!! "
" 누가 아니라고 했나.?왜 흥분하고 그러나.웃기는군. "
" 으으으으..!!!..야!!!!!내가 제일 귀엽다고!!!!!!!!!!!!!! "
이제는 무시하기로 했는지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설효.
그런 설효의 모습이 화가났는지 설효의 옆에 딱 달라붙는 해찬.
" 야야!!나 귀엽다고!!!우리학교에서 제일 귀엽다고!! "
" 알았다고 하지 않았냐.왜 계속 귀찮게 하냐 "
" 아씨!!너 솔직히 속으로 비웃고 있지!!!응!!너 같은게 무슨 큐트보이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그렇지!!? "
" 응 "
" 뭐!!!뭐뭐,뭐라고!!!?야야야!!!!!!!!!나 진짜 우리 학교에서 제일 귀엽다고!!!!!!!!!! "
...
..............
....
딸칵-
저녁을 치우고 해찬은 불을 끈다.
이미 아까 전 겨우 '그래.니가 니네 학교에서 제일 귀엽다'라는 말을 들은 후
뭔가 찜찜함을 느끼며 침대에 눕는 해찬이였다.
분명 인정받긴 했는데 이 찜찜한 기분은 무엇이란 말인가.
잠시후,해찬도 설효도 서로가 안 보이는 상태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자고 있을 지도 모르는 두 사람.
그러다 잠시 후 해찬의 목소리가 들린다.
" 장설효- "
아까 전과 사뭇 다른 진지한 목소리.
하지만 설효는 대답이 없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들리는 해찬의 목소리.
" 야,장설효- "
" 왜 부르나 "
설효를 부르고 대답을 들은 후에도 아무 말이 없는 해찬.
답답한 듯 설효가 입을 열려는 순간,해찬의 목소리가 들린다.
" 너도 한비가 좋냐 "
..너도.
분명 너도 라는 말이 들어간 걸로 봐서는 직접 듣지 않아도
해찬이 지금 한비에게 마음이 가 있단 걸 알 수 있다.
" 너도?그 말은 꼭 니가 한비를 좋아한다는 것 처럼 들리는군 "
" 그래,좋아해. "
해찬의 직접적인 말에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자 해찬이 다시 입을 연다.
" 웃긴다고 생각하겠지,당연하지.한비랑 우리 만난지 이제 삼일째니깐. "
" ..웃긴단 생각하지 않았다 "
" 난 처음이야.아껴주고 싶다고 생각한 여자. "
" .. "
다시 설효에게서는 아무 말이 없다.
머리를 쓸어넘기고 한숨을 쉬는 해찬.
" 너도 좋아하지. "
" ..그래,부정하지는 않는다 "
" 역시,너랑 나는 어쩔 수 없이 평생 라이벌인가보다 "
..
.........
....................
.......
몇주가 지났다.
그들은 그 사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좋은 친구가 되 있었다.
" 진해찬!!나 고기만두 먹고 싶어!!먹고 싶다니깐!! "
" 알았어!!씨바!!나 짐싸야된단 말이야!!좀만 참아봐- "
아침부터 자신들에게 오지도 않고 퇴원 준비에 바쁜 해찬과 설효에게
화가나서 괜히 투정을 부리는 한비였다.
그랬다.
드디어 그들의 퇴원일이다.잠시후,해찬 보다 먼저 짐을 다 챙긴 설효가
바로 학교에 가기 위해 교복을 입은 채 한비의 병실 문을 열었다.
" 왜 왔어-짐이나 싸지 "
" 걱정마라.퇴원한다고 너 버리지 않는다 "
" 누,누가 나 버릴까봐 걱정한대..우,웃기지마.멋대로 상상하고 있어 "
" 매일 올께,외롭지 않게 할께.그러니깐.너도 감정에 좀 솔직해라 "
한비는 잠시 머뭇하다가 목이 메인 목소리로
교복을 입은 설효에게 말한다.
" ..약속..지..켜..나 버리면 안되...알았지..?.. "
" 그래,걱정마라.사나이는 약속을 지킨다. "
한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는 설효.
그러자 설효의 팔을 끌어당기는 한비.잠시 후,펑펑 설효를 안은 상태로 울어버리고 만다.
그것도 아주 어색한 자세로 안겨버린 설효는 얼굴이 빨개진다.
" ..으으...하으으....으으.. "
" 우,울지마라. "
여자를 한 번도 달래 본 적 없는 설효는 안절부절 못 하고,
그 때 병실 문이 삐꺽 열린다.하지만 한비는 아직도 펑펑 울고 있고
설효만 고개를 돌린다.그러자 해찬은 둘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뒤를 돌아 나가버린다.
문이 세게 쾅 닫히고,해찬의 모습을 보고
한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자리에 눕히는 설효.
그리고 조용히 방 밖으로 나온다.그러자,커피 자판기 옆에 보이는 자신과 해찬의 짐.
" ..젠장.. "
설효는 괜히 커피자판기를 발로 찬다.
아무리,미워도 이제까지 정이 있었으니깐.
몇주간 하나의 정도 안 쌓여다면 거짓이니깐.라이벌이긴 해도 친구니깐.
..
.............
.......
...
" 진해찬,너 하루 종일 뭐가 좋아서 싱글벙글이냐 "
" 몰라도 된다,새꺄- "
어제의 일을 보고 해찬은 굳은 결심을 했다.
더 늦기 전에 자기 마음을 한비에게 고백하자고,이제는 정말 그럴 때가 됬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고생 없이 지겨웠던 수업을 들은 해찬이였다.
그리고 수업이 마치자마자 자기 친구들을 두고 날다시피 뛰어 근처 꽃집으로 향하는 해찬.
" 흐와흐와 "
꽃집 앞에 도착하자 꾸깃꾸깃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편다.
여자아이들을 캐 물어 알아낸 제비꽃의 꽃말.
그리고 웃음이 끊이지 않은 채 꽃집으로 들어가는 해찬이다.
딸랑-예쁜 종소리와 함께 해찬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꽃을 포장하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고 해찬을 본다.
한 편,해찬은 무슨 꽃을 살지 정하지 못 한 건지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기 바쁘다.
" 무슨 꽃을 찾으세요? "
" 여자한테 고백할 때 어떤 꽃 주면 좋아해요? "
해찬의 질문에 포장하던 손길을 멈추고 잠시 천장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는 여자.해찬은 무슨 말이 나올까 그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잠시후,그 여자가 조용히 웃으며 얘기한다.
" 보통엔 장미꽃 같은 걸 많이 사다줬는데,요즘은 남자분들이
꽃말이 멋진 꽃들을 찾으시더라고요.여자분한테 고백하실거면 꽃말이 아름다운 꽃과
함께 고백하는게 어떨까 싶은데요? "
" 난 그런거 모르는데요. "
" 네? "
여자가 포장하던 손길을 다시 멈추고 무슨 소리냐는 듯 해찬을 본다.
그러자,짜증스럽게 툭툭 발로 땅을 치며 말하는 해찬.
" 꽃말같은거-그런거 모른다구요.그러니깐,좀 가르쳐주세요 "
" 아.그럼 제비꽃은 어떠세요?제비꽃은 진실한사랑이라는 의미거든요.
제비꽃도 예쁘게 포장해서 주면 여자분은 감동 받을지도 모르죠- "
" 그럼 그거 50송이만 주세요 "
..
.............
똑똑-
" 누구세요- "
" 나,해찬이 "
드디어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만화책을 탁 덮고
잠긴 문을 힘껏 노려보는 한비.
" 이제와? "
" 응,문 열어줘.할 말 있어 "
" 싫어 "
한비의 대답에 밖에서 꽃을 뒤로 숨긴 채 서 있던 해찬이
당황한 듯 흠흠 헛기침을 하고 다시 한 번 말한다.
" 문 열어줘- "
" 만두 안 사줘서 안 열어줄꺼야.집에 가던가 "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으로 꽃다발을 만지작거리는 해찬.
그리고 한숨을 쉰다.한비는 만화책을 다시 들며
재밌다는 듯 웃음을 머금는다.지금 해찬이 얼마나 당황한지 모른채.
" 알았어,만두 시켜줄테니깐 우선 문부터 열어.나 춥단 말야-할말도 있고 "
" 문 열려있습니다- "
끼익.잠시 후 문이 열리고 한비가 만화책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자
더운지 추운지 얼굴이 잔뜩 빨개진 해찬이 보인다.
흠흠,빨개진 얼굴로 헛기침을 한 번 더 하고 뒷짐을 쥔 채 한비에게로 걸어오는 해찬.
" 너 오늘 좀 이상하다? "
" 어?아,으응 "
정말 이상한 녀석이야.
라고 생각하며 다시 만화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한비.
한참을 침묵을 지키는 두 사람.잠시 후,한비의 만화책이 해찬의 손에 의해
탁자 위에 올려지고 한비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해찬을 노려본다.
" 뭐야-누님이 독서 좀 한다는데 "
" 할 말 있어.이거만 들어 "
그러자 팔짱을 낀 채 어디 해 보라는 듯 해찬을 보는 한비.
그러자 한참을 시선을 돌리다가 겨우 한비와 눈을 맞추는 해찬.
한비는 아까부터 이상한 해찬의 행동에 조금씩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해찬을 본다.
그리고,
불쑥 준비해두었던 제비꽃이 담긴 꽃다발을 한비의 앞으로 내미는 해찬.
한비는 잠시 당황하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짓는다.
" 뭐야,나 생일 아직 남았는데 "
" 알아.이건…,아씨.이건… "
해찬이 어떻게 말할지 몰라서 한참을 이리저리 고민 중일 때,
한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 …말…하지마 "
" ..김한비.. "
" 말 하지마,듣기 싫어..하지마.. "
한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하고 해찬도 고개를
숙인 한비를 쳐다본다.잠시후,툭툭 침대 위의 하얀 이불을 적시는 한비의 눈물방울.
해찬은 당황한 듯 한비를 쳐다본다.
" 야…울지마,왜 울어.난 꼭 받아달란 소리 안 했어.난 그냥…, "
" 너랑 나 친구잖아 "
한비의 말에 한비의 눈물을 닦아주려던 해찬은 손을 멈칫한다.
그리고,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 그래…너랑,난 친구지 "
" ..그런 뜻 아니야..하지만,하지만..너랑..설효.
내 첫 친구야.난 친구 같은거 없었어.어릴 적 부터 몸이 약했어.
학교 같은건 커녕 유치원도 못 다녔어….나한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
나랑 나이 같은 친구들…너희가 처음이였어.아직…,아직 너흴 잃고 싶지 않아서 "
해찬이 고개를 숙인 한비를 본다.
상처가 많아 보이는 여자.그래서 한 없이 아껴주고 싶은 여자,지켜주고 싶은 여자.
처음 느낌이 그랬다.왠지 슬퍼보이는 그녀를 자신이 꼭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이젠 자신이 그 여자 없으면 살 수 없단 걸 알아버린 해찬이다.
" 그래,꼭 받아달란 소리는 아니였어.아직 아닌건 나도 알아.
그냥,내 마음 알고만이라도 있으라고 "
하지만 오늘 하루종일 들떠 있던 해찬의 얼굴이
지금은 많이 슬퍼보인다.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해찬의 얼굴.
조용히 꽃다발을 탁자 위에 얹는 해찬.한비도 고개를 들지 못 하고 눈물만 흘린다.
잠시후,한비의 눈물이 마를 쯤.
그들의 어색한 침묵이 깨질 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오빤가봐 라는 한비의 목소리에
후다닥 꽃을 가지고 옷장 안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해찬.
" 들어오세요- "
딸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해찬이 궁금증 섞인 눈으로
살짝 문을 열고 밖을 본다.그러자 보이는 빨간머리,설효다.
그리고,방글방글 아까까지의 일은 잊었는지 웃으며 놀래킬 생각을 하는 해찬.
그리고 한비도 미소지으며 인사를 하려고 한다.하지만,
" 좋아해 "
해찬도 한비도 순간 동작을 멈추고 만다.
무엇을 하고 왔는지 몰라도 굉장히 힘든지 젖어있는 눈의 설효가 꺼낸 한 마디에.
" ..뭐..라고..? "
" 좋아해,좋아한다.김한비. "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된단 말인가.
연달아 두 번이나 고백을 받은 한비는 얼굴이 이미 싸하게 굳었다.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과연,그들이 진정으로 친구로 내게 다가온 것 일까
하는 못된 생각이 말이다.
자신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차가워진 한비다.
" 궁금한게 있는데 말이야,설효야 "
" 말해봐라 "
" ..너랑 해찬이,나한테 친구로 다가온 건 맞아? "
한비의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설효의
두 눈동자가 빤히 한비를 본다.
" 웃긴단 생각이 들어,너도 해찬이도 날 좋아한다는데….
과연 처음에 나와 친해진 것도 친구로 친해진게 아니라.
이성으로 다가와버린건지 말이야 "
" 그런 건 아니다.물론,널 좋아하는건 맞다.처음 널 보는 순간 반한것도 맞다.
하지만,결코 너에게 우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
아마 해찬은 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쩔쩔 맸을 것이다.
하지만,똑부러지는 설효의 대답.
정말로 그런건지 아니면 한비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런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비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조용히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 둘 다 나가 줘.오늘은 니들 보기 싫다 "
...
............
..
그 후로 그 둘은 수업이 마칠 때 마다 어김없이 한비의 병실을 찾아갔다.
그 때의 고백 따위는 잊어버렸다는 듯한 둘의 행동.
한비 역시 예전처럼 웃고 있지만 세 사람은 이제 뭔가 틀어져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수없다.
..
그리고,사건은 한비의 생일 이틀 전에 터졌다.
................
........
" ...미친녀석,너란 녀석이 내 아들인게 원망스럽다 "
화악 표정이 굳은 채로 또 다시 패싸움을 하고 돌아온
해찬을 보며 말하는 해찬의 친 아버지.평소에 사이가 안 좋던 터라
해찬 역시 그를 무시하고 올라가려 하지만,뒤에서 들리는 친아버지의 목소리는
그를 화나게 하기 충분했다.또한 슬프게 하기에도.
" 너희 어머니와 이혼했다. "
......
..
콰앙-
" 제기랄 "
병원에 향하는 길.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걸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는 해찬.모두들 슬금슬금 해찬을 피하지만 해찬은 입술을 꾹 깨물고
아까의 말만 되감아생각해본다.꽉 깨문 입술과 전봇대나 벽을 무자비로 치던
손에는 피가 흐르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않는다는 표정.
" 죽고 싶다 "
..
.........
죽고 싶다고 중얼거리던 해찬의 발걸음은 항상 그를 웃음짓게
하는 한비의 병실로 향했다.문을 삐그덕 열자,곤히 자고 있는 한비가 보인다.
한비의 가까이로 다가서 한비의 자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해찬.
그리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제 껏 참아왔던 눈물이 갑자기 쏟구쳐옴을 느낀다.
" 으...으으....하..으.. "
그리고 잠시 후,깊은 잠에 빠진 듯 싶던 한비도 해찬의 울음소리르 들었는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선다.그리고 자신의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해찬을 보고
당황한 채로 해찬에게로 다가간다.
" 야,야.진해찬.너 왜 우는거야 - "
" ..하..으...으으으..하.. "
당황한 듯 해찬의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해찬.
그리고 순식간의 일이였다.해찬이 갑작스레 한비의 팔을 잡아당기며
한비의 입술에 입을 맞춘건 말이다.그리고 끼익-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다시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린다.
그제서야,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깨달은 해찬은 조용히 한비의 팔을 놔준다.
한비는 당황해서 해찬에게 뭐라고 하려 하지만,해찬의 눈에는 이미 아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눈물이 쏟아져내리고 있다.
" ....울지마,울지마.진해찬.너 답지 않으니깐 "
........
..................
..
다음날.
오늘은 한비의 생일 전 날이다.
한참을 주먹을 꽉 쥐고 무언가를 생각하며 안절부절 못 하던 한비가
탁자 위에 가방을 뒤져 연필과 종이를 꺼낸다.그리고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한비의
눈은 이미 촉촉히 젖어 있다.
한편,그 시간 시내에서는 검은 무리와 청색 무리가
시내의 중앙으로 걸어가고 있다.그 중에는 튀는 빨간 머리와 노란머리의 남자가 있다.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지금 그 둘의 눈빛은 같다.누구든 걸리면 죽여버린다는.
" 너 오늘 하루 종일 저 기압이다.너 답지 않게 "
" ...말 걸지마.죽여버린다 "
해찬의 친구가 애써 실실 웃으며 말을 건내자 해찬은
자신의 앞에 놓인 돌을 멀리 차며 조용히 말했고,다시 입을 꾹 다무는 해찬.
설효의 친구들 조차 설효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원래 무표정인 녀석이지만,
오늘따라 눈에 살기가 넘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듬에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설효의 친구들.
잠시후.시내 중앙을 스쳐가던 두 사람이 서로의 어깨를 부딪힌다.
물론 좁은 길에 실수로 부딪힌 것 같지만,해찬이 방향을 확 돌리며.
" 야,씨발.부딪혔으면 사과를 해. "
" .. "
평소 같으면 해찬의 시비를 무시하고 지나갔을 설효였지만,
오늘은 이상한 설효다.그의 대답에 눈을 부릅 뜨고 그를 노려보는 설효.
그 둘의 친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며 슬금슬금 뒤로 빠진다.
" 사과 하라는 말 안 들리냐 "
" 내가 너한테 사과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
설효의 말에 당황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해찬은
입술을 꽉 깨물며 나지막히 말한다.
" 너 말투 조온나 싸가지 없다.? "
" 내 말투 가지고 뭐라고 참견할 말투는 아니군. "
설효의 말에 해찬도 설효도 서로를 노려보다
동시에 주먹을 뻗는다.설효의 주먹이 조금 빨랐는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해찬의 고개가
돌아가고 해찬의 입가에는 피가 흐른다.하지만,전혀 아프지 않은지 입술을 꽉 깨물고
설효에게 반격하는 해찬.그렇게 여자의 비명 소리를 시작으로 둘의 싸움은 시작됬다.
...
................
........
........................
\병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붙인 반창고를 만지작 거리다가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벌컥 반대 쪽에서 문이 열리고 한비가 보인다
그 순간 아까까지의 기분 나쁨은 싹 가시고 이미 얼굴이 빨개지는 해찬이였다.
그도 그럴 듯이 누가 봐도 예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예쁜 한비의 얼굴.
병원복을 입고 있지 않고 사복을 입고 있단게 다시 해찬을 놀라게한다.
" 기,김한비.너 어디 가? "
" 아.왔네.안 오면 데리고 갈려고 했는데 "
한비가 웃으며 해찬의 팔에 팔짱을 낀다.그러자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질 듯 붉어진 해찬의 얼굴.하지만,곧 저벅저벅 걸어오는 설효의 발 소리에
다시 안정된 색을 찾는 해찬의 얼굴.
" .. "
" 어-설효야.너도 왔어?!헤헤-가자가자.이제 둘 다 왔으니깐 "
무슨 말을 할까 싶었지만 설효는 모자를 벗으며 병실에 들어가려는 듯
한다.한비가 손을 잡자 조용히 한비를 보며,
" 밖에 추워.그거 입고 나가도 추워,따뜻하게 입고 나가 "
" 같이가자.나 지금 꼭 니들 둘이랑 하고 싶은게 있거든 "
그리고 눈썹을 꿈틀이는 설효의 팔을 끌며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계단 아래로 뛰어내려가는 여자.단 둘이 나가는 줄 알았던 해찬을
표정을 구기며 설효를 봤고 설효는 해찬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아까 아무래도 시내에서의 싸움의 여파가 설효에게만 컸나보다.
..
..그에 반면,이상하리 만큼 웃음을 잃지 않는 한비.
.................
..........
" 이거 뭐냐 "
" 우와,김한비.나 또 한 사진빨 하잖아-나 사진빨 잘 받는거 어떻게 알고. "
" 쉿 "
조용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살금살금 사진을 찍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온 한비와 두 남자.그리고 한참을 기다림 끝에 드디어
사진기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
" 자자-여자분 거기 쇼파에 앉으시고 남자분들은 쇼파 옆에 한 쪽 무릎 꿇고 앉으세요 "
" 씨발- "
사진사의 말에 욕을 뱉으며 앉는 설효.
해찬 역시 그다지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는게 아무래도 설효 때문인 듯 싶다.
사진기사 아저씨는 결국 마음에 들때까지 이리저리 다양한 포즈를 연출했고
마음에 드는 포즈가 나왔는지 천천히 사진기 쪽으로 향한다.그리고,
" 아-총각들.좀 웃어 봐요!! "
" ..웃은거다. "
" 이 녀석한테 많은 걸 바라지 마세요.원채 표정 짓는 법을 모르는 녀석이니깐 "
" 그래도,감정 표현은 너보다 낳다.그건 인정해야 할텐데,진해찬 "
" 감정 표현만 잘하면 뭐해.얼굴에 감정이 죽었는데 "
점점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져가려 하자
갑자기 두 사람의 팔을 당기는 한비.그리고 누가먼저랄것도 없이 빨개진 두 남자의 얼굴.
그리고,한비가 두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인다.
" 스마일 "
..
..........
찰칵.
결국 얼굴이 빨개진 채 웃은 두 남자와 밝게 웃고 있는 한비의 사진이 나오고
투덜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두 남자를 두고 쪼르르 사진사의 앞으로 달려간다.
" 사진 최대한 빨리 나올 수 있게 해 주세요 "
" 아이고,아가씨 이뻐서라도 그렇게 할게요 "
그 대답에 만족한 듯 빙긋빙긋 웃으며 두 사람에게로 향하는 한비.
오늘따라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설효였지만,
해찬은 이 변화가 싫지않은 듯 빙긋 빙긋 한비처럼 웃고만 있다.
" 어.?잠깐만!! "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한비가 벤치에 강제로 두 남자를 앉히고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간다.두 남자가 미처잡기도 전에 사라진 한비.
두 남자는 결국 간격 차이를 둔 채로 벤치에 앉아있다.
한참의 침묵 끝에 힐끗힐끗 할 말이 있는 듯 한참 눈치를 보던 해찬이 입을 열려는 순간
" 왁!!! "
" ..아,아씨!!김한비.뭐야!! "
" 됬다.이제 가자 "
한비의 웃는 모습에 역시나 아무 말 못 하고 일어서는 해찬.
원래 말이 없던 설효는 조용히 두 사람의 뒤를 따른다.그렇게 한비를 따라 온 곳은
분식집.분식집은 의외로 사람이 많다.
" 나 배고프다.해찬이가 쏠꺼지? "
" 뭐??나 돈 없어- "
" 그럼 설효가 쏘면 되겠다.그치?어차피 나 내일 생일이니깐 선물 미리 준 셈 치자.
그렇게 해 줄꺼지,설효야? "
" 대신 내일 아무것도 없단 건 알아둬라 "
끄덕끄덕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근처 자리에 앉는 한비.
그리고 메뉴판을 뒤적인다.해찬도 벽에 붙은 메뉴판을 쳐다본다.
잠시 후 한비가 다 정한 듯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메뉴판을 탁 덮는다.
" 골랐냐 "
" 응응.아줌마 좀 불러줘 "
고갤 끄덕이며 해찬이 곧 아줌마를 부르고 아줌마는 세 사람에게로 온다.
해찬이 먼저 말을 한다.
" 우동 한 그릇요 "
" 라면 하나. "
" 전 떡볶이랑 김밥 그리고 우동하고 군만두요!! "
" 야,뭘 그렇게 많이 먹어!! "
한비의 말에 적잖게 당황한 듯 해찬이 묻고
조용하라는 듯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누르며 웃는 한비.
" 너 돈만 날라가겠다? "
" .. "
해찬의 말을 무시라도 하 듯 훽 고개를 돌려버리는 설효.
그러자 입술을 삐죽 내미는 해찬.아마도 설효는 너무 소심한 것 같다.
" 헤헤,오늘은 좀 웃어.나도 웃는데 니들이 그렇게 무표정하면 난 서운하단 말야 "
..
.....
해찬조차 입을 꾹 다물자 한비가 울쌍을 지어버린다.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자긴 안 화났다는 듯 웃는 해찬.
" 나 궁금한게 있어 "
" 뭔데,다 물어 봐.오빠가 좀 똑똑하니 "
" 나 얼만큼 사랑하는데 "
..
한비의 질문에 창 밖을 보던 설효가 시선을 돌리고
해찬 역시 입술을 꾹 깨물고 한비를 본다.
그리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말한다.
" 내 심장 아낌 없이 파 줄 수 있다,너라면 말이다 "
" 니가 달라고 하면 심장도 줄 수 있을 정도로. "
둘의 대답에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내려다 보는 한비.
결국 그들의 분위기는 또 이상해져버렸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고 그저 젓가락 질 소리만 들린다.
..
....
그 많던 음식들이 싹 없어진 후,
자리에서 일어서는 세 사람.그리고 계산대로 향하려는 설효.
" 고마워 "
" ..계산은 원래 내가 하기로 했다 "
" 둘 다 고마워.나 사랑해줘서.고마워. "
그러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해찬
그리고 설효도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 니들 심장 하나씩 주면,내 심장은 세개가 되 버리네.그치? "
" 굳이 따지자면….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 "
..
..............
....
그 후로 더 이상 즐거운 분위기는 나올 수 없다고 느낀 건지
한비는 병실로 가고 두 사람도 인사 하나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
............
\다음날.
병실로 향하는 해찬의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가볍다.
친구들이 놀자는 걸 다 뿌리치고 오늘도 그는 한비의 병실로 향한다.
하지만,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안에서 들리는 흐느낌에 조용히 손을 멈추는 해찬.
이건,이건 분명 설효의 울음소리다.
많이 들어본 적 없지만 확실히 알 수 있다.이 울음소리.
무언가 불길함에 어제의 일들을 떠올리는 해찬.
이건,아니야.이건 아니야 아닐꺼야.
그의 머릿속은 순간 이상한 생각이 가득 차버리고 혼자의 상상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문을 여는 해찬.
그러자.벽에 붙어 무언가를 꽈악 손에 쥔 채 울고 있는 설효의 모습이 보인다.
눈을 감고 있지만 그 눈에선 믿기 힘들만큼의 많은 눈물이 흐르고 있다.설효의 약한모습.
그건 분명,짐작할 수 있다.이 텅 빈 침대의 주인의 것이라고.
" 자,장설효….너.왜 우냐 "
" 하,으으으으..하..으으으.... "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울기만 하는 설효.
잠시 후 설효의 손에 쥐어있던 무언가가 툭 바닥으로 떨어지고 해찬은 조심조심
그 종이를 가지고 온다.하지만 설효는 그걸 원했는지 아무런 반응없이 그저 고개를 숙인
채 펑펑 눈물나 쏟아낼 뿐이다.간간히 미안하다는 말이 들린다.
" ..아..아닐꺼야 "
이상한 생각을 삼키며 조용히 꾸깃꾸깃 접힌 종이를 펴는 해찬.
그러자 우선 놀랍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얼마나 운 것인지 편지지에 반이
설효의 눈물이다.글자도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말이다.하지만 눈쌀을 구겨가며
겨우겨우 편지를 읽는 해찬
[ 해찬이,그리고 설효에게.
나,한비야.헤헤.니들이 이거 읽을 쯤이면 난 아마 미국에 있을거야.비행기 슝타고.
실은,꼭 니들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거든.나 밉게 생각하지 말라고,이렇게 편지를 써.
실은 나 되게 나쁜 애잖아.니들 둘 마음 알면서도 계속 친구로 지내려고 하다니.
나 죽일년인데 니들이 계속 감싸줘서 어쩔 줄 모르겠어.저번에 그랬지,나 왜 특별실 쓰냐고
말이야.그걸 인제 니들한테 말해줄려고.요즘 니네 바빠보이는데….내일 내 생일인데,
난 내일 떠나게 되니깐 우선 미안하단 말 다시 한 번 할께.
나 실은 심장병이야.유전이거든.우리 아버지도 심장병 때문에 돌아가셨어.
충격받지는 마.나 안 죽어,그럴려고 미국에 가는거니깐.인공심장 이식 받으면,수술하면
나 충분히 살 수 있대.그러니깐 걱정마.해찬이 넌 너무 울지말고,설효 넌 해찬이 좀 달래줘.
해찬이 착해서 또 펑펑 울까봐 걱정되.내 일인데 해찬이가 더 슬퍼할까봐 그거 때문에
나 아주 쪼오금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나도 마음 같으면 여기 계속 있고 싶어.조금이라도
니들이랑 떨어지기 싫어.하지만…. ]
눈물 때문에 편지를 읽는게 힘들어진다.
점점 차오르는 눈물을 닦고 다시 조그마한 한비의 글씨를 읽는 해찬이다.
[ 나도 살고 싶어.니들 때문에 살고 싶은 이유가 생겼어.
나 반드시 살아올께.그러니깐,조금만 기다려줘. ]
거기서 글씨체가 바뀌었다.
아마 다음날,그러니깐 어제 쓴 글씨체인 듯 싶다.라고 생각하는 해찬이다.
[ 니들이 그랬지.니들 심장 내꺼라고.
그러니깐 나 절대 안 죽어,걱정마.나 심장 세 개니깐.그거 꼭 쥐고 있을테니깐.
결코 나 안죽어.곧 다시 돌아올께.그냥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되.
난 김한비니깐,니들 심장 내가 가지고 있으니깐 미안해서라도 절대 안 죽어.알았지?
조금만 기다려줘.꼭,꼭 살아서 돌아올께.많이 울지마.그러면 내가 미안하니깐. ]
그 편지를 더 이상 읽지 못 하고
설효의 옆에 주저앉아 버리는 해찬.그렇게 둘은 한참을 울었다.
물론 훨씬 일찍 온 듯 싶은 설효가 먼저 일어났지만 말이다.
" 울지마라,진해찬.난 너보다 더 슬프다. "
그 말과 함께 해찬의 머리 위로 무언가를 떨어트려주는 설효.
그리고 비틀비틀 불안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설효다.
해찬은 뿌연 눈물을 손으로 쓱쓱 닦고 그것을 주어들었다.
노란 팬던트 목걸이.그리고 예쁜 맬로디와 함께 문을 열자 보이는 사진.
어제 세 사람의 모습이 담긴 팬던트에 다시 한 번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다.
..
........
\미국.
" 자.곧 있으면 수술 들어갑니다,준비하세요 "
" 네. "
고개를 끄덕이며 편안히 의자로 눕는 한비.
한비의 고모가 한비에게로 다가온다.그리고 한비의 머리를 쓰윽쓰윽 쓰다듬는다.
눈물 머금은 그녀의 눈은 지금 한비의 수술이 얼마나 힘들지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참을 눈물만 머금던 그녀의 고모는 그녀의 꽉 쥔 손에서 삐져나온 금빛 줄을 본다.
그리고 목이 메임을 느끼며 애써 입을 연다.
" 한비야,수술할 때 이거 쥐고 가면 안되.빼렴. "
" ..안되!! "
한비의 손에서 목걸이를 빼려던 한비의 고모는 한비의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다.
아까까지만 해도 긴장한 기색 하나 없던 한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단 걸 그제서야
깨닫게 된 한비의 고모.
" 하지만,이건 가지고 가면 안되 "
" ..조금 있다가.조금 있다가 나 마취 주사 맞으면 그 때 가져가,고모.
나 안심이 되.이게 내 옆에 있단 걸 마지막으로 봐야 안심이 되. "
한비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떡이는 한비의 고모.
그리고 침묵을 깨려는 듯 조용히 묻는다.
" 그게 대체 뭔데 그래? "
" 내 심장. "
......
..............
그 애들은 내 심장이니깐.
이건 날 살리는 내 심장이니깐.
..
난 심장이 세 개다.
내 심장과 해찬이 심장,그리고 설효의 심장까지 난 모두 가지고 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해 준 아이들.
만약에 죽는다 해도 내 마지막을 이 아이들과 함께 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줄테니깐.
그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할테니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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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인소닷단편소설
[단편]
[김거울.] 심장이 세 개인 여자
김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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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49
06.03.28 20:02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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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심장이 세개라..ㅠㅠ 슬퍼요 분명 수술은 잘됐겠죠?
네네.아마 수술은 성공적일거에요.실패한다면두심장이무척슬플테니까요.ㅠㅠ.꼬릿말감사합니다.
번외 부탁드립니다..부디 해피엔딩으로ㅜㅜㅜ
번외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쓰도록 하겠습니다.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꼬릿말도 감사합니다.^-^
와 .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단편소설이에요 -0 -!!나 감동먹었어용ㅠ
저도 님 꼬릿말에 감동먹었어용.ㅠㅠ.감사합니다,소라시카★님!!!
아아...슬프네여...ㅠㅠ
꼬릿말너무너무감사합니다.-앞으로도 멋진 소설 가지고 오겠습니다.
ㅜㅜ 슬퍼요...... 후편 이야기 좀........... 살아나서 행복하게 되는 걸루요 >ㅁ< 헤헤......
네네-꼬릿말 감사합니다아^ㅇ^후편이야기도 쓸 수 있도록 노력할께요
슬프네요 ...... ㅠㅠ 아무래도 그 끝에 글씨체 다른 것은 설효가 쓰지 않았을까요 ? 흠.. 아무튼 번외편!!
옙.뒷편 쓰러가겠어요.>_<설효가 쓸 수도 있겠지만 한비가 쓴 것 맞답니다.
아아.....슬퍼요.......ㅜㅜㅜㅜㅜㅜ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잘보셨다니정말감사합니다.
심장이 세개라, 정말 멋진소재인것같아요!
저도 제목을 생각하느라 머리 굴렸답니다.ㅠㅠ.하지만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기분이 좋아요.
너무 슬프고 + + 재밌어요 !!!
해피를 쓸려고 해도 손이 안 따라요ㅠㅠ.하지만 요번 소설은 해피로 마무리 할려고요.ㅠㅠ.한사람은슬퍼지겠지만말이에요.
후편 꼭 써주셔야해요!!!!!!!!ㅜㅜ 성공잘되가지고 두 심장곁으로 돌아오게해주세요ㅜㅜ 꼭 써주세요!!!
넵.ㅠㅠ.후편쓰겠습니다.후편도 읽어주세요->_<
번외 후편 부탁이요 , 진짜 잘봤어요 ~
지금번외후편열심히쓰고있답니다.ㅠㅠ.아마내일쯤되면올라오지않을까싶어요.
슬프요...ㅜㅜ 이소설읽고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 가슴이 아련한게..~꺄 >_<;; 정말..재미있었구요 ㅜㅜ ~ 글솜씨의 비결좀 가르쳐주세여 ㅜㅜ !!!
비결이라뇨.ㅠㅠ.너무너무감사한말씀들뿐이에요.감동받았다는말이전최고로좋습니다.>_<
ㅠㅠ 어떻게해요~ ㅠㅠ 그런데 분명 설효는 뭔가있엉 !
꼬릿말감사합니다>_<설효는좀신비스러운분위기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