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동차보험이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을 개척한 것은 블루오션을 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용길 교보자동차보험 사장을 만나 그 과정과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2000년 3월. 인터넷 비즈니스 붐에 따라 교보생명도 e비즈팀을 만들었다. 당시 교보생명 기획본부장으로 일하던 신용길 교보자동차보험 사장이 e비즈팀을 이끌었다. 신 사장 팀은 영국의 온라인 보험사인 다이렉트 라인(Direct Line)의 사례를 접하고,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에도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검토된 온라인 자동차보험 방안은 대리점과 설계사 등 판매조직을 두지 않는 대신 직접 전화와 인터넷으로 가입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럴 경우 판매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보험료가 기존 손해보험사의 상품보다 평균 15% 저렴한 것으로 계산됐다. 또 이런 상품은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설계사를 만나는 대신 전화나 인터넷으로 계약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판단했다.
교보생명은 2001년 5월 이사회를 열고 이런 방안으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자동차보험을 취급하지 않고 있던 교보생명은 다른 회사를 인수해 이 분야에 진출하는 방안을 택했다. 신 사장은 “마침 사업 모델이 같은 코리아 디렉트라는 회사가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2000년 7월 이 회사를 200억원에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출범 과정을 들려줬다. 그 뒤 회사 이름을 교보자동차보험으로 바꿨지만,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하려고 출범한 회사였기 때문에 기존 보험사들과는 달리 설계사 등 판매 조직은 없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느냐는 것이었다. 교보자동차보험은 2001년 10월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하지만 출범 초 기존 손보사들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손보사는 내부적으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시장점유율이 절대 2%를 넘지 못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보상인력이 모자라 가입자의 사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교보자동차보험이 시장의 틈새를 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보험료 비교. 다른 자동차보험보다 보험료가 15% 싸다는 것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는 업계의 예상과 딴판이었다. 많은 고객들이 보다 싼 자동차보험을 선택했다. 교보자동차보험은 “보상인력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입자를 다 받아들였고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출발한 교보자동차보험의 원수보험료는 2002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260억원이었다가 2002 회계연도에는 1,60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듬해에는 2,485억원으로 증가했고 2004 회계연도에는 3,255억원에 달했다. 시장점유율도 4.2%까지 높아졌다. 30억~70억원의 소폭이지만 2003 회계연도부터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신 사장은 “지난 회계연도에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흑자를 낸 회사는 우리뿐”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 아니었다. 이미 해외에 성공사례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여러 업체가 검토한 사업모델이었다. 그렇다면 금세 후발주자들이 따라와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그러나 교보자동차보험은 한동안 경쟁이 거의 없는 시장을 누렸다. “오프라인 판매조직을 거느린 기존 손보사들은 온라인 상품의 시장성에 회의적이었고 조직의 반발을 우려해 온라인 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신 사장은 설명했다. 실제로 다른 손보사들은 띄엄띄엄 따라왔다. 제일화재가 2002년 4월, 대한화재가 11월, LG화재와 다음이 제휴한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은 2003년 1월에야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델 컴퓨터가 84년에 주문형 PC 사업을 시작해 승승장구했지만 수많은 판매인력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델과 같은 사업모델을 도입하지 못한 것과 비슷한 사례다.
교보자동차보험의 사례는 <블루오션 전략>의 공저자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가 정의한 대로 경쟁자를 이기는 데 집중하는 대신 구매자와 회사를 위한 가치 도약을 이뤄 새로운 비경쟁시장 공간을 창출한다는 내용에 맞아떨어진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6월 29일 낮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업계의 블루오션은 교보자동차보험의 모델과 같은 ‘가치혁신’에 있다”고 자평했다.
한번 블루오션을 창출했다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는 “블루오션 창출은 정적인 성취가 아니라 역동적인 프로세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루오션을 개척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모방자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가치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보자동차보험의 경우에도 온라인보험이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한 뒤에도 이를 지켜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신 사장은 ‘교보 업그레이드 멤버십 카드(교보UMC)’를 한 예로 들었다. 교보자동차보험은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출시할 때 가입자에게 보험증서 대신 지갑에 넣고 다니기 좋게 플라스틱으로 된 고객가입증명카드를 발급했다. 가입자는 사고가 났을 때 연락처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고객가입증명카드는 2003년 10월에 교보UMC로 진화했다. 고객은 영화관 ·레스토랑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등 가맹점을 이용할 때 할인혜택을 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에 SK㈜와 제휴해 UMC를 한 차례 더 업그레이드했다. 교보UMC에 SK엔크린보너스카드의 주유 ·정비 ·중고차 ·렌터카등 차량관련 종합 서비스를 추가했다.
신 사장은 “블루오션은 차별화와 비슷한 개념”이라며 “가격 ·서비스 ·마케팅을 차별화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이 블루오션을 창출해 시장점유율을 2010년까지 15%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