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7일, 서울 서강대 다산관 503호에서 진행된 '2011 한국사회포럼' 세 번째 단체 세션 행사인
'기본소득, 신자유주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 토론회에서
임경석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가 발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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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석 단체 세션 3 논평문 최종.hwp
단체 세션 3의 < 논평문 >
-기본소득, 신자유주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
임경석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본 세션은 정치철학, 경제철학, 그리고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기본소득(basic income)을 다룬 세 분의 발표논문으로 구성된다. 발표자 세 분 모두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약칭 BIEN.)의 17번째 가맹조직인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약칭 BIKN.)의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특징으로 한 기본소득의 필요성, 정당성, 그리고 실현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분들이다.
한꺼번에 세 분 글의 논평문을 작성하기에는 원고를 읽고 숙고해 볼 시간이 부족했던 변명적 이유와 논평자의 역량이 부족한 관계로 각 원고의 특징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덧붙여 더 깊은 논의를 위해 몇 가지 질문을 세 분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제시하는 정도로 토론자의 의무를 대신하겠다.
- 발표자 금민 선생(이하 발표자로 약칭함.)은 <기본소득의 정치철학>이란 주제 글을 통해 기본소득의 정당화와 관련된 정치철학적 준거점을 모색한다. 발표자는 ‘실질적 자유지상주의’(Real-libertarianism)자 판 빠레이스의 모두를 위한 실질적 자유(Real Freedom for All)란 입장을 모델로 개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종류의 연대성의 지평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목표로 설정한 듯 보인다. 특히, 기본소득의 정당화를 위해 정의(Justice) 개념의 기초 원리인 ‘자기소유권의 원칙’(principle of self-ownership)과 ‘최소수혜자 우선의 원칙’(principle of leximin priority)에 주목한다.
발표자는 모두를 위한 실질적 자유의 실현을 위한 출발점으로 존 로크의 소유권의 입론 중 주목받지 못한 “자연의 단일한 공동체의 공유”, 곧 “만물에 대한 공동소유”를 언급한다.(이하 원고의 쪽 수 임. 2쪽.) 이를 통해 대지와 자연에 대한 “모든 개인의 원천적 공유(original community) ―그것이 조건적인 소유권이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이든 ―가 사적소유의 가능 근거일 뿐만 아니라 사적 소유에 유보 조건을 설정하는 제한근거로 나타나며, 종국에는 모든 실질적 자유의 기초가 됨을 언급한다. 더 나아가 이런 공유의 개념에는 근대 공화주의의 ‘공적 자유’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실질적 자유지상주의’보다 더 적절하게 기본소득을 모든 개인의 무조건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정당화하는 길은 한편으로 아리스토 텔레스, 마키아벨리, 루소와 칸트의 ‘원칙적 공화주의’ 담론을 소개(5-6쪽)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 기본소득과 관련된 ‘사회적 조건의 공화주의’ 입장과 연관된 Philipp Pettit, Stuart White, Richard Dagger 등의 논변을 언급(7쪽.)한다. 끝으로 발표자는 보편적 권리인 시민권으로서의 기본소득의 실현이 추상성을 넘어 실질적 공화주의의 실현을 위한 민주주의임을 역설하고 있다.
-곽노완 교수의 <착취 및 수탈의 시공간과 기본소득(맑스의 착취 및 수탈 개념의 재구성)>은 “맑스의 착취(Ausbeutung)개념이 노동 내부의 빼앗김에만 국한되어 있어, 그가 노동 외부의 빼앗김으로 정식화한 수탈(Expropriation)의 시공간을 간과하게 된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에 발표자는 자본주의적인 빼앗김의 두 가지 시공간을 극대화하여 포착하고자 한 맑스의 착취 및 수탈 개념을 재구성함으로써 이렇듯 협소화된 기본소득의 맑스주의적 지평을 새롭게 확장할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검토하려고 시도한다. 이런 시도와 관련해 발표자는 우선 시장사회주의자 호워드(Howard)의 논거를 통해 부의 원천인 노동과 자연에 더해 공유재로서 역사적인 유산과 특권적인 불로소득(판 빠레이스의 고용지대의 수용.)을 포함시키며, 기본소득을 코뮌주의의 고차 국면인 ”필요에 따른 분배“와 동일한 것으로 보지만 자본주의에서도 맑스의 분배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확장된 맑스 재해석 소개한다. 아울러 호워드는 ‘노동에 대한 권리’에 기반을 둔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논거들(Elster, Haug, Van Donselaar, Schweickart)에 대항해 노동과 기본소득의 조화를 모색한다. 즉, 호워드는 ”판 빠레이스의 논거를 상당부분 수용하여, 착취 개념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사회주의로의 경로 및 사회주의 안에서 기본소득은 착취를 확대하기 보다는 보다 철저히 착취를 폐절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기본소득은 버젓한 노동과 일자리를 위한 권리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촉진하는 길이라고 논증한다. 이는 사회주의를 거부하고 코뮌주의 내지 최적자본주의를 지향하는 판 빠레이스의 기본소득 논거를 대부분 수용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새로운 사회주의적 기본소득 모델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7쪽.)
발표자는 이제 맑스의 착취 및 수탈 개념의 외연을 재구성하면서, 자본주의적 강탈의 시공간을 더 체계적으로 극대화하여 포착하고자 한다. 그 결과는 “자본주의 그 처분GDP가 ‘노동소득+착취(자본소득)’라기 보다는 사실상 ‘노동소득+착취(자본가이득)+수탈(이자와 지대 및 금융‧부동산투기소득+공적자금+α)’로 구성된다. 그리고 노동의 시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착취와 달리, 수탈은 노동 밖의 모든 시공간에서 항상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자본주의는 착취와 수탈을 통해 불로소득을 극대화하고 노동소득을 극소화하여 노동유인과 생산력을 제약하는 생산양식(강조는 발표자의 것임.)”(11-12쪽.)이다.
또한 발표자는 “기존의 자본주의적인 가처분소득이 ‘노동소득+착취+수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이 ‘노동소득+감소된 착취+감소된 수탈+기본소득’을 거쳐 코뮌주의에서 ‘증가된 노동소득+증가된 기본소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비해, 호워드는 자본주의적인 가처분소득이 ‘착취를 일부 담고 있는 노동소득+자본가의 착취’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이 ‘감소된 노동소득+감소된 자본가의 착취+기본소득’을 거쳐 코뮌주의에서는 ‘감소된 노동소득+증가된 기본소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보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끝으로 발표자는 기본소득의 실현을 위해 가장 논의가 절실한 재원확보의 바람직한 길로 착취와 수탈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한 집중과세의 필요성을 정당화한다. 왜 기본소득의 전망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득의 불안정과 무소득으로 고통 받는 다수 희생자인 프레카리아트(Precariat)와 노동자들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역설하면서 말이다.
-이명현 교수는 <호혜성(Reciprocity)과 기본소득>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1980년대 이후 복지국가의 위기를 배경으로 워크페어(workfare)와 대조적 입장에서 등장한 기본소득 담론을 시민권의 관계를 중심으로 호혜성 원리(The principle of reciprocity)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한다. 기본소득은 수급의 자격문제와 관련해 ‘무조건성’을 강조한다. 반면, 시민권은 권리와 의무의 이중적 관점에서 비시민이나 의무와 공헌과 같은 호혜성 문제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의 도덕적 반대론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이 글은 기본소득(권리성)과 시민권(호혜성)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비판들을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탐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첫째, 시민의 자격과 사회권에 대한 주된 원리(이타심, 평등, 연대감, 자율성)는 무엇이며 그와 관련하여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을 인식할 수 있는 이론적 특성(Perez의 욕구의 충족: 기본적 욕구 vs. 근원적 욕구)은 무엇인가?
둘째, 호혜성(Sahlins의 1. 일반화된 호혜성, 2. 균형잡힌 호혜성, 3. 부정적 호혜성)과의 관계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론의 주된 관점(공정사회에 역행)과 그 내용(나태의 조장, 근로자 착취, 무임승차 등)은 무엇이며, 옹호론의 관점에서 의무와 기본소득을 논리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1. Fitzpatrick, Ackerman & Alstott의 자유사회 옹호의 관점. 2.Gutmann과 Thompson의 시민의 공헌과 더불어 요구되는 정부의 공헌 필요성)는 무엇인가?
셋째, 호혜성의 확장과 다양화 등 기본소득이 호혜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관계의 방향 및 가능성(1. 일시급인 기본자본(basic income)이나 사회적 지분급여(stakeholder grant)처럼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을 완화하여 호혜성을 담보하려는 경향. 2. Atkinson의 사회적 공헌을 포함하는 참가소득(participation income)의 제안. 3. 유상노동을 바탕으로 한 기존의 생산적 공헌 대신 그 의미를 ‘무상노동’과 숙의적 여론조사처럼 ‘정치참여 제도의 패키지화’를 통한 확장. 4. Offe의 ‘안식년 어카운트’ 혹은 Fitzpatrick의 ‘변화모델’처럼 기존의 균형 잡힌 호혜성에 대한 점진적 인식변화의 필요성.)을 어떻게 전망(1.기본소득의 재원창출 방안, 2.기본소득의 미래.)할 수 있는가?
기본소득론은 현재 신자유주의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 전지구적 금융 위기, 노동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실업, 고용과 보장의 사각 지대라는 현실에 직면해서 좌파/우파의 구분 없이 매우 다양한 목소리(무조건적 기본소득, 수정형 기본소득, 사회적 지분급여 등)로 현실문제의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공통된 질문을 제기해 보자.
1. 기본소득의 중심적인 재원조달과 관련해 수탈(Exploitation)의 의미에서 '불로소득'혹은 ‘투기소득’과 같은 증과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면, 단기, 중기, 장기적 차원의 재원조달의 대안은 무엇인가?
2.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담론을 소수의 계몽적 운동의 차원을 넘어 참여민주주의 혹은 숙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의미에서 동료 시민의 알권리나 공지성의 차원으로 정치공론화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3.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복지국가이론들이나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같은 선별복지나 보편복지 사이의 복지패러다임 논쟁이 보여주듯이, 모든 복지는 투쟁과 계급적 역량의 대립이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원리로 삼는 기본소득과 학습을 통한 점진적 선호를 변화하려는 프로그램을 통한 ‘확장된 호혜성’의 중첩적 시도가 과연 행복한 결합일 수 있는가? 양자 간에는 오히려 ‘우선성의 원칙’이 요구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