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9일 오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세칭 통일교) 문선명(89) 총재와 부인 한학자 여사 등 관계자 16명이 탄 헬기가 경기도 가평 정락산 자락에 불시착해 20분 만에 폭발했다는 뉴스가 각 언론사로 타전됐다.
▶경기도 가평군 정락산 자락에 위치한 천정궁 박물관. 12만여m2 부지에 연건평 11만6,919m2 규모다. 통일교에서는 내부적으로 이곳을 ‘본전 성지’라고 부른다. 통일교는 가평 일대에 청심국제병원·청심신학대학원·청심복지재단 등의 시설을 갖고 있다. |
이 뉴스는 곧장 CNN과 ABC·BBC 등을 통해 전 세계로 보도됐다.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통일교는 20세기 들어 한국에서 탄생한 신흥종교 중 가장 성공한 종교로 꼽힌다.
1954년 문선명 총재에 의해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교명으로 시작해 1996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교명을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세간에서는 ‘통일교’로 통칭된다. 현재 전 세계 200여 국에 진출해 있으며, 신도는 약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등록 신자는 약 80만 명, 이 가운데 실제로 종교활동을 하는 신도는 25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교명에서 알 수 있듯, 통일교는 기독교를 모태로 한다. 기독교의 성서를 기본 경전으로 삼으며, 기독교의 신인 하나님을 신앙한다는 점에서는 기독교와 일치한다.
그러나 통일교가 기독교와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점은 예수를 실패한 메시아로 본다는 점이다. 통일교는 실패한 메시아에 이어 이 세상을 참 구원할 사람으로 문선명 총재를 꼽는다. 문선명 총재를 이 땅에 온 구원자이자 재림주인 메시아이며, 참 부모로 섬기는 것이다.
그런 만큼 통일교 내에서 문선명 총재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이런 문선명 총재가 탄 헬기가 불시착한 만큼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통일교 전체가 긴장한 것은 자명한 사실. 그러나 문선명 총재를 비롯해 일행 16명이 모두 경미한 부상만 입었다는 소식이 후속 보도되면서 통일교는 이내 안도감에 젖어 들었다.
이번 사고는 특히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 총재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고 14일 만인 지난 8월1일 퇴원한 문 총재는 8월7일 통일교의 명절인 ‘칠팔절’ 행사에 부인 한학자 여사와 함께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양창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회장은 “이번 사건이 오히려 신도들의 신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며 통일교가 그 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이번 헬기사고에서 문선명 총재가 기적적으로 생환했고, 또 문 총재의 건강상태도 나이에 비해 양호하다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90세를 목전에 둔 고령임을 감안할 때 미래를 위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에서 터진 사고인지라 세간의 이목은 통일교의 세대교체 문제에 자연스럽게 쏠렸다. 실제로 통일교는 그 동안 내부적으로 차근차근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산을 권장하는 통일교 수장인 문선명 총재는 총 7남6녀를 낳았으며, 현재 10명이 생존해 있다. 이 중 인진(2녀)·현진(3남)·국진(4남)·형진(7남) 등 4명이 현재 통일교의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 중이다.
통일교의 세대교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일교의 독특한 경제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의 종교가 종교활동의 수입원을 신도들의 헌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과 달리, 통일교는 일찍부터 직접 기업활동에 뛰어들었다.
▶서울 청파동 통일교 본부교회에서 신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문형진 회장 부부. |
전화위복 된 문선명 총재의 헬기 사고
흔히 세간에 ‘통일그룹’으로 알려진 기업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통일교는 국내외에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한·일 해저터널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이념과 이론에만 몰두하지 말고 행동을 통해 이념과 이론을 구현해야 한다는 통일교의 교리 때문이다. 평화를 지향한다면 실제로 평화를 위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에서 기독교과 이슬람의 중재 역할을 자청한 것이나 북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 인종을 초월해 가정을 꾸리게 하는 것도 모두 이런 행동의 일환이다.
통일교 관계자들은 교회가 일찍이 교육 및 언론사업, 다양한 기업활동에 뛰어든 것도 자신들의 이념과 이론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통일교가 실제 신자 수 대비 세계 종교계에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통일그룹의 막대한 경제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은 교회 안팎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교리를 바탕으로 통일교는 일찍부터 교회와 기업이라는 양대 축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라면,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하 유지재단)은 통일그룹을 이끄는 조직이다.
지난 4월18일, 통일교 교회의 수장 직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회장과 한국회장 직이 문선명 총재의 막내아들인 문형진(30) 회장에게 승계됐다. 기업 수장 직에 해당하는 유지재단 이사장 직은 이미 2005년부터 4남인 문국진 이사장이 맡고 있다. 이로써 통일교의 핵심인 교회와 기업이 2세들에게 승계된 셈이다.
글■오효림 월간중앙 기자 hyolim@joongang.co.kr
[출처] [심층취재 통일교] ① 문총재 네 자녀 교회·기업 최일선에 나섰다 [조인스] |작성자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