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과 젊음이 희망이다
정세용 (본지 논설주간)
■ ‘…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 피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달’
- 신동엽, 4월은 갈아엎는달
내일이면 4월이다. 봄이 확실히 온 것이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닌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우리 경제는 얼어붙었다. 실업과 부채, 그리고 물가고의 삼각파도 속에서 서민들은 숨을 쉬기도 힘들다. 어디 도시 서민과 농어민뿐인가. 금융위기에 펀드가 반토막나고 부동산 경기가 죽으면서 중산층도 절반으로 줄었다는 통계가 나온다. 이명박정부는 747을 내걸고 집권했지만 747은 포기한 지 오래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거론된다.
야구와 김연아 때문에 행복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난에 많은 젊은이가 거리를 헤매고 있다. 일자리가 증발하면서 지난 2월의 청년실업률은 8.2%로 1.1%포인트 치솟았다. 실업자 85만명을 포함해 사실상 실업자는 350만명에 가깝다.
■ 대다수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것은 경제 문제 뿐만 아니다. 공개 투명의 시대라는 21세기에 우리는 매일 박연차리스트와 장자연리스트에 실망하면서도 궁금해한다.
드디어 어제(30일)는 박연차리스트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중에 거론된다.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틀 전에 조카사위 계좌에 500만달러의 거액을 송금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박연차 수사가 종착역인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돈다. 박연차씨의 홍콩현지법인인 APC의 괴자금 5000여만달러의 사용처가 드러날 경우 ‘박연차 사건’은 어느 정권 사건보다 거대형일 가능성에 정·관·재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 더욱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이 리스트 수사과정에서는 재계 대표 등의 이름이 나돈다. 이 중 한명의 경우 동석한 여자 연예인의 진술을 통해 구체적 정황까지 일반에 회자된다. 무관한데도 이상하게 거론되는, 혹시 억울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 같다. 변죽만 울리다 흐지부지될 경우 국민적 분노는 가라앉히기 힘들 가능성이 있다.
■ 뉴욕발 금융위기와 취업난 그리고 장기불황 가능성에 침울한 국민들은 한때는 야구 때문에 행복했고 29일과 30일에는 김연아 때문에 행복했다. 김연아는 금빛연기로 한국 국민은 물론 세계를 홀렸다. 그녀의 피땀어린 눈물과 노력이 우울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에 전국은 김연아 신드롬에 빠졌다. WBC야구에서 활약한 김용규 선수의 부러진 손가락과 김태균과 봉중근의 우람한 근육에서 ‘위대한 도전’을 보았듯이 우리는 젊은 김연아에게서 미래와 희망을 읽는다.
■ 고소영과 강부자. 이것은 이명박정부의 인사 실패를 의미한다.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과 고환율정책. 이는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말한다.
전국의 ‘보수’들은 노무현정부의 소통 부재를 공격했지만 이명박정부 또한 소통과 통합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시중 여론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명박정부의 지지도는 30%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대부분 정책이 국민 절대 다수의 환영을 받기 힘든 상황이건만 그래도 희망은 녹색이다. 이명박정부는 지난해 여름 747과 대운하가 물건너 가면서 녹색을 선택했고 이는 이명박정부에게 거는 국민의 남은 희망이 되고 있다.
녹색에너지와 디지털 창업
■ 그렇다. 이명박정부는 이제 녹색과 젊음으로 승부해야 한다. 삽질하는 녹색이 아니라 희망과 미래와 건강 그리고 대화와 소통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국민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녹색은 진정 폴라니가 말하는 복지와 공공성 호혜성이어야 한다. 녹색은 대운하가 아니다. 녹색은 석유와 석탄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투자, 숲 가꾸기, 식량자급을 위한 노력 등이어야 한다.
아직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노랑이고 빨강이다. 뉴욕발 경제위기에 파란불 아니 녹색불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4월은 봄이다. 신동엽 시인은 그날을 얘기하면서 갈아엎자고 했지만 우리도 진정 갈아엎어야 할 4월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박연차와 장자연 리스트로 혼탁한 정계 등을 확실히 정화하고 공해가 없는 공공의 녹색과 김연아 박태환 봉중근 그리고 박지성의 젊음이 상징하는 4월을 구가했으면 한다. 젊음은 스포츠 스타들만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구로디지털단지 등에서 창업의 날개를 펴는 젊은이들이고 대학 등에서 밤샘하는 젊음이다. 그들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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