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와 통영이는 아래층 윗층 한빌라에 사는 오랜 친구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리고 마침내 두놈은 나란히 대학을 낙방했습니다 사이도 좋게...그리고 백수신세가 되었습니다
둘은 우정과 덤으로 동지애를 키우며 날마다 P.C방과 당구장을 전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홀라당 술마시는데 바쳤습니다
그날도 둘은 초저녁부터 술집에 마주앉아 이제는 민증 공포없이도
맘껏 어른처럼 마실수 있음을 흥겨워하며 거하게 취해가고 있엇습니다
또다른 백수동창인 상훈이와 동성이도 냉큼 달려와 주었습니다
ㅡX블 대학가면 다냐 대학 안간놈은 다 등신머저리냐
ㅡX블 맞아 난 대학 안가도 성공할수 있다고
ㅡX블...우리 엄마 아빠 날보구 다시 공부하라고 날마다 악을 쓰신다구
ㅡX블....우리도 그래...난 공부 취미 없고만 골아픈것 다시멋하러 해
ㅡ맞어 맞어....그냥 이런 술집이나 하나 차려 달랠까
ㅡ야...써글놈아...니가 이런 가게차리면 석달도 못가 말아먹지 멍충아
네명의 백수는 서로 씨부렁 대며 목청껏 외쳐대었습니다
그래도 자꾸만 가슴 깊은 곳에서 한숨과 서글픔이 피어올라왔습니다
정말 막막해보이는 미래.....
시간이 흐르고 새벽이....세시가 되었습니다
그제사 슬슬 취기와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인태와 통영은 술집을 나서서 어깨동무를 하곤 노래를 불렀습니다
고래....고래.....켁...켁....
비틀...비틀.....비이틀.......
어느새 그들의 집이 멀직히 보이는 골목길 어귀
일렬로 죽 늘어선 자동차들이 앞으로 나란히 하고 서서 간혹흐르는 별빛과
가로등에 반짝거렸습니다 반들거리는 에나멜페인트의 반짝거림 반짝반짝
ㅡ에잇....퍼억!
순간, 통영의 옆발차기가 곁에 있던 자동차의 백밀러를 부쉈습니다
ㅡ에잇.....퍼억!
또 한대
ㅡ에있....퍼억
얼씨구
인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꼴을 바라보다 왠지 재밌을것 같아 자신도 발차기를 날렸습니다
대학간놈은...반짝거리는 뇌를 갖고 태어났나보지...
난 대가리가 돌이라구 돌...
ㅡ에잇 ...퍼억 ...에잇 ...퍼억.....
이제 두놈은 히히덕 대며 골목 입구 부터 집앞까지 나란히를 하고 선
자동차들의 사이드밀러를 모두 부수었습니다
나란히 나란히 선 그들은 코스를 제대로 밟아가는 잘난 친구들 같아서
이탈자인 그들이 부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마냥 풀렸습니다
잘난것들....잘난것들...맞아봐라....
통쾌했습니다 으하하하하
둘은 집앞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곤 1층과 2층으로 갖자 헤어져 들어갔습니다
바이바이까지 해대며......
ㅡ아니 어떤 호로자식이 남의 자동차를....부순거얏!
ㅡ골목길에 주차된 모든 자동차를 다 부쉈대요
ㅡ경찰에 신고햇....당장 범인 을 잡아서 요절을 내야돼
아침부터 아버지의 쩌렁저렁한 음성이 노기충천하여 집안을 울렸습니다
잠결에 그목소리를 들은 인태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눈까풀이 헤까닥 열리며 잠이 순식간에 달아났습니다
ㅡ죽.....었.....다......젠.......장
이럴땐 기억을 못해도 좋으련만 어젯밤 통영이와 저지른 일이 영화 화면처럼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어쩌다가 아버지의 차까지도 걷어찼을까 이제와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인태는 슬그머니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벌벌떨었습니다
동네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똑 닮은 큰형마져 이젠 으르렁 댔습니다 ...
으윽...형의 중고 지프마져도 날린 모양입니다....
ㅡ죽일 통영이 시끼.....괜히먼저 시작해 가지고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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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인태와 통영인 길건너 딴동네의 놀이터 에서 만났습니다
그들이 살금 살금 집을 나설때 경찰백차한대가 그들의 집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웅성대던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인태와 통영인 빈그네에 앉아 앞뒤로 흔들거리며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아무생각도 나지않는 머릿속.....
도망갈 궁리밖에.....나지않는 머릿속.....
그리고 쓰린 뱃속에선 오늘따라 유난히도 큰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꼬르르르르륵..............고르르르륵!
2004년 5월 3일 muhande
첫댓글 불효자식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좀 그렇군요.^^
펜이 더욱 세련되어 지셨군요. 대단한 재능입니다. ^^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다만 세상을 조금 쉽게 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일 뿐... 사람들이 잘 닦아놓은 평범한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