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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첨찰산 기슭에 자리잡은 쌍계사의 관음보
살상과 동백숲.
오늘날 진도에서는 섬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실
감하기 어렵다.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이후 찾아
가기도 훨씬 수월해졌거니와 그러께 연말에는 진
도와 뭍을 잇는 진도대교도 쌍둥이다리로 확장됐
기 때문이다.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에는 홍수 난
강물처럼 거센 조류가 흐른다. 1597년 9월16일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군선으로
왜선 133척을 격파한 명량대첩도 바로 이 조류를
활용해 얻은 승리였다. 다리 건너편 녹진전망대
(150m)에 올라서면, 명량대첩의 역사현장인 울
돌목과 해남 우수영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진도에서 가장 높은 첨찰산(485m) 자락에는 아
담한 쌍계사와 ‘한국 남화의 성지’라 불리는 운림
산방이 있다. 쌍계사는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지만, 절집 자체보다도 뒤편의
첨찰산 상록수림이 더 인상적이다. 동백나무, 후
박나무, 감탕나무, 생달나무를 비롯해 50여 종의
상록수가 우거진 이 숲은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요즘에는 춘흥(春興)을 못 이긴 동백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어 파릇한 잎과 붉은 꽃이 절
묘하게 조화된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진도에는 매우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절경이 많다.
내륙과 동남부 해안을 한 바퀴 도는 18번 국도를
타면 진도땅의 빼어난 절경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회동마을, 소박한 무지개
다리와 아담한 석성이 있는 낙도석성, 조도군도의
수많은 섬을 오가는 여객선 출항지인 팽목항도 모
두 이 국도변에 자리한다. 그 가운데서도 임회면 남
동리 남도석성(사적 제127호)은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역사유적이다. 고려 때 진도 용장산성을 거점 삼
아 몽고침략군에 대항한 삼별초군의 지도자 배중손 장군이 최후를 맞았던 곳이다.
* 남도석성
진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할 즈음이면, 지산면 세방리로 달려가야 한다. 진
도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 외딴 마을은 몇 해 전 기상청이 우리나라에서 낙조가 가장 아름다운 곳
으로 선정한 뒤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진도를 오가려면 해남 땅을 안 밟을 수가 없고, 해남에 가면 고천암호를 빼놓을 수가 없다. 고천암호를
찾아가는 길에서는 황산면 우항리 공룡화석지를 먼저 들러보는 것이 좋다. 해남간척지 호수 중 하나인
금호호 가에 자리한 공룡화석지는 중생대 백악기(1억4000만~6500만년 전)에도 커다란 호수 옆이었다
고 한다. 당시 형성된 퇴적암층 절벽이 오늘날까지도 금호호 가를 따라 5km가량 이어져 있다. 바로 이
퇴적암층에 공룡, 익룡, 물새 등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길 닿는 곳곳이 절경 … 녹우당엔 윤선도 숨결이
해남읍, 황산면, 화산면에 걸쳐 있는 고천암호는 대규모 간척공사로 생겨난 인공호수이자 국내 최대
겨울철새 도래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기서 월동한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등의 겨울철새들은
대체로 3월 중순쯤이면 모두 북쪽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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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고천암호 상공으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좌). 해남 우항리의 공룡발자국 화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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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천암호에서 동쪽 들녘 저편에 우뚝한 두륜산이 가깝게 보인다. 실제로도 자동차를 이용하면 20~
30분 만에 닿을 수 있다. 두륜산 동쪽 기슭에 천년고찰 대흥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절 초입의 숲길이
마음을 끈다.
* 대흥사
신라 법흥왕 원년(514)에 창건됐다는 대흥사는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의 승병부대가 주둔하던 곳
이다. 그리고 조선 말기에는 ‘한국 다도의 시조’라 일컫는 초의선사가 머무른 뒤 지금과 같은 큰 절로
번창했다. 대흥사를 에워싼 두륜산(690m), 대둔산(671m), 고계봉(638m)은 활엽수와 상록수가 혼재
된 숲이 울창해서 사시사철 생기발랄하다.
* 윤선도의 옛집인 녹우당
대흥사와 해남 읍내 중간쯤에는 고산 윤선도의 옛집인 녹우당(綠雨堂, 사적 제167호)이 있다. 해남
읍 연동리의 덕음산 자락에 들어앉은 녹우당은 명문가인 해남 윤씨의 종가답게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이 정연한 ‘ㅁ’자형을 이룬다. 여러 채의 건물 가운데 ‘녹우당’이라는 현판이 걸린 사랑채는, 효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스승으로 모셨던 고산에게 하사한 수원집의 일부를 옮겨온 것이다.
녹우당의 유물전시관에는 해남 윤씨 집안에서 대대손손 전해오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는
고산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제240호), 옛 화첩(보물 제481호), 고산의 육필원고와 문
서(보물 제482호), 고려 말기의 노비문서(보물 제48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여럿이다. 특히 윤두서
의 자화상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화상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유물 도난 위험으로 녹우당 유물전시관에
는 영인본이 걸려 있다.
여행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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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한정식의 보리쌈밥.
숙박
진도의 숙박업소로는 진도 읍내의 남강모텔(061-544-6300)과 프린스모텔(061-542-2251), 의신면 초사리의 진도마린빌리지(061-544-7999) 등이 권할 만하다. 해남 대흥사 부근에서는 두륜산온천랜드(061-534-0900), 해남 읍내에서는 사파이어모텔(해남 읍내, 061-537-4825)과 티파니모텔(해남 읍내, 061-537-0080)이 비교적 깔끔하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맛집
진도, 해남 땅에는 남도 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진도의 맛집으로는 돌담한정식(한정식과 보리쌈밥, 061-544-1170), 제진관(간제미찜, 061-544-2419), 사랑방식당(바지락회, 061-544-4117), 다도해관광회센터(생선회, 061-543-7227) 등을 꼽을 수 있다. 명산과 너른 들녘, 깨끗한 바다를 품은 해남군에는 내로라하는 맛집이 더 많다. 대흥사 입구의 전주식당(표고버섯전골, 061-532-8774), 해남 읍내의 용궁해물탕(해물탕, 061-535-5161)과 진일관(한정식, 061-535-5500), 청운정(조갯살구이, 061-533-6633), 해남읍에서 대흥사 가는 도로변의 장수통닭(닭모둠요리, 061-535-1003) 등은 해남을 대표하는 맛집들이다. | |
<출처> 주간동아 / 2007.03.06 575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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