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의 봄

[고봉산]

매화향기 흥건한 섬진강의 봄밤을 어슬렁거리고 왔습니다.

먼저 사진을 올릴게요. 전에 제가 올린 섬진강 사진들이 안 떠서 불편을 드려죄송.

이번 게 잘 뜨면 지난 것들도 다시 고쳐놓을게요.

매화사진 죽이죠?

2005년 4월 2일 반나절 일을 마치고 광양 매화마을로 향했습니다. 쌍계사로 들어갈까 하다가 올 해 별난 꽃샘추위로 꽃들이 지각을 하는 바람에 쌍계사 벚꽃은 시작도 안했다나요. 그렇다면 매화 잔치를 가야죠. (원래는 다음 카페인 인도행을 따라 가려고 했는데 일정이 안맞아서 친구들과 독립.)

영등포에서 기차를 타고 순천역에서 내려서 버스로 광양을 가서 매화마을로 들어갔는데

광양에서 들어가는 거 보다 하동에서 들어가는게 맞아요.

특이하죠. 다른 곳은 아무리 지리적으로 가까와도 같은 도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전라도 광양은 특이하네요. 무늬만 전라도고 내용은 경상도.

왜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섬진강을 끼고 광양과 하동이 같은 문화권에 속했던듯한데....

어찌되었든 그래서 지난 겨울 섬진강 여행에서도 얘기했지만 순천과 광양은 사이가 좋지 않아요. 마치 전라도와 경상도처럼. 

광양에서 내려 우선 유명한 광양숯불갈비를 먹으러 갔죠. 대원식당. 1인분 13,000. 정말 담백하고 맛이 좋았는데 대중식당도 유명하고 다 맛이 비슷하다는 지역주민들의 말씀...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밤이 되면 버스들이 다니지 않는다는 거. 도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죠.

버스탔다가 기사아저씨가 잘못탔다고 갈림길 한가운데서 내려주시고

차가 쌩쌩다니는 차도를 걷는데 지나가던 차가 우리를 발견하고 후진해서

진상까지 태워줬는데

여기서부터 매화마을까지 지방도를 걷는 건 또 목숨을 건 일탈이었네요.

그냥 한적한 봄길을 어슬렁 거리며 밤새 걷겠다는 야무진 꿈은 5분도 안되서 끝났답니다.

랜턴을 꺼내들고 걸으면서 숙소를 두리번 거리게 되었는데 어치계곡 쪽으로 올라가는

부부가 모는 차를 얻어탔답니다. 처가가 이 부근이라는 이 중년부부. 이 길이 매화마을가는 지름길이라나요.

차가 산길을 오르고 질러 달리는데 가로수는 온통 꽃이 하이얗게 핀 매화나무. 코끝을 지나 온몸에 퍼지는 흥건한 매화향기.....정말 황홀했습니다. 너무나 아쉬워 내리고 싶었는데 너무 친절하신 바람에........

늦은밤 드디어 매화마을에 도착했으나 돌아다녀도 방이 없어

결국 해돋이 민박집 마루에 기어들어가 주인 허락도 없이 밤을 보내고- 너무 죄송하고 감사.

새벽에 섬진강변을 거닐다가 청매실 농원에 올랐답니다.

매화.......... 뒷꼭지도 이쁜 매화........꽃구름들 사이로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매화 그늘 밑에는 호밀밭이 푸르고

이 집은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을 찍을 세트라네요. 여기가 압권. 밑으로는 섬진강 모래벌이,

위로는 청산이..........절로 감탄이 나오더이다. 어제 신문이던가. 임감독도 비경이로다를 연발했다네요. 그런데 매화가 져 버려서 촬영을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정류장 쪽으로 내려와  매화골 가든에서 재첩국을 먹는데-5000냥- 마당에 직접 잡은 재첩껍질. 오염이 적어서 그런가 섬진강변에는 춘백(봄 동백)이 유난히 고왔답니다.

이렇게 청매실농원에서 아침에 도착한 친구까지 맞아서 오래도록 놀았답니다.

11시가 반쯤 떠서  쌍계사로 향했는데  몸도 곤하고 짐도 무거운 친구들은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저와 친구 둘이서는 형편되는대로 걷기로 했죠.  

어때요. 싱그런 봄기운에 몸이 부풀어오르는듯. 이 861번 국도는 훨씬 차량이 적고 한적해서 건너편 19번 국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쾌적했답니다.

차도를 벗어나 둑길로 빠질 수 있는 곳이 두 지점이 있었는데 섬진강 강따라 도보여행길의 단연 으뜸...........모래벌이 가장 넓게 드리워져 가장 섬진강답고........그 첫번째 둑길은 해돋이 민박을 지나 바로 있답니다. 쑥이며 나물도 많아서 주저앉아 뜯고 싶은 마음 간절했었죠.

두번째 둑길걷기를 마치고 역시 멋진 부부차를 히치해서 남도대교 앞에서 내려서 어슬렁 거리며 남도대교를 건넜죠.

다리건너 화개장터 벚꽃축제 플랭카드는 걸리고 차들은 꼬리를 물고 서 있는데

민가에 산수유 몇그루 피어있을뿐

쌍계사 십리 벚꽃길 벚나무 꽃망울은 아직  터질듯 터질듯 ............

이 사진은 한민족대백과사전에서 찍은 옛날 섬진강 사진인데

정말 아름답죠. 곱디고운 모래벌과  찰박한 섬진강물살이 서로 넘실대며

옛이야기 두런대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조금은 무모한 봄날의 여행. 그 무모함을 다시 찾은 나 자신에게 기립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밤길 국도를 걸으시려면 헤드랜턴도 끼고 야광으로 된 밴드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걸 차시면 좋을듯하네요.

[고봉산]

사진이 모두의 컴에서 잘 뜨면 글도 올려 놓을게요.

[비내리는 유리도시]

우와~ 우와~ 사진속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꽃파는총각]

우와~ 멋있다. 저기 나오는 꽃이 매화, 동백, 산수유가 맞나요? 그리고 마지막은 무슨 꽃이에요?

[소진]

환상입니다. 섬진강 따라 걷는 풍성한 마음이 와 닿습니다. 저도 님의 뒤를 따라 가겠습니다.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좋은 글도 기대할게요.

[스텝]

꽃구경하니 이제야 봄인것 같에요, 알록달록 맘까지 푸근해집니다.

[고봉산]

꽃파는 총각님 벚꽃 몽우리인줄 아셨죠? 벚꽃은 몽글몽글 뭉쳐달려있네요. 꽃 하나하는 매화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나경]

우와......... 환상적입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걷는 나그네처럼, 구름에 달가듯이 가보고 싶은 길이네요. 한 편의 작은 영화를 본 듯 합니다. 좋은 사진, 글에 대해 엄청난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오늘이 가장 아름답다]

섬진강변 매화마을 오늘 아침 프로에 나왔었는데 사진속 매화마을이 같은 마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멋있네요.

[고봉산]

오아름님. 아마 같은 곳일 거예요. 섬진마을 매화마을 같은 곳이더라구요. 하동에서 섬진교를 건너 광양으로 넘어가면 멀지않게 강변에 있어요. 매화마을에 가면 여러 농원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홍쌍리 여사가 대를 이어 일군 청매실농원이 가장 유명해서 매스컴에 자주 나와요.

[로그인]

이야기 듣던대로 정말 멋있는 곳이네요. 가고파라...... 사진 잘 박으셨는데 탐납니다. 좀 빌어가도 될까요>

[고봉산]

넵. 가져가실게 있다면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