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첨단 빌딩에서 일하는
청소부들(주로 중남미 이민자)의 노조 결성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들은 십칠팔 년 전보다도 적은 임금에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고 있지요.
"우리는 빵을 원하지만 장미도 원합니다.
삶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빵'과 '장미'란 물론...
빵=생존권, 장미=인간이 누리려는 여유와 풍요.
그들은 생존을 위해 빵이 필요하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장미도 원합니다.
"아무도 장미를 거저 주지 않습니다.
장미를 얻기 위해선 구걸을 멈추고 단결해야 합니다."
켄 로치 감독, 폴 라버티 각본의 <빵과 장미>는
9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청소원 노조 결성 운동'이란 실제 사건에,
언니만 믿고 멕시코에서 건너온 밀입국자
마야를 중심으로 만든 허구 이야기를
섞어 놓은 내용이랍니다.
위의 글로 미루어 보아,
가히 어떤 내용일지 짐작들 하시겠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물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진 저도 잘 모르죠.)
적어도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
영화 광고 엽서에 쓰여 있는,
"때묻은 세상을 향한 유쾌한 반란!"
예, 바로 그겁니다.
노조, 청소원 문제, 사회운동... 아주 무거운 주제죠, 그래서
마주 대하고 있기 껄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런데, 희한하죠..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준다는 것..
솔직하고 열정적인 멕시코인 불법 체류자 마야가,
신념에 차 있으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백인 사회운동가인 샘을 만나는 것부터
가볍고 재미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들이 쓰고 있는 커다란 빌딩 안 사무실을
그들이 출근하기 전에 날마다 깨끗이 청소해 놓는
청소부 마야는 어느 날 그 건물의 청소용역업체 앤젤의
청소원 명단을 훔치려다 직원들한테 쫓기던 샘을 자기가
끌고 다니던 쓰레기통 속에 숨겨 주게 됩니다...
...
사회운동가 샘도 무겁지 않고 발랄하며
여느 사람과 별나게 다른 모습이 아니어서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마야의 언니 로사와 마야 둘레의 다른 사람들(청소부들)도
모두 어떤 모습으로든지 인간적이고 실재적입니다.
영화가 곧 현실인 거지요.
인간애..
그리고,
'인간으로서 살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이렇게 어렵지 않게, 어깨 무겁게 하지 않고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30년 연륜만으로 이루어진 건 물론 아니겠지요..
감독은, '삶은 살아내기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즐겁다'고 이 영화로 말하고 있는 겁니다.
켄 로치 감독은 영국사람이구요,
<빵과 장미>는 영국, 스페인, 독일 합작 영화래요.
그리고 무대는 물론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요.
감독 켄 로치에 대해 한 말들.. 몇 마디 올립니다.
"<빵과 장미>를 도식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건 무엇보다
켄 로치의 세계관이다. 그는 분명 비타협적인 원칙주의자
이지만 관념적인 과격함이 없다. 일거에 승리하기를 바라는
욕심이 없다. 이 영화에서 청소부들은 임금 인상을 쟁취하지만,
마야는 멕시코로 추방된다. 그래도 마야는 자존심과 명분을
얻고 간다. 자존심과 명분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켄 로치가 말하는 희망은 여기까지다. 딱 거기까지 얘기하고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 얼핏 쉬워 보이지만 웬만한
경륜과 자신감이 아니면 못 하는 일이다." -씨네21(?)
"그는 <빵과 장미>를 통해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무게에서
벗어나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는 여유를 보여준다."
"<빵과 장미>는 그의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여유로워지고
따뜻해졌다고 할 수 있다. 유쾌하고 대중적이고.. 감동적이다..."
"이전의 영화에서 그가 깊은 우물에서 슬픔을 길어올렸다면
이 영화는 웃음 속에서 눈물을 끌어낸다.."
켄 로치는 예순여섯의 노장입니다.
이전 영화로는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칼라 송>이 있답니다.
그리고 그의 단짝인 시나리오 작가 폴 라버티는
늘 자기가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 그 중심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착실하게, 꼼꼼하게 살펴 그리려 한답니다.
본디는 법률을 공부한 사람이라 하던가...
<빵과 장미>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하고 있는데요,
시작한 지 벌써 꽤 되어(5월 24일), 계획대로는
다음 주까지 상영한다고 해요. 6월 26일까지라던가..
며칠 안 남은 것 같은데, 아직 못 보신 분들
마음내서 한번들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