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글자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나라의 漢(한)자가 아닐까.
56개 민족 중 90% 이상이 한족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외국인들은 중국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어라고 하며, 그들이 쓰는 글자는 한자라고 하니 중국을 대표하는 글자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전통 복식을 이전에는 치파오라는 만주족 복장이라고 했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한복이라고 하고 있으며 그것을 입자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이 漢자가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하는 글자가 되었을까?
한 나라를 구성하려면 먼저 영토가 있어야 하고, 또 언어가 있어야 하고, 제도나 사상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을 보면 영토적인 측면에서는 한나라 무제 때 이미 거의 완성된 것으로 판단되며(장건의 서역 파견이나 한사군의 설치, 흉노족과의 전쟁 등), 또한 갑골문 이래로 발전해 오던 한자는 진한 때 이미 간체자 이전의 해서체가 완성되었으며, 지금의 현실주의라고 볼 수 있는 사회주의 사상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유가사상이 한나라 무제 때 동중서의 건의로 국교로 채택되어 그에 맞춰 정치제도 등 각종 국가의 제도가 마련되어 지금까지 큰 변화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게 볼 때 한나라는 현대 중국의 토대가 되며, 그래서 漢자가 중국을 상징, 대표하는 한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그 한나라의 시작은 바로 서주 출신 유방에 의해 시작되었으니, 중국, 특히 한문화의 출발은 서주가 되는 것이다.
유방은 지금의 서주시 패현(沛縣) 출신으로, 사수(泗水)의 일개 정장(亭長: 진나라 때 지방관직. 지금의 파출소장, 즉 우리의 시의 동장 정도에 해당)이었던 유방이 진시황 사후 기의하여 항우와 패권을 다투다 결국 승리하여 한나라의 역사는 시작된다.
바로 그곳 유방의 고향을 찾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날짜는 2019년 9월 25일(수). 날씨는 여전히 여름이었다.
10월 1일 국경절이 가까와지니 학교도 그에 맞춰 분위기를 띄운다.
학교 동문 앞 버스종점에서 36번 버스를 타고 대략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서주터미널.
인근에 서주역 본역도 있다.
터미널로 들어서니 매표소 앞이 북적인다.
미리 준비해 간 여권을 주면서 패현 한 장 달라고 하니 여권은 필요없다고 한다.
패현이 광역서주시에 속하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패현에서 시내버스를 탈 때도 서주버스카드가 유용했다.
어쨌든 20원 차비를 위챗페이로 결재하고 표를 받아보니 서주-패현 직통이며 차와 좌석은 정해져 있지 않고 오후 7시 반 전에 차에 타서 아무 자리나 앉으면(流水) 된다고 되어 있다. 개찰구는 20번이고.
대합실 모습.
서주-패현 직통차.
서주-패현 완행 버스.
한참 기다리다 차에 오르니 손님들이 가득 찬다.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어보니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서주터미널을 출발한 차가 강을 건너 북쪽으로 강변을 따라 쭉 달리는데 건너편에는 줄곧 아파트인지 공사 중인 건물 모습이 사라지지 않는다. 몇 년 후 서주도 많이 변화가 있을 듯.
언젠가 서주공정대학 교수 한 분에게 서주인들의 주식이 무어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단연코 면, 즉 국수, 만두 등 밀가루 음식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밥도 곧잘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서주를 벗어나니 벼가 자라는 논도 보인다.
약 한 시간 15분 정도 걸려 도착한 패현터미널.
부근에서 간단히 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눈을 돌려보니 터미널에서 걸어서 가도 될 정도의 거리에 옛 건축물이 보여 다가가 보니 과연 서주의 관광지 중에 하나인 한성공원이다.
한성 외곽 호숫가로 난 길은 개방되어 있는데, 안쪽 건물을 보려면 20원의 입장료가 필요하다.
거금을 내고 들어가 보니...웅장한 건물이 우선 손님을 반긴다.
아마도 한나라 왕궁을 재현해 놓은 듯.
왕궁에 올라 출입구 쪽을 바라본다.
좌우로 각각 망루가 있다.
한 혼궁? 죽은 황제의 귀신들이 거처하는 궁전이란 뜻이렷다.
중국이란 대륙적 기질과는 잘 부합되지 않은 조형물.
고증은 제대로 하긴 한건가 ㅎㅎ
한 혼궁을 돌아나와 앞을 보니 또 무슨 조형물과 그 뒤로 건축물이 보인다.
한 혼궁의 후면.
그리고 중앙 좌우로는 한나라 때의 궁전인 미앙궁과 장락궁이 있는데, 여긴 미앙궁.
어째 규모가 초라하다.
황후인가? 후궁인가?
설명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오른쪽 회랑으로는각종 석각비문을 전시해 놓았다.
한낱 필부였던 유방이 제왕이 되어 고향에 돌아와 부형들과 잔치를 한다.
패현의 한 곡조 대풍가...
글씨체가 특이하다. 한 바퀴 흰 영혼이 은쟁반에 담겨 있는데...
천고의 용이 날아오르는 땅, 한 시대 제왕의 기운이 서린 고을.
유방이 항우와의 전쟁에 승리하고 천하를 차지했는데도 영포라는 자가 반란을 일으켜 친히 가서 토벌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의 부형들과 함게 잔치를 벌였는데, 그 자리에서 유방이 지어서 불렀던 노래 <대풍가>.
대풍기혜운비양, 위가해내혜귀고향, 안득맹사혜수사방.(큰 바람이 이니 구름이 날리네, 위엄을 세상에 떨치고서 고향에 돌아왔네. 어떻게 용맹한 인재를 얻어서 천하를 지킬까?)
개국의 왕 다운 기개가 넘쳐나는 노래다.
비각 회랑의 모습.
신선이 동쟁반을 받치고 이슬을 받고 있다.
미앙궁 맞은편의 장락궁.
역시 규모가 보잘것 없다.
석각 무늬 전시 회랑.
거마출행도. 수레와 말을 타고 나들이 하는 모습.
행룡도. 꿈틀거리는 용.
두 마리 용이 서로 엉켜있는 모습.
청룡백호도.
정말이지 예산은 부족한데 빨리 지어야 한다는 이 관광지 조성 때의 사정이 너무도 절실히 느껴진다.
차라리 좀더 오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그리고 충분히 고증한 후에 지었어야 더 좋았을 것이다.
오히려 한성경구 삼면을 에워싸고 있는 연못이 더 볼만 했다.
그야말로 연으로 가득하다.
떨어진 연밥.
연밥 속의 연씨들은 벌써 새가 물고 갔나 빈 곳이 많다.
한성경구 외곽순환로.
계속 실망을 하면서 길을 걷는다.
실망이 계속될까 아니면 무슨 반전이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