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수필작가분들과 인연을 맺은지
일 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애초에
수필을 좋아해서 글로써 먼저
맺어진 인연이었건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철저히
상업성을 배제한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노력과 후배에 대한 삶의 지도,
그리고
오히려 글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한
인간애에 감동했습니다.
험난한
인생보따리를 이제서야 잔잔히
풀어놓기도 하고
자기성찰을
통해 진지하고도 조심스러운 사물에
대한 관찰결과를 알려주면서
불혹이
되도록 교만에 빠졌던 나 자신에게
인생을 지도해 주십니다.
그 분들의
쓰신 글보다도
인간으로서의
선배라는 것을 나는 더 좋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필은 삶이더이다.
자판
열심히 두들긴다고 진정한 글이
나오지는 않더이다.
사이버의
세계는 만남을 그리 어렵지 않은
일과 중의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만남은 신중해야 합니다.
모두가
운명적인 만남일 수는 없지만
그런
만남을 우리는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남과
만남이 모여 우리의 생이 형성되고
역사가 창출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없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을 위해서는 우리의 만남에
대한 가치관도 정립해야만 합니다.
무조건적인
만남이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나와
작가분들과의 인연이 나의 작문에
대한 가치관 정립에도
중요한
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운명적인 만남이 맞겠지요.
그 인연
중 열심히 자기자리를 닦고 계신
수필가 조윤정 선배님의
만남에
대한 글을 공유하려 합니다.
2002. 5. 26 송창한
만남에
대하여
나는
만나는 일을 부딪침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잠시 마주치는 일
- 그 일이 우연보다는
필연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 가끔은 섬뜩하다.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마주쳤을 때,
애써
태연을 가장해야 하는 곤혹스러움으로
비죽 웃는 웃음이 비굴해서
자존심이
상했던 한 두번의 기억이 누군들
없을까.
가령
에스컬레이터를 반대 방향에서
스치며 마주쳤을 때의 낭패감
같은.....
절묘한
시간의 맞춤 공간에 들어 서 있을
때,
같이
하는 누군가가 이왕이면 손을
내밀어
마주
잡고 싶은 사람이기를 나는 절실히
바란다.
와해되지
않아 추스릴 수 없는 감정이라면
마주치지
않는 일이 평안에 가깝기 때문이다.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굳이
굳어진 얼굴로 억지춘향의 흉내를
낼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그것의 정체가 혼란스러웠다.
찍어
먹어 봐야하는 장 맛도 아니건
만,
쓴맛,
단맛을 구별 못해 엉거주춤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눈치를 살폈다.
계산이 빠르다는 건 살아가는
데 큰 재산이다.
계산이
빠른 사람들의 두뇌 회전에 밀리며
뒤늦은
셈을 해보니 그래도 남는 게 있다.
만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눈치도 생기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삶의 지혜도
터득했다.
나도
그들처럼 달면 삼키고 쓰면 뱉아
손해보지
않으리라는 오기로 죄를 더 한다.
깜짝 놀랐던 일은 아무 이해 관계도,
친밀한 사이도 아니었던 사람이
자기를
만나는 일을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고소를 금치 못했다.
아마도
금이 간 항아리를
같이
때우기라도 하자고 할까봐 겁이
났었나 보다.
그
정도의 구별은 하노라고 안심시키고
싶었지만
기절이라도
할까봐 그만 두었다.
그네들의
자리 지키기가 안쓰러워
차마
보기가 민망한 이유가 앞장을
선 때문이기도 했다.
과거에 나는 이러이러 했노라고
노래를 하던 사람의 자존심이
하찮은
개가 되어 굽실대는 꼴불견도
보면서
만날
이유가 없었던 많은 만남들에
대해 가슴을 친다.
되돌려
지워낼 수 있다면 그 덴덕스러운
관계들을
끓는
물을 부어 닦아내고 닦아내어
자국조차 남지 않게 하련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아껴야겠다는
조급함을 누르고
가슴
설레는 만남을 다시 준비한다.
훠이훠이
걸음을 옮기며 생각을 비우고
백치가 되어
셈이
느린 아둔한 존재이기를 갈망한다.
나는 만나기를 주저하는 만남은
돌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저마다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데
같이
보조를 맞추자고 구걸을 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이어지지 않는 끈을
서로
잘못 잡고 있었던 시행착오는
서둘러 털어버려야 한다.
계산을
끝내고 돌아 나올 때의 희열을
음미하며
이제
다시 부딪쳐 오는 인연을 맞으러
간다.
글쓴이
: 조 윤 정
1994
현대수필 신인상 수상
현대수필문학회
회원
한국수필학회
회원
現 현대수필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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