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예방접종이 있는 날!
달서구 보건소에서 접종팀이 와서 1학년 350명의 접종을 했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예진표를 나누어주고 학부모서명을 받고 접종비를 담임이 받고 명단을 다시 체크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
유료접종이 성가시다고 안 하는 학교도 많지만 최소한 나의 의무다 생각하고 묵묵히 하기로 결정했었고 일은 잘 진행되었다. 1학년 담임샘들이나 학년부장도 협조적이어서 일은 순조로왔다. 보건소에서도 3일전 전화가 한 번 오고 어제도 전화가 오고 준비는 거의 완벽했다.
접종은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미시행 될수도 있어 어제 저녁에 예진표에 서명 빠진 애들을 일일이 전화로 연락하도록 하고 오늘 아침에도 교실을 순회하면서 다시 인원을 점검하고 미비한 부분을 보충했다.
10일전에 결혼을 해서 정신이 약간 없는 반을 제외하고는 인원도 딱 맞았다.
10시 30분 보건소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낭랑한 목소리로" 선생님, 교실은 준비돼 있습니까?" 예진표는 샘이 다 걷어 두셨어요?"
" 교실 순회로 접종하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교실을 마련하라면 어쩝니까?"
"보건소에서는 교.실.순.회. 안. 합.니.다. 그런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사전에 그런 말을 해야지요. 그리고 예진표는 실장이 다 가지고 있어요."
" 다 걷어 주세요(성질을 내며), "
" 지금 차 안이죠? 하여튼 오세요. 전화 끊고 나는 준비하러 올라가야 하니까요(나도 앙칼지게). 전화뚝,
교실로 뛰어 올라 가보니 마침 학교를 증축한 관계로 10반 교실 옆에 빈 교실이 있었다.
뛰어 내려가니 4명의 접종팀이 왔다.
한 명은 눈에 익었고 다른 사람은 다 초면이다.
얄미워서 나도 인사는 생략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덜 새파란 여자였다.
(저도 성났다 이거지)
"선생님 교장실이 어디에요.?"
"갑시다. 이쪽입니다."
교장샘께 인사도 드리는 둥 마는 둥 차 주신다는 걸 미워서 그냥 끌고 나왔다.
2층에 접종교실로 들어가라 하고 나는 교실로 들어가 그 여자가 하라는 데로 또 예진표를 실장에게 받아서 다 건네주었다.
엄청스럽게 꼼꼼하게 인원을 세고 또 세고 유료 몇명, 무료 몇명 해가면서 시간을 지체해갔다.
어차피 접종은 마쳐야 하니까 끝까지 잘 도와주었다.
무료 예진표를 또 따로 분류하라길래.
"각반 맨 위에 올려뒀어요. 인원파악도 다 돼있고 내가 알아서 해 놨구만.."
"(수그러진 태도로)선생님, 그럼 복사 한 장 해 주실래요?"
복사해주고 주사 맞고 약간의 부작용을 일으킨 아이를 의사와 함께 check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4교시 마칠 시간이다.
아직 두 반이나 남았는데...
이미 점심시간 종은 울렸고,
다행히 학년부장님 반이어서 별 말씀 없이 도와주신다.
그 반 아이들은 밥은 받아놓고 주사 맞고 또 밥 먹고 정말 난리 버거지였다.
점심시간 40분이 경과하고 모든 접종이 마쳐졌다.
그사이 나는 식당에 내려와 그 사람들 줄 밥을 챙겨달라 영양사 샘한테 재차 부탁했다.
오늘 따라 반찬도 훌륭했고 맛있게 먹었다.
밥 먹으면서 내가 " 작년에 소장님이 오셨을 땐 교실 순회 하셨어요, 아시죠?"
"예 그러셨군요, 참 유난스런 분이죠. 하지만 그건 넘 힘들어서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하려면 시간을 더 넉넉히 잡아야 되요"
("작년에도 왔던 계장으로 보이는 분이)" 선생님 맞습니다, 두 반정도 남으면 다음 시간으로 넘겨야 됩니다."
이미 두 학교를 돌아 우리 학교로 온 처지여서 시간이 촉박했겠지.
저거도 꼬리 내리면서 자기들의 실수를 인정한 셈이고 학교가 어떻다 보건실이 훌륭하다 주거니 받거니 밥을 먹고 돌아갔다.
웃으면서 나도 할 소리했으니 미안하단 소린 못 들었어도 자존심에 상처받은 정도는 아니다.
'니 잘났다. 근데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접종팀을 보냈다.
힘들고 긴 하루였다.
하지만 샘들의 협조로 잘 진행되었다.
이제는 보건교사 16년에 베테랑인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긴밀한 협조와 세밀한 정보교환이 필요함을 느낀다. 공문은 왜 있고 전화는 몇 번이나 햇으면서 교실준비하란 얘긴 왜 서로 안 했을까?
하긴 전교생 1500명에게 MR 접종을 했던 2001년 인가도 갑자기 북구 보건소에서 어제까지도 말없다가 강당에서 아이들을 모아서 해야한다 하여 모든 SETTING 을 다시 했던 황당한 기억이 있다.
모든 것에는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왜 다들 자기 편할 대로만 하려는지 안타깝다.
우리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일하는 내가 건강을 최선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오늘처럼 사람을 황당하게 하고 열받게 할 때는 때로 중요한 걸 젖혀두고 감정이 앞선다.
하지만 우리 학교 아이들은 뇌염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아자 아자 장영윤 화이팅!
첫댓글 영윤이,화이팅~~!! 모두들 원칙대로 하면 되는데 그치~~ 중요한 건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의 입장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 아닐까! ^^ 우짜든지 오늘 하루 힘들었으니 푹 쉬어야지~~내일 또 전쟁터로 나가야되니~~~!!! 그 바쁜 와중에도 봄맞이 새단장 했네~영윤이 이뽀^^
하이고 숨통 터지는 순간이 한두번이냐? 보낸 공문 또 보내고 교육청에서 알아서 지난번 공문 가지고 편집하면 될 일을 양식이 다르니 니네가 다시 보내란다. 이럴 땐 앞에 있으면 한번 째려봐주고 싶다. 바보야 이러면서.ㅎㅎㅎㅎ 수고 많았다. 힘내자 영윤아!!!
아! 이 현장감, 그리고 신경전..... 영윤아 난 몇년전까지만해도 접종자 위치에 있었다. 진해시보건소에서 예방접종 시기에 도와 달라면 나갔었거던. 요즘은 독감접종때만 65세 이상 노인분들 무료접종 나간다 현장은 언제나 어디서나 시끌벅적 @#$%*&^%$#@!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