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세진열사 22주기 추모예배가 지난 5월 3일 판교공원묘지에서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대표기도한 기도문을 올립니다.
사랑의 주님!
고 김세진 열사 22주기 추모예배에 저희들을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예배를 통해 잠자고 있는 역사의식과 죽은 것 같은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는 은혜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열사의 죽음 앞에 당시 베옷을 입고, 금식하고, 참 많이 아파하고, 울었습니다. 서성거리다 끝내 거리로 나가 투쟁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님! 솔직히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이고 동지였던 열사의 뜻은 고사하고, 부끄럽게도 이젠 얼굴까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생명의 주님!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거룩한 불꽃으로 산화하여 간 열사의 삶을 추모하며 생명의 길을 찾고자 오늘 여기 골고다의 높은 동산까지 오른 저희들에게 심지(深旨)를 말씀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귀를 엽니다. 눈을 뜹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저희들에게 지혜를 주셔서 총명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길 되신 주님!
열사는 하나님을 모욕하고, 폭력으로, 비난하고 죽임을 강요하는 적들 앞에서 거룩한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생명을 경시하고, 민족정기와 자긍심을 짓밟는 외세 앞에서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사랑은 내가 있어야 하고, 정체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길을 찾아 나섰고, 길은 외롭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큰 물결이 덮치지 못하게, 큰 구덩이가 입 벌려 삼키지 못하게 용기와 사랑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신을 불꽃으로 살라 진리와 생명 되신 주님처럼 마침내 길이 되었습니다. 불의와 모순, 왜곡의 역사를 넘어 민족과 민중의 자존심을 지킨 길 된 열사의 삶이 오늘 여기 함께한 모든 이들의 자존감을 살리는 뜨거운 은총이 되게 하옵소서.
평화의 주님!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위험물질까지 수입하는 굴욕과 수치의 미 쇠고기 수입개방 요구를 받아들여 전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광우병에 취약한 우리 국민의 생명의 밥상에 광우병에 걸린 미친 소고기를 올려놓고, 죽음의 삶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성난 농심은 오늘 또다시 신림동 4거리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하여 전국이 신림동 그날의 함성으로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열사를 만나야 합니다. 거기에서 민족도, 우리도 다시 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진 죽어서도 안 되고, 결코 죽을 수없는 이들에게 소망을 주시고, 김세진, 그 아름다운 청년을 만나게 하옵소서. 길을 만나 진정한 삶의 평화와 의미를 회복하게 하옵소서.
소망의 주님!
존경하는 부모님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는 날 동안 희망과 축복의 삶을 이어가게 하옵소서. 이 길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감사의 길 되게 하옵소서. 이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기독학생회(KSCF)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서울제일교회와 후원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인권위원회를 축복하옵소서. 이들의 수고와 땀이 소망이 되게 하시며, 많은 열매로 나타나게 하옵소서. 오늘 ‘살아남은 자의 과제’라는 제하의 말씀 전하시는 정진우 목사님을 통해 길 찾는 말씀되게 하옵소서. 순서마다 추모의 의미와 하늘 뜻이 아로새겨지는 귀한 시간되게 하옵소서.
새 움 되신 주님!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아, 그대들의 심장에 생명이 고동칠 것이다”라는 말씀처럼 김세진 열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살게 하옵소서. 친구를 만나러 온 것 같은 가벼운 걸음이 시작이 되어 여기 모인 우리 가슴 가슴에 생명의 메아리가 다시 한 번 힘차게 울려나게 하옵소서. 5월의 봄과 함께 새 움으로 새 삶을 살게 만드시는 부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