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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에너지 공장
남편과 내 핸드폰 숫자 5번을 꾹 누르면 에너지 공장이라는 글자가 뜨고 바로 집전화로 연결된다. 내 핸드폰의 단축 번호 1번은 남편, 2번은 큰 애, 3번은 둘째, 4번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이 좀 꺼리는 숫자라 건너뛰고 5번이 에너지 공장인 집이다. 남편 핸드폰도 1번이 나라는 점만 다르고 나머지는 나와 똑 같이 입력해 놓았다.
에너지의 종류로는 전력, 화력, 원자력 등이 있고 대체 에너지인 태양이나 풍력, 지열, 파도의 힘을 이용한 파력등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이용하여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능력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의 가슴과 두뇌에서 나오는 에너지만큼 소중한 에너지는 없을 것이다.
가정이라는 작은 집단에서 무한대로 발생될 수 있는 에너지야말로 삶의 큰 원동력이요, 아무리 큰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란 사실을 깨닫기까지 내게 소요된 시간은 20년이 넘는다. 그 긴 시간동안가화 만사성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깊은 의미를 가슴으로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고 설령 가르쳐줘도 내 고단한 삶은 그것을 깨우치지도 못했을 것이다.
남편과 나는 둘 다 고집이 세고 개성이 강한 편이다. 혈액형도 둘 다 일반적으로 고집 세다고 알려진 O형이다. 가난한 6남매의 장남인 남편은 시댁 식구들이 사시사철 신앙처럼 바라보는 해바라기였다. 가급적이면 타인에게 짐이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무언의 철학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며 자라온 내게, 모든 일에서 장남인 남편만 바라보는 시댁 분위기는 너무도 생소했다. 또 시댁일이라면 감당하기 힘든 장벽도 앞뒤를 재지 않고, 가족의 희생과 고통쯤은 안중에도 없이 행동하는 남편과 나는 요샛말로 치자면 별로 코드가 안 맞는 부부였다.
용인 자연농원에서 꿀벌 아저씨와 함께
평범한 샐러리맨의 월급으로 집이 없던 시어른에게 결혼 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데 절반을 보태드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6남매 중 혼자 시어른의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이 부분 까지는 자식 된 도리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3년 전 자신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돈을 고리의 사채를 얻어 여동생의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뒤부터 우리 집 에너지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녹슬고 있었다.
돈 빌린 사실도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 잊고 사는 시누이는 거기다 한 술 더 떠 시어른의 집을 무지한 부모를 꼬드겨 경매에 넘어가게 했다. 그 수습책으로 얼마 전 다시 거액의 대출금으로 두 번째 집을 사드리는 문제로까지 연결 되었다. 그 많은 이자와 원금을 고스란히 떠안은 우리 가족 모두는 오랜 시간동안 제 위치에 안주하지 못하고 성난 들짐승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으르렁대며 긴 시간을 살아온 것 같다.
작년 어느 날 먼지 묻은 가족 앨범을 정리할 때였다. 사진들은 힘든 가운데서도 행복했던 아련한 기억들을 담고 있었다. 경주, 설악산, 놀이동산, 눈썰매장, 때로는 튤립과 장미, 국화 축제 속에서 자연과 또는 꽃과 어우러져 환하게 웃고 있던 가족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랑이었다. 그러나 큰 아이의 4학년 무렵부터 가족 나들이가 끊겼는지 사진 한 장 구경 할 수가 없었다. 형용키 힘들었던 경제적 고통이 우리에게 그럴 여유와 기회를 주지 않았음이다.
가족! 연인! 친구! 라는 단어에서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풍경은 화목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들이다. 사진 속의 유원지나 놀이동산속의 가족들의 모습은 마치 사랑 바이러스를 주위에 전염시키기라도 하듯 즐거운 분위기였다.
앨범을 보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재충전 할 여유도 없이 커버린 아이들과, 결코 되돌릴 수도, 잡을 수도 없이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해 때늦은 후회를 했다. 그리고 이 소중한 공간을 어떻게 예전처럼 돌릴까하고 고민 할 즈음 우연한 기회에 TV드라마를 보게 됐다.
산세 좋은 경남 의령의 자굴산에서 도사 흉내를 내며 산기를 받는 아이들
시각 장애인 전 숙현씨와 안내 견토람이의 우정을 영화화한 <내 사랑 토람이>란 드라마였다. 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주인에게 길 안내를 하고, 피가 나고 부르튼 발의 고통을 참으며 주인의 안전을 위해 앞장섰던 토람이! 주인이 절망에 빠져 울고 있을 때 얼굴 부비며 위로해주고, 병든 몸으로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주인을 안내하고자 사력을 다해 일어서려던 토람이!
토람이가 준 가슴 벅차고 진한 감동에 두 눈이 충혈 될 정도로 엉엉 소리 내어 한참을 울었다. 그 감동의 에너지는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던 내 가슴 속 찌꺼기를 정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토람이보다 생각이 모자란 엄마였었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토람이는 캄캄한 세상을 향해 일어설 힘이 없는 주인에게희망이란 빛을 주고 주인으로 하여금 마음의 눈으로 많은 걸 보게 해준 소중한 가족이었다. 시각 장애인인 그녀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현실적인 좌절을, 만약 토람이가 없었다면 그 험난한 길을 헤쳐 과연 대학교수의 자리까지 갈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 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가 주는 오랜 여운은 주인에게 7년간 주는 사랑만 토람이가 베풀었듯이 나도 내 아이들에게 애정과 사랑만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십여 년 간 못다 준 사랑까지.
얼마 전 미국의 친구가 보낸 메일에 신이 인간에게 귀여운 자식을 준 건 세상에서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단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단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안내 견 한 마리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데 하물며 사람인 내가 내 자식의 인생을 못 바꾸랴 하는 오기도 생겼다. 토람이처럼 무조건 사랑을 줘보자고 생각하며 행동 해봤지만 토람이를 따라 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변해가는 나의 생각과 행동에 우리 집 에너지 공장은 조심스레 가동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별 무리 없이 많은 에너지를 만들고, 또 주변으로 각자가 나누어 줄 여유까지 생겼다.
토람이가 준 진한 감동의 에너지는 내 마음의 에너지로 가슴 가운데 자리 잡았다. 또 내 마음의 에너지는 가족 전체의 에너지로 확산되고, 각자 앞날의 미래를 꿈꾸는 업그레이드 된, 질 좋은 에너지가 되었다. 나의 바람이 있다면 나와 남편 핸드폰의 단축 번호 5번인에너지 공장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가족과 타인과 나아가선 국가와 세계를 위해서도 요긴하게 쓰여 졌으면 하는 것이다.
2005년 5월 26일
작년 어느 날 먼지 묻은 가족 앨범을 정리할 때였다. 사진들은 힘든 가운데서도 행복했던 아련한 기억들을 담고 있었다. 경주, 설악산, 놀이동산, 눈썰매장, 때로는 튤립과 장미, 국화 축제 속에서 자연과 또는 꽃과 어우러져 환하게 웃고 있던 가족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랑이었다. 그러나 큰 아이의 4학년 무렵부터 가족 나들이가 끊겼는지 사진 한 장 구경 할 수가 없었다. 형용키 힘들었던 경제적 고통이 우리에게 그럴 여유와 기회를 주지 않았음이다.
가족! 연인! 친구! 라는 단어에서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풍경은 화목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들이다. 사진 속의 유원지나 놀이동산속의 가족들의 모습은 마치 사랑 바이러스를 주위에 전염시키기라도 하듯 즐거운 분위기였다.
앨범을 보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재충전 할 여유도 없이 커버린 아이들과, 결코 되돌릴 수도, 잡을 수도 없이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해 때늦은 후회를 했다. 그리고 이 소중한 공간을 어떻게 예전처럼 돌릴까하고 고민 할 즈음 우연한 기회에 TV드라마를 보게 됐다.
시각 장애인 전 숙현씨와 안내 견토람이의 우정을 영화화한 <내 사랑 토람이>란 드라마였다. 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주인에게 길 안내를 하고, 피가 나고 부르튼 발의 고통을 참으며 주인의 안전을 위해 앞장섰던 토람이! 주인이 절망에 빠져 울고 있을 때 얼굴 부비며 위로해주고, 병든 몸으로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주인을 안내하고자 사력을 다해 일어서려던 토람이!
토람이가 준 가슴 벅차고 진한 감동에 두 눈이 충혈 될 정도로 엉엉 소리 내어 한참을 울었다. 그 감동의 에너지는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던 내 가슴 속 찌꺼기를 청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는 토람이보다 생각이 모자란 엄마였었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토람이는 캄캄한 세상을 향해 일어설 힘이 없는 주인에게희망이란 빛을 주고 주인으로 하여금 마음의 눈으로 많은 걸 보게 해준 소중한 가족이었다. 시각 장애인인 그녀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현실적인 좌절을, 만약 토람이가 없었다면 그 험난한 길을 헤쳐 과연 대학교수의 자리까지 갈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 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가 주는 오랜 여운은 주인에게 7년간 주는 사랑만 토람이가 베풀었듯이 나도 내 아이들에게 애정과 사랑만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십여 년 간 못다 준 사랑까지.
얼마 전 미국의 친구가 보낸 메일에 신이 인간에게 귀여운 자식을 준 건 세상에서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단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단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안내 견 한 마리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데 하물며 사람인 내가 내 자식의 인생을 못 바꾸랴 하는 오기도 생겼다. 토람이처럼 무조건 사랑을 줘보자고 생각하며 행동 해봤지만 토람이를 따라 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변해가는 나의 생각과 행동에 우리 집 에너지 공장은 조심스레 가동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별 무리 없이 많은 에너지를 만들고, 또 주변으로 각자가 나누어 줄 여유까지 생겼다.
토람이가 준 진한 감동의 에너지는 내 마음의 에너지로 가슴 한 가운데 자리 잡았다. 또 내 마음의 에너지는 가족 전체의 에너지로 확산되고, 각자 앞날의 미래를 꿈꾸는 업그레이드 된, 질 좋은 에너지가 되었다. 나의 바람이 있다면 나와 남편 핸드폰의 단축 번호 5번인에너지 공장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가족과 타인과 나아가선 국가와 세계를 위해서도 요긴하게 쓰여 졌으면 하는 것이다.
2005년 5월 26일
첫댓글 지천명을 넘기며 살아 온 지금 뒤 돌아보니 참으로 굽이굽이 사연도 많았던 삶이군요. 하지만 단 하루도 어영부영 산 기억은 없는 듯합니다. 내가 열심히 산만큼 댓가가 주어지기는 커녕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현실에 승복할 수 없었기에 더 분노하고 힘들어 했던 것 같습니다. 나와 내 아이들에게 있어 지독하게 힘들고 추웠었던 10년이 있었기에 겸손을 배우고 타인의 마음을 가끔씩 어루만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던 것 같군요.
가족사이의 갈등 잘 조정해서 행복한 가정 잘 지켜냈네요. 행복 에너지 팍팍 쏟아 내십시요....
이제는 어느정도 웃으면서 지난 일을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상처가 많이 깊었단다. 내 상처로 끝난 문제가 아니고 결국은 너무나 총명하던 아이들의 상처로 연결되었기에.....많은 부분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잃어버린 많은 부분을 다시 되찾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모든 일의 우선순위를 가족(4명)의 행복에 두고 생활하지. 그러다 보니 남편에 대한 내 권한이 거의 왕권에 가까울 정도로 세졌다. ㅎㅎㅎㅎㅎ
작은 부분 까지 세심한 배려가 들어있는 아주 아름다운 조직문화이군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아름답고 탄탄한 조직은 가정이지요. 문선배님의 글 서두에서 깨닭고 나의 폰을 꺼집어 냅니다. 이놈은 1번이 누군지 볼라구. 앗불사. 차라리 확인 하지 말 껄~~ㅎㅎㅎ
후배! 봉잡았다. 오늘! 내가 20년 만에 깨우친걸 한방에 몇 줄 글로 알켜주고 있넹. 지금부터 무조건 바꿔요. 1번은 배우자입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했어요. 진리는 복잡한듯 어려운 듯해도 간단한겁니다. 수신이 제대로 된 사람은 제가가 될 것이고 제가가 된 사람은 치국이 될 것이고 치국이 되면 그 다음은 천하를 노려도 되는 겁니다. 우리 부부가 이거 깨닫는데 너무 힘이 들었어요.
1번은 당근 룸메잍트아닌가요? ㅋㅋㅋ
젊은 세대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쉰 넘은 세대에겐 그건 대부분 당연하지 않는 일로 둔갑될 때가 많단다. 하지만 모든 일의 근간은 무조건 가족의 안위위에 두고 매사에 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방법일거라 생각해.
장남들은 특유의 책임감과 고집이 무척 강한편인데...선배님도 맏며느리시면 안봐도 비됴구만요~~~ 전 7남매 막내며느리...6번째 며느리랍니다,,,어른들 사랑은 독차지했는데...막내며느리 처럼 편한 며느린 아니었거던요~~ 제성격탓이죠~~뭐든 제손으로 해야만 맘이 편하니~~~ㅎㅎ이젠 두분다 가시고 좀더 잘할걸~~~하는 아쉬움을 남겨놨으니...그렇게 힘들게 하시진 않았던거죠? ㅎㅎㅎ오랜세월~~~선배님이 겪었을 갈등~~이글하나로도 충분히 느낄수잇겟네요~~~
어이! 와이프! 담 세상에도 또 나 만날거야? 하며 남편이 생각나면 한마디씩 던지지만 내 대답은 <한번 당하지 두번 당하냐? 미쳤냐?>가 거의 대부분이에염. 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인신공격하면 안된다. 더구나 이 까페의 공인인데..... 함부로 인신공격하면 너 까페 강퇴당한다. 조심해라.
ㅋㅋㅋㅋㅋ 겁은 많아 갖고? 농담도 못하냐? 성환이가 얼매나 잼있고 맘이 넓은데... 웃자고 한마디 했더니 도둑이 제발 저렸나 보구나. 그렇다고 삭제를 하냐? 간이 생기다 말았구만. 이순희!
그래 내 억수로 겁 뭇다 ㅎㅎㅎㅎ 쫒거날까봐서 ㅋㅋㅋㅋ 나도 농담한건디 ㅎㅎㅎㅎㅎ
성환 후배가 지운 것 엄청시리 아쉬워 하더라. 잼있었는데 와 시껍하노?
희야! 빨리 다시 올려 죠? 무슨 말인지 궁금해 죽겠다. 얼릉! ㅎㅎㅎ
순희야! 니는 좋겠다. 나도 누군가가 선아! 하고 불러주면 참 좋겠는데.....그것도 남자가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니 지금 까페지기님 약올리나? 진짜 강퇴 당하것네. 야가 뭘 모르네. 까페지기가 얼매나 무섭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