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방골성당
제가 살던 곳의 집이 개발지역으로 수용되면서 철거될 지경에 놓이자, 아내와 전 상의 끝에 지난 2007년 3월초 새로 조용한 곳을 찾아 이사를 했습니다. 바로 뒤편에 야트막한 야산이(그 유명한 개구리소년사건을 안고 있는 와룡산 줄기)있어 창문을 열면 그야말로 움직이는 커다란 풍경화가 딸린 집이라 평화로운 곳입니다.
이사를 온 곳은 우리 대구대교구의 새방골성당에 속한 곳이라 저희 가족은 3월부터 새방골성당에 교적을 옮기고 이곳의 신자가 되었습니다.
‘새방골’성당은 그 옛날 대구교회의 첫 사제이신 로베르토 김보록 신부님께서 한불수호조약이후 약 2년간 머무시면서 대구교회(현 계산성당: 사적 제290호)를 마련하신 그야말로 대구교회의 초석을 이룬 유서 깊은 성당입니다.
프랑스인이셨던 김보록 신부님께서 이곳 새방골에 계실 때, 당신이 본국에서 가져오신 필수품들을 사용하시던 가운데 비누가 특히 신자들의눈길을 끌었던 가 봅니다.
냄새도 좋고 또 자그마한 것이 쉬 닳지도 않고 거품이 너무 쉽게 잘 이는 것을 본 신자들이 신부님께 여쭈었지요, “신부님 그기 대체 뭡니꺼?” 그러자 신부님께서는 “이거요? 사봉(Sabon:불어로 ‘비누’란 말)입네다.”하셨죠.
그러자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이곳 신자들은 모두 “아, 그기 ‘사븐’이라꼬 카는갑지예?” 하고 말해 지금도 대구, 경상도 지방에는 마치 사투리처럼 비누를 ‘사분’ 또는 ‘사븐’이라고 하는 말이 있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사투리가 아니고 신문화를 접한 우리 신앙선조들의 국제화에 눈 뜬 외래어임을 알고 보면 제가 다니는 이 성당이 얼마나 유서가 깊은지 모두 아시겠지요.
하지만 우리성당은 신자 수 약 100여명(그것도 어린이, 학생들 모두 합쳐서)밖에 안 되는 지극히 가족적인 소규모성당입니다.
그렇다보니 변변한 반주자 하나 없어서 신부님께서는 제가 이 성당에 오자 제게 “그레고리오성가 좀 아시죠?” 하시더니 그 다음 주 미사 후에 바로 선언을 하시데요.
“어차피 우리성당에는 반부자도 없고 성가대도 없으니 전 신자가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무반주성가는 우리교회의 전통성가인 그레고리오성갑니다. 마침 지도를 잘 해주실 수 있는 분이 우리성당에 새로 전입 오셨으므로 이제부터 주일미사든 평일미사든 모두 그레고리오성가로 미사 드립시다.”
전통 깊은 성당이라 어른이시든 젊은이든 간에 모두 순종(?)을 해서 그 다음 주부터 바로 매주 한 곡씩 연습하고 부르고 해서 지금은 전 신자가 모두 미사곡을 그레고리오성가(천사 미사곡)를 하고 있습니다.
어른 분들과 아이들이 함께 미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Greduale Romanum’에서 4선 악보원본을 실은 후 미사통상문의 기도문을 싣고, 그다음 5선환악보로 정리해서 실은 다음 원어와 우리말 토시를 모두 붙여 책을 하나 아예 본당용으로 편집정리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제자매님들,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우리 새방골성당에서 미사참례하실 겸 놀러 한번 오십시요,
이 혁 우 시몬 (교육 분과 위원장)
위 글은 고인이신 이혁우 시몬님의 컴퓨터자료실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