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근에 살 뻔 했던 차들 By JohnBird
저 며칠 전에 첫 차 계약했습니다-_-/
이름하여 투싼ix ㅋㅋㅋ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현빠가 됐네요 큭큭.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정 때문에 5년 동안 제
발이 되어 준 그랜저XG를 계속 타려 했는데 어떤 개념을 상실한 녀석이 받아버리는 바람에 ‘복구 불가’ 판정
을 받았더랍니다.
일단 주행 가능하게 고쳐 두긴 했는데… 평소처럼 타다간 언제 어디서 객사할지 모르게 되었던 거죠. 아무튼
모든 일은 여기서 시작 되었습니다.
(크흑… 즐거웠어… 내 검둥이… 내 그랜다이저… 잘 가… 잊지 않을께… ㅜ_ㅜ/)
정은 정이고 이제 어쩔 수 없이 다른 차를 알아봐야 했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참고로 총알은 4천에 무조건 현찰 박치기 일시불을 조건으로 했습니다.
각종 세금 등 부대비용은 다음 달 월급에서 몰빵!
사실 이번엔 반드시 수입차로 사겠다고 마음 먹었었습니다. 그것도 수입 디젤루요. 가솔린 승용차에 익숙한
다른 사람들은 디젤 소리가 경운기 간지다느니 진동 때문에 못 타겠다는 둥 디젤엔진을 혐오스럽게 바라보지
만 전 디젤이건 가솔린이건 모든 엔진 소리를 좋아합니다-_-; 엔진 소리 안 나면 그게 엔진입니까? 전기 모터
지. 게다가 디젤 특유의 거슬리는 진동도 할리데이비슨이나 두카티의 2기통 진동을 즐기던 제겐 전혀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연비 때문이겠죠. 워낙 이곳 저곳 잘 싸돌아 다니는 관계로… 기름값 싸고 연
비 좋은 놈이 필요했습니다.
둘 째로는 넉넉한 실내 크기인데… 제가 스노보드, 스키, 서핑, 바이크 등등 즐기고 있는 스포츠가 워낙 많아
서-_-; 그랜저에도 최근까지 스노보드 한 세트, 스키 한 세트, 헬멧 두 개, 가죽 수트 한 벌, 등등이 가득해서
… 사실상 3인승 차로 쓰고 있었죠; 때문에 연비만 따졌으면 고민없이 프라이드 디젤 수동으로 갔을 테지만
저 장비 다 못 싣게 되므로 탈락… 친구의 프라이드 해치백에 넣어봤더니 다 안 들어가더라구요. 그보다 살짝
만 더 큰 정도면 가능하겠다 싶은 정도.
하여간 첫 번째로 물망에 오른 놈은…
바로 요 루비콘이었슴다! 오프로더의 대명사이자 원조 지프 가문의 직계 순수혈통! 신차 값은 4300만원 정도
이지만 딜러님께 어케든 샤바샤바하면 얼추 맞출 수 있을 듯했죠. (미국차들은 이래저래 합치면 할인이 좀 큰
편임)
요즘 나오는 차들을 보면 꼴에 SUV 딱지 달아 놓고는 ‘좀더 큰 승용차’로서의 구실만 하는 차들이 대부분이
자나요. 머 독일제 몇몇 SUV들은 온로드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한 출력과 핸들링이 나오니까 그렇다
쳐도 우찌된게 우리나라 SUV들은 승용차에다 껍데기만 바꿔 씌운듯한 넘들만 즐비한지 말이죠. 그렇다고 운
동성이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하여간 이름대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는 셈이죠.
게다가 한 친구 놈은 ‘그럴거면 뭐하러 SUV 샀냐’는 제 말에 ‘뒷자리 접으면 여자랑 카응응 하기 좋아서…’라
고 답했습니다-_-;
그게 스포츠 유틸리티냐!!! 섹X 유틸리티지 ㅅㅂ…
뭣보다 젤 열받는 건요. 프레임바디로 만들어 놓고도 온로드 지향의 차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에요. 모하비,
렉스턴, 액티언, 카이런 등등. 뭐 하나 제대로 된 오프로더가 없잖아요.
스티븐 시걸이 멜로 연기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아 혈압…
하여간 한동안은 랭글러 루비콘을 타고 미지의 지역을 개척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더랬죠.
마침 여친도 오프로드 가고 싶다고 하고…
‘아… 이제 나 집 필요 없어… 그냥 뒤에다 텐트 싣고 아무데서나 잘래…’
요딴 생각 하면서요 ㅋㅋㅋㅋㅋ
하지만 결정적으로 연비가 너무 나빠(9.5km/l) 현재 제 주용도에 맞지 않으므로 결국 탈락… OTL 저렇게 생
겨먹은 차들이 원래 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만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 넘은 앞으로 어떻게든 중고로라도 마련
해보려고 기를 쓰게 될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요런 놈. 1997년식에 19만km 달린 차가 830만원이네요. 호… *_* 가솔린이라 기름 먹는 하마이긴
합니다만;
그 후로 차량 제원표만 살펴 보길 며칠 째… 방 안에서 딩굴딩굴 앞딱지 등딱지 지져대고 있는데 엄청난 소식
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BMW X1과 폭스바겐 GTD 국내 출시! 아아악!
(우리 오토씨 필진 카폐인님이 써주신 시승기가 있삼.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시길~)
X1은 SUV임에도 불구하고 (BMW에서는 SAV라 부르지만) 가장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진, 게다가 AWD 주제
에! 연비가 14.7km라니!!! 제로백 8.1초 나오는 놈이!!! AWD 달고 14.7이면… 0.3km차이로 유일무이한 연비 1
등급짜리 AWD 타이틀을 달 ‘뻔’ 했다는 건데… 이거 징짜 엄청난 거 아님까? 아무리 연비 좋은 도구로서의
차를 원한다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운전재미에다 AWD까지 따라와주면… 게다가 그 AWD가 후륜 맛을
내 주는 AWD라면!!! FF보다 연비 좋은 AWD라면!!! 누가 훅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ㅜ_ㅜ
예전엔 120d를 타보고 맛이 가버려 어떻게든 살 방법을 궁리해 보다가… ‘문짝 두 개 짜리에 저 큰 장비들을
어떻게 싣지?’하는 고민 때문에 마음을 접었는데 X1이 나왔으니 이제 변명할 말도 없더군요. 4천만원을 맥스
로 잡고 있던 처지에 5천만원 대라는 가격이 살짝 걸리긴 하지만 ‘ㅅㅂ BMW라는데 1000만원 정도는 할부로
어케 하면 되자나! 당분간 빵이랑 우유 먹고 살면 되지…’하는 호기가 자동으로 나오더군요.
게다가 골프 GTD 역시 만만찮은 놈이었슴다. 원래 골프는 제 용도의 사이즈보다 좀 작아서 이미 탈락시켜 둔
후보였는데 170마력에 제로백 8.1초짜리 GTD 버전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스노보드 까짓거 천장에다 캐리어 장착해서 달아버리지 뭐! 그럼 되자나! 뭐!뭐!뭐!’
요렇게 되어버리는게 정상 아닙니까-_-;
명색이 스포츠 버전이라는 놈이 연비가 무려 17.8km/l ㅠ_ㅠ 라면 먹고도 존나 잘 달린 임춘애 선수가 생각나
지 않나여ㅜㅜ 노멀 버전이랑 0.1km밖에 차이 안 나요. (실연비는 차이가 좀 더 난다고 하지만)
작년에 프라이드 디젤 수동으로 동해안 찍고 오면서 연비 테스트 하고 포스팅 한 게 있는데 고놈도 골프한텐
안되거든요. 무게도 훨씬 가벼운 주제에 말이죠. 예전에 인천공항 가는 길에서 골프 TDI 타고 65km에다 크루
즈 컨트롤 박아놓고 한참 달려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소감이 어땠냐면요, ‘공기 중에 미세먼지를 태워 달리는
차도 꿈이 아니겠구나!’ 싶었을 정도였거든요.
게다가 자동차의 표준이자 기본중의 기본이자 쪼끄만게 아우토반에서 명차들을 깜놀 시켰다는 전설을 간직
한 골프라면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오너가 되보고 싶은 게 당연지사 아니냐구요ㅜㅜ 전 솔직히 젊었을
때 스포츠카보단 골프의 오너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골프의 열렬한 팬이었거든요.
그렇게 두 차 사이에서 한참 저울질하다 결국 1g정도 더 무게가 실린 X1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견적서까지 받
아두었는데, ‘나도 ㅅㅂ 이제 BMW 오너 되는구나’하고 강렬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데, 아! 그
런데… 문제는 아버지였습니다… OTL
“너 차 산다며?”
“네, 아버지.”
“뭘로 사게?”
“아 저… BMW X1이라고 이번에 잘 나온 차가 있어서요…”
한동안 말씀 없이 저를 노려보시기만 하더군요…
참고로 저는 중학교까진 엄청 맞았는데 고등학교 이후론 맞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저렇게 노려보시기만
하셨는데… 솔직히 진짜 차라리 비오는날 먼지나도록 맞는 게 낫습니다ㅜ_ㅜ 사람 피말리는 기분 어떤건지
아시나요?
그리곤 하시는 말씀이…
“젊은 놈이 수입차 타면 헛바람 들어서 못 쓴다”
더헙;;
제가 뭐 BMW 타고 여자 꼬시려는 것도 아니고 저 쪼만한 차 타고 어디 가서 대접 받으려는 것도 아닌데… 아
버지는 똑같이 굴러가는 찬데 뭐하러 그리 비싼 차 사냐는 논리였죠. 근데 솔직히 그게 아니잖아요… 저 출력
, 연비, 사이즈, 핸들링, AWD를 모두 갖춘 X1을 누가 대체한다는 말입니까ㅜ_ㅜ 아마 저와 같은 이유로 수입
차를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 걸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이런 상황에 아버지를 설득한다는 건 호적에서 지워지고 싶
어 질질 싸는 놈;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이미 체득하고 있었거든요. 스스로 독립이라도 했
으면 모르겠는데 집 안에 얹혀 부모님이 사주시는 밥 얻어 먹고 사는 주제에 뭔 할 말이 있겠습니까 쩝… 정
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보낸 불면의 밤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저는 ‘여쭤보시기 전에 빨랑 저질러버릴 걸!!’하고 방바닥을 치며 후회하면서 식음을 전폐하고 무언의 투쟁을
벌였습니다. 만…. 어머니께서 해주신 소갈비찜 때문에;
뭐 하여간;;;
어쩔수 없이 국산차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현대 아니면 삼성차로 사라’는 말씀에 맞춰서 말이죠…
역시 아버지 세대는 대우차 무지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솔까말 품질만 놓고 보면 대우가 예전
대우가 아닌데… 이 역시 설득은 불가능;
그렇게 처음 제 간택을 받은 건 쏘렌토R 2.2였습니다. BMW를 타지 못한 데 대한 보상심리였는지 기왕 국산
차 사는 거 연비를 살짝 포기해서라도 큰놈으로 사버리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배기량이 문제였습니다. 무조건 2.0까지만 사라는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게죠…
아버지… 200cc 차이에요… 해봤지만 먹힐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쏘렌토는 절대 2.0으로 안 탑니다. 일단 나가는게 쭉쭉 뻗지는 않더라도 시원시원 해야 하는데 2.2
는 아주 적정한 사이즈인 반면 2.0은 살짝 버거운 느낌이거든요. 200cc차이지만 체감은 500cc정도 난다면 이
해가 되려나요? 처음 2.0을 탈 때는 괜찮았는데 2.2를 시승하고 2.0을 다시 타보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 기
억도 있구요. 이렇게 얘기해놓고 보면 그 전에 더 안나가던 구형 싼타페는 대체 어떻게 타고 다녔나 몰라…
하긴 그래서 아웃 오브 안중이었지만;
누가 뭐래도 2.0 R엔진의 주인은 투싼ix입니다. 작년에 시승기에도 드디어 R엔진이 임자를 만났다고 했을 정
도로 2.0과 투싼과의 조합은 매우 훌륭했거든요. 그동안 다른 국산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감각이었죠. 반대
로 쏘렌토가 2.2엔진일 때는 투싼ix의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구요.
그래서… 쏘렌토를 2.0으로 타느니… 차라리 투싼을 타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더군요… 그런데 이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투싼이 가진 온갖 단점들! 저를 너무 망설이게 한 이유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던 거죠ㅠ
ㅠ
투싼ix를 사기까지 망설였던 이유들은 다음 편에 밝혀 보겠습니다.
이제 일해야 할 시간~ ㅎㅎㅎ
[출처: 오토씨블로그: http://autocstory.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