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屯紅梅待春爛
獨特冠佛望洛雁
春來東風涵羨心
鐵鑑茶田幽香滿
순천 금둔사 홍매는 어서 봄이 와 활짝 필 걸 기다리는데
특이한 모자 쓴 비석부처님도 낙안읍성을 바라보며 계신다
봄이 왔어도 동풍이 차니 시샘하는 마음을 가졌나보다
철감선사의 차밭에는 그윽한 향기가 가득하구나
입춘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순천 금둔사를 찾았다. 금둔사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낙안온천에서 낙안읍성을 내려다봤다.
끝없이 펼쳐진 너른 들판이 시원하다.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낙안마을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금강암으로 오르는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 금둔사 경내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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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포시 꽃잎을 열기 시작한 홍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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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금둔사는
순천 금전산 자락 산세 좋은 곳에 포근하게 안겨있다. 서기 584년 백제(위덕왕30년)시대 담해도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홍매화(붉은 매화꽃)로도
널리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일주문에 들어서자 솔바람 소리에 가슴까지 시려온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추위에도 햇빛이 잘 든 곳엔 군데군데 봄이
소곤대고 있다.
잎을 다 떨쳐낸 담쟁이 넝쿨이 휘감고 있는 돌다리를 건넜다. 대웅전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가 마음까지 청아하게 한다.
찬바람이 이따금씩 스치고 지나는 경내는 고즈넉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고요한 산사에 흘러내리는 개울물 소리와 산새 소리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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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2월 3일 금둔사 대웅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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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대숲을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돌 틈에서 나온 청정수가 통나무 수로를 타고 졸졸 흘러내린다. 연못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낙화하는 물줄기 주변에는
고드름이 얼었다. 얼음 꽃이 피었다.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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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틈에서 나온 생수가 통나무 통로를 타고 끝임없이 흘러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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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땔감이
수북이 쌓인 요사채(사찰에서 승려들이 거주하는 건물)에서 연기가 허허롭게 날린다. 이름모를 새 한 마리가 장독대 옆 매화나무에서 꽁지를 흔들고
있다. 산신각 옆 큰 바위에 새겨진 '비로자나마애여래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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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자나마애여래'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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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금둔사에는
보물이 2개 있다. 보물 제945호인 '금둔사지 삼층석탑'과 보물 제 946호인 '금둔사지 석불비상'이다. 보물 쪽으로 가는 길은 야트막한
돌담길이다. 이어지는 길의 멋스러움에 이 길도 보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불조마애여래'상에는 수많은 부처상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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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조마애여래'상, 바위에 수많은 부처상이 새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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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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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둔사지 삼층석탑 보물제 945호, 금둔사지 석불비상 보물 제 94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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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옛부터 내려온 3백 평의 자생차밭이 있다. 신라 참선사찰 9개중 사자산문(獅子山門)이다. 금둔사는 9산선문중 사자선문
철감국사(澈鑒國師)다. 스님은 선암사와 금둔사의 자생차밭에서 차 씨앗을 채취해 1993년부터 9천 평 차밭을 일궜다.
지허 스님은
한국문화의 주축은 불교문화라고 말한다. 우리의 창은 염불에서 유래됐고, 자비가 없다는 무자비, 싸움터를 뜻하는 아수라, 깡패인 건달도 건달
왕에서 비롯됐단다. 차는 우리의 생활이다. 스님은 옛날 우리 차 문화를 그대로 고수했단다.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담소하는 도중에도 차를
자꾸만 권한다. 문밖에는 봄을 시샘하는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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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둔사 주지인 지허 지웅 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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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 차나무는
천년을 산다. 초의선사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 다도는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한다고 한다.
혹한을 지낼수록 좋은
매화향
금둔사 부근엔 매화나무가 많아 벌을 많이 친다. 금둔사 매화나무는 짙은 홍매와 연한 홍매 청매, 백매로 나눠진다.
"벌을 많이 기르시네요." "예! 벌은 천적이 있어요. 대추벌(말벌)이 한번 나타나면 꿀벌을 순식간에 수십 마리씩
죽여요." "불교에서는 살생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럴 땐 어떻게 합니까?" "두 개의 생명을 해치려고 하는 한 개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방생이요."
유난히도 추웠던 올겨울. 혹한을 지낼수록 매화향이 좋단다. 정말 올해는 향이 좋을 거라고 스님이 전한다. 내일이
입춘이라 꽃 보러 왔는데 꽃이 안 피었다, 온풍기라도 갖다 피워야겠다고 농을 하자 '하하하'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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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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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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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매화가 2~3일만 지나면 꽃망울을 터트릴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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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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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매화가 안 피어서 어찌 하냐며 안타까워한다. 금둔사 주지인 지허 스님은 그중 꽃망울이 가장 튼실한
매화나무로 안내했다. 해마다 납월(음력12월)에 꽃이 피는데 올해는 혹한으로 인해 아직 안 피었다고 말한다
스님과 다도에 대한
선문답을 하며 3시간을 머물다 나가 매화나무를 살펴보니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꽃망울이 커졌다. 금방이라도 톡 터질듯 한 꽃망울. 금둔사
홍매화에는 벌써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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