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 치료의 최대 효능은 뭐니 뭐니 해도 진통 효과이다. 예로부터 신경통에는 침뜸이라고 전하여 온 것과 같이 진통에 대하여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하여 왔다. 지난 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보여주어 전 세계 현대의학계를 놀라게 한 침 마취 수술장면도 침의 진통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면 왜 아픈 곳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 단 한 개의 침을 놓는 것으로도 통증이 사라질까? 이는 정답을 단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침뜸의 효과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경험적 사실’에서는 명백하나 아직 현대의학 방법으로는 해명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침뜸치료가 민간에서 오랜 옛날부터 실용화되어 이어져 오고,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하는 만성병 등에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는 침뜸의 과학적인 해명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이유가 해명되기 시작하였다.
침 치료로 인한 진통효과는 엔돌핀에 의한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엔돌핀이 침 자극으로 생긴다라는 것은 각 국의 대학 등에서 실험 데이터에 의해 이미 정설로 되어 있다.
엔돌핀이라고 하는 것은 대뇌 중추에서 형성되는 물질이고 몰핀의 200배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몰핀이라고 하면 알려진 극약으로서의 진통제이다. 이와 다른 침뜸 치료를 하면 몰핀을 쓰지 않고도 인간의 신체가 자발적으로 부작용 없는 몰핀과 같은 물질을 내분비하여서 아픔을 진통시킨다. 위험한 약을 쓰지 않고 신체를 고치는 침뜸 치료는 살아 있는 신체에 대한 깜짝 놀랄 치료인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이 진통 효과가 있는 물질은 혈액이나 임파구를 통하여서 전체에 작용한다는 것도 밝히고 있다. 중국 상해 중의 학원의 연구 보고의 예를 들어 본다. 두 마리의 토끼를 가지고 혈관을 연결하여서 혈액이 양쪽 몸으로 흐르도록 하여 두고 한쪽의 토끼에만 침을 놓았다. 침을 놓은 토끼만이 아니고 침을 안 놓은 토끼도 마취되었다고 하였다.
인간이 아픔을 모른다면 죽는 일이 많을 것이다. 아픔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위험 신호 같은 것이다. 어딘가 몸의 균형이 깨어지면 ‘아픔’이라는 위험 신호가 발생한다. 아픈 곳은 실제 이상이 있는 부위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부분에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위의 기능이 저하되면 등 쪽이 아프다고 한다. 등 쪽이 아프다고 하여 그 부분만 치료하면 일시적으로는 통증이 없어질지 모르지만 근본 원인은 위에 있으므로 나았다고 할 수 없다. 일시적인 통증만을 진통시키는 것은 오히려 몸에서 애써 발생하여 보낸 위험 신호를 놓쳐 버리는 잘못을 범하는 셈이다. 몸 전체의 균형을 조정하여서 자연 상태로 되돌아 왔을 때 ‘아픔’이라고 하는 위험 신호는 자연스레 소멸되는 것이다.
‘동통(疼痛)에는 침뜸이 잘 듣는다’라는 말을 듣고 그저 ‘진통만 시키는 것이 침뜸’이라고 생각하는 때가 많이 있다. 그것은 단지 속임수를 쓰는 것이 아니고 통증의 원인을 동시에 제거해 나간다.
인간의 몸은 스스로 병을 없애려고 하는 여러가지 활동을 한다. 내장의 활동이 약해져서 잘못되면 아픔으로 주의 신호를 보내고, 병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몰아내려는 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부패된 음식을 먹었을 때는 토하거나 설사를 하여서 빨리 몸밖으로 내보내려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자기 스스로 치료하려는 힘의 나타남이다. 이와 같은 때에 토하거나 설사하는 것을 고통스럽다고 하여 이 증상을 막아버리면 오히려 스스로 병 고치려고 하는 힘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 안 좋은 것을 빨리 내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몸이 스스로 병을 없애려는 힘을 중요시해야 한다.
침구 의학은 증상에 따라서 땀을 빼고, 토하고, 설사로 나오게 하고, 단식을 시켜 넘쳐 남은 것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예를 들면 안 좋은 음식을 먹어서 배속에 들어 있을 때는 토하게 하거나 설사로 나오게 하고, 비만하면 단식을 시키고 또 수분 대사가 안 좋으면 대사를 촉진시킨다. 이와 같이 신체의 과부족을 될 수 있으면 빨리 조절하여서 몸 자체의 작용의 촉진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론상 침뜸은 모든 병에 유효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예를 들어 암이나 중증(重症)의 복막염을 일으킨 맹장염 등은 외과 수술이 유효하므로 그쪽을 권한다. 하지만 암이라고 하더라도 말기 증상으로 수술도 할 수 없고 다른 방법이 없게 되었을 때 연명(延命)과 진통을 목적으로 침뜸을 하면 생각 외로 효과를 보는 때가 많다.
말기 암환자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침뜸을 하여 고통을 감하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지내다가 임종을 맞는 예는 많이 본다. 또 맹장염의 경우에도 개복(開腹) 수술 후의 후유증, 약의 부작용 등에 침뜸이 대단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침뜸치료는 항상 눈앞의 것에 사로잡히지 않고 더 긴 안목으로서 병을 판단한다. 병을 앓기 시작하면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장애가 나온다. 그 장애의 하나 하나를 개별적으로 치료하여도 신체 전체는 좀처럼 건강하게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소아 천식의 발작에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쓰면 감쪽같이 정지된다. 그러나 재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침뜸치료는 부신 피질 호르몬과 같이 즉시 발작이 정지되지는 않지만 증상은 조금씩 가벼워져서 몸이 편하여진다. 요컨대 장기간 침뜸치료를 계속하면 점차 발작 회수가 줄어져서 결국 발작을 일으키지 못하게도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침뜸을 하면 체질 개선이 되고 소아 천식도 없어져서 건강한 몸을 만들기 때문이다.
소아천식뿐만 아니고 만성 질환은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낫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든가 편두통, 만성 위염, 간염, 당뇨병 등이 그러하다. 이들의 질환은 식사 요법이라든가 운동 등으로도 개선되지만 침뜸치료를 하면 무엇보다도 빠르다. 이것은 침뜸치료가 증상만을 없애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아니고 체질 개선을 하는 근본 요법이기 때문이다.
서양 의학에서 만성이라고 하는 질병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치지 못하고 대부분 자연히 체질이 변하여 낫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침구 치료는 처음부터 체질을 개선하는 의료이므로 이러한 질환에도 유효하다. 다만 한두번 치료한다고 낫는 것은 아니고 역시 만성이란 이름이 붙게 되면 길게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차도 있지만 수 주에서 1, 2년 걸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근본을 치료하였기 때문에 재발은 거의 없으며 기타 부수적인 증상도 따라서 없어진다.
김남수(침구사, 정통침뜸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