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대는 데모진압(타지역 지원포함)이 주업무이고 방범 순찰이 보조업무이지만 기타 업무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당시 여당인 민정당사 경비, 방송국 경비, 목검문 등이 그것입니다.
민정당사 경비는 비중이 꽤 큰 업무중 하나로 민정당은 당시 독재정권의 잔류이라는 인식으로 재야단체나 대학생들의 주요 표적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이 기습적으로 민정당사를 점거하고 기물을 파괴하며 그 안에서 점거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는 불법 가택 침입에 해당되고 당시의 여당 이미지에 큰 먹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은 몹시 신경을 썼습니다.
우리 부대도 야간 시위나 야간 방범이 없을 경우엔 민정당사 경비를 섯습니다. 쉴틈이 없는 것이죠.
당사 경비는 소대별로 나가는데 기본 12시간씩 맞교대를 합니다.
경비는 당사 입구와 주변에 10여군데를 지정하여 2인 1조씩 서게 됩니다. 2시간씩 순환배치를 합니다. 한군데 오래 있으면 지겨우니까요...
이 일도 소대별로 나가니까 군기가 그리 세지 않고 거의 아무일도 없기 때문에 별 부담없는 일이라 대원들이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거기에 민긴인들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달래수 있어서 좋고, 슈퍼에 가서 과자라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았죠.
허나 이 경비와 관련해서도 기습점거 당한 사례도 있었고 그 때문에 곤욕을 치룬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은 후에 이야기 하겠습니다.
방송국 경비가 있는데 이것을 대원들이 제일 선호했습니다.
이것은 분대 단위로 나가기 때문에 완전 가족적 분위기에서 하루종일 놀다 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MBC, KBS가 그 대상인데 가끔 여자 아나운서를 볼 수도 있고, 대기실 안에는 탁구장이 있어서 온종일 탁구만 치기도 하였으며, 왜 경비를 서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런 시위가 없었습니다. 그냥 하루 쉬다가 오는 휴양코스로 인식되어 인기가 좋았습니다. 물론 휴양지라도 고참의 기분을 거스르면 지옥으로 변하게 됩니다.
목검문은 전주시내와 외곽사이를 연결하는 주요한 길목에서, 지나가는 차량들을 세워 놓고 승차한 사람들의 인상착의에 따라 그들의 인적사항 등을 기재하는 일입니다. 일종의 불심검문이죠. 거기에 얼굴보고 인상 험하면 인적사항 적고 아니면 그냥 통과시키고 하니 당하는 사람들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목검문의 이유는 범행을 의도한 자들이 경찰에 인적사항이 적히면 불길함을 느끼고 범죄를 포기하게 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범죄 예방 행위입니다.
그러니 " 왜 내 인적사항을 적는 겁니까?" 라고 물어오면 할 말이 없기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자기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며 따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부대의 업무는 많아서 제대시까지 하루도 제대로 쉰 적이 없었고 그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근무를 했었습니다.
시간이 안가는 답답함 등은 적어도 우리부대만큼은 해당이 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