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울문학 2014년 2월호 수필평>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를 바라보며 김 학
요즘 출판기념회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책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장과 의원들 그리고 국회의원들도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고, 책값이란 이름 아래 합법적인 정치자금까지 모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러니 너도나도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이다. 본인이 글을 썼느냐 아니면 전문가가 대필을 했느냐는 따지지도 않는다. 원래 출판기념회는 시인이나 수필가, 소설가 등 문인들이 자기의 문집을 낼 때 갖는 문학행사의 일환이다. 그런데 문인 숫자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책을 출판하는 문인들이 많다보니 폐가되기 때문에 요즘 문인들은 스스로 출판기념회를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출판기념회가 정치권의 행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북 콘서트’란 말로 초청장을 남발하며 손님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나 그게 그거다. 목적이나 효과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에 가끔 글을 썼던 사람이라면 그래도 머리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런데 글 한 줄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책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갖는다니 어리벙벙할 따름이다. 저서를 한 권 내면 문인으로 간주하는 세상이니 이들이 한국문인협회를 점령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월간 한울문학 2월호에는 초대수필에 두 편의 수필이 게재되어 있다. 종합문예지로서는 좀 빈약한 편집인 것 같다.
*숲속의 합창/진원종
짧고 간결한 수필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독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눈 내리는 날 전주 근교 모악산에 오르며 느낀 소회를 수채화처럼 정교하게 잘 그린 수필이다. 거기에다 고산 윤선도의 시구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이야기를 끌어들이니 짧지만 입체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수필이 되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는 점들이 어우러져 화자의 마음 밭을 아름답게 가꾸었고, 그 마음을 문자로 그려놓으니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의 기분도 덩달아 화사해 진다. 더 보태거나 뺄 것이 없는 수필이다. 좋은 수필을 한 편 읽고 나면 더운 여름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신 쾌감을 느낀다더니 바로 이 수필이 그런 것 같다. 다만 ‘눈 내리는 산길을 걷는 감흥을 무엇에 비할 수 있었겠는가?’라는 문장에서는 과거시제 ‘었’을 삭제하고, 또 ‘어느새 눈은 멎어 있었다.’는 문장에서는 ‘눈은 멎었다.’로 바꾸는 게 좋을 성싶다.
청청한 노송과 고목 사이에서 사운대는 바람소리는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와 때마침 들려오는 박새의 지저귐과 절묘한 화음을 이루며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숲속의 합창을 들려주고 있었다. 벌거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금빛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숲속의 합창> 결미
서정적인 언어 구사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아름답고도 감미로운 마무리가 수필의 독자들에게 흥을 북돋아 준다.
*마음의 수련/하재준
제목에서부터 점잖은 선비냄새가 난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밀린다. 화자는 친구에게 차가 밀리니 늦겠다고 전화를 하고 기다리는데 5,6분이 지나자 화자의 뒤차 운전자가 화를 내면서 큰소리로 욕설을 쏟아낸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화자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직장에 지각할까 걱정되어서 그러는지, 중요한 행사에 늦을 것 같아 그러는지, 화자 나름대로 짐작을 한다. 수필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문학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자기의 인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 이러한 자기교육을 선인들은 ‘수양’이라고 했다. 수양은 물론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삶을 아름답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이기주의와 메카니즘이 팽배한 사회일수록 겪고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이 스트레스는 암과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는 죽음의 사자다. 특히 암환자가 요즘 급증하고 있다 한다. 우리의 삶이 어렵다는 증거다. <마음의 수련> 중에서 6분만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6분이면 보통 수필 두 편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책을 읽을 일이다. 수필은 논리적이고 사변적인 설명보다는 재미있는 예화(例話)로 잘 버무려야 독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으려니 싶다. 졸업의 달 2월이 가면 입학의 달 3월이 온다. 3월은 화창한 봄과 더불어 올 것이다. 3월에는 어떤 수필을 만나게 될까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