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本 -두 얼굴이야기" 를 읽고나서...
섬유공학과 박혜주 2006년 11월 17일
을사늑약 100주년의 치욕과 광복 60주년의 환희가 교차되는 2005년을 굳이 ‘한·일우호의 해’로 정한 것은 후자에 방점을 두었더라도 영 내키지 않는다. 여기에 남의 집 안방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한 일본대사를 보면 반일감정은 곧장 혐오로 치닫는다. 이런 감정적 대응이 이성적 판단과 전략적 대처의 적이라고 지적하는 일본 관련 저술 2권이 동시에 나왔다.
‘일본:두 얼굴 이야기’은 일본을 ‘없다’, ‘있다’ 식의 단일 코드로 봐선 안된다고 전제한다. 일본은 모방의 천재라고 불리지만 중심은 일본에 두고 마침내 창작을 넘어서는 모방의 힘을 보여준다. 물론 이같은 일본중심주의는 극단화되면서 제국주의로 나아가고 생명의 하찮게 여기는 ‘사의 찬미’와 연결되면서 식민지에서의 만행을 낳는다.
최근 논란이 되는 일본의 독도 망언은 한반도를 ‘일본 보전의 기초이자 만국을 진취적으로 경략(침략)하는 데 기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온 전통적 인식에서 비롯됐다. 독도를 제압당하면 일본의 등덜미 위에 칼날이 늘어뜨리워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앞두고도 한반도 점령유지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고 승전국을 상대로 본토 상륙일자를 통보하는 등 할 말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전쟁의 폐허를 딛고 강자가 된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책은 그들 이상으로 타당하고 정당한 논리를 충분히 준비하고 집요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태동과 파시즘의 형성과정, 일본군 특유의 정신문화와 병리적 군사문화 등을 분석한다. 러일전쟁 승리로 자만심에 빠진 일본은 대륙침략에 나서 조선병합, 만주사변, 중일 전쟁등을 통해 군부파쇼체제를 확립한다. 이어 시바 료타로의 표현대로 광신적 군부가 이끌고 우중의 지지를 받은 일본은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달리는 여우’처럼 대미전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전황이 돌이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억옥쇄를 주창한 군국주의의 광기는 마침내 원자탄 피폭을 자초한다.
저자는 일왕의 전쟁책임을 포함한 전후처리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과거사 반성이나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하면서 전후 60년간 덧칠이 돼온 일본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복원될지 주목할 것을 당부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일례로 "약삭바르다"는 일본인의 이미지가 있다. 이 말은 다른 각도에서는 일본인이 "용의주도"하기도 하고 떄로는 "주도면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 이 두 가지 색깔을 전부 꿰쭗어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한 가지 색깔에만 주목해 왔던 것은 아닐까?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책은 총 4부에 걸쳐서 일본인에 대해 풀이해 놓았다.
제1부 - 모방의 천재, 그러나 중심은 일본이다
일본인은 모방에 뛰어난 민족이라고 한다. 일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이다. 일본인이 모방에 뛰어나다는 이 말은 어쩌면 모도겡 가까운 비난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이 '모독'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 뛰어난 모방력은 일본인이 지닌 우수한 능력의 하나라고 적극 평가하고 나서는 판이다. 이 정도면 일본을 비난한 입들이 계면쩍기까지 한다. 뭔가 송구스러워야 될 일본인들은 태연자약하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할말 다 하는 일본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승자나 강자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요구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에 패자나 약자의 입에서 나온 이런저런 요구는 그렇게 자연스런 광경이 아니다. 대부분 입다물고 처분을 기다릴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에 패했을 때도, 서구열강의 위협 앞에서도, 강대국의 요구 앞에서도 일본인들은 패자나 약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순순히 물러서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썩 자연스럽지 못한 광경을 일본인들은 자주 연출하는 것 같다. 어찌보면 우스꽝스럽고, 어찌보면 흥미롭기도 한다.
제2부 - 일본의 두얼굴, 아무도 그 속을 모른다.
자기 생명을 하찮게 여기니, 타인의 생명을 귀하게 여길 턱이 없는 일본인들. 바로 이런 일본인들이 훗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살특공대로 지원했고, 전쟁 말기에는 집단자살과 할복자살을 했던 것이다. 미군들이 아연실색한 것은 그런 처참한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일본인들이 아시아 각지에서 그처럼 잔인한 만행과 학살을 자행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집 밖에서만 잔인했던 게 아니다. 마찬가지고 4백여년 전에 쓰여진 글을 옮겨 보려 한다.
“ 그들간에는 다른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지배방법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기 가정에 있어서나 수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나 절대적인 군주로 행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원하는 대로 누구도 꺼릴 것 없이 자기 가족이나 수하에 있는 자를 죽일 수 있다.”
지금 일본의 책임있는 정치가들은 일본군의 잔인함을 부정하려들지만, 일본인들은 자기 집안에서조차 잔인한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하물며 외국에서야! 그나마 세월이 흐른 뒤에 이런 모습이 바뀌었다면 말이나 될까. 생명을 우습게 아는 그들의 풍속은 그후에도 고질병처럼 변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이 된다.
또 그들에게 있어 쌀은 예나 지금에나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평시의 식량이요,
또 하나는 전시의 군량이다. 그들의 머리 속에 국제 정치는 언제 어떻게 만국 대결의 시기로 들어설지 모르는 불투명한 세계다. 강병 일본을 위해서 그 둘은 항상 준비해둬야 하는 것같다. 그러니 군비문제에 대해 과연 그들이 무관심하겠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제3부 - 죄악의 과거사, 떠들어라, 우리는 계속 간다
메이지 유신으로 새로 출발한 일본. 일본의 통치자들은 부국강병을 둘러싸고 열심히 토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부국강병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논의하지 않았다. 그들이 열을 올린 것은 어떻게 부국강병을 실현할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열린 정보를 통해서 그들은 아시아로 몰려드는 서구열강의 위력과 실체를 파악한 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린 유일한 결단은 일본이 살아남기 위한 신속한 부국강병의 실현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탈식민지라는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그리고 책에 잠시 소개된 홋카이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관광지로 유명한 일본의 홋카이도. 옛날에는 에조라고 불렀던 땅이다. 드넓은 초원과 당할한 대지로 유명한 홋카이도는 삿포로 맥주와 홋카이도 우유, 치즈 등 낙농지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거기에다 일본의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아이누족의 고유한 생활풍습이 보존되기도 해서 이곳을 찾는 관광행렬은 끝이 없다. 한국의 관광회사도 이런 상품성을 겨냥해 패키지 여행코스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잊어버린 홋카이도의 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관광지 홋카이도의 과거는 과연 어떤 것일까?
홋카이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었다. 그런 홋카이도의 운명이 북방 열도와 함께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1970년대 말엽, 일본에서 초미의 과제로 부각된 것은 북방열도에 출연한 러시아라는 존재였다. 시베리아를 건넌 러시아인들은 1700년대 초반에 이미 캄차카 반도에 도달했다. 그길로 베링 해협을 건넌 러시아인들은 1700대 말에 알래스카를 손에 넣는 한편, 남쪽으로 내려와 홋카이도와 이어지는 쿠릴 열도에 모습을 드러낸다.
제4부 - 숙명의 한. 일 관계, 그 애증의 뿌리
우리들 가슴 속에 있는 반일감정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1910년의 한일합방과 식민지 지배, 그때 시작된 착취와 수탈과 학살과 온갖 만행은 반일감정의 중요한 뿌리다. 민족의 혼마저 말살하고자 했던 유례없는 만행은 거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곧 반일감정의 뿌리는 36년 동안 뿌려진 일제 만행에 있다. 그렇게 보면 반일감정의 뿌리는 1세기가 채 안되는 과거에 내려진 셈이다. 이 세월도 결코 짧지 않는 세월이지만, 1세기가 안되는 세우러에 내려진 뿌리치고는 그 강도가 아주 깊다.
한. 일간에 늘 일본이 툭치고 빠지는 게 있다. 독도문제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면 독도만이 아니다. 일본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북방열도 문제를 치고 들어가고, 중국과 대만에 대해서는 센카쿠 열도 문제를 걸고 들어간다. 독도 문제는 그 가운데 하나이다.
만일 지금도 그들이 예전처럼 주변지역을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독도 문제를 치고 빠지는 그들의 의도에는 전략적 계산이 있다. 그렇다면 독도는 일본 어민의 생계문제라는 경제 차원이 아니라, 그 이상의 필요에 의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특급전범 히토히토의 구제로 상징되는 불철저한 과거청산, 그리고 알맹이가 빠져 있는 불확실한 과거반성. 거기에다 정치가들의 망언까지 곁들이면 완전한 일제 트로이카다.
그들은 과거 반성도 애매모호한 용어의 나열로 가득 찰 뿐이다. 누가,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왜가 불명확하다. 그들의 말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역사 구성이 없다.
* 서명 : 日本 - 두얼굴 이야기
* 저자 : 이규배 지음
* 출판사 : 학민사
* 출판일 : 2005년 3월 1일
* 작성한 시간 :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