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세미나에서/국중하

[편집실]

        경영전략 세미나에서

                                       국중하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대만에서 IBK 기업은행 최고경영자클럽이 상반기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1993년도 우수중소기업을 선정하여 중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발족한 우수중소기업교류회가 1996년 3월 최고경영자클럽으로 개편되어 중소기업의 성장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연간 상하반기 두 차례로 국내외에서 번갈아 세미나를 개최해 왔다. 

 일본으로부터 51년간이나 지배를 받았던 대만이지만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강국이다. 인구는 2,3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 국토는 해발 3,000m이상 200개의 산이 종으로 가로막아 유효면적이래야 30%에 불과한 36,000km2이다.    따라서 인구가 서부해역에 몰려있어 인구밀도는 세계 2위를 마크하고 있으며 경제수준으로 GNP가 19,000달러, 물가도 한국과 비슷하다.

 IBK 최고경영자클럽행사는 해를 더할수록 참가자가 많아지고 기다려지는 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도 사상최대인 278명이 동참을 했다. 진행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즐거운 노고이다. 눈뜨고 귀만 열고 다니면 스텝진이 알아서 다 안내 한다. 투숙한 방에 3불씩 팁을 챙겨주고 5만 원 권 상품권과 할인권까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300인분의 김치·깍두기·깻잎·고추장까지 마련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 싶었다.

 조준희행장이 환영사에서 밝혔듯이 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은창립이래 50년 만에 공채행원이 행장으로 취임하여 감회가 새롭다며 주어진 3년 임기동안에 색다른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겠다는 탐탁스런 포부로 행원들에게도 비오는 날 함부로 우산 빼앗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말고 소리 없이 실천하라 주문했단다. 이어서 돈 주머니를 관리하는 사모님들께도 예금을 많이 할 것을 주문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홍보대사 노릇을 해 주기 바라마지 않았다. 현재 예금 충당이 30%밖에 안 되기 때문에 저리공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사모님들께 이 말씀을 드리기 위해 청와대의 부름도 마다하고 세미나에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한다는 것이다.

 특강을 맡은 IBK 기업은행 이동연 차장은 연단에 올라 이것만은 꼭 얻어가라며 IBK CMS 서비스 ‘자금관리 비법’을 소개하며 가입을 적극 권했다. 환영만찬도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특색 있게 진행하였다. 개회식과 환영만찬을 겸한 축하공연과 아미족의 춤과 전통무용, 사자춤 양금연주 삼태자 등 이색적인 맛을 흠뻑 느꼈다.

 1949년 장개석총통은 60만 점에 달하는 유물과 금괴 450만량을 가지고 대만으로 왔고 그 뒤에도 수집을 계속하여 현재 67만여 점에 이른다. 그 유물들은 본토와 대만의 이곳저곳을 떠돌다 1965년 국립고궁박물관을 열면서 제자리를 찾게 된 셈이다. 이 국립고궁박물관은 67만 여점에 달하는 각 시대의 순수 중국유물을 볼 수 있는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다. 3만여 점을 전시하고 64만 여점은 박물관 뒷산에 보관하면서 주기별로 15,000여 점씩 바꿔가며 전시 관리하여 항상 새로운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3층 전시장 입구에 장심여선공匠心與仙工 명청조각전明淸彫刻展이라, 장인의 정신에 선인의 손끝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작품이란 뜻일 것이다. 청淸나라 비취옥배추(翠玉白寀)는 천년에 하나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한 조각품이다. 청 황제비가 혼수로 가지고 왔다는 취옥배추로써 줄기는 희고 잎은 파란 배추모양에 여치와 황충이 달라붙어있다. 청백은 순결함을 뜻하고 메뚜기는 다산多産을 의미한다.

 청나라 때의 공 모양을 한 상아투조운룡문투구象牙透彫雲龍紋套球의 작품이 나의 눈길을 멎어있게 했다. 투구가 안에서 밖으로 7층 이상으로 이루어졌고, 모든 공이 회전할 수 있게 되어있다. 구름과 용문양 조각의 섬세 정교함이 신기에 가까워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연결고리까지 한 덩어리인 것도 도무지가 불가사의했다. 또한 5,000년 전 여요汝窯 청자도자기 5점이 시선을 붙잡고 놓질 않는다. 색色은 비 온 뒤 푸른 하늘색이고 빛光은 목욕 후의 어린아이 피부 광채와 같다는, 건용황제가 고양이 밥그릇으로 사용했었다는 세계제일의 여요汝窯 도자기라지 않은가. 

 1999년 9월 9일 9시9분9초에 기공한, 자라나는 죽순 모양을 한 세계최고층 타이페이 101타워! 높이는 508m다. 아래층은 백화점 타워 사무실로 쓰이며 기네스북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초고속 등압 엘리베이터 2대가 설치되어있다. 전용고속엘리베이터는 분당1,010m의 속도로 37초 만에 382m 89층 전망대에 오른다. 모든 방향에서 타이페이의 경치를 완벽하게 한 눈으로 감상할 수가 있다. 

타이페이 시민은 300만, 위성도시 포함 수도권 인구 650만이다. 연간2,500mm의 강우량 탓인지 건물외부는 낡았지만 내부는 화려하다.  

 세미나 2일차 4월14일 밤에는 19시30분부터 22시까지 호텔2층에 IBK 카페를 열어 맥주 와인 각종 음료와 마른안주를 준비하여 대만에서의 아름다운 밤을 여유롭고 즐겁게 보냈다. 늦은 시간까지 이준희 행장은 테이블을 돌며 챙겼다. 호남분회에도 와서 두 번이나 건배하며 기를 불어넣었다.

 장개석 총통은 1949년 보물과 금괴를 짊어지고 대만으로 나와 1975년 89세의 생을 마감했다. 1988년까지는 아들 장경국이 통치했고 현재는 마잉주 총통이 중국본토와 교류하며 중소기업 강대국으로 발전시켰다. 관광 산업을 개방하여 매월 320,000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만은 우호국이면서 선의의 경쟁국인 셈이다.

 장개석 총통과 송미령 여사는 중국에서부터 ‘신생활운동’을 해왔고, 박정희대통령이 이를 벤치마킹하여 새마을운동을 성공시켰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드라마 ‘온에어’와 1989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비정성시’ 촬영지로 옛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지우펀’, 한국어로 구분九人分 마을은 초기에 산꼭대기에 아홉九 가구가 살았는데 산 밑까지 시장 보러 내려올 때 한사람이 주문을 맡아 구인분의 장을 봤다고 붙여진 마을이름이다.

 1920~30년대 아시아 최대의 광석도시로 금이 쏟아져 흥왕하여 큰 마을을 이루었으나 폐광이 되어 흉흉해지자 주변의 자연 환경을 이용하여 관광도시로 탈바꿈을 거듭한 마을이다. 언덕에 위치한 이곳은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아기자기하고 그림 같이 아름답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을 따라 찻집과 기념품가게 카페 등이 늘어서있어 산꼭대기 좁은 길목에 사람물결이 이어지고 주차장엔 대형버스들이 몰려있었다.

 천연조각바위로 가득 찬 야루해양국립공원은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파도의 침식에 의해 저절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작품들이다. 수명을 재촉하는 여왕 머리바위, 닭다리바위, 하트바위 등 파도의 조각 솜씨가 가히 환상적이다.

 장제스 총통을 기리는 전당, 부인 송미령 여사와 같이 살던 사림관저(사림 : 장총통의 호)는 꽃으로 꾸며놓은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송미령 여사가 꽃을 좋아하고 꽃 그림을 즐겼기에 원예 관련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고, 정원 양식도 중국, 일본, 유럽풍 정원이 각각으로 조성되어있다. 1996년에 개방하였다는데 관광객들이 수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타이페이에서 항공편으로 30분 만에 대만의 동부중심도시 화련花蓮 공항에 착륙했다. 2층 버스를 타고 동해안 휴양지 태로각 협곡을 향해 달린다. 한국의 농촌풍경과 별 다름이 없다. 햇볕은 강열하고 대리석 산지답게 인도에도 대리석이 깔려 있다. 오른쪽은 동해바다 왼쪽은 90도로 쭉 뻗은 대리석 석산을 바라보며 버스가 달렸다. 주변에 흙을 볼 수 없는 석산들인데 그 산에서 식물과 나무들이 자란다. 잎이 넓은 식물, 뿌리가 바위틈을 감고 서있는 큰 나무들이 싱그럽기까지 했다. 잦은 비와 태풍이 자양분을 충분하게 공급해주고 있는 것일까?

 협곡은 자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케 한다. 알몸을 내 놓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다듬어진 협곡이 대리석산으로 이어진다. 온천지가 바위산인데 끊임없이 맑은 물은 흐르고 섬세하게 다듬어 예기를 자랑하듯 한 골짜기가 이어져 신비하다. 태로각 협곡은 수수 만 년 동안 폭풍우와 홍수 등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단애가 16m로 아주 좁은 하이라이트다. ‘연자구’에서 200여 미터의 수직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보행자용 길 따라 40여분을 웅대한 태로각 협곡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비취와 수려한 절경으로 유명한 대만의 동쪽도시 화련에서 아미족 민속공연을 관람했다. 모계사회 아미족은 춤과 노래를 잘 부른다. 대만의 원주민은 16세기이후 한족에게 터전을 빼앗기고 고산지역에서 살면서 그들만의 고유문화를 지니게 되었다. 지금은 9개 부족과 파생된 3개 부족 등 12개 원주민으로 고유한 풍습을 지니고 있다.

 아미족의 풍년제는 중추절을 전후 7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을 춘다. 아미족의 민속 쇼는 생활을 묘사한 춤과 결혼풍습 등을 연출하는데, 줄넘기 팔방놀이 족대로 물고기 잡기, 생활농부 등 파워풀한 남자 춤에 비하면 여자들의 춤은 온화하기만 하다. 선택된 관광객과 함께 꽃목걸이를 걸고 아미족과 함께 오랜만에 재미있게 춤을 추었다. 일인당 관람료가 16,000원으로 만만치 않은데도 관객석이 만원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 올 때는 자강호 편(새마을호 급)으로 2시간5분만에 도착했다.

집사람과 오랜만의 기차여행을 하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동해안을 따라 기차가 달렸다. 전화선도 스쳐가고 전기 줄도, 쪽빛바다도 함께 질주했다. 전동차의 내부는 깔끔하고 쾌적하다. 중국식 넓고 큰 스타일에 일본식 단정함과 섬세함이 더 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1975년에 완공된 ‘중정기념당’(중정-장개석 총통의 아호)은 넓은 정원과 연못 정자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대리석기념당의 높이는 70m, 25톤짜리 장개석총통의 동상이 총독부를 바라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념당을 개방하여 태극권 포크댄스 배드민턴 등 열린 광장으로 잘 활용하고 있었다. 전시관에서는 총통과 송미령 여사의 기념물 등 일생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총통은 어머님의 권유에 10년 연상여와 결혼하여 아들 장경국을 얻었다. 본인이 찾은 10년 연하 송미령 여사는 음식이나 가사에는 별로지만 유창한 영어와 재치, 꽃을 사랑하며 그림을 잘 그리는 운치와 미모를 두루 갖추었다. 이 영부인은 외교를 맡아 국정수행에도 큰 몫을 했단다. 

 송미령은 친정아버지가 거부여서 세 자매가 일직이 서양의 명문대학을 나와 큰언니는 갑부에게, 둘째는 손문선생, 본인은 장개석총통과 결혼하여 3자매가 부·문·권富文權을 거머쥐고 화려하게 활동을 펼쳤다. 송미령은 장개석총통 사망 후 권력승계의 권유를 거절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무자식 상팔자로 106세에 사망했다. 장개석 총통은 손문선생과는 사제 간이면서 동서지간이다. 박정희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워 경부고속도로건설 지원과 새마을운동 모델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폐회식은 중국무대예술의 경극京劇 타이페이 아이 공연을 끝으로 폐막을 알렸다. 공연 후에 출연자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관람객들과 추억의 사진 모델과 전통악기 연주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연극스토리는 중국 아미산蛾眉山에서 백사白蛇와 청사靑蛇가 천년 수련 끝에 사람으로 변신하여 잘생긴 허선許仙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는데 금산사金山寺 법해선사法海禪師가 인간과 뱀이 같이 살 수 없다고 갈라놓자 뱀이 요술을 부려 금산사에 홍수가 일게 하는 등 서로 기 싸움을 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세미나는 사자춤과 아미족 공연으로 시작하여 중국예술의 꽃이라고 불리는 경극으로 끝을 맺었다. 국제컨벤션 센터에서 문을 열어 타이페이 아이 극장에서 문을 닫았다고나 할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대만에서 차별화된 프로그램마다에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게 되리라. 자연의 신비와 기 싸움 내용의 경극을 관람하면서도 우리 최고경영자클럽 한분 한 분이 의욕과 활력을 재충전했으리란 감회에 젖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