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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가슴이 절로 넉넉한 한가위 추석명절. 연휴는 이미 시작된지 오래지만, 어제 9월24일에는 경산에서 열심히 일하던 딸내미 선예가 회사에서 주더라는 갖가지 선물 꾸러미를 들고 왔고, 저녁에는 김포에서 병영생활을 하고있던 아들 기성이가 늠름한 모습으로 휴가를 왔어요. 미리 아내가 시내에 나가서 장봐온 것들을 정리하고 며칠전에 봉화에갔다가 사다놓은 송이버섯을 불고기 요리로 만들어 온 식구가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저녁을 먹을수 있었습니다. 별로 긴 얘기는 없었지만, 그 시간이 참으로 단란했습니다.
그리고 선예와 기성이는 주변에서 불러내는 그들의 동창생들과 따로따로 놀다가 돌아오고, 아내와 난 텔레비를 보다가 추석 당일날을 위해서 좀 일찍 자보려고 했는데, 쿨피스 동생이 찾아와서 새로 매실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새벽 5시를 넘겨 버렸습니다. 그 반갑고, 고마운 정으로, 또 현실에 처해있는 이야기가 너무 진지해서 자리에 함께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더 이야기 했던것 같습니다.
그 바람에 채 두 시간도 눈붙이지 못하고, 준비(머리감고 옷입기)하여 아침 9시쯤에 형님집으로 갔습니다. 그때는 이미 아내가 먼저 올라가 차례상 차림을 도왔고, 대구에서 동생네 가족(제수씨와 두 질녀)들도 도착하여 추석상(어머니와 형수) 차례를 정성껏 지냈습니다. 그리고 80세이신 아버지를 비롯하여 형님네와 함께 온 가족들이 둘러앉아 제사로 올린 음식들로 음복을 하였고, 곧이어 동생네와 함께 어머니 산소를 찾아 갔는데, 글쎄 내 건강으로는 도저히 산소까지 따라가지를 못해서 그들이 갔다 오는 동안 나는 우리산에 심겨진 밤나무 밑에서 서성이다가 일행들이 돌아와서 합류하여 밤을 주웠는데, 정작 8대조 산소와 큰집들이 살고 있는 옛마을에는 들려보지 못하고 아내를 오토바이에 뒤에 태워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형닙집으로 올라가 종형,종제들을 만나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막살이 박찬복형이 고향에 돌아와 성묘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들렸다며 악수를 청해서 그 반가운 인사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형님집에서 만난 오막형의 모습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도 술상앞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베트남 여인과 재혼한 전장애인협회장이 갓 돌지난 딸을 데리고 들렀었고, 형님집에서 저녁을 먹을때까지 마을 사람들도 몇몇 더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대구 동생들도 뒤이어 떠난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기성이를 컴에서 내려오게 하고 대신 올라가 카페에 들려 반가운 사람들의 글을 대하려는데 텔레비에서 권정생선생님 특집을 방송하기에 답글 몇개와 출첵만 하고 내려와 자리에 누워서 권정생 선생님의 삶을 보다가 겹친 피로가 막 몰려와 그만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여느때보다 일찍 일어나 이 글을 씁니다. 올 추석은 또 이렇게 지나는 시간속에 흔적을 남기며 묻어야 합니다. 모두들 나름대로 즐거운 추석이 되었으리라 믿으며 다른 고운님들의 추석 뒷 이야기도 올려주기를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십시요.
~~★ 이 상 ★~~ 2007년 9월 26일 카페지기 권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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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거운 추석을 보내셨군요. 저도 추석 잘보냈습니다.
친구의 행복부스러기를 주워먹는 행복을 주신 햇살님~감사합니다~명절이나 안명절이나 변함없는 일상이라서 다른 님들의 행복부스러기에도 군침을 흘리고 잇슴다...
어제 신부님께서 강론중에 부모를 섬기는 것은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이고 자신의 죄를 씻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아버지를 모시고 조상들과 이웃들에게 마음으로 효도와 사랑을 하는 햇살님은 길이 복 받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옥이할매. 가까이 있었다면 기계로 만든 송편이라도 함께 나누는 건데, 그저 마음으로만 함께할 수 밖에 없는 공간적 거리가 원망스럽기도했습니다. 그대신 잘 안먹는 송편을 내가 몇개 더 먹어 두었습니다. 필요하다면 나중에 토해 드리겠습니다.
미칫나? 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 행님 저땜에 마니 피곤하셨지요? 제가 본시 철이 쫌 없잔아요. 형님으로 인해 가슴속 채증이 어느만큼 살아진듯 속이 후련했어요. 글구 매실주 무지 맛이 괜찬더라고요. 친구들이랑 많은량에 술을 마시고 먹었는데도 전혀 거북함도 엄고 뒷날도 속이 무지 편했어요.명절이라도 시골에 가면 그래도 엄마나 형수들이 해주는 음식 맛있게 먹고 내 몸 한곳 편히 뉠수 잇는 집이란 공간이 있어야 편하고 좋은데 그렇지 못하니 자꾸만 가기가 꺼려지고 일찍 가지질 않더라고요.올 추석은 넘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피곤이야 내 건강탓이고, 그렇게 지란지교처럼 찾아와 준 쿨피스 동생이 너무 반가워서 오히려 내가 더 떠들며 잠을 안 재워 준것 같아 약간 미안하기도 했었네. 번듯한 술상으로 차리지도 못했는데 담근 매실주 한잔으로 그 시간을 즐길수 있었다니 그저 다행한 일이네. 10월9일의 좋은 결과와 앞날의 탄탄대로를 빌며 남은 연휴 잘 보내길 바라네.
역시 시골의 명절이 사람향이 제데로 나는것 같네요.도시의 썰렁함 보다는. 모두 즐겁게 보내셨다니 다행입니다.항상 즐거운 날들이기를 바람니다.
외남이는 추석을 포항에서 보냈나? 시집이 포항인가? 시골서도 친척들의 정이 많이 감소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는데...
주인장님. 추석을 즐겁게 행복하게 잘 보내셨네요. 글을 읽는 것이 기쁘네요. 주인장님의 환한 미소를 떠 올리면서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고맙습니다. 그저 그렇게 나의 추석을 보냈습니다.
구구절절 행복했던 추석날의 이야기 를 글로서 옮긴 햇살님의 글솜씨도 한가닥하지만 햇살님께 들러가신 추석 손님들의 성의도 감사하게 느껴지는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햇살님!
그랬지요. 전혀 들리는 손님이 없었다면 또 허전했을 걸. 알맞게 손님들이 거처가서 올 추석이 더욱 행복했습니다. 그 중엔 의외의 오막형도 끼었잖아요.ㅎ.그저 고마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