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사람들의 권태기가
땅바닥에 줄을 그어 나란히 누워있다
누구 권태기가 저렇게 많기도 할까?
버려진 체온이 땅에서 숨을 쉬고
돌아선 인간미는 숨바꼭질에 해가 떨어진다
사람의 체온이 아직 남은 탓일까?
행인은 좀처럼 말이 없다
물건 파는 이는 열심히도 지껄이는데
삶이 밴 탓인지 아님 지친 탓인지
지나치는 이는 그저 조용히 눈으로 대답 할뿐
묵은 물건 앞에 말이 줄어든 석고 얼굴이다
쌓이고 쌓인 권태기가
얼마나 걸어왔을까?
이 많은 세월에서 지우지 못한 삶이
이제는
당당히 많은 발길을 불러모으는데
버려진 인생이 주워온 인생이
서로 견주고 활을 쏘아대며
멀리 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쪽에서 지는 해가
인간들의 권태기에 잠시 들려
차가운 시선에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무거운 눈을 감아 내린다
서산에 해야
찌든 인간의 냄새는 저토록 모질게 남아
가려는 너마저 잡아 세워
사람의 묵은 곰팡이 꽃을
네 손에 쥐여 주려하니
가는 길에 저 노을 앞마당에 뿌려
냄새없는 향기로 만들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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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쪽빛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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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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