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서울시 외곽에 전답 1,563ha, 농가 수 2445호, 그리고 8,657명의 농업인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동쪽은 채소재배를, 남쪽은 화훼재배를, 서쪽은 벼농사를, 북쪽은 배 등의 영농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산업의 급격한 변화로 도시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업분야도 단순히 농산물 생산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농사체험을 통한 건강증진과 어린이 자연학습 등 1차 산업이 아닌 종합산업으로 변천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전문 농업인들은 아니지만 농사를 짓는 시민들이 있다. 바로 실버농원과 하이서울 친환경농장에서 그런 이들을 만나고 왔다.
먼저, 실버농원은 노인들에게 여가선용과 건전한 노년문화를 조성해 주고자 2008년 개장한 곳이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실버농원은 지난 10일 개장식을 가졌다. 텃밭 당 5명이 1개 조가 되어 60구획을 맡은 300명이 참여하였다. 한마디로 표현하여 앞으로 '이게 바로 Well-being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려는 듯, 이곳에 참여한 노인들은 과거의 경력은 모두 잊고 도시농업인으로서의 본분을 다짐했다. 농업에 대한 지식이 있든 없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농업기술센터에서 일구어 놓은 좋은 땅에 농작물 재배에 불편함이 없도록 호미, 모종삽 등 모든 농기구를 비치해 참여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지도만 잘 따르면 수확의 맛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첫날 실버농원 참가자들은 배정받은 청상추를 모종으로 심었고, 열무와 쑥갓은 씨를 받아 뿌렸다. 더불어 앞으로 일 년을 가꾸는 즐거움으로 보낼 것이며, 욕심을 버린 진정한 삶의 성실성만 보여주면 식물들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예약한 날이기도 하다.
올해 참여의 기회를 놓쳐 아쉬운 시민들에게 내년에 한 번 참여를 해보시라고 안내를 해본다. 참가자격은 65세(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된 노인의 나이) 이상으로 주소지가 서울이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무공해 유기농법으로 봄나물부터 시작해 겨울 김장용 배추와 무까지 직접 경작하고 수확하게 된다. 실버농장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459-8993, http://agro.seoul.go.kr)이나 120다산콜센터를 이용하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같은 날 하이서울 친환경농장 텃밭도 농협중앙회와 강동농협의 후원으로 개장했다. 서울 시민에게 전국농업기술자협회 16,530㎡의 땅에 1구좌 당 16.5㎡로, 총 450구좌 7,425㎡를 분양했고, 농업기술자 교육용으로 50구좌씩 도합 8250㎡를 마련한 것이다.
개장한 지 1주가 지난 17일 주말농장을 방문했을 때는 텃밭에 시민들이 띄엄띄엄 보였고, 그 중 어린 소녀가 엄마·아빠와 같이 부지런히 밭에 씨를 뿌리고 있는 정다운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 멋진 광경에 옛날 어릴 때 즐겨 불렸던 동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하는 노래가 떠올랐다.
이 가족이 사는 곳은 농장 바로 앞 상일주공아파트로, 올해 1구좌를 신청하였다고 했다. 주 5일 근무로 많아진 휴일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 소일거리를 찾다가 아이에게 유기농 체험교육 효과도 곁들일 수 있는 친환경 주말농장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게 부모들의 말이었다. 덧붙여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고 또한 가족들이 함께 심고 뿌린 씨앗이 자라는 모습에 더 없이 기쁘고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이들 가족은 수확의 기쁨을 생각하며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다며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역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던 농장주 손정식 씨를 만났다.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연수지도부 대리이기도 한 손씨에게서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하이서울 친환경농장 참가비 8만원 중에서 구좌 당 경작자 부담금은 4만원이라고 했다. 밭에 심을 상추 묘목 12개와 열무, 쑥갓, 시금치, 적상추, 청상추 씨는 모두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농업용 기구도 제공분이 비치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구매하여 가지고들 온다고 했다.
경작기간은 4월부터 11월 말까지. 김장용 무와 배추 수확 시기까지다. 경작자들은 대부분 인근 아파트 거주자로 매일 아침마다 방문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으며,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참석한다고 했다. 하이서울 친환경농장 역시 이미 분양이 끝난 관계로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음 기회 농장운영을 위한 사전 답사가 필요한 시민들은 하이서울 친환경농장의 농장주 손정식 씨(010-7321-7179)를 찾으면 언제든지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3번 출구에서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강일리버파크1단지 정문 앞에 내리면 농장이 보인다. 주말농장 사전답사를 위한 주말농장 나들이 또한 괜찮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