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5세인 말년의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불과 37일만에 만든 영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던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대박을 터트렸다. 미국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킬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고 이 영화는 결국 클린트 이스트 우드에게 생애 두 번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 주었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지 34년 만의 일이다. 시상식에서 그는 '96세인 어머니가 지금 이 자리에 계신다. 어머니가 준 유전자에 감사한다. 내 생각에 나는 아직 어린애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며 겸손해 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란 1센트짜리 물건을 파는 가게에서 백만 달러짜리 물건을 발견한다는 의미로 '예상치 못한 허름한 곳에서 진귀한 보물을 발견한 것'을 뜻한다. 31세의 식당 웨이트리스 출신으로 권투에 목숨을 건 여자 메기(힐러리 스웬크)는 손님이 먹다 남은 스테이크로 주린 배를 채우면서 밤마다 체육관에서 복싱연습을 한다.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로 세상과의 교감을 피하는 노장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 우드)는 은퇴복서인 유일한 친구 스크랩(모건 프리먼)과 함께 체육관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자를 문하생으로 받을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던 프랭키는 결국 메기를 지도하게 되고 둘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회복하여 부녀처럼 지내게 된다. 둘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맞서나가는 명콤비로 결국 메기는 여자 복서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두 사람 인생의 최고의 삶도 잠시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는 프랭키의 조언이 무색하게 반칙왕인 현 챔피언에게 기습당해 메기는 전신 마비의 상태가 된다. 그토록 궁금했던 자신의 별명 '모쿠슈라'의 의미가 '너는 내 혈육'이라는 사실을 알고 메기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생을 종결짓는다. 결국 프랭키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메기라는 처녀를 세계적인 복서 즉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키운 것이다.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힐러리 스웬크는 6년 전에 데뷔한 무명의 여배우로 사실상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힐러리 스웬크를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키운 클린트 이스트 우드를 '빌리언 달러 리더'로 부르고 싶다. 진짜 리더는 '리더를 발견하는 리더''리더를 키우는 리더'이다. 이 세상에는 진흙 속에 박힌 진주들이 너무도 많다. 이처럼 숨겨진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발굴하여 세계적인 인물로 키우는 '빌리언 달러 리더'가 아쉬운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