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에 꽃 피고 새잎 나는 좋은 시절이다.
4월28일 토요일. 부산 서부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울산 사는 여동생을 만났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올해는 특별히 단 둘이서 버스타고 친정에 가자고 계획했던 것.
삼가초등학교 총동창회로 대구 사는 오빠와 막내동생도 올 것이기에
각각의 배우자인 각성받이 제외시키고 우리 강씨끼리 얼굴보자고 키득거렸다.
오후 1시 반, 낯익은 삼가정류소에 내렸다.
잠시후 전국에서 모여든 향우들로 면소재지 순간 인구수 급등할텐데 아직은 차분해보였다.
삼가지서를 지나
우체국이 있는 가회방면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길, 친정집 가는 길이다.
객지의 딸과 아들들 온다고 우리 엄마를 포함한 고향의 부모님들은 오늘 아침
대한민국에서 가장 설레고 행복한 마음으로 눈을 떴을 것이다.
신경 쓰서 분홍색으로 예쁘게 차려 입은 어머니와 한참 얘기 나누다가 일찍오마고
약속하고 동생과 집을 나왔다.
자동차 타고 휙 왔다가 또 휙 돌아가버리는 고향. 오늘은 느긋하게 걸어볼 생각이었다.
우리 자매가 먼저 간곳은 삼가고등학교.
총동창회 행사가 있는 초등학교에서 한참 떨어져 주말오후의 적막함이 감도는 곳에
봄꽃들만 흐드러졌다.
건물을 한 바퀴 돌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층으로 올라가 보니 눈길을 끄는 현판.
내가 이곳의 학생일 때 도서관이 없는 환경이 너무나 아쉽고 불만스러웠다.
세대에 따라 읽어 두어야 할 책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 때의 결핍감이 새삼스럽다.
아름다운 책숲에 한참 마음이 머물렀다.
학년 표기 밑의 '힘찬반'이라는 또 다른 반 이름이 새롭고 좋다.
앗, 온학교에 유일한 한 사람.
"들어가도 돼요?"
조심스럽게 물으니 흔쾌히 괜찮단다.
나는 이 학교 3회 졸업생이고, 동생은 6회졸업생이라고 말하며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전교 일등 맞죠?"
하며 말 걸어본 후배님의 이름은 송동구. 고3이고 이과 지망생이란다.
키가 무척 컸고 밝고 순박한 표정에 무한 애정이 갔다.
당직 선생님이 없느냐 물으니 사택에 교장 선생님이 계시다고 했다.
교실을 나와 사택으로 가서 교장 선생님 뵙고 잠시 얘기 나누다 학교를 나왔다.
중학교가 있는 둑으로 길을 잡았다. 예전에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가 있어 하얀 꽃타래가
주렁주렁 했던 곳엔 나무들이 정리되고 양천 체육공원이라 새긴 돌이 서 있었다.
수령 오래된 수양버들 늘어진 아름다운 둑길을 누구의 마인드로 이렇게 멋없고 삭막한
길을 만들어 놓았는지...... 한숨이 나왔다.
요즘처럼 걷기가 트랜드인 시절, 양천강 휘돌아 가는 이 아름다운 둑길을 나무와 꽃이
늘어진 흙길로 보전하면 지역의 명소가 되고 면민들의 정서와 자긍심에도 기여할텐데...
앗, 귀염둥이 한 마리!
혀를 차며 걷는데 주차된 자동차 밑에 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가방을 바꿔 들고 오는 바람에 줄만한 간식거리가 없어 아쉬웠다.
다리를 건너 초등학교에 닿으니 운동장 위에 에드벌룬이 떠 있고, 교문 앞엔
젊은 후배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싹싹한 후배들의 청에 기념 촬영 한 컷!
1911년이라면 일본과 조선의 한일합방 다음해에 문을 열었으니 장구한 역사가 느껴진다.
쪽자로 만든 과자다! 하며 달려갔는데 마음을 당긴 것은 승마하는 장난감.
고무 손잡이를 누르면 말이 따각거리며 뛰는 이 장난감은 어릴 때 보던 거여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갑고 즐거웠다. 장식이 붙은 말 하나에 육천원, 두 개를 사서
동생과 하나씩 나눠 가지며 좋아라했다.
친척 아지매를 만났다. 금천리에 사시는데 동네 사람들과 놀러 오셨단다.
음식 드시고 저녁에 있을 공연도 보고 가실거란다.
"밤 되면 추울건데 담요라도 하나 들고 오셔야지요."
내 말에 하하하 웃으시며 들어가서 국밥도 먹고 떡이랑 고기도 먹어라고 재차 권했다.
아지매 이르는 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72회라든가, 젊고 어여쁜 후배들이
음식 담고 나르며 일사불란하게 봉사하고 있었다.
건물 뒤에는 솥을 걸어 놓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쇠고기국밥을 말아내고 있었다.
어르신들 옆에 앉아 국밥 한그릇 달래서 둘이 나눠 먹고 떡이랑 수육도 먹었다.
수육은 딴데서 먹은 것과는 확실히 다르게 고소했다.
운동장에 설치된 대형무대. 음식 드신 어르신들이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경품 선물로 준비된 삽이 눈길을 끈다.
초등학교를 한 바퀴 돌아도 동창생이라곤 안 보여 전화를 하니 삼가식육식당으로 오란다.
나만 빼고 모두 거기 모여 맛 있는 고기 먹으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저기 방글방글 잘 웃는 선녀도 보이고, 작년인가 창원의 상가에 갔다가 버스 끊겨 부산까지
태워준 허재일이 단풍든 얼굴도 보이네.
오남아, 많이 먹어. 술 따르는 정진영이는 중딩때 보고 처음 본듯.
미남 미녀의 나이든 모습 보는 것이 약간은 비감스러운 법인데 여전히 미남이네.
우리 5반 상야잖아! 초딩때부터 개인기 뛰어났고 여전히 유머감각과 장난기 못 말리는
쾌남아. 같이 있으면 무조건 즐거운 회장님.
저봐, 모두를 집중시키는 상야의 언변. 우리 5반이라니까요.
내가 마음빚이 좀 있는 친절한 이 아저씨의 귀여운 모션. 네 네. 싸인은 브이!
저기 뒤쪽에 혜경아 강자야 반갑다! 혜경이는 닉네임이 바람포크랬지.
다음날, 합천 댐 하류의 공원에서 혜영이와.
첫댓글 자굴산 등산 하고 친구들과 족구 하느라 못 가본 곳 두루 보여주어 감사 합니다.
간혹 눈팅만하고 갔는디... 우리반 친구 경숙이 몇십년만에 만나도 여전한 미모와 글솜씨로 카페를 더욱 풍성하게 꾸며주고 있네. 어찌사나? 궁금했고 유명인사가 될 줄 알았는데 늦게나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짠하고 나타났네.축하해
정말, 꿈에 님 본듯 짧은 만남이 아쉽기 그지없더라. 혜경아!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나누는 정담에 정신이 없어서 너는 물론이고 여러 친구들과 일일이 얘길 못 나눴어. 쟤가 누구구나, 마음속으로 짐작만 했을뿐. 잠깐 밖으로 나와서라도 안부 묻고 추억의 퍼즐이라도 맞춰 보는건데......
다음에 다시 만나 정 나누자.
우리반친구경자야!!고향의 정취와 그리움을 넘 잘표현하여 knn작가로도 손색이 없네''그래 가끔씩이라도 만나서 어린학창시절로 정다운이야기 나누면서 떠들면 웃고 또 웃자..웃는 시간만큼은 일본속담에 신선과 같이 있는 거란다!! 이번 동창회에 참석한 친구들아! 고맙고 또 고맙데이
^^친구님의 닉네임에 절로 웃음이 나네요.틀린 내 이름 표기에 또한번 웃었다는것. 누구신가?참 이상야릇하기도 해라^^ 좋게 말할때 후딱 신분 밝히기요
에이구 끝까지 경자라 할라 했는데,, 눈치가 빠르군 잘생각해봐 이상야릇에 내이름이 있단다
흠,딱 알겠는걸.그러고 보니 참 재치있게 지은 이름이야.역시 유머지존이라니까!^^스트레칭하다 댓글 오는 폰 소리에 맥 끊깁니당.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