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물은 수증기, 안개, 구름, 눈, 비, 얼음 등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지구에 있는 지하수 중 45%정도가 땅속 800m 이내에 저장되어 있다. 그 대부분은 대수층 속에 괴어 있다가 수위가 올라가고 수압이 높아짐에 따라 지표로 나와 샘이나 강에 이른다.
또 사람의 손이나 식물에 의하여 땅위로 퍼 올려지거나 자연적으로 증발하기도 한다. 이와같이 지구상의 순환에 참가하는 물을 순환수라고 부른다.
하지만 땅 속에 쓰며든 물 중에서 어떤 것은 수십 년부터 수천 년 동안 순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수만 년 동안 바닷 밑 깊은 곳의 수성암 구멍속에 가두어진 물을 유류수(遺留水)라고 한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땅 속 깊숙한 곳에는 지금으로부터 3만년전쯤인 '뷔름 빙하 시대'에 내린 빗물이 괴어 있다고 한다. 이 유류수는 오랜 세월 동안 물의 순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십억년 전 우주 먼지에서 지구가 탄생될 때 같이 생겨난 물 가운데 지구가 형성된 이후 수많은 지각변동에도 불구하고 땅 속 깊은 곳에서 물의 순환에 참여할 수 없는 물이 있다. 이 물은 결정수(結晶水)의 형태로 바위 속에 들어 있으며 이를 처녀수라고 한다. 이 처녀물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바위가 화산활동에 의해 열리지 않는 한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슬픈 운명이다.이 처녀물은 오늘도 수증기로 승천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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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거의 2/3가 물로 덮여 있어 태양열의 대부분이 바다로 떨어진다. 바다도 대기와 같이 커다란 태양열의 저장소 및 공급원이 된다. 이 같은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은 물이 지구상에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열이 커 온도가 적게 올라가더라도도 엄청난 열을 흡수하여 지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증발될 때에는 엄청난 증발열이 필요하다. 햇빛이 물에 닿으면 그 중 일부는 반사되지만 나머지는 물 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에너지가 흡수된다.
그러면 연중 많은 햇빛이 쏟아지는 적도의 바다는 얼마나 뜨거울까? 물이 그대로 있다면 적도의 바닷물은 끓어 올라야 하겠지만 실제 온도는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한다. 실제로 바닷물은 전세계의 바다를 돌면서 열을 배분하여 주고 있다. 적도 바로 남쪽과 북쪽의 바다에는 언제나 바닷물이 거대한 규모로 계속 돌아가고 있다. 적도를 향해 찬물과 빙산까지 끌고 내려오는 한류가 있고 극지방까지 물을 운반하는 난류가 있다.
바닷물의 열 운반 크기를 알아보자. 난류가 10℃의 기온차가 있는 한 대 지방으로 흘러간다면 1㎦의 물은 44×1016cal의 열을 운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것은 양질의 석탄 약 150만 t의 열량과 같은 것이다.
멕시코 만류의 예를 보면 멕시코만을 떠날 때 폭 80㎞, 길이 0.6㎞, 유속이 8㎞로서 시간당 거의 400㎦의 물이 운반하는 열량은 실로 6억톤의 석탄 열량과 같다는 것이다. 세계의 연간 석탄 생산량을 20억t으로 추정하면 1년 생산량의 석탄이 1/3에 해당하는 양의 열을 멕시코 만류는 단 한 시간에 운반한다는 계산이다.
이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북위 60도선에 위치한 영국 헤브리디이즈 군도에서도 그 수온이 7월에 13℃나 된다. 북위 60도는 아시아에서는 혹한으로 유명한 시베리아 지역과 같은 위도이다. 그러나 멕시코 만류 덕택으로 고위도의 영국, 프랑스등이 온대 기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브래도 한류는 북극의 차가운 물과 많은 빙산까지 남쪽으로 싣고 와서 멕시코 만류 밑을 통과한다. 남극으로부터 올라오는 페루 해류는 차가운 바닷물을 남아메리카 대륙 서해안을 따라 밀고 올라온다. 그 한랭 효과는 매우 커 적도에서 1,000㎞ 떨어진 리마의 온도를 30℃ 이하로 유지시켜 준다. 바닷물도 대기 중의 물과 같이 태양열의 운반자이며 공급자이면서 세계 온도의 조절자라는 신비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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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물이 건강의 근본임을 잘 알고 있었다. 병이 나면 우선 깨끗한 물을 많이 마시고 물로 씻어 병을 고치도록 하고 그래도 낫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약을 썼다.
물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 예로 195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깨끗한 물은 건강을 증진시킨다.(Clean water means better health)"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1백세 이상 되는 장수 노인이 많기로 유명한 지방으로 보통 세곳을 들고 있다. 네팔 북쪽 티베트 근처의 훈자(Hunza), 구 소련 변방 코카서스의 아브하지아(Abkhasia), 중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Vilcabamba) 등이다.
왜 이 지역에 장수 노인이 그토록 많은가. 학자들은 고산지대의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 지방 주민들의 일상음식은 현대 의학의 눈으로 보면 아주 거친 식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건강과 수명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영양가보다 날마다 마시는 물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훈자 지방 주민들은 자신들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비결을 2천m 이상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생수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많은 약수가 있고 아직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약수란 말은 법으로 정하여지거나 학문상의 개념이 아니고 땅이나 바위 틈으로 스며든 빗물에 여러 가지 광물질이 녹아 땅 밖으로 솟아나는 물을 말한다. 그러나 그 전부를 약수라고 하지는 않으며 대부분이 석간수나 자연수이다.
좋은 물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병원균 등 인체에 해로운 요소가 없어야 하고, 둘째 연중 수온의 변함이 없고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며, 셋째 탄산가스·산소·철분·칼슘등의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성분에 따라 독특한 맛이 있고, 넷째 녹아있는 성분이 약리작용을 하여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거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천연수를 약수라고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데 이는 약을 즐기는 국민성에서 온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약리작용을 하는 진정한 의미의 약수는 충분한 확인 검사 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장기적으로 마시는 것은 심사숙고할 일이다. 지나쳐서 오히려 병을 일으킬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어설픈 약수는 수돗물만도 못하다.
요즈음에는 생수를 약수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유명한 의사나 학자들도 생수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이상구 박사는 아침의 물 두잔은 최상의 보약이라면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했고 담배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홍문화 박사는 1일 3회 3분 음수법을 강조하고 있다. 마시는 시기는 공복에 아침, 점심, 저녁 때 3회에 걸쳐 물을 한 컵씩 마시는데,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아니라 약 3분에 걸쳐 조금씩 천천히 마셔야 하며 물은 되도록 생수가 좋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생수는 수돗물과 달리 소독되지 않은 물이므로 마실 떄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깨끗해야 하며 흐르지 않고 괸 물은 아닌지, 들쥐 등이 다니지 않았는지 세밀히 살핀 뒤 마셔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우리나라의 물을 깨끗이 보전하고 올바르게 마실수만 있다면 우리 국민들도 세계적인 장수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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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아껴쓰는 것이 수질 오염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물을 사용하고 버리면 이것이 곧 폐수가 되기 때문에 물을 많이 쓰면 쓸수록 많은 폐수가 나와 수질 오염이 심해지게 마련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생활 하수가 전체 폐수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아직은 하수 처리 시설이 모자라 상당량의 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흘려 내보내는 것 같다. 하천에 폐수가 많이 흘러들수록 오염은 심각해지고 오염이 심해지면 자연 생태계는 파괴된다.
그 반면에 사용하지 않은 물이 많을수록 하천은 깨끗하게 보존된다. 우리가 물을 절약하게 되면 수돗물을 만들기 위한 비용이 적게 든다. 또한 물을 절약하면 새로운 수원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건설하는 댐을 덜 만들어도 된다. 물 절약으로 댐 건설비용도 절감되고 자연 생태계도 그대로 보존될 수 있다. 우리 나라에 있는 수도꼭지 1천 500만 개 정도인데 연간 절약할 수 잇는 물의 양은 8,400만톤 정도로 대전 시민이 사용하는 양과 비슷한 양이 된다.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물의 양부터 줄여 나가야겠다. 옛날부터 조상들은 물을 아끼면 부엌일을 주관하는 '조왕신'이 복을 주신다고 믿어 돈을 전혀 안 들이고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던 샘물도 아껴 쓰게 했다. 이런 좋은 전통을 계속 계승 발전시켜 수질 오염을 막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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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인 요인 이외에도 기후·풍토·종교·사회 및 가족제도·교육 등 많은 후천적 요인이 복합 이루어진다. 그런데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마시고 있는 물의 질, 곧 수질도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체중 3분의 2가, 근육의 75%가 물이며, 뼛속에만도 22%의 물이 들어 있다. 인체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 평생을 마시는 물의 질이 성격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흔히 관청 물을 먹었느니, 미국 물을 먹었느니 하면서 인간의 성품마저도 물이 좌우하는 양 표현한다. 이는 성격을 형성함에 있어 물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물이 사람의 성격을 좌우한다고 굳게 믿어온 우리 조상들이 물을 세심하게 골라 마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그집의 샘물이 경수(硬水)·연수(軟水)냐, 감수(甘水)·고수(苦水)냐에 따라 성품이 청결하고 탐욕스럽고, 유순하고 고집 세고, 근면하고 게으르고, 정절하고 음탕해지는 성격까지 결정한다고 믿었다.
옛날 서울에서는 백호수, 청룡수, 주작수 등의 물을 길어다 파는 도가에 수질을 감별하는 백발노인을 두었다. 또 그 물을 사서 마시는 가정집에서도 식구들의 체질에 따라 물을 골라 마셨고, 그 값까지 달랐다 하니 물이 성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처럼 주의 깊에 다른 겨레도 없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물에 대한 품격도 정해 두었다. 충주 달천수가 으뜸이요, 오대산에서 흐르는 한강의 우중수가 버금이며, 속리산에서 흐르는 삼타수(三陀水)를 그 다음으로 친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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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돗물을 마시기 시작한 지는 100년도 되지 않는다. 1908년 서울의 뚝섬 정수장이 준공되고 나서야 서울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기 시작하였으니 우리나라 수돗물의 역사는 87년에 불과하다. 그후 인천, 평양, 부산, 대구 등 각 도시에 점차 수도시설이 보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도시설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에는 개천이나 우물물을 길어다 마셨기 때문에 수인성 전염병이 많이 발생하여 평균 수명이 매우 짧았다 한다.
지금부터 150여 년 전인 1841년, 영국의 리버풀 맨체스터 시민의 평균 수명은 26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 당시는 영국에서도 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개울물을 사용하던 시대였다. 시민들은 거의 해마다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가 번져 공포에 떨었다. 다른 도시에서도 평균 수명은 비슷했다는 기록이다.
이런 형상은 세계적인 것이었다. 수도가 보급된 후, 평균 수명이 구체적으로 해마다 증가했다는 기록은 없으나 수도 보급으로 평균 수명이 크게 연장되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어떤 학자는 평균 수명의 연장은 의학의 발전보다도 수돗물의 보급이 더 많이 이바지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수돗물은 국민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수돗물은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물 맛이 좋아야 한다. 구체적인 수질기준은 수도법에 규정되어 그 기준에 맞아야만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의 수돗물은 아주 좋았다. 깨끗한 물을 다시 정수하여 소독까지 하였으니 더욱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때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문화생활의 기준이 되기도 했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가 도시화·산업화하면서 수돗물의 근원이 되는 강물이 오염되어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수질이 점차 나빠지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나 수돗물은 수질기준에 맞추어 공급되고 있으므로 수돗물을 지나치게 불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불신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는 것이다. 국가기관에서 공급하는 물을 믿지 못한다면 시판되고 있는 생수와 대부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약수는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수질을 분석해 본 결과 오염된 사례가 많다는 보도도 있었다. 약수나 생수라 하여 무조건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언저리의 약수터 상당수가 오염되었다는 보도는 마시는 물에 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오염된 우물이나 약수터의 물을 수질검사 없이 계속 마시면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