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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
꼭두새벽부터 일어난 오카다 는 말끔하게 다려진 교복을 입었다. 그리곤 전신 거울 앞에 서서 한번 멋쩍게 씩 웃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빴던 시력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급격히 내려가면서 이젠 돋보기 같은 안경이 없으면 뿌옇게 흐린 형태만 눈에 들어왔다. 오카다는 더듬더듬 손으로 두꺼운 뿔테 안경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자기 전에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안경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항상 있던 자리에 있어야할 물건이 없자 조금은 짜증이 났는지 나가노를 불렀다.
“엄마!! 내 안경 어디 있어?!”
부엌에 있던 나가노가 앞치마에 물기 가득한 손을 닦으며 나왔다.
“네가 아까 식탁 위에 두고 갔잖니, 자 도시락 챙겨라 준이야”
얼굴을 끄덕거리며 도시락을 받은 오카다가 거북이 등껍질만 한 커다란 가방을 맸다. 그리곤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인사를 하는데 어제 회식 때문에 진탕 술에 절은 아빠 그러니까 사카모토가 안방에서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왔다. 그리곤 ‘어여가봐’ 라고 삑사리가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역시나 오카다가 교실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정확히 시간은 7시 45분 등교시간은 8시 20분 전이긴 하지만 오카다는 이렇게 혼자서 교실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선 내가 주인이니까
다른 애들은 맨날 5분 전이나 아예 1분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오카다 에겐 그럴 만한 배짱은 없었다. 괜히 담임선생님 눈에 거슬렸다가 찍히면 어쩔려구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오카다는 선도부원이였다. 선도부 같은 걸 원래 할 생각도 없었지만 봉사시간을 60시간이나 준다는 말에 냉큼 들어가 버렸다. 또 학생부선생님들과 친해지면 대학가기가 더 쉽다는 얘기도 있었으니 오카다에게 필수적인 집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상 시 조용한 성격의 오카다가 냉큼 손을 번쩍 들며 저요! 저요! 라고 적극 학생부에 뼈를 묻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안 그래도 공부하기 빠듯한 판에 따로 봉사시간을 거저로 받기도 하고 대학 가는 편도 수월해지니 이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물론 그런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다며 방과 후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가노엄마도 선도부 활동은 허락해주었다. 사실 오카다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애니 동아리에 들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만화책도 잔뜩 있고 여자애들은 코스튬플레이도 한다던데 그쪽 애들하곤 대화도 통할 거 같고
은근슬쩍 나가노한테 물어보긴 했지만 역시 대답은 NO 였다. 중학교 때도 공부 안한다며 집에 있던 만화책을 모두 빼앗겨 불 싸지른 나가노였으니 그날 안 맞은 게 다행이었다. 물론 엄마의 표정은 밝았었다.
-어…엄마 나 마…만화 동아리에 들어가구 시…싶은 데
오카다가 어버버 거리며 용기를 내서 말하자. 나가노가 커다란 식칼로 감자를 통통통 썰면서 대답해 주었다.
- 절대 안 돼
-그래두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할게 …요오
- 시끄러, 오늘은 감잣국이나 끓여먹을까? ^^ 어서 저녁 먹고 학원가야지 시간 다 되가네?
오카다는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으니까 거기서 더 이상 동아리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결국 오카다는 선도부에 들어갔다. 지금도 나가노의 굳은 얼굴이 떠오르면 오카다의 이마엔 식은땀이 삐질 삐질 흘렀다.
맨 앞자리[교탁 정중앙] 에 앉은 오카다는 자신의 가방 맨 앞주머니에서 영어단어장을 꺼내 들었다.
“에…….그러니까 어제는 50개 외웠으니까 오늘은 총 100개를 외워야겠네.”
오카다는 혼자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살짝 내려온 안경을 치켜 올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애들이 속속히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오카다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영어단어 외우기도 바쁜 판에 인사는 무슨
엄마가 그랬다. 학교에선 자기 자신을 빼고 모. 두. 적. 이. 라. 고.
내신제로 바뀌면서 자신이 하는 공부에 대해 절대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어떤 종류의 과외를 하는지도 모두 비밀이었다. 지금 오카다는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는데 글쎄 일주일에 한번 오면서 200만원이 넘었다. 이 때문에 사카모토의 월급에서 대부분은 오카다의 교육비로 나갔다. [아빠의 유일한 취미 생활은 맥주를 보며 야구중계를 보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그 맥주마저도 빼앗길 위기였다.]
애들은 교실 뒤로 가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우당탕 소리가 나자 조금은 산만한 듯 오카다는 필통에서 3M 귀마개를 검지로 꾹 눌러 귀에 틀어박았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까지 100개를 다 외워야 되니 쉬는 시간에도 쉴 수 없었다.
“자자 - 조용히 하고 지각생 뒤로 나가”
8시 21분.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굵직한 매로 지각생들을 쫓아냈다. 종이 치던 순간에 교실 문으로 비집고 들어온 애들도 모두 쫓겨났다. 오카다는 속으로 히히 거리며 웃었다. 조금 지나자 밖에서 맞는 소리가 들린다. 오는 순서대로 매를 맞나보다. 오카다는 얼마나 아플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문으로 들어오는 애들 마다 손바닥이 새 빨갛게 부었다. 그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차가운 책상에 몇 초 손바닥을 지지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카다는 그 모습을 빤히 보다 다시 단어장으로 눈을 돌렸다.
저렇게 맞을 바에는 나처럼 그냥 일찍 오지…….
오카다는 혀끝을 찼다.
“자, 오늘 자리 바꾸기로 했지?”
바깥에 서있던 지각생들에게 회초리를 휘둘렀던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한 손엔 제비뽑기 통이 들려 있었다. 그걸 본 아이들은 광분한 듯 와와!! 거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오카다는 입이 삐죽 나왔다. 자리 바꾸는 게 뭐가 좋다고. 오카다의 자리는 교탁 바로 앞이었다. 아이들의 기피 대상 1위인 그 곳이었지만 오카다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싫어했다. 뒤로 가면 칠판도 잘 안보이고 애들도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있다가 담임선생님이 나가시면 자신의 자리에 걸리는 애한테 바꿔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고 오카다는 생각했다.
“오카다 준이치 29번 ”
젠장, 하필이면 맨 뒤였다.
29번을 뽑은 오카다 는 절망했다. 그것도 1분단 맨 끝 창가 쪽 자리였다. 노는 애들은 맨날 바꿔달라고 난리칠 자리 그런데 오카다의 옆자리가 비었다.
“이봐 반장 지금 누가 안 온거야?”
반장인 도모토 코이치가 오카다에게 종이를 받았다. 그리곤 칠판에 준이치의 이름을 쓰고 있는 나가세를 힐끔 보더니 담임에게 말한다.
“아마도 모리타가 안 온 거 같은데요?!”
“야 나가세 30번에 모리타 고 이름 써놔 ”
담임의 말을 들은 나가세 가 30번에 모리타의 이름을 썼다. 오카다는 그만 비명을 지를 번했다. 하필이면 모리타라니?! 학교에서도 제일 불량스럽기로 유명한 애였다. 툭 하면 결석이었다. 물론 조퇴도 다반사였고 학교에 오더라도 1교시 끝날 무렵쯤에 들어왔다. 그리곤 비몽사몽한 얼굴로 바로 책상에 엎드려 잤다.
체육시간이나 자리를 이동하는 시간이면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도 피고 점심시간이면 매점에서 죽치다가 만만한 애들한테 삥도 뜯는다. 얼마나 불량스럽냐면 머리도 샛노랗게 염색해서 사자머리로 붕붕 띄우고 다녔다. 교복도 대충입어서 타이도 대충 매어져 있고 어떨 땐 마이도 입지 않은 채 아디다스 져지만 걸치고 등교를 했다.
오카다가 선도부를 할 때 모리타 때문에 고생한 적이 많았다.
“선생님 미야케도 안 왔어요!”
반에서 서기 인 쯔요시가 자리표를 작성하다 말했다.
“뭐? 이 두 놈들이 쌍으로 아주 날 물로 보나. 야 오카다! 너 기다리고 있다가 니 짝 오면 나한테 오라고 해라 아 그리고 서기! 절대로 미야케 이놈하고 모리타하고 같이 앉혀 놓치마!! 수업시간에 걸리면 니들이 나한테 죽어 ”
오카다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늘 무슨 날이기에 이러는 거지?
미야케 켄이라면 모리타하고 절친 아닌가.
모리타 보다는 포스가 좀 적긴 해도 걔 역시도 여러 남자 후리고 다니는 걸로 유명한 애였다. 특히 공고 3학년들만 노려서 사귀다가 이번에 모리타한테 완전히 정착했다던데 .
흐이이익
오카다는 제 손가락을 물었다.
큰일이다. 큰일
엄마한테 전화해야 되나?
어떡하지…….
학교일에 관심 없기로 유명한 담임은 무책임하게 교무실로 가버렸다. 이제는 자리도 바꿀 수 없게 선포까지 당해 삼선쓰레빠를 신은 오카다의 두 발이 의자 밑에서 동동거렸다. 내가 모리타 옆이라니! 내가 모리타 옆이라니! 더군다나 담임선생님은 미야케 하고 자리를 바꾸면 죽인다며 두꺼운 매를 들어보며 협박까지 했다. 가슴 속에 삼천 원이 가득했지만 오카다는 일단은 책상을 옮기며 창문 쪽으로 갔다.
제발 오늘 학교 오지마라…….아니 일주일 동안 오지마라…….
아니면 차라리 그만 둬버려 !!
하지만 걱정도 잠시 1교시 국어시간이 시작되었다. 오카다는 필기를 열심히 해야 되니까 바로 노트와 펜을 들고 꼼꼼히 필기 중이었다. 국어선생님[이나가키 고로]은 오카다를 유난히 예뻐해서 발표를 하는데도 오카다만 시켰다. 아마도 특별 점수를 주려나 보다.
얌전했던 오카다는 발표시간만 되면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것도 특별 점수를 주는 발표에만 대답을 했는데 어찌나 얌체인지 하나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맨 뒷자리에 앉으니 선생님이 오카다를 잘 보지 못한 듯 자꾸 다른 애만 시켰다.
그 모습을 보곤 오카다는 어서 자리를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순간에 갑자기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렇지도 않게 성큼성큼 들어오는 것은 모리타 고였다.
오카다는 헉 - 하며 숨이 멎는 듯 했다.
모리타의 꼬봉인 타키와 츠바사가 모리타의 자리를 가르쳐 주었다. 순간 오카다하고 눈이 마주쳐 버렸다. 오카다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안경만 만지작거렸다.
“야 나랑 자리 좀 바꾸자 ”
“어…어… 그래”
결국 모리타가 창가에 앉았다. 힘이 풀리는 다리를 조금 떨며 오카다가 바깥 쪽으로 앉았다.
모리타는 가방도 책도 신발주머니도 아무것도 없이 빛나는 나이키 포스 운동화만 신은 채 교실로 들어온다. 한참 고전 문학을 읽고 있던 선생의 눈초리가 모리타의 정수리에 날카롭게 꽂아졌다.
“거기! 너 몇 번이야 !”
고로 선생님의 신경질 적인 목소리였음에도 모리타는 꿈적도 안 했다.
“짝 , 그 녀석 좀 깨워봐 왜 들어오자마자 자고 그러니?!”
점점 거세지는 목소리에 모리타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그런데 씨발 이라는 욕하는 소리가 오카다 귀에 들렸다. 그는 흠칫 놀랐다.
“ 아픈데요.”
아프다는 말에 국어선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디가 아픈데 ”
“머리요 ”
결국 다시 잠들었다. 오카다 는 그 모습을 보며 한참 동안이나 뻥져 있었다. 저런 깡다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니 특히 기말고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저렇게 잘 수 있는 걸까? 쟤는 왜 공부를 안 하지 안 해도 괜찮은 건가? 대학 못 가면 어떡해?
오카다의 머리 위로 수많은 물음표들이 뭉게뭉게 떠다녔다. 하지만 이내 잡생각을 떨쳐버리곤 다시 형광펜을 들었다.
그런데 담배에 찌든 냄새가 어디선가 났다. 아마도 이 담배냄새의 근원지는 모리타 인거 같았다.
한참을 곤히 자던 모리타의 핸드폰 벨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귀찮은 듯 엎드린 채로 핸드폰 액정을 지켜보던 그가 하트가 가득 담긴 문자를 보곤 폴더를 닫아버렸다.
“선생님 저 양호실이요 "
국어선생님은 귀찮은 듯 무시해 버렸다. 하지만 모리타는 상관하지 않는 듯 나가려는데 갑자기 다시 돌아와 서랍을 뒤적거렸다. 구석에서 나오는 것은 라이터와 던힐 이였다. 오카다는 눈이 동그래졌다. 담배담배! 그것도 책상 서랍 안에서!? 시험에 백프로 출제라며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다 말고 삑사리가 나버렸다. 역시 괜히 모리타 고가 아니구나 !
고가 교실을 나가자마자 1교시 마침 종이 울렸다. 오카다는 속으로 고민 했다 어쩌지 담임한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할까 아냐 엄마한테 부탁해서 바꿔 달라고 할까 이번 기말 고사는 잘 봐야 되는데 1등급 나오려면 맨 앞자리 앉아야 되는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사이에 1분이 지났다.
아 맞다! 오늘 학원에서 단어 시험 있었지!!
오카다는 허겁지겁 단어장을 꺼내들었다.
빨리 외워야지 빨리 외워야지 !
그는 영어 문장을 혼자 중얼거리며 검지로 안경테를 슬쩍 올리며 깨알 같은 영어 스펠링들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모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매점으로 뛰어 내려갔지만 오카다는 그러지 않았다.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이번 성적 꼭 올려야지! 그래서 엄마한테 만화책 사 달래야지! 찌질이 같은 오카다의 학교 생활은 그렇게 이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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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여러분 ㅇㅇ 그렇게 빤타지한 소설도 아니에요
걍 ㅇㅇ 학교 생활 저렇게 하지말라는 지침 + 우리 쥬니는 최고야 ㅋㅋㅋㅋ[...] 이 정도라구
옛날에 캐허접 원본 저장한 눈화들 있는거 같아서 허겁지겁 수정함 ㅇㅇㅇ
눈화들아 제발 그거 지워주고 이거 가져 ㅇㅇㅇㅇ
수정하는 내내 멀미했다.
수정했는데도 왜 이 발바닥이냐고 욕할거면 걍 꺼져 ㅇㅇ시발 난 관용적이지 않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 다닐 때 모든 진상 캐릭 모아서 모아서 쥬니님 한테 선물함 ㅇㅇ
눈화들 찌지리 기억해 줘서 고맙다능 ㅇㅇ 난 기억도 못했었어 [.............] 미안눼 찌질쥬니야 ㅇㅇ
토라/ am.1:56, Sunday ( 236hit )
모다 공식 소설 찌질이 ㅇㅇ