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코치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선수들을 더욱 정교하게, 더욱 파워풀하게, 또한 심각한 슬럼프를 탈출시키기 위해, 가끔씩 타격폼에 메스를 가합니다. 스탠스나 테이크백, 팔로스로동작 등에 손을 대기도 하지만, 가끔은 배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스윙자체에도 수정을 가합니다. 오늘은 세가지 스윙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타자들의 스윙은 여러가지 기준으로 분류가 가능하지만, 지면과 스윙이 이루는 각도에 따라서는 어퍼 스윙, 레벨 스윙, 다운 스윙으로 나눠집니다. 물론, 배팅은 최고의 감각적인 플레이이기에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어서, 무자르듯 특정 타자의 스윙을 세가지로 분류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밝히는 각 스윙의 예는 그 타자들의 대표적인 스윙에 의한 것입니다.
어퍼 스윙 (Upper swing)처음으로 언급할 것은 역시 어퍼 스윙입니다. 스윙의 괘적이 밑에서 위를 향하는 스윙법입니다.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대부분이 어퍼 스윙을 하고 있으며,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테로이드제로 점점 람보가 되어가는 타자들에게 홈런을 양산할 수 있는 어퍼 스윙은 더욱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짧아져가기만 하는 팬스와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등으로 인해, 타격 코치들도 어퍼 스윙을 말리지 않는 추세입니다.
마크 맥과이어, 세미 소사, 켄 그리피 Jr., 션 그린, 베리 본즈등 현역 강타자 대부분이 어퍼 스윙을 자랑하며, 팬스 너머로 타구를 날려보내고 있습니다. 그중에도, 일명 "골프 스윙"이라고 불리우는 켄 그리피의 어퍼 스윙은 가장 완벽한 어퍼 스윙이라고 꼽힙니다. 전문가들도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한다"는 찬사를 보내곤 합니다. 또한, 올 시즌 73개의 홈런으로 신기록을 작성한 본즈도, 스윙후 배터 박스에 서서 타구를 감상하는 것까지 더해져, 정말 PGA골퍼의 드라이브샷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그리피의 경우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단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치기 위해 노력하는 타자이다." 라고 강변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스윙할 때 본인이 수평으로 스윙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람의 손목 움직임은 힘을 내고자 할 때, 밑에서 위로 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3자가 그의 타격 자세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요.
어퍼 스윙의 특징과 장단점을 알기위해서는, 마크 맥과이어를 보시면 됩니다. 이 스윙의 모든 특징을 완벽하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타자가 맥과이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어퍼 스윙은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스윙의 괘적상 낮은 공에는 강하고, 높은 볼에 약점을 노출합니다. 여러분은 빅맥에게 어설픈 낮은 아웃코스의 유인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던 투수들과 과감히 몸쪽 높은 코스의 강속구로 삼진을 솎아내는 실링을 보셨을 겁니다. 어퍼 스윙의 전형적인 약점과 강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맥과이어죠.
이런 이유로, 빅맥처럼 팔까지 길고 완벽한 어퍼 스윙을 구사하는 타자들에겐 빠져나가는 유인구보다, 높은 코스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구사해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구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물론, 그러한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자신있게 뿌릴 수 있는 투수들이 드물기는 하며, 100마일에 가까운 배트 스피드를 자랑하는 슬러거들에게 가운데로 쏠린 높은 코스는 변하지 않는 공포의 홈런존이긴 합니다.
이외에도, 어퍼 스윙은 김병현과 같은 언더스로투수에게도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퍼 스윙만큼 평균적인 타구의 비거리를 보장하는 스윙은 없으며, 커진 스윙폭으로 인한 컨택트 능력의 감소를 배팅 스피드(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향상시킨)로 커버하는 현대의 타자들에게 이 스윙은 계속 인기를 끌게 될 것입니다.
레벨 스윙 (Level swing)
두번째로는 레벨 스윙입니다. 지면과 평행하게 배트의 괘적이 형성되는 스윙법입니다. 대부분의 코치들이 선호하는 타격이기도 합니다. 이 스윙을 잘하는 타자들은 대부분 라인드라이브 히터들입니다. 70년대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짐 라이스란 선수는 알아주는 레벨스윙의 소유자였습니다.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기 전엔 눈에 보이지도 않았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현역 선수로는 데릭 벨, 폴 오닐, B.J 셔호프등이 유명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20개 내외의 홈런을 치는 중거리 타자들로 안타의 대부분이 총알처럼 비행합니다. 은퇴를 선언한 토니 그윈도 레벨 스윙으로 분류하는게 정확할 것입니다. 물론, 그윈의 경우 거의 신의 경지에 오른 배트 컨트럴로 상황에 맞게 스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히, 야구계의 검신 "미야모토 무사시"라고 불릴만 합니다.
하지만, 제일 이상적인 레벨 스윙이라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평으로 이루어지는 스윙과, 높은 곳에 자리잡은 히팅 포인트때문에 구종을 불문하고 낮은 코스의 공을 때리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단점은 팔에만 의지하지 않고 무릎을 이용해 높낮이의 반응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으로 커버가 가능합니다만 그런 것을 잘할 수 있는 타자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또한, 레벨 스윙은 타구의 탄도상 완벽한 타이밍과 히팅 포인트를 동반하지 않고는 홈런을 뽑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엔, 힘이 좋은 타자들이 많아 꼭 그런것 같지만은 않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다운 스윙 (Down swing)
마지막으로 다운 스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운 스윙은 말 그대로 배트의 헤드 부분이 지면을 향하는 스윙을 말합니다. 다운 스윙은 다시 볼과 배트가 만나는 지점에 따라, 깎아치기와 찍어치기로 나눌 수 있지요. 어렸을때 즐겨보던 만화에서 독고탁이 결승전에서 했던 "도끼 타법"도 극단적인 다운 스윙(찍어치기)의 일종입니다. 일반적으로, 어퍼 스윙과 마찬가지로 스윙 괘적상 높은 볼에 다소 약점을 가지고 있는 스윙입니다. 이 스윙을 하는 대표적인 타자는 일본인 스즈끼 이치로입니다. 오릭스의 이치로는 전형적인 라인 드라이브타자였으나, 시애틀의 이치로는 전형적인 다운 스윙으로 안타를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그의 타구의 상당 부분은 간결한 다운 스윙으로 인해 첫번째 바운드가 내야 전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설령, 그의 타구가 내야를 빠져 나가지 못하더라도, 왼손타자에 빠른 주력 그리고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간결한 팔로스로 동작등으로 인해 항상 1루에서 좋은 승부를 펼칩니다. 물론, 이치로의 내야 안타를 대비해 전진 수비를 펼치는 상대 포메이션 덕분에, 같은 땅볼이라도 그의 타구가 훨씬 외야로 흘러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 선수들보다 시즌에 30~40개의 안타는 벌고 들어간다고 봐야죠.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중 가장 완벽한 다운 스윙을 가진 선수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다운 스윙으로 만들어진 타구가 항상 그라운드볼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오히려, 다운 스윙은 뜬 공을 만드는 데 유리한 스윙입니다. 볼의 중심이나 윗부분에 배트가 닿으면(찍어치기) 바운드되는 타구가 나오겠지만, 볼의 밑부분과 지면을 향하고 있는 베트의 헤드 부분이 만나면(깎아치기) 야구공의 밑을 긁어주면서 내야를 넘기는 타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당구에서 말하는 "시네루"가 먹히면서 타구엔 이른바 백스핀이 이루어집니다. 임팩트시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내야를 사뿐히 넘어가는 타구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밀어친 타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멋진 타법인데요. 이치로 선수의 좌전 안타(땅볼안타 제외)의 대부분은 이런 식의 안타입니다. 레벨 스윙이나 어퍼 스윙에서 이런 타구가 나온다면, 대부분 힘없이 빚맞아 나가는 플라이가 되겠지만, 다운 스윙에서 이런 타구는 자신의 스윙 괘적을 잘 활용한 스피디한, 의도된 안타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코치들은 레벨 스윙보다 다운 스윙을 바람직한 스윙으로 꼽기도 합니다.
알렉스 코라, 다운 스윙을 배우면 어떨까?여기까지 보셨으면,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다운 스윙은 리드오프 타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스윙법입니다. 일반적으로 빠른 발과 약한 배팅 파워를 가지고 있는 1번 타자들에게 땅볼을 굴릴 수도 있고, 내야를 넘기는 타구를 만들 수 있는 다운 스윙은 적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LA 다저스의 코칭 스텝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탐 굿윈에게 이 스윙을 집중적으로 교육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제 사견으로는 알렉스 코라가 다운 스윙을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저스의 게임을 보면 코라의 타구는 배트 중심에 맞더라도 외야수에게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천적으로 파워를 갖추지 못해 타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는 그에게 지금과 같은 큰 스윙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운 스윙을 연마하면서 스윙폭을 줄인다면, 그간 아쉬웠던 타구의 상당 부분은 내야를 살짝 살짝 넘어가는 안타로 둔갑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밀어치는데 소질을 보이는 코라이기에 다운 스윙이 더욱 어울려 보입니다. 물론, 그나마 몇개 넘어가지 않는 그의 홈런수는 1년에 1~2개로 줄겠지만, 다저스가 코라에게 바라는 것이 홈런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