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 1권에서 게르만족 수령 아리오비스투스와의 전투를 묘사하는 장면에 다음과 같은 두 구절이 등장합니다.
"REIECTO NOSTRO EQUITATU, PHALANGE FACTA SUB PRIMAM NOSTRAM ACIEM SUCCESSERUNT"
(그들은, 굉장히 밀집된 진형으로 우리의 기병들을 막아낸 후 팔랑크스를 형성하여 위로 올라오며 아군 첫째 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AT GERMANI CELERITER EX CONSUETUDINE SUA PHALANGE FACTA IMPETUS GLADIORUM EXCEPERUNT"
(그들은 익숙한 대로 재빨리 팔랑크스를 형성한 후, 검을 든 우리 병사들의 공격을 격퇴하였다)
카이사르는, 두 경우 모두 정확하게 "PHALANGE"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phalange 는 phalanx의 복수형). 아마 실제로는, 그리스인들의 팔랑크스와 똑같지는 않다고 해도, 누가봐도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는 되었나봅니다. 그래서 달리 표현할 수 없었기에 카이사르는 "팔랑크스"라고 불렀을테죠. 즉, 중세의 "방패벽" 진형의 원형은 고대 로마와 싸우던 게르만 부족들도 익히 사용하고 있었던 "팔랑크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개개인의 용맹만 믿고 미친듯이 돌격하던 게르만인들과만 싸워본 로마군으로써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잘 훈련된 집단진형을 형성한 게르만인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겠죠.
아마 RTW에서는 그리스식 팔랑크스의 동작 데이타를 그대로 게르만에게 썼기 때문에 어색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우중충한 털과 가죽옷을 입고, 큼직한 방패벽을 이루고, 단창을 휘두르는 식으로 묘사를 했더라면 좀 덜 어색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