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환경+레져'' 싣고 달리는 자전거 |
자전거, 성인병·교통난·환경 오염 예방에 도움…국내 보유율, 선진국 3분의 1 수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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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박찬석 총장(60)에게는 오래된 하인이 둘 있다. 박총장은 그 가운데 한 하인을 타고 매일 학교로 향한다. 벌써 32개월째다. 관사에서 학교까지는 14㎞. 하인은 이 거리를 숨 한번 헐떡이지 않고 40여분 만에 달려간다. 주인이 힘들게 내리눌러도 하인은 불평 한마디 안한다. 요즘도 하인은 박총장의 땀을 에너지로 삼아 달리고 있다. 이 충직한 하인의 이름은 자전거다.
6개월 이상 타면 심장·폐 튼튼
박총장은 정장이 필요한 날에는 다른 하인을 타고 학교로 간다. 그런데 이 하인은 좀 까다롭다. 약간만 거칠게 다루면 뒷구멍으로 ‘시커먼 입김’을 내뱉는다. 속도를 높이려고 닦달하면 금세 시끄러운 소음을 토해낸다. 이 버릇없는 하인의 이름은 자동차다.
여러분은 어떤 타입인가. 두 하인 가운데 누구를 부리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많은 사람이 빠르기에 혹해 성질 나쁜 하인을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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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자전거와 관련된 미신이 하나 있다. ‘가난한 나라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라는 편견. 중국·베트남 같은 나라에 많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일본·네덜란드·독일의 자전거 이용률이 훨씬 높다. 1999년 현재 각 나라의 자동차:자전거 보유 대수를 보면 일본 6천2백90만:7천1백만, 독일 2천6백만:4천5백20만, 네덜란드 4백90만:1천1백만 대로 한국의 1천50만:6백50만 대에 비해 자전거 보유율이 훨씬 높다. 1인당 보유율도 독일이 1.3명당 1대, 일본이 1.7명당 1대, 중국·미국이 2.6명당 1대꼴인 데 비해, 한국은 6.9명당 1대이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도를 넘어섰다. 더불어 자전거 홀대는 날로 깊어가고 있다. 그나마 1995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뒤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경북대 박총장처럼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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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가 여러 모로 이로운 하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전거타기범시민운동본부 강중환 대표(46)는 자전거가 신체 구조에 가장 잘 맞는 교통 수단이라고 치켜세우며 다섯 가지 이로운 점을 소개한다. “건강 증진, 교통난 해소, 대기 오염 감소, 에너지 절약, 물류비 절감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
김기진 교수(계명대·체육학과)에 따르면 자전거 타기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 그것만이 아니다. 근력과 근지구력을 증가시키고, 심장·순환계·폐 기능을 향상시킨다. 골다공증 예방, 관절 상해 감소와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효과가 있고, 관상동맥경화증과 뇌졸중 발생도 저하시킨다. 서울중앙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6개월에서 1년간 30분∼1시간 정도 타면 그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건강을 위해서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자발적이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자전거 타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경북대 박총장처럼 많은 사람이 환경을 걱정해 자전거를 탄다.
자동차가 내뿜는 오염 물질들(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납…)은 인간과 동식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본 오비히로(帶廣) 축산대학 쓰키타 사토시 교수는 “자동차는 아편이다. 사용자들의 건전하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시킨다는 점에서 아편임에 틀림없다”라고 단언한다. 덧붙여 그는 사람은 자동차를 타면 외부 사람에 대해 우월감, 우월 의식을 갖는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보행자들을 향해 ‘비켜라’ 하고 왕처럼 군림하려 든다. 그 바람에 타인을 무관심하게 대하게 되고, 때때로 장애물로 인식해 적의를 품게 된다. 이 틈에 운전자는 자기도 모르게 이기심의 싹을 키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사람은 늘 환경과 타인에 대해 친근하다. 미국의 작가이자 자전거 옹호가인 제임스 맥건은 “자전거는 새로운 차원의 차이다. 그것은 종속과 낭비, 이동의 불평등, 일상적 살육을 눈감아 주는 가치 체계에 말 없이 도전한다”라며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한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주부 김 아무개씨(37)는 자동차가 있지만, 매일 아침 저녁 자전거로 남편을 1㎞쯤 떨어진 전철역까지 태워다 준다. 김씨는 “가정 경제는 물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페달을 굴리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상상력이 증가해 좋다”라고 말한다.
주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통 사고 위험
산악자전거(MTB) 국가 대표인 정형래씨(26)와 박기환씨(23)에게 자전거는 마약이고 애인이다. 8∼9년째 MTB에 중독되어 있는 이들은 1주일에 하루 이틀 페달에서 발을 뗄 때가 있는데, 이때마다 일종의 금단 현상을 느낀다. 몸이 쑤시고 손발이 저리는 등 답답해서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산악 자전거를 통해 그들은 속도감의 묘미를 맛본다. 산 정상에 올라서 성취감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곤 한다. 각종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서 입상했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씨와 박씨는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일이 힘들고 지루하지만, 정신에 주는 기쁨 때문에 자주 페달을 밟게 된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윌리엄 글라서는 <긍정적 중독>이라는 책에서 정형래·박기환 씨가 경험하는 그같은 ‘긍정적 중독’이 삶을 강하게 만들고, 더 만족스럽게 해준다고 단언한다.
만약 자전거의 교통 수송 분담률을 현재의 3% 수준에서 10% 정도로 끌어올린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올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동차의 평균 주행 속도가 시간당 20.6㎞에서 30.6㎞로 는다. 그리고 자동차 39만대의 주차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유류를 연간 1조8천9백억 원어치나 아낄 수 있다.
이처럼 건강에 이롭고 환경 친화적인데도 사람들은 왜 자전거를 멀리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시민이 교통 사고 위험 핑계를 댔다. 1997년 녹색교통운동이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5% 이상이 ‘위험 때문에 자전거를 안 탄다’고 응답했다. 시민 91%는 그같은 위험이 제거되면 언제든지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해마다 수만 건씩 자전거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성기태 교수(충주대·토목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0∼1992년에 자전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4백50∼5백60 명이나 된다. 부상자는 해마다 1만2천명이 넘었다.
자전거 이용자를 그같은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고 이용자를 더 늘리려면 자전거 전용도로가 더 확보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긍정적인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자전거 도로를 약 3백20㎞ 깔아,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돕고 있다. 부천시도 자전거 도로 74㎞를 재정비했다. 제주시·상주시도 자전거 도로를 확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전거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자전거타기범시민운동본부는 서울 여의도역과 창동역에서 자전거 100여 대씩을 빌려주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청주 환경운동연합은 자전거 8백여 대를 시민들에게 무상 대여하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 4월29일 어린이 자전거 면허 시험을 실시해 자전거 대중화에 앞장섰다. 과천시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해 자전거 활성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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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전거 타기 캠페인 적극 벌여야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자전거 인구를 늘리고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는 지속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늘어나도록 감독해야 한다. 또 자전거 시설을 설치하는 민간 사업자를 재정 지원하고,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자전거 이용 안내 지도를 제작·배포하는 것은 필수이다. 자전거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 보험 및 등록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행정 관청이 자전거 이용을 솔선 수범해야 한다.
‘속도의 시대’에 느림보 자전거가 주요 교통 수단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얼마든지 보조 교통 수단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통해 자동차에 몰입하다 잃어버린 걷기의 즐거움과, 느림의 여유로움과, 이마를 스치는 바람의 상쾌함과, 무수한 땀구멍이 열렸다 닫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에 ‘자전거 답사기’를 연재하고 있는 문학 평론가 김 훈씨는 ‘자전거를 타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를 갈 때, 자전거는 그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자동차처럼) 인간의 몸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는다. (덕분에) 인간의 몸은 그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경험한다’고 썼다.
이렇듯 자전거는 사람들에게 건강은 물론 삶의 아름다움까지 온전히 보여주는 다재다능하고 공손한 ‘하인’이다. 즐거움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이제 이런 하인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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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위험한 질주 하지 마세요 헬멧 장갑 긴 옷 착용 필수… 초보자,시속 25km 주행적당 |
많은 사람이 자전거 타기를 꺼리는 이유로 ‘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자전거 코스가 꽤 많다. 건강도 다지고, 추억도 만들 만한 자전거 코스 7선.
△인천/대공원-소래-시화 지구. 왕복 30㎞로 90여분이 소요된다. △경주/분황사-경주박물관-불국사. 10㎞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며 문화재를 볼 수 있다. △제주/해안 자전거 도로 1백78㎞. 평탄한 길을 달리며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부산·경남/을숙도-명지-공항로-구포-김해 서남다리-가락다리-명지 청량사. 왕복 40㎞ 평탄한 자전거 도로가 있어 초보자에게 좋다. △서울/구파발-벽제-문산-임진각. 왕복 86㎞로 4시간 이상 걸리지만, 비교적 평탄해 인기가 높다. △서울/창동-도봉산-의정부-광릉. 5, 6월에 달리면 눈부신 신록을 만날 수 있다. △서울/행주대교-광나루 둔치. 한강을 따라 39.6㎞의 자전거 도로가 깔려 있다. 30여 곳에 진입로가 있어 서울시민이 쉽게 즐길 수 있다.
이같은 코스에서 좀더 안전하고 편하게 자전거를 타려면 몇 가지 점을 점검하거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음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가 권고하는 준수 사항이다.
우선 승차 전에 반드시 브레이크 제동 확인을 해야 한다. 그 외 타이어의 공기압을 확인하고 각 부위의 볼트·너트에 흔들림이 없는지 살핀다. 안장은 걸터앉았을 때 발끝이 지면에 닿을 정도 높이로 조정한다.
변속 자전거를 갖고 있으면서 사용 방법을 몰라 방치하는 사람이 많은데, 왼쪽 변속기는 앞바퀴에 오른쪽 변속기는 뒷바퀴에 작용한다. 숫자는 낮을수록 저속 높을수록 고속이 되며, 저속은 경사진 길에서, 고속은 평지에서 이용한다. 변속할 때는 페달 밟는 발에 힘을 빼야 한다.
자전거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쓰고, 통풍이 잘되면서 팔다리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주행은 반드시 도로 우측으로 한다. 방향을 틀 때는 오른손·왼손을 수평으로 들어올려 방향을 신호한다. 이동 중에는 자주 핸들 잡은 손을 옮겨야 오래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1분에 90회 정도 페달을 굴리는 것이 가장 좋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보자는 체력 안배를 위해 시속 20∼25㎞ 정도로 달리면서 30분마다 10분씩 쉬어야 오래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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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은 정력의 적? 오래 앉으면 발기 부전 위험 |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면 정력이 좋아진다? 오랫동안 지속된 이같은 논쟁이 최근에 와서 마침표를 찍고 있다.
서울 ‘선릉 탑비뇨기과’ 하태준 원장은 자전거 타기가 남성의 성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음부(남자:항문에서 음낭 사이, 여자:항문에서 외음부 사이)가 안장과 오래 마찰하면 발기 정맥이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재승 교수(서울대 의대·비뇨기과)도 자전거를 지나치게 타면 남자는 발기 부전에 걸릴 수 있고, 여자는 불감증과 배뇨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보스턴 의대 어윈 골스타인 박사(비뇨기과)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골스타인 교수가 1998년에 남자 사이클 선수와 육상 선수를 비교했더니, 사이클 선수가 육상 선수에 비해 성 불능 장애가 4배나 많았다. 여자 사이클 선수는 클리토리스 기능 부전 위험이 훨씬 높았다.
전문가들은 ‘작은 위험’ 때문에 자전거 타기를 마다한다면 ‘소탐대실’이라며, 가급적 편안한 안장의 자전거를 이용하라고 권했다. 또 자전거를 타면서 성기에 통증이나 무감각 증세가 오면 한참 쉬었다 타는 것이 몸에 이롭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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