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평야의 중앙에 위치한 김제.
평지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보이는 몇 안 되는 곳으로서,
백제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 '벽골제'를 만들기도 했을만큼
우리나라의 농업기능의 중추를 담당하던 곳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인구밀도가 제일로 높았던 지역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심화된 대규모로 인구이탈은 김제의 몰락을 예고했다.
전성기 시절 25만명까지 치솟은 인구가 지금은 10만명 밑으로 떨어져 버렸으며,
지금도 시가지에서 일제시대 건물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도시 확장, 정비가 몇 십년 동안 전혀 되지 않았다.
시내에 워낙 낡은 단독주택이 많아서인지 시가지의 경계가 모호하며,
각종 관공서들이 제각기 떨어져 있어 이렇다할 중심 상권도 형성되지 못했다.
그나마 수요층도 익산, 전주로 몽땅 분산되어 지역경제가 상당한 침체에 빠져있다.
김제의 두 교통축인 터미널과 기차역은 각각 북쪽과 동남쪽 끝에 극과 극처럼 떨어져 있다.
김제터미널 앞의 상권이 그나마 발달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일반적인 읍내를 연상시킬 정도다.
지역 주민 분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터미널이지만,
주 소비층을 전주와 익산으로의 분산시키기 때문에 시 입장에선 그렇게 달갑지만도 않을 것이다.
김제터미널의 정식 명칭은 '김제공용버스터미널'이다.
위에 달린 간판, 아담하고 조그만 입구까지 서산터미널의 모습과 굉장히 닮아있다.
이천, 서산 등 몇몇 도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김제의 경우는 이들의 축소판 결정체라 봐도 좋을만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은 터미널 주변 상권이 가장 발달한다.
그래서 터미널 주변 상권을 보면 도시규모나 경제활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천, 서산, 김제 모두 길쭉한 2층건물로 버스터미널의 생김새가 비슷비슷한데,
터미널 주변 풍경을 보면 각 지역별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천과 서산은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 재래시장이 활기를 띄고 터미널 주변 도로도 자가용으로 북적한데다,
주변에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산산업단지가 위치하여 들어서는 아파트들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같은 소도시라 할 지라도 김제는 이렇다할 산업시설이 전무하고,
터미널 주변에도 다니는 차량과 유동인구가 굉장히 적어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버스들이 출입하는 입구는 터미널 건물 오른쪽에 붙어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과 겹치기는 하지만 워낙 입구가 협소한 덕분에,
버스와 사람, 차들이 한데 뒤엉키는 일은 거의 없다.
김제터미널이 꽤 오래 전부터 이 터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터미널 내부는 새 건물의 느낌이 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조금 좁긴 해도 각종 상점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며,
내장재들도 아주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아까 보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표를 사는 매표소가 나온다.
건물은 꽤 큼직하고 길쭉한 반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건물 구조 때문에 내부는 비좁다.
건물 입구와 매표소를 게임장이 정확히 가로막고 있을 정도이니...
꽤 큼직한 건물에 비해 공간활용은 전혀 되지 않아 약간 답답한 면도 있다.
김제터미널에서 가장 비중높은 행선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코 전주행과 익산행이다.
도로교통이 발달한 전주, 철도교통이 발달한 익산으로 생활권이 쏠리는데다,
일부 주민들은 김제터미널과 김제역을 놔두고 전주, 익산까지 가서 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전주, 김제 방면으로는 평균 10~25분 간격으로 상당히 버스가 자주자주 운행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웃한 부안, 군산행 버스도 익산, 김제와 비스무리한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부안의 경우는 교류가 많은 것도 있지만 부안에서 전주, 익산을 가기 위해선 무조건 김제를 거쳐야 하므로,
김제-전주, 익산간 거의 대부분 버스가 부안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조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제터미널 자체적으로도 전주, 익산과의 연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이외의 나머지 행선들을 전부 합쳐도 전주, 익산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그나마 전주 ↔ 고창, 격포행 일부가 김제를 경유하여 겨우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고,
전북권 이외로는 대전, 동서울, 성남, 인천, 안산행 버스가 전부다.
바로 옆에 있는 정읍으로 가는 버스조차 한 대도 없는 것을 보면,
김제터미널의 입지가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호남선 김제역의 강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주, 익산에서의 김제수요를 흡수하는 영향이 더 크다.
호남선 김제역이라고 해봤자 연계되는 도시가 한정되어 있는데다 일평균 1,500명에 불과한 수요로,
김제시 상주인구에 비례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다.
김제에서 차로 20분, 버스로 30분거리에 떨어진 전주만 가봐도,
전국 각지로 연결되는 수많은 버스가 상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외지 이동 수요는 전주로 흡수된다고 볼 수 있다.
김제에 버젓하게 터미널이 있음에도 자체 수요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좁은 건물 바깥으로 간이대합실을 예쁘게 단장해놨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몇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 노후화 때문에 예쁘게 꾸며놓아 시설만큼은 남부러울 것이 없는 김제.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고속도로 진출입도 상당히 편리해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제 자체 수요마저 전주, 익산에 일부 흡수되어 제 역할을 못하는 실정이다.
전주, 익산과 관련된 버스가 아니면 찾기 쉽지 않을 정도다.
이런저런 옷을 입은 다양한 버스들이 주차되어 있어야 할 주차장에는 황량한 바람의 기운만이 돋우워진다.
보통 왠만한 버스터미널들에는 적어도 한 대쯤 주차된 차량을 볼 수 있는데,
명색이 '시'의 중심터미널인데도 주차된 차량이 하나도 없다니...
단순한 중간 경유지 역할을 하는 김제터미널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스팔트만 덮은 듯 어설픈 높이의 승차장.
그리고 승차장과 매표공간 사이에 조그맣게 놓인 간이대합실.
절반 이상을 뒤덮고 있는 '전주, 익산, 군산, 부안' 행선판.
그 어디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던 낯선 기운이 흐른다.
김제를 대표하는 명백한 버스터미널로서,
서비스 향상을 위해 리모델링까지 시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는 중이지만,
상당히 열약한 노선망과 대도시와의 인접 덕분인지 아직까지도 별다른 반향은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중소도시 터미널들은 시외버스터미널이 고속버스터미널보다 규모가 큰데,
김제의 경우는 그 반대로 고속터미널이 오히려 시외터미널보다 커 보이지까지 한다.
밝은 태양, 맑은 날씨 속 낯선 기운이 흐르는 구름덩어리,
아쉬운 패배로 마감한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내는 경기.
침체된 지역경기 속에 제 힘을 발휘 못하는 버스터미널...
부디 당당한 본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화창한 햇살이 드리워졌으면 좋겠다.
제 기운을 찾기 위해 아쉬운 패배를 극적인 승리로 돌렸으면 좋겠다.
과연... 그 속에서의 김제터미널은 어떤 모습을 소망하고 있을까?
첫댓글 리모델링 깨끗하게 됐네요. 예전에 갔을 때랑 터미널 구조는 똑같았는데 많이 깔끔해 보이네요.
김제도 고속버스터미널이 따로 있나요??
시외터미널 바로 옆에 금호고속 김제터미널이 있습니다. 금호에서 김제고속터미널을 폐쇄하고 바로 옆에 있는 김제시외터미널로 통합운영하려고 하였으나.. 김제시에서 고속터미널이 없어지는 것을 반대하여 현재 계속 운영중입니다.
언제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저도 늘 좋은 터미널,그 도시의 글 잘보고 좋은 여행 합니다..감사 합니다.
전국방방곡곡의 좋은 자료 잘보고 갑니다/건승하십시요
김제시민으로써 저희고장 김제가 더더욱 발전해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