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브랜드 계란 - 계란 한 알에 1000원!
계란이 달라졌다.
‘한 알에 얼마, 한 판에 얼마’로 팔리던 계란이 이제는 ‘젊은 닭이 낳은 계란’, ‘아침에 낳은 계란’, ‘목초란’, ‘홍삼란’식의 특별한 이름을 붙인, 소위 <브랜드 계란>으로 소비자들을 찾아왔다. 브랜드 계란의 경우 10개에 3~ 4천원은 보통이다. 저온살균을 거쳤다는 한 계란은 한 알에 1000원이 넘었다.
녹차란, 마늘란, 목초란, 홍삼란 등 그 종류도 다양한 브랜드계란들.
과연 이 비싼 원료들을 정말 먹이는 걸까? 먹인다면 얼마나 먹이는 것일까?
그리고 닭이 먹은 특수성분들이 계란에까지 전이될 수 있는 것일까?
1원어치 원료 더 먹이고 200~300원 더 받는다?
목초액을 먹인 닭이 낳았다는 목초란이 큰 인기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한 식품대기업 제품은 10개에 31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람들도 구하기 어려운 목초액을 닭에게 얼마나 어떻게 먹이는 걸까?
해당 식품기업에서 판매하는 목초란 생산 농장을 찾아가 봤다.
그런데 이 농장은 해당 대기업이 운영하는 농장이 아니라 OEM방식으로 계란을 생산하는 농장이었다. 하루 평균 51만의 계란이 생산되는데 절반정도는 해당기업에 목초란으로 납품되고 절반은 농장에서 직접 일반란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농장관계자에 따르면 사료외에 다른 생산조건은 동일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목초액을 공급하는 업체를 찾아갔다. 이 업체에서는 목초액을 사료에 0.1~0.4% 넣도록 추천하고 있었다. 해당 대기업은 목초액을 0.08% 넣는다고 밝혀왔다.
목초액을 먹이는데 비용은 어느 정도 들까?
여러 농장에 확인한 결과 개당 약 1~2원에 불과했다.
결국 목초액 첨가비용은 개당 1~2원에 불과하지만 소비자가는 개당 200~300원을 더 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대기업에 첨가된 목초액 비용에 비해 소비자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질의서를 보냈다. 이 기업은 답변서에서 자신들의 계란이 비싼 이유는 차별화된 원료 사용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요인 즉 까다로운 품질관리와 1등급란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홍삼란의 경우는 어떨까?
역시 닭에게 홍삼을 직접 먹이는 게 아니었다. 홍삼가공업체에서 엑기스를 빼낸 찌꺼기(홍삼박)을 얻어다가 이를 발효시켜 만든 사료용 첨가제를 먹이고 있었다. 물론 먹이는 양은 1%미만이다. 대형농장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브랜드계란은 이처럼 원료를 직접 먹이는게 아니라 해당 원료가 들어간 첨가제를 사료에 미량 섞어 먹이는 형태라고 한다.
닭에게 먹인 원료, 계란으로 전이되나
브랜드계란의 포장지엔 마치 닭에게 먹인 좋은 성분이 계란에도 들어있을 것처럼 적혀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도 그 점이 궁금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녹차계란 3종을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 분석 의뢰했다.
결과는 세 개 제품 모두에서 녹차의 유효성분인 ‘카테킨’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전문가에 자문해본 결과 지용성 비타민 등 일부 성분을 제외하고 닭에게 먹인 원료는 거의 계란으로는 전이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이된다고 해도 그 양은 극미량이라서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특수성분 발효사료개발업체 류희민 사장에 따르면 홍삼란, 마늘란, 녹차란 등에서 해당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이고, 해당 특수성분사료를 먹은 닭이 건강해져서 계란도 더욱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왜 영양란의 노른자는 더 진할까
브랜드 계란 제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강자 ‘영양란’ .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일반계란보다 더 들어있다고 말한다.
영양란 중 많은 제품은 비타민E(토코페롤)가 더 많다고 적혀있다.
일반란 2개 제품과 영양란 7개 제품의 비타민 E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영양란 4개 중 2개 제품의 비타민 E 함유량이 일반란의 평균치에도 못 미쳤고 특히 비타민 E성분 강화를 강조한 영양란 3개 중 2개 제품의 함유량은 일반란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적었다.
그렇다면 영양란의 노른자 색은 왜 그렇게 진할까?
우리는 어렵사리 영양란을 생산하는 한 농장 관계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노른자 색을 진하게 하기위해 사료에 색소를 넣는 다는 것이다. 영양란 사료에 색소사용은 이미 농가에서는 공공연한 일, 다른 농장관계자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세간의 의혹처럼 계란에 영유아의 시력을 나빠지게 하는 타르계 색소를 사용하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 영양란 7종류의 타르계 색소 사용여부를 검사의뢰했다. 다행히 모두 불검출이었다.
한 색소수입업체에 따르면 현재 영양란에 사용하는 색소는 천연계통의 크산토필, 캡산틴과 합성색소인 아스타산틴, 칸타산틴, 시트라산틴 등이라고 한다. 천연계통이 5~10배 가량 더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합성색소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정을 준수하며 미량 사용할 경우 인체엔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런 영양적 가치도 없는데 단지 시각적 효과만을 위해 특수사료 성분 중에 가장 비싼 가격을 들여서 굳이 노른자를 착색해야하는지 의문이다.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 브랜드 계란시장
브랜드계란의 또 다른 문제는 브랜드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 유정란 생산농장은 한 종류의 유정란을 백화점, 대형마트, 일반 슈퍼마켓에 각각 다른 이름,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농장에서 계란을 사다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한 계란 집하장을 찾아갔다. 이 집하장에서 취급하는 계란은 ‘일반란’ 과‘ 영양란’ 단 두 가지뿐! 그러나 이곳에서 브랜드 계란으로 포장되어 나가는 것은 일반 란 다섯 개, 영양 란 세 개, 무려 여덟 가지였다.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브랜드계란의 혼란, 그 원인은
<원인 1> 정부의 관리 부재
취재진의 확인결과, 이번에 비타민 E 성분이 적게 나온 업체도, 또 녹차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녹차 계란을 만든 업체도 법적인 제제를 가할 방법이 없다. 정부가 브랜드에 대해 원칙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고 기능성 인증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자기 상표를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민간에 자율적으로 맡겨 두라‘고 한다.
<원인 2> 유통업체의 횡포
유통업체들이 초저가 미끼 상품으로 일반계란을 활용하는 경우가 문제다. 한 농장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평소에는 30개에 3000원에 납품하던 일반란을 유통업체의 요구로 행사기간에는 1900원에 납품한다고 한다. 이렇게 때문에 생산자는 일반란에서 손실이 났던 부분을 소포장 판매하는 브랜드 계란에서 남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한 가지, 유통업체마다 초저가, 최저가격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업체 간의 가격비교를 막기 위해서 같은 계란을 여러 가지 브랜드로 납품하도록 강요당한다고 했다.
결국,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횡포로, 계란의 브랜드는 점점 넘쳐나고, 가격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원인 3> 소비자들의 편견
최근 슈퍼에서 흰색 계란을 본 적이 있는지?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흰색계란이 사라졌다.
흰색 계란을 낳는 닭은 현재 종 보존을 위해 농진청의 축산연구원에 따로 보호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흰색 계란이 사라진 데에는 소비자가 한몫했다.
흰 계란은 왠지 갈색 계란에 비해 영양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편견으로 소비가
줄어들었고, 이에 농장에서도 생산을 기피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놀라운 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외국에서는 마트에서 흰색계란을 갈색계란보다 더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계란 중 약 70%가 흰색계란이라고 한다.
이같이 소비자들의 편견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큰 계란이 작은 계란 보다 좋다’ 는 소비자들의 편견 역시, 생산 농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계란은 크기에 따라 크게 왕란, 특란, 대란, 중란, 소란 으로 나뉜다. 그러나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계란일지라도 브랜드계란으로 판매되는 것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계란의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저렴한 일반란으로 판매되거나, 계란을 깨서 액란으로 만들어져 일반란보다 더 싼값에 판매되기도 한다. 이에 생산자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계란에 값을 더 매길 수밖에 없고, 브랜드 계란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진청 축산연구소의 도움으로 확인해본 결과,
영계가 낳은 작은 계란이 다 자란 닭이 낳은 큰 계란보다 더 신선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비자들, 흰 계란이라고 영양가가 떨어지고, 작은 계란이라고 큰 계란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버리자!!
* 넘쳐나는 브랜드 계란 - 이제 믿고 먹고 싶다
이같이 우리나라 ‘계란 시장’ 의 혼돈은 누구 하나만의 탓이 아니다.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와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올바른 생산, 정당한 판매, 편견을 버린 소비, 그리고 명확한 제도 마련으로 계란을 둘러싼 서로의 신뢰 관계 구축이 시급하다.
취재 I 이후락 PD(http://office.kbs.co.kr/huragi) 글 I 손민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