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와인바나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주문하고 맛보는 것에 대해 썼는데요,
생각해보니 정작 어느 와인바나 레스토랑을 골라 가느냐부터가 문제이더군요!
와인과 처음에 어떻게 만났든 간에 이제 막 와인을 즐기고자 하면 막상 주위에 어딜 가야 저렴하고 친절하게 와인을 만날 수 있는지 고민이 됩니다.
무조건 비싼 집에 가서 제값 이상을 치르고 와인을 만나다 보면 금세 지갑이 텅텅 비겠죠~
(그리고 무조건 비싸게 파는 곳에서 친절하게 와인을 가르쳐 줄 리도 만무하죠!)
그렇다고 와인이 유행이라고 덩달아 전문가도 없는데 아무 와인이나 들여놓고 파는 가게에 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 글은 와인바나 레스토랑을 창업, 재개장 하시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권합니다)
어디서!! 와인을 마셔야 할까요?
1. 와인바 & 레스토랑
흔히 떠올리는 와인바는 사실 와인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나 프랑스에는 흔치 않은 것입니다.
본래 와인은 음식과 어울리는 것이기 때문에 와인을 다른 리큐르처럼 독대하는 문화는 보다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의 문화에서는 매번 와인을 만날 때마다 식사를 곁들이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와인바가 성업 중인 것!
# 좋은 와인바는?
- 와인 리스트는 두꺼울 수록 좋다?! : 꼭 그렇진 않습니다. 가게의 규모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와인을 리스트에 써놓았을 경우 어렵게 와인을 골라놓으면 '지금 없는데요'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죠. 리스트의 길이는 가게 규모에 비례하는 것입니다.
- 와인 리스트에 특정 나라가 없다, 비전문적인 것이 아닌지?! : 물론 나라별로 모두 갖춰놓으면 더 좋겠지만~ 와인바도 레스토랑처럼 특색이 있기 마련인데 꼭 모든 나라의 와인을 다룰 필요는 없겠죠. 더군다나 '전부' 갖춘 와인바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
- 소믈리에 자격증이 없다는 군요! 어찌된 일이죠?! : 소믈리에라는 것은 어떠한 시험 같은 것을 통과하여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넓게 보면 와인을 다루는 웨이터는 모두 소믈리에입니다. 소믈리에의 전문성은 자격증이 아니라 실무에서 보이는 것입니다.
# 이런 와인바를 피하세요!
요즘 정말 유행이죠, 와인. 그래서인지 와인바라는 간판도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띕니다. 하지만
- 리스트에 와인의 별칭 위주로 적혀 있고 풀네임이 적혀 있지 않은 곳
: 무조건 나와버릴 필요는 없겠지만 주인이나 일하는 사람이 와인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갖추지 않았을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빈티지가 적혀 있지 않은 리스트는 문제가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 화이트 와인 리스트가 레드 와인에 비해 형편없이 짧은 곳
: 물론 한국에서는 화이트 와인이 레드에 비해 잘 팔리지 않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화이트가 레드에 비해 대접받지 못하는 모습은 보이죠. 하지만 지나치게 짧은 리스트는 고객이 다양하고 좋은 와인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지 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소믈리에가 와인 설명을 하지 못하는 곳
: 능숙하게 코르크를 오픈하는 모습이나 와인에 대한 유려한 설명_ 사람들이 소믈리에에게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서툴수도 있지 않느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서툰 직원을 고객 앞에 내어놓는 것 자체가 이미 프로페셔널하지 못합니다.
# 레스토랑은요?
- 주된 식사메뉴와 와인리스트가 어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레스토랑은 유명와인을 갖추기보다는 그 레스토랑의 식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갖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칠레 와인이 주로 갖추어져 있다면 황당하겠죠.
- 가격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도 고객에 대한 배려입니다. 와인바와는 달리 이미 식사대를 지불해야 하므로 무턱대로 비싼 와인을 마실 여건이 되지 않기 쉽습니다. 가격대가 다양해서 식사규모에 맞춰 와인을 고를 수 있다면 좋겠죠.
- 식탁에 처음부터 와인잔이 셋팅되어 있는 것은 NG입니다. 드물게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잔이 뒤집어져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와인을 조금만 안다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예약손님이라면 다르겠지만요.
- 셀러가 갖추어져 있다면 금상첨화. 레스토랑이라고 모두 와인셀러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갖추어져 있다면 우선 사소한 다른 결점은 커버해줄 수 있습니다. 폼으로 설치한 게 아니라면 적어도 와인에 대해 기본기를 갖추고자 하는 자세라 볼 수 있죠.
2. 집에서 편하게
집에서 와인을 마시려면 몇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와인잔이 있어야겠구요(슈피겔라우 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지요~).
아무 잔에나 마시면 와인의 향과 빛깔을 즐길 수 없으니 플라스틱 잔이라도 꼭 와인잔을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오프너는 따기 쉬운 양팔형이 있고 웨이터들이 주로 써서 웨이터'S FRIEND라고 불리기도 하는 한팔형이 있습니다. 처음엔 수직 위로 뽑아지는 양팔형이 쉽겠지만 점차로 한팔형이 쉬워지실테니 열심히 연습해보세요.
제일 중요한 건 와인! 어디서 사야 할까요?
# 와인샵
와인샵은 일반 주류백화점과는 다릅니다. 요즘은 전문적인 와인샵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와인과 정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백화점 내에 있는 와인샵은 특정 주류수입사의 파견직원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그렇진 않겠지만 자사 와인을 홍보할 가능성도 있답니다.
# 대형마트
코스트코나 월마트 등의 외국계열 외에 이마트 등의 와인코너도 점점 더 많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중저가 와인을 퍽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대형마트 와인코너에도 일반 판매사원이 배속됩니다. 와인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 편의점
요즘엔 편의점 와인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와인이라면 마주앙? 하고 생각하실텐데요, 사실 마주앙도 그리 나쁜 와인은 아니랍니다. 더군다나 최근엔 깔리나나 카르멘, 우드브릿지 정도도 만날 수 있더라구요. 늦은 밤이라 샵이나 마트가 닫았을 때에 꼭 와인이어야 겠다면, 편의점만한 곳도 없겠죠.
생각보다 편의점 와인은 싼 편은 아닙니다. 대중적인 맛을 들여놓기 때문에 범접하기 어려운 와인을 만날 위험은 적은 대신 새로운 와인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와인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것은 우선 와인과 친해진 다음입니다!
일단 공부부터 하려고 들면 누구라도 머리가 복잡해질 뿐이지요~
만원짜리 편의점 와인부터 와인샵 세일을 벼르고 산 특급와인까지, 중요한 것은 우선 즐기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 당장에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와인샵으로 와인을 만나러 가세요♡
취하려고 마시는 술들과 달리 스스로를 절제하며 매일 조금씩 즐기는 와인은 건강에도 좋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